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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1.23 조회수 | 4,326

인생 후반전, 어떻게 살 것인가? ‘나답게 늙기’를 선택한 사람들

76세에 화가가 되고 90세에 홀로 여행을 떠난다… 세 권의 책이 말하는 '나답게 늙기'

2017년 8월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공식적인 고령사회에 돌입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로 분류하는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른다.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으로 노년의 삶을 개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에 따른 시니어 세대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도 뒤따른다. 은퇴 이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활동적 노년층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제품과 서비스 등 비즈니스 주요 대상이 고령 세대로 옮겨 가는 현상을 일컫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노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더불어, 개인적 차원에서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지금 소개할 ‘건강한 노년의 롤모델’ 같은 이들처럼 말이다. 인생을 너무 대충산 것 같아 고민이라며 남은 인생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70대가 있는가 하면, 76세에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80세에 개인전을 연 할머니도 있다. 생전 고향을 벗어나본 적 없는 아흔 살의 노인은 홀로 도쿄 여행에 나섰다. “모든 사람이 늦었다고 말하는 때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하며 인생 후반전에 ‘나답게 늙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미국의 국민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평생 농장을 돌보고 버터와 감자칩을 만들어 팔며 살았던 그녀는 관절염 때문에 소일거리 삼아 놓던 자수가 어려워지자 바늘 대신 붓을 들었다.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그녀의 나이 76세 때의 일이다. 80세가 되던 해에 모지스는 개인전을 열었으며, 100세에는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 받았다. 모지스의 그림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가 1억여 장이나 판매됐을 정도다.

그러나 모지스는 뒤늦게 찾아온 유명세를 신경쓰기보다 “다음에 어 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한다”고말했다. 그녀가 92세에 출간했던 자전 에세이집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수오서재/ 2017년)에서는 이렇듯 매일에 충실하고 소박한 기쁨을 중요시했던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비롯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한 67점의 그림이 더해진 자서전에 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계절에 순응하고 일상에서 기쁨들을 찾아나섰던 모지스의 진취적인 태도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여성학자 박혜란은 예순 즈음의 일상 이야기를 모아 2010년 출간했던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를 새로이 편집해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나무를 심는 사람들/ 2017년)로 재출간했다. 그간 칼럼과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 여성으로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누구나 ‘나답게 늙기’ 실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답게 늙는다는 것은 곧 취향을 갖는 일”이라며 “혼자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남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외로움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된다. 비단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 뿐만이 아니다. 예순 살의 저자가 책에 담아낸 ‘나답게 늙기론’은 나이듦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아이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엄마답게 살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나답게 살았던 것뿐이었다.”(9쪽) 엄마나 할머니의 이름에 얽매이기보다 ‘온전한 나’를 찾으며 살아온 시간. 저자 박혜란의 삶은 ‘나답게 늙기’라는 목표 앞에서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표가 되어준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살아가는 동안 개인적인 정체성은 희미해진다. 이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 아흔 살의 모모요 할머니만큼은 제외다.


소설 <카모메 식당>의 작가인 무레 요코는 1900년생 외할머니 모모요의 삶을 기록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봄/ 2018년)을 펴냈다. 외손녀인 무레 요코의 눈에 비친 할머니 모모요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할 일을 끝낸 뒤,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 25년 간 자신의 일에 매진했던 자존감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지에 일을 잃은 후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하던 모모요 할머니는 홀로 도쿄 여행을 감행한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아흔 살의 할머니가 홀로 도쿄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클리어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호텔에서 혼자 자기’, ‘동물원에 가서 판다 보기’, ‘도쿄 돔 견학가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클리어하는 동안 모모요 할머니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매순간 부딪힌다. 그러나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현재로서의 삶’에 충실한 태도를 유지한다.


1995년 일본에서 출간된 후, 13년 여만에 한국에서 출간하게 된 ‘모모요 할머니’ 이야기. 이미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서의 노년을 논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막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아흔 살의 모모요 할머니는 인생 후반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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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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