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1.03.03 조회수 | 6,837

'네이처'가 주목한 달 과학자 심채경 “천문학은 모두의 곁에 있어요”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 문학동네/ 2021년)이 출간됐습니다. 문학동네 편집부가 심채경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세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 5인의 천문학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복잡한 수식이라든가 화려한 천체 사진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천문학자의 일상과 천문학자가 생각하는 달과 별과 우주에 대한 담담하지만 어쩐지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듯한 따듯한 글들이 담겼다. 우연히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 하나가 남긴 잔상처럼 여운이 긴 글들이다.

그러나 작가가 보여주는 과학자의 삶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대한민국의 여성 과학자, 워킹맘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오히려 신산하다고 할 만하다. 하루하루 과학자로서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인 진솔한 과학자가 보여주는 우주에 대한 사랑이 더욱 소중하게 빛나는 이유다.   

Q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제목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이 많으시리라 예상됩니다. 천문학자라고 하면 언뜻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 같은 곳에서 천체망원경을 밤새 들여다보는 사람이거나 영화처럼 미항공우주국(NASA) 로고가 새겨진 우주복을 입은 사람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별 보는 일이 없는 천문학자라니… 책 제목을 이렇게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천문학자라는 직업을 밝히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별 많이 보시겠네요’, ‘별자리 많이 아시겠네요’입니다. 그래서 제목에서 재빠르게 첫번째 대답을 건네며 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 천문학 전공하러 왔다가 생각보다 별 볼 기회가 없어 실망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유별나고 신기한 천문학자가 아니라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과 옆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Q 어렸을 적부터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거나 각종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일등을 하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고 하셨고, 천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것도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책에서 언급하시는데요, 그럼에도 책을 보면 천문학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는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천문학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아름답죠. 다채롭고. 그런데 자연이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편으로는 잔혹하기도 합니다. 태양계 초기의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우리에게 소중한 이 지구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을 수도 있고요. 그런 괴리감이 주는 서늘함이 매력입니다.

그리고 천문학은 세상과 완연히 동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모두의 곁에 있어요. 인류가 수많은 관측을 통해 많은 것을 파악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요. 그런 모순이 주는 ‘알 수 없음’이 또하나의 매력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사람 때문입니다. 하늘에 대해서 생각할 때 순수해지는 사람,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을 동경하고 탐구하는 사람, 손에 쥘 수 없고 직접 가닿을 수도 없는 대상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 누가 뜬금없는 소리를 할 때 ‘천문학적으로’ 넓은 범위에서 받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Q 2019년 달 탐사 50주년을 맞아서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선생님을 미래 달 과학을 이끌 차세대 달 과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집중 조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에서 달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세요. 어쩐지 직함이 영화 속 주인공이나 가질 법한 것이어서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낭만적인 마음을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평소에는 (낭만에 대해) 잘 실감하지 못합니다. 직장에서 쓰는 수많은 용어에 ‘우주’가 들어 있고, 책에도 썼는데요, 대학 강의 시간에 별이나 혜성, 행성, 은하 그림을 자주 그립니다. 점성술에서 쓰는 행성 기호도 등장하고요. 누구나 가끔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고 붕 뜬 마음일 때가 있는데요, 그렇게 문득 찾아오는 ‘낯설게 보기’ 시간에야 그런 단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수많은 ‘딴생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행성과학자들이 모두 모여 회식을 한다고 해도 따로 식당을 예약할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 행성과학자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하셨는데요, ‘인셉션’이나 ‘그래비티’ 같은 영화들의 흥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구자는 적더라도 우주과학, 천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천문학자로서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텃밭에 씨를 뿌리면 그중 일부만 잘 자랍니다. 제가 식물계의 ‘마이너스의 손’이라서 유독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더 많은 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중에 저의 미래 동료도 여럿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연구자의 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가 탄탄한 기반이 될 때 저희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저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져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합니다.

Q 추천사를 써주신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선생님께서 이 책을 두고 과학책이라기보다 문학책으로 읽히는 이유에 대해,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도 천문학은 문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일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요?

선조들께서 그렇게 이름을 지으신 이유는 천문학이 하늘의 흐름을 ‘읽는’ 학문이기 때문이리라 추측합니다. 책은 낱글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그 행간의 숨은 의미까지 읽어낼 때 더욱 깊이 사유할 수 있고, 저자와 교감할 수 있고,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늘도 마찬가지로 해와 달과 별과 행성이 뜨고 지는 현상은 누구나 관찰할 수 있지만, 그 운행의 원리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천문학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문과와 이과의 경계 무렵에 서 있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제 지도교수께서는 제가 적성에 맞게 자연계 중에서도 천문학을 잘 골랐다고 하시더군요.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책을 읽는 것과 자연을 읽는 것에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될 때부터, 선생님의 글을 좋아해주시는 독자님들이 많았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제게는 ‘우주’라는 말보다 ‘독자’라는 단어가 더 멀고 낯설었습니다. 독자라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단어 같았거든요. 이제는 제게 갑자기 새로운 우주가 하나 더 열린 듯한, 그 새로운 우주에도 지구에서와 같이 생명이 꽃피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그저 이런저런 분자의 나열일 뿐인 종이책 한 권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어린 왕자가 장미 돌보듯 마음 써주시는 우주적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사진 :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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