이슈&스토리

등록일 | 2019.03.19 조회수 | 3,628

‘여성은 사냥감?’ 정준영은 왜 불법 촬영 했을까?

불법 촬영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가수 정준영이 스마트폰 단톡방에 불법 촬영 동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져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월 18일 정준영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한 채팅방에는 유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

이번 사건은 대중에게 사랑받던 친숙한 연예인들이 저지른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다. 도대체 왜 상대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그것을 함부로 유포하는 것일까? 어째서 불법 촬영과 그것의 유포 행위가 저질러지고 방조되는지 그 이유를 파악한 책들을 살펴보았다.

1. 화폐처럼 모으고 교환되는 동영상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는 섹스트(sext, 온라인 상에서 주고받는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메시지)를 화폐처럼 모으고 교환하는 것을 남성성 과시로 인식하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해 있다. 섹스팅은 "소년들이 소비자고 소녀들이 소비재인 시장이다." 야한 이미지에 '창녀', '갈보', '걸레' 같은 모욕적 태그를 달아 온라인에 게재하는 행동이 게시자의 또래 집단 내 위상을 높인다고 믿는 풍조가 여성 혐오 정서에 기름을 붓고 있다.” <복수의 심리학> p.141

영국의 경영학자 스티븐 파인먼이 쓴 <복수의 심리학>(반니/ 2018년)에는 복수의 한 사례로 ‘리벤지 포르노’가 언급됐다.(책엔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 자체가 피해자에겐 상처이며 강간과도 같은 끔찍한 일을 하찮은 일처럼 비하하는 말이라는 피해자의 지적도 등장한다.) 저자는 이의 한 사례로 ‘섹스트’를 이야기하며 이것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행동이 남성성을 과시하고, 그가 속한 집단 내 위상을 올려준다고 믿는 풍조가 있다고 말한다.

2. 성폭력(불법 촬영)은 지배욕이다

강간, 강제 추행, 불법 촬영, 속옷 절도는 모두 성폭력과 연결된다. 성욕 때문에 이런 일들을 저질렀다 해도 그 뿌리에는 반드시 지배욕이 있다. 겉으로는 성욕에 못 이겨 저지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성욕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성폭력으로 성욕을 해결하는 이유는 그 바탕에 상대를 제 뜻대로 하고 싶다는 지배욕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지배욕이 모든 성범죄의 기반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p.77

일본 오모리 에노모토 클리닉 정신보건복지부장인 사이토 아키요시가 쓴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인물과사상사/ 2019년). 이 책에는 성추행,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 성추행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이 책에선 불법 촬영을 비롯해 속옷 절도, 강제 추행, 강간 모두가 성폭력과 연결돼 있으며 그 뿌리는 지배욕이라고 말한다. 이로 비춰볼 때 불법 동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것도 단순한 성욕의 해소라기보다는 지배욕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3. 남자는 다른 남자들에 의해 남성으로서 승인 받는다

남자는 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남성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남자는 남자들의 집단에 동일화하는 것을 통해 남성이 된다. 남자를 남성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남자들이며 남자가 남성이 되었음을 승인하는 것도 다른 남자들이다. 여자는 기껏해야 남자가 남성이 되기 위한 수단, 혹은 남성됨의 증명으로 부여되거나 쫓아오는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여자를 여성으로 만드는 것은 남자이며 여성됨을 증명하는 것도 남자들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p.288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쓴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 2012년)에는 이번 사건을 바라볼 때 중요한 단초가 될 명제가 등장한다. 바로 남자는 남자들의 집단에 동질화됨으로써만이 남성이 되며 여성은 그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주변 남성들이 포함된 단톡방에 이를 공유한 행위는 ‘남자는 다른 남자들에 의해 승인 받는다’는 가부장제의 작동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책 읽으러 호텔 갑니다"...도서관을 품은 호텔 8 2019.03.20
맨부커상 후보 오른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 대표작은? 2019.03.19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