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4.02 조회수 | 1,368

조용준 “우리 도자기가 일본 메이지 유신 성공의 이유”

※ <유럽 도자기 여행-동유럽 편>(조용준/ 도도/ 2021년) 개정증보판이 출간됐습니다. ㈜퍼시픽 도도 기획편집부 편집부가 조용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Q <유럽 도자기 여행-동유럽 편>개정증보판이 6~7년 만에 출간됐습니다. 그만큼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의미겠지요.  특히 새롭게 추가된 ‘베를린 KPM’은 그전에 알지 못했던 역사 이야기가 새롭게 펼쳐져 무척 흥미가 갔습니다.

마치 숙제 하나를 해결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특히 이번에 ‘베를린 KPM’이 추가돼서 속히 확 풀리는 심정이기도 하지요. 서양 도자사에서도 ‘베를린 KPM’에 관한 내용은 잘 나오지 않죠. 워낙 마이슨이 막강했으니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실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2세와 나중 독일 황실 컬러로 현대 패션의 색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프러시안 블루’의 탄생 배경이 바로 KPM의 도자기 유약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KPM을 빠뜨리면 뭔가 미완성작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이 추가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2014년 7월 <유럽 도자기 여행>시리즈의 첫 발걸음으로 동유럽 편이 출간됐습니다. 이후 순조롭게 북유럽 편(2015년 4월)과 서유럽 편(2016년 2월)이 출간되었지요. 그리고 <일본 도자기 여행>시리즈가 ‘규슈의 7대 조선가마’를 시작으로 ‘교토의 향기’, ‘에도 산책’으로 연이어 출간됐습니다. 서양과 동양을 아우른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도자학과 학생들이나 도예작가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제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세계와 국내 도자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제 저술 모두 국내 도자사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돼왔습니다. 제 걸음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지요. 혹자는 자화자찬이라고 느낄 수도 있으나 저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동반된다고 생각하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려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Q 2020년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어지러웠고, 그 양상은 2021년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나라로의 여행길이 언제 뚫릴지 불투명한 상태인데 이 시점에서 이 책이 지닌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여행 단절’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납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각종 취재를 위해 유럽을 매해 2~3차례씩 다녀오다 그것이 딱 끊기다 보니 갑갑함에 병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팬데믹이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여행 절벽’이 반복될 수 있겠죠.

그동안 여행 관련 서적의 동향을 보면 가이드북의 판매 수위가 높았습니다. 반면 제 책처럼 답사 위주의 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죠. 제 책의 장점은 굳이 현장을 가지 않더라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모든 분위기와 내용을 아주 소상하게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도자기에 대한 영상 다큐멘터리들은 아주 개괄적인 내용만 있지, 제 책처럼 역사와 문화 전반적인 내용들을 소상히 알려주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책은 상대적인 가치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대목이 주목을 받았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Q <유럽 도자기 여행-동유럽 편(개정증보판)>의 모든 곳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겠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와 도자기가 있는지요?

제일 강추하고 싶은 곳은 독일 드레스덴입니다. 이곳을 지배했던 아우구스트 2세가 파리나 비엔나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곳이니 만큼 도시가 예쁘고 볼 것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마이슨이 바로 지척에 있기도 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헝가리의 페치라는 도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헝가리 남쪽에 있어 가기가 정말 어렵지만, 페치의 졸너이 도자기는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뛰어납니다.

Q 이 책 에필로그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먹고 입고 즐기는 것에 대한 씀씀이는 놀라울 정도인데, 인류의 문화(인문학)에 대한 소비와 투자는 잔혹할 정도로 인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자부심은 더욱 강해진다.’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러겠지만 책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일부 베스트셀러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베스트셀러로 남지만 그 외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들은 좋은 콘텐츠임에도 어두운 구석의 책장에서 오롯이 자리만 지킵니다. 부의 불평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불균형도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위적 미디어 변화에 따른 불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선배들 얘기를 들으면 책 팔아서 집 사고 땅 사신 분들이 꽤 있어요. 물론 책이 지배적 미디어였던 시절 얘기입니다. 지금은 ‘읽는 미디어’가 아니라 ‘보는 미디어’의 전성시대죠. 스마트폰이 삶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다 보니 생긴 현상입니다. 그럼, “책의 시대는 이렇게 끝이냐?” 하는 질문이 남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혹성탈출>을 보면 인류의 지능이 너무 퇴화돼서 원숭이들의 지배를 받는데, 영화가 아닌 소설을 읽으면 그 원인이 나옵니다. 책을 읽지 않고 영상 미디어에 의존했기 때문에 지능이 퇴화한 겁니다. 지금이 바로 그렇게 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영상 미디어는 우리에게 매우 즉각적으로 작용하지만,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워주지는 못하죠. ‘호모 사피엔스’가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로 너무 나가고 있어요. 지금처럼 책을 읽지 않고 단편적인 쾌락을 주는 영상, 게임, 만화에만 몰두할 경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따라서 인류는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선이란 균형을 맞추는 일입니다. 사고력 증진과 놀이 사이의 균형, 그 균형자가 바로 책입니다. ‘책으로 돌아가자’는 광범위한 정책과 프로퍼갠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Q <유럽 도자기 여행>과 <일본 도자기 여행>시리즈를 출간하고, 다소 분위기가 다른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와 <한일공동정부>를 출간했습니다. 특히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는 2019년 세종도서에 선정되었지요. 일본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느끼셔서 조금 무거운 주제로 가지고 독자와 만났던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단순히 일본의 도요지와 박물관을 이곳저곳 다니며 취재하는 것으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본 역사이고, 한일 관계사입니다. 임진왜란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찻잔이 왜 일본에서 각광을 받았고, 그 이후 다도가 어떻게 발전해나갔으며, 일본 정신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일본사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했죠.

그렇게 일본사를 공부하다 보니, 학자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아주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바로 우리 도자기가 메이지 유신 성공의 절대적 이유가 됐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는 놀라운 발견입니다. 메이지 유신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유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들에 대해 천착한 책들은 매우 드물고, 그 성공 이유를 도자기와 연관 지은 것은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가 처음일 겁니다. 메이지유신의 명분을 그럴싸하게 위장하기 위해 일본 학자, 그들의 영향을 받은 우리 사학자들은 거짓된 이유들을 찾아내 일본 포장하기에 급급해왔습니다.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를 읽으면 제가 왜 이렇게까지 강조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한일공동정부> 또한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사는 일본 자체의 역사라기보다 한일 관계사입니다. 중세사나 근대사뿐만 아니라 현대사도 그렇지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모두 한반도 혹은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졌습니다. 일본이 급속히 군국주의로 기울면서 태평양전쟁까지 일으킨 것은 이전의 두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인데, 그 전쟁들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한반도를 강점하면서 얻은 이익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후 미군 통치 시절을 겪는데, 그런 일본을 다시 되살려준 것이 한국전쟁이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얻은 이익으로 일본은 다시 회생해 한때 미국 영화사나 기업들을 사들일 정도의 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니 한반도와의 관계를 빼놓고 온전한 일본사를 언급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류 사학은 이 부분을 쏙 빼놓지요. 매우 왜곡된 일본사만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저는 일본을 50차례 방문하면서 ‘우리와의 관계’에 눈을 뜨고 공부했습니다. <한일공동정부>는 바로 그런 인식의 산물입니다.

Q 차기작은 다시 유턴해서 ‘프로방스’에 대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주시고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사실 저는 유럽이나 일본 도자기 전문가 이전에 프로방스 전문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에 대한 책도 출간했고, 2010년 이후 매해 프로방스 곳곳을 여행해왔습니다. 코로나로 작년에만 못 갔지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저보다 프로방스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합니다(하하하). 제가 프로방스를 그렇게 찾은 이유는, 당연히 프로방스와 프로방스에 얽힌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프로방스에는 수많은 매력이 있는데, 가이드북만으로는 그 매력을 알 수 없습니다. 저로 하여금 매해 프로방스를 찾도록 만든 그 매혹의 정체에 대해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빠르면 올 여름에 그 첫 번째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가제)>가 출간되니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사진 제공 ㈜퍼시픽 도도, 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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