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4.07 조회수 | 1,832

김지헌 “마케팅 잘 하는 법? 연애처럼 하시면 됩니다”

※ <마케팅 브레인>(김지헌/ 갈매나무/ 2021년)이 출간됐습니다. 갈매나무 편집부가 김지헌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마케팅 브레인>은 김지헌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쓴 '가장 먼저 읽으면 좋은 마케팅 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빅데이터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논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마케터와 소비자는 어떤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지요. 무슨 일을 하든 뿌리가 튼튼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지도 잘 자라고 꽃과 열매도 잘 맺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저자 인터뷰에서는 ①<마케팅 브레인>을 왜 쓰게 됐는지 ②저자가 말해주는 이 책의 한 줄 요약 ③마지막으로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등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 통화로 진행됐습니다.

Q 독자 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을 소개할 때 항상 따라붙는 표현 중 ‘브랜드 심리학자’란 표현이 있어요. ‘그런 심리학도 있나’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브랜드 심리학’이란 한 마디로 소비자의 세밀한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브랜드 전략에 적용하는 거지요. 큰 숲의 모양보다도 숲을 구성하는 작은 나무들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직업이라는 말인데요. 저는 영화를 볼 때도 우주 영화보다 작은 마을에서 연인 간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선 변화를 다룬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요. 보통 남자들과는 좀 다르죠. 이건 일종의 직업병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Q <마케팅 브레인>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요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누구도 마케팅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든가, 빅데이터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처럼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은 쉬지 않고 나오는데 마케팅의 본질은 오히려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달까요.

현업에서 오랫동안 마케팅 일을 해온 마케터들도 ‘내가 지금 마케팅을 하는 건지,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마케팅의 본래 목적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건 당장 매출을 얼마나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겁니다. 그렇게 되니까 속된 말로 ‘마케팅에 당했다’는 말이 나오고, 기업과 고객의 관계가 끊어지고, 안 하니만 못한 마케팅이 되는 거지요.

<마케팅 브레인>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책입니다. 마케팅 1.0, 2.0, 3.0, 4.0처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우리 마케팅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기보다도, 시공간이 변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마케팅의 본질, 마케팅 0.0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잘 쓴 마케팅 책’은 아니어도, ‘가장 먼저 읽으면 좋은 마케팅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마케팅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마케팅 브레인>에서 마케팅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⓵가치 분석 ⓶가치 제안 ⓷가치 전달,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용어가 쉽지는 않지요. 좀 더 쉽게 연애에 비유해서 얘기해볼까요? ⓵가치 분석: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는지 고민하고 ⓶가치 제안: 내가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제안하고 ⓷가치 전달: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연인 관계를 만들고, 지속하기 위한 핵심과도 유사하죠.

Q 오, 훨씬 이해가 잘 됩니다. 첫번째 키워드인 ‘가치 분석’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볼까요. 요즘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브랜드’를 특히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가령 오뚜기는 ‘착한기업’으로 회자되면서 ‘갓뚜기’라고 불리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 매출도 많이 상승했다고요.

맞아요. 착한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힘이 강력해지면서 기업체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 역시 자신의 영향력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게 되었잖아요. 소비자에게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작은 칭찬 한 마디, 신념 있는 구매 한 번으로도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서, 큰 구매를 만들어내고,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예요. 기업 입장에서도 책임감 있는 브랜드 활동이 매출 성과로 이어지게 되니까 ‘브랜드 액티비즘(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선순환 구조지요.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Q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마케팅보다는, 단기적인 세일즈를 위해 일하는 함정에 빠지기도 해요.

맞아요.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들이, 당장 세일즈 입장에서 보면 손해로 보이는 것들이 많거든요. 마케팅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에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5천 원짜리 순댓국을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느 날 못 보던 손님이 혼자 국밥을 먹으러 왔어요. 이 손님에게 얼마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까요? (질문자 :  그냥 국밥과 깍두기를 가져다드렸겠죠.) 그렇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 손님이 평생 단골손님이 되고, 다음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식당을 추천해 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요? (질문자 : 귀빈이셨군요) 그렇죠.(웃음) 이 고객은 평생 우리 가게에 5천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고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인 세일즈의 관점을 벗어나려면 이처럼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를 계속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태도와 행동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거든요.

 

Q 평소에 내가 마케팅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정말 중요할 거 같아요. 학생들이나 마케터들에게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아, 그게 정말 중요해요. 마케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계속 적용을 시켜봐야 해요. 사람의 매력도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어느 날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완전히 자기 몸으로 체화하고, 일상에서 묻어나와야 하는 거거든요.  

책에서 소개하는 마케팅 이론과 지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 실생활에 꾸준히 적용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기업들을 생각해보세요. 내가 왜 그 기업을 좋아하는지, 그 기업이 나에게 어떻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관찰해보세요.  

제가 책의 머리말에서 “One day or Day one, you decide”라는 말을 인용했지요. ‘미뤄두고 어느 날(one day) 공부하면서 마케팅을 잘 할 수 있겠지’가 아니라 ‘매일이 첫날(day one)’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훈련해야 합니다.

Q 책을 보면 흥미로운 마케팅 성공 사례들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선생님이 특히 감탄한 사례가 있을까요?

멕시코의 ‘프리즌 아트(PRISON ART)’라는 사회적 기업을 들어보셨어요? 기업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올 거예요. 호르헤 쿠에토(Jorge Cueto)라는 사람이 설립한 기업인데, 이 분은 수감자들이 출소 후에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안타깝게 생각한 거예요. 쿠에토는 이 수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그들의 독특한 능력 하나를 발견했죠. 수감자들은 문신을 만드는 능력이 정말 뛰어났거든요. 그래서 가죽 제품에 문신을 새길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멕시코 6개 감옥에서 수감자들을 대규모로 고용해 패션 잡화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이게 엄청나게 성공해서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등 15개 국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전까진 이렇게 창의적인 사회적 기업은 거의 못 봤던 터라 정말 감탄했었지요.
 
일부 사회적 기업은 ‘우리가 이렇게 어렵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해요. 하지만 프리즌 아트는 소비자가 그들의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선한 이미지를 뽐내는 것은 물론 독특한 아이템을 자랑하려는 과시욕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게 한 셈이잖아요. 그 밖에도 유럽의 도시를 돌며 맨홀 뚜껑 등에 천연 안료를 바르고 판화를 찍는 형식으로 독특한 의류제품을 생산하는 패션 브랜드 ‘로브드루크린(Raubdruckerin)’, 자전거 포장박스에 대형 TV 그림을 넣은 네덜란드 고가 자전거 브랜드 ‘반무프(VanMoof)’ 등 여러 사례들이 있어요.

Q 혹시 이 다음 책으로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을까요?
 
글쎄요. <소상공인들을 위한 심리학>이란 책인데요. 코로나19 이후로 정말 많은 식당들이 폐업을 했잖아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인데,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체력’이 약해서 금방 무너져버린 식당도 많았다고 생각해요. 마케팅 이론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창업을 먼저 했다가 결국 폐업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20~30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진행되어온 연구들을 기반으로 접객 비즈니스에 필요한 이론들을 정리해볼까 해요. 식당을 예약하고, 이용하고, 식당을 나와 후기를 남기는 모든 과정을 분석해볼 계획입니다. 더 흥미로운 책으로 독자 분들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 사진 : 갈매나무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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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김지헌

브랜드 심리학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인지.사회심리학을 근간으로 소비자행동, 브랜드전략, 온라인 판촉 전략을 연구하면서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논문상과 우수 강의상을 다수 수상했다. KT마케팅연구소 연구원, CJ제일제당 브랜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유한킴벌리, CJ푸드빌, 아모레퍼시픽, 아디다스코리아 등에서 강연 및 컨설팅을 해왔으며, 저자의 이름은 세계3대 인명사전인 Marquis Who's Who 2018에 등재되어 있다. 일반인에게 마케팅의 개념을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칼럼, 강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 <가치를 사는 소비자 공감을 파는 마케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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