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1.26 조회수 | 5,358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읽고 창작의 비밀 없다는 것 깨닫길”

“도구 탓을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에요. 명필은 붓을 가려야 합니다.”


소설가 김중혁은 사뭇 진지했다. ‘글쓸 때 도구탓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웃어보였지만, 진심이었을 것이다. 창작의 비밀을 담은 책 <무엇이든 쓰게 된다>(위즈덤하우스/ 2017년)에도 그는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도구론’을 설파하고 있다.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나, 결국 창작의 비밀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역설하는 책. 제목과 달리 ‘무엇이든 쓰게될 것 같은 마음’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후, 물 아래에 가라앉은 앙금처럼 몇몇 질문들이 마음에 남는다. ‘글쓰기란 도대체 뭘까’,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김중혁 작가는 이것을 “의도하고, 기대한 바”라며 호탕하게 받아친다. 그는 글쓰기의 본질이 나만의 글쓰기를 찾는 과정과 갈등 속에 있다고 말한다. ‘제목에 낚인 걸까’라는 억울한 마음도 잠시, 글쓰기의 본질을 영리하게 파고든 작가의 노련함을 인정하게 된다.

“당신 안에 당신이 모르는 예술가가 있다”는 그의 말은 진짜일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쓰기 욕구는 계속된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대로’라는 전제가 붙었다는 것이다. 1월 12일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작가를 만나 그가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통해 의도했던 비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쓰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리뷰… 의도한 바다”

Q <무엇이든 쓰게 된다> 반응 좀 살펴보셨어요? 어떤가요?

다양해요. 어떤 분은 “정말 쓸데없다”, “글쓰기에 1도 도움 안 된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의도한 바예요. 기존의 글쓰기 책을 보면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인 명시를 하지만 이 책은 그게 없거든요. 그래서 ‘1’도 도움되지 않을 거예요.

Q 읽고 나니 왠지 글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당연히 의도한 겁니다. 다 읽고나면 ‘도대체 글쓰기라는 게 뭐지?’라는 생각을 하길 바랐어요. 의도했던 바고, 기대했던 바입니다. 반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Q 부제가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이에요. 작가에게 있어서 ‘창작의 비밀’이 밝혀지는 일은 굉장히 위험한 거 아닌가요.

정말 남들이 알아선 안 되는 창작의 비밀 같은 게 있다면 밝힐 수 없겠죠.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창작의 비밀’이 부제가 됐어요.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을만큼 사소한 비밀이 모여있는 책이에요. 비밀이라면 비밀이고 아니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결국 창작의 비밀이란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었어요.

Q 다채로운 구성이 눈에 띄었어요. 자주 쓰는 문구류를 상세히 소개한다거나, 웹툰의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한 장도 있었고요.

글쓰기 책을 30권 정도 샀어요. 그중엔 외국 책도 있었고요. 보면서 ‘도대체 이 책들을 왜 내고 싶었으며, 이 책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뭘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내가 글쓰기 책을 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최대한 기존의 책들과 닮지 않은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글쓰기 혹은 창작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어요. 창작의 비밀을 알고 싶은 분들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반드시 부교재로 참고하세요. 주교재로는 다른 책을 보시고요. (웃음) 부교재로 이 책을 볼 때 도움이 될 거예요.

Q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게 작가님이 아끼는 글쓰기 도구들에 대한 소개 페이지였어요. 도구는 사실상 ‘글쓰기’에 있어 논외거리였죠. 저처럼 도구 탓하는 사람은 ‘도구도 중요하다’는 작가님의 지론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웃음) 글쓰기와 도구의 연관성,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에 소개된 도구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웃음) 집에 더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도구 탓을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에요. 명필은 붓을 가려야 합니다. 왜냐면 명필은 글씨를 ‘그냥’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쓸 때의 환경도 고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종이의 재질, 먹의 농도 등이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저는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모든 글쓰기 앱을 다 사봤어요. 연필은 보통 한 묶음씩 사고, 작업실에 손 닿는 곳곳 두게 돼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주기도 하고요. 어느새 보면 없죠.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면서도 수집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사서 빨리 소비해야 또 살 수 있기 때문에. (웃음) 돈을 버는 이유가 애플 제품 구입, 문구류 구입, 앱 구입.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낙이에요. 나중에 ‘창작의 도구들’로 번외 편을 낼까봐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담아서. (웃음)

Q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쓰면서 18년 간의 작가 생활, 어쩌면 그 이전부터의 글쓰기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책에서 말한 글쓰기의 태도 등을 스스로 잘 지켜온 것 같나요? 18년 동안의 글쓰기 시간들을 자평하신다면요?

등단 후, 18년째 글을 쓰고 있는데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저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대단한 걸작은 쓰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전 끈기가 없거든요. 치열하게 문장과 사투하며 걸작을 만들어내려는 끈기가 없기 떄문에 적당한 위치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나만의 위치에 대한 기준’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재미있게 쓸 수 있었고 지금도 그 마음이 유지되고 있죠. 저만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글로 돈을 벌 생각하지 않고, 돈은 다른 것으로 벌되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쓰자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작가들에 비해 외부 활동도 많이 하고요.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본 것 같아요. 다른 작가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Q 여전히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점 있으세요?

다 고치고 싶죠. ‘왜 나는 더 치열하게 못 쓰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마음만 그럴 뿐, 늘 마감 때만 되면 체력이 부쳐서 ‘그래, 이 정도면 됐어’라고 타협하는 스스로가 싫어질 때가 많죠. 그게 저의 깜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치고 싶기도 하고요.

좀 더 괴상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나는 왜 생각보다 괴상한 생각을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첫 장편소설이 <좀비들>이었는데 당시에는 좀비라는 소재로 아무도 소설 쓰지 않을 때니까 나름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좀비라는 소재치고는 너무 단정한 소설이었어요. 이제는 그게 저의 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소재나 주제는 괴팍한데, 글쓰기 형식은 쉽고 잘 읽히는 스타일. 저만의 스타일이 됐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마음과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고민이 글쓰기의 중요한 태도”

Q ‘김중혁의 글쓰기’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합니다. 문구류 등의 도구, 관찰 행위, 음악, 농담. 글쓰기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선택해주신다면요?

음악일 것 같아요. 글쓰기를 할 때 음악이 굉장한 영향을 미쳤어요. 최고의 예술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특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어떤 가사도 없이 멜로디만으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놀라움이 있죠. 소리는 사라지지만 감정은 남아 있게 되는 상태, 그게 최고의 예술 같아요. 단편집 <악기들의 도서관>도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 음악가라고 한다면, ‘그 꿈을 내가 잘할 수 있는 글쓰기로 풀어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쓴 책이에요.

소설을 쓰다가 감정이 안 잡힐 때 ‘아다지오’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음악들로 재생목록을 꾸리거든요. 음악이 감정을 만드는 것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에게는요. 음악으로 감정을 잡다가 어느 순간 음악이 안 들려요. 순간 집중하게 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이 음소거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고 다시 음악이 재생되고 있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될 때 정말 짜릿하죠.

제 소설이 하나의 음악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문장의 치밀함보다는 리듬이나 문단의 구조 같은 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하거든요. 앞으로도 제 글이 어디론가 향하게 된다면, 그건 음악일 것 같아요.

Q 글을 쓰기의 본질은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엇과 무엇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어요. 가령 “글쓰는 에너지는 창작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마음과 창작의 비밀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 사이에 있다”는 부분처럼요. 정답이 있다고 믿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태도가 위험하다는 역설처럼 들립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고 무엇이든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 질문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것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쉽게 쓰여진 글이 좋죠. 깊이 있는 글도 좋고요. 중요한 건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에요. 저는 자기만의 스타일,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찾아내려는 시도,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게 글쓰기의 본질 같아요.

Q 누구나 저자 혹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잖아요. SNS를 통한 자기 표현이 일상이 됐고, 일부는 그 콘텐츠를 모아 출간을 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것을 예술적 가치를 담은 창작물로 인정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겁니다.

좋은 글이라는 게 있는지, 있다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맞춤법을 지키고 문장 형식이 좋다고 좋은 글은 아니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고 무조건 좋은 글일까? 그런 의문도 들고요. 좋은 글과 더 좋은 글이 있을 뿐 나쁜 글은 없어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뭔가를 했다는 거니까. 다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을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한다면 그건 나쁜 글이 될 여지가 있다고 봐요. 그건 본인만 알 거예요.

 Q <무엇이든 쓰게 된다>라는 제목에 빗대어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쓰는 행위’는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다가 오히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과격한 생각을 한다든지, 문득 잊고 있던 5살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든지. 환각의 체험 같기도 하고요. 글쓰기가 가진 신비한 기능이죠. 글쓰기를 통해 저부터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이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겁니다.

Q 이후에 글쓰기 책을 또 출간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추가하고 싶으세요?

사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도 온전히 글쓰기에 대한 책라고는 할 수 없어서요. 소설 쓰기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제가 하고 싶은 작업 중에 하나는, 캐릭터가 작품이 끝난 뒤 혹은 작품에 드러난 삶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는 지를 상상하는 거예요. 스토리텔링 연습이 되기도 할 거고요. 그리고 창작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하고 싶죠. 창작자들 인터뷰집을 만들거나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에 대한 건 말로 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Q 차기작은 무엇인가요?

2018년에는 소설을 쓰려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떤 글을 쓸지, 제목까지 정했지만 바뀔 수 있으니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전부터 난민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다루고 싶은 여러 주제 중 하나라서 출간 순서가 바뀔 수도 있어요. 어쨌든 올해 출간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2018년에는 최초로 아무 책도 내지 않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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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김중혁

소설가. 1971년 김천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일층, 지하 일층]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모든 게 노래] [메이드 인 공장] [바디무빙] 등을 썼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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