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4.09 조회수 | 4,613

정문정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키우는 법에 관하여”

※ <더 좋은 곳으로 가자>(정문정/ 문학동네/ 2021년)이 출간됐습니다. 문학동네 편집부가 정문정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더 좋은 곳으로 가자>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가나출판사/ 2018년)의 작가 정문정의 신작 산문집이다. 이번 신작에서 정문정 작가는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도 더 나은 삶을 꿈꿔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통해 알려준다. ‘공정함’이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된 사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쉽게 세상을 탓하거나 자신의 배경을 책망하게 된다.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보란듯이, 당차게 나아가기 위한 생생한 생활밀착형 매뉴얼이 담겨 있다.

Q 전작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이후 3년 만에 신작 <더 좋은 곳으로 가자>를 출간하셨기에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이번 신작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작을 냈던 2018년은 저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해가 될 거예요. 들뜨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 시기였지요. 2019년엔 아이를 낳아 키웠고 2020년은 새 책 <더 좋은 곳으로 가자>의 원고를 쓰는 시간이었어요. 시간이 흐른 만큼 더욱 성숙해진 시각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사회초년생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설정하고 방어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이번 <더 좋은 곳으로 가자>는 그렇게 자신을 지켜낸 후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연습해야 할 성장의 요령에 대해 썼어요. 가장 큰 차이라면 전작의 초점은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에 있고 이번 책은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키우는 법’에 각각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Q 이번 책에는 자존감이 낮고 자기연민에 시달려 잘못된 선택을 거듭했던 과거의 경험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지나치게 사적인 에피소드라고 생각되면 에세이 소재로 다루지 않는 편입니다. 저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다듬어 소재로 길어오지요.

1980년대에 지방에서 여자로 태어났고, 애정결핍과 가난으로 괴로워했던 과거, 뜻대로 풀리지 않던 연애, 회사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면서도 종종 퇴사를 떠올렸던 날들,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서 알게 된 것 등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에피소드를 기록해서 독자들에게 혹시 당신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말을 거는 방식으로 글을 써요. 그런 이야기를 도입부에 내놓으면 독자들이 동질감을 느껴 마음을 열고 페이지를 넘기기 쉽거든요.

충분히 공감하게 한 뒤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보면 좋을지’ 독자들이 멈춰서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자기를 미워하지 않고 과거를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미래를 낙관하도록 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제 것이지만 보편적일 기억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Q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 이른바 ‘수저론’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출발선의 불공정함에 대해 청년들도 수용하거나 체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 태도 같은 문화자본의 상속도 좌절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출발선의 불평등이란 엄연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어떻게 그런 막막함과 분노(?)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가운데서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주어진 조건들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지점까지 가지 못하리라고 낙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남들을 미워하고 부러워하는 데 너무 많이 시간을 썼어요. 영어책을 아무리 읽어도 어릴 때 유학 다녀온 아이 발음은 따라 할 수 없었고,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써 돈을 벌 때에 누군가는 온전히 공부에만 전념해 높은 성적을 받는 걸 보고 억울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압도적이라고 생각했던 격차가 사실 내가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었다는 걸 인정하니 오히려 평안해졌었어요. 쟤들은 그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하니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운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어찌할 수 없던 것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고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게임을 할 때 마음에 들지 않는 카드를 받았다고 해서 판을 엎으면 안 되잖아요. 이처럼 우연과 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없더군요. 제한된 조건 속에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걸 일단 해나가기 시작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처럼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을 사람들을 만나면 도와주고, 불리한 게임의 룰을 바꾸자는 말을 자꾸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어릴 때 제가 꿈꾸던 사람이 되었어요. 그 또한 운이 작용했던 걸 알기에 으스대지 않고 이 사실을 담백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이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건 가능합니다. 더 좋은 사람을 옆에 두고 더 좋은 것을 먹으며 더 좋은 곳에서 자주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고 지었습니다.

Q 본문에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그에 어울리는 선택을 해나가는 일”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어릴 때는 없었지만 성장하며 갖게 된 작가님의 관점은 무엇인가요?

어른이 되면서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라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그전에는 일단 돈이 없으니 돈을 모르고 원하기만 했어요. ‘돈이 다는 아닐 거야’ ‘돈은 어떻게 버는 걸까’ ‘나는 왜 돈 없는 집에서 태어났을까’ 같은 생각밖에 못했는데요. 직장인이 된 후 월급을 받고 여분의 돈이 생기게 되자, 카드명세서가 나라는 사람의 지금과 되고 싶은 미래를 알려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버는 돈의 최소 1% 이상은 어린이 관련 재단에 꾸준히 기부하고 매월 십만 원은 종이책을 사는 데 쓰고 또 한 달에 십만 원 가량은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밀리의 서재 등 콘텐츠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씁니다. 강좌를 듣거나 좋은 사람과 식사하거나 감흥을 주는 곳에 가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그 외의 것(물건을 소유하는 쪽)에는 잘 카드를 꺼내지 않아요.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이 더 나아지게 하는 위주로 돈을 쓴다는 관점을 가지게 되자 인생에서 하는 많은 선택이 간결해졌습니다.

Q <더 좋은 곳으로 가자>의 또다른 키워드는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회사원을 10년간 하며 동시에 책도 여러 권 쓰셨습니다. 현재는 아이 엄마라는 자아와 작가의 자아를 오가며 살고 계시고요. 여러 자아를 잘 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작가님의 요령이 궁금합니다.

제 말버릇이자 사고를 지배하는 주요 언어 중 하나는 ‘이게 다는 아니야’ ‘이게 끝은 아니야’입니다. 이게 다이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절박해져서 자꾸만 시야가 좁아져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요. 또는 내 절실함에만 사로잡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엄마라는 자아에만 집중하면 아이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할 것 같고, 작가라는 자아에만 집중하면 책의 반응이나 판매에만 몰입해 기분 조절을 못할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어딘가에 몰입하면 타조처럼 땅을 파고 고개를 묻어버리는 스타일이어서요. 이게 다인 것 같고 끝인 것 같을 때, 비슷하게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니었던 시간들을 되새겨보며 스스로에게 다시 말해줍니다. “그때도 (당시에는 다인 거 같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잖아. 이번에도 이게 다는 아닐 거야.”

Q “그럴싸한 뒷배경이 없는 사람이라도 지치지 않고 오래 걷기를 희망한다. 가능하면 너무 그늘지지 않은 평평한 대로의 안쪽에서. 더 욕심을 부리자면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프롤로그의 문장이 주는 울림이 큽니다.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추운 곳에 오래 있던 사람은 따뜻한 곳에 갔을 때 되레 어색하고 불안해해요. 익숙할 뿐이지 잘 맞는 게 아닌데도 차가운 곳과 어울린다고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어서 서늘한 곳을 자꾸 찾아내지요. 행복은 자꾸 자기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자꾸만 편안한 그늘을 찾게 됩니다.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어색하지만 따스한 평평한 대로의 햇살을 듬뿍 받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번 책을 썼어요. 당신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요령이 별로 없었을 뿐이고, 그 요령이란 건 대단한 게 아니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많다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의 배경이 되어주고 싶어서 제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요령들을 책에 가득 담았습니다. 우리 더 좋은 곳으로 함께 가요.

- 사진 : 정문정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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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문정

대구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잡지 기자로 시작해 기업 브랜드 홍보팀장, 대학내일 디지털미디어파트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십 년간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와 함께 책 『20대를 읽어야 트렌드가 보인다』 『20대가 당신의 브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를 썼다. 전작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누적 판매부수 50만 부를 넘어섰으며 아시아 6개국(중국,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빅이슈』 『언유주얼』 『포포포 매거진』, 브런치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배워서 남줄랩> <잠깐만 캠페인> <열정 같은 소리>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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