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12.14 조회수 | 4,729

'뭐든 배달' 김하영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거의 불가능해요"

※ 200여일간 다양한 플랫폼 노동 현장을 체험한 김하영 작가가 <뭐든 다 배달합니다>(메디치미디어/2020년)를 출간했습니다. 메디치미디어 출판사 편집부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미국 우버 드라이버들의 노동자 지위 인정 소송...우리나라서도 일어날 가능성 커"

Q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처음 어떻게 이 일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예전에 미국에서 우버X(승객과 운송 차량을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어요. 차가 새 차이길래 물어봤더니 우버 드라이버가 “전업으로 하려면 평점을 잘 받아야 한다고 해서 차를 새로 샀다”고 하더라고요. 한 때 ‘공유경제’가 각광을 받았잖아요. 방 한 칸이나 집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처럼 우버도 내가 안 쓰는 시간에 차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는 개념이죠. 그런데 이게 돈벌이가 되고 진입장벽이 사라지니까 부업이 아니라 전업이 된 거죠. 그러고 나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것이 미국 우버 드라이버들의 노동자 지위 인정 소송이죠.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커요. 우리나라는 배달 분야가 그래요. 택배기사, 배달기사, 대리운전 등등 배달 산업이 커지면서 점점 전업화가 되고 있는데, 이런 직종은 대부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개인사업자’거든요. 그래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일일체험 같은 기사들로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뛰어들어 일하면서 당사자로서 현장을 오래 지켜보자고 결심했죠.

Q 그래도 다니던 직장을 아예 그만두고 현장에 뛰어든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그렇죠. 하하. 그런데 그런 언론 보도들 많이 있었잖아요. “택배기사가 월 평균 수입 450만 원”,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등등. 실제 그만큼 벌 수 있는지 호기심도 있었어요. 어쨌든, 일을 하는 거니까 생계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고요.

Q 실제 그만큼 벌 수 있던가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택배기사, 배달 라이더 같은 경우에는 트럭이나 오토바이도 있어야 하고 보험료와 기름값, 정비비 등 유지비용도 꽤 들어갑니다. 그리고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그만큼 수입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언론 보도만큼 벌기 힘들죠.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커넥터 광고에는 시간당 평균 수입이 1만5천 원이라고 나와 있는데, 그만큼 번 적이 별로 없어요. 심지어 나갔다가 주문이 한 건도 없어서 2시간 동안 배회하고 다니다 그냥 돌아온 적도 있는 걸요. 특히 대리운전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어요. 대리운전 오래 하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입이 30~50%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Q 처음에 쿠팡 물류센터부터 일을 하셨는데,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죠?

제가 한 일은 출고 업무였어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카트에 담아 포장대에 가져다주는 일이죠. 원래 ‘허브’ 업무가 일당이 조금 더 높은데, 그건 이른바 ‘상하차’라고 해서 일하다 도망가기로 악명이 높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한 단계 더 편하다는 출고를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첫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저녁 먹고 바로 뻗어서 잠들었는데, 아내 말로는 제가 밤새 끙끙거렸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어느 정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일하는 근육이 달랐던 거죠.

Q 그러다 음식 배달을 시작하셨죠?

쿠팡 물류센터 일도 사실 배달의 일부죠. 고객이 주문한 순간부터 배달은 시작돼요. 주문에 따라 상품을 찾아 포장대에 가져다주고 포장대에서 포장을 하고 송장을 붙여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면 분류해서 각 지역 캠프로 가고, 거기에서 쿠팡맨(현재는 쿠팡 친구)들이 트럭에 실어 배달을 하는 거죠. 그런데 물류센터 일은 딱 최저임금이라 수입에 대한 불만이 있었죠. 그런데 음식 배달은 “원할 때,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시간당 1만 5천원을 벌 수 있다니 솔깃했죠. 물론 결과적으로 그만큼 못 벌었지만.

Q 그래도 책에 보면 음식 배달 에피소드 중에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일하면서 배운 게 많았어요. 일단 음식을 주문한 분들이 배고픈 분들이잖아요. 음식을 받을 때 환한 표정을 보면 보람이 느껴지죠. 특히 아이들이 음식을 받을 때요. 그리고 음식점이 대부분 자영업이잖아요. 주문이 들어오는데 배달원 배차가 안 돼 발 동동 구르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죠. 그런 동네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아직 배달 사고도 없었고, 진상 손님도 만나보지 못했어요. 한 번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비대면 주문이라 집 앞에 두고 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집주인 분이 나오시면서 비타민 음료수 한 병을 손에 쥐어 주는 거예요. “비 오는데 배달 시켜 죄송해요”라면서. 그럴 때는 힘들어도 힘이 안 들죠. 하하.

Q 대리운전도 하셨더라고요.

사실 대리운전이 이 세계에서는 가장 오래된 일이고 시장 규모도 적지 않죠. 종종 “페이스북의 원조는 한국의 싸이월드”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렇게 치면 “우버의 원조도 대리운전”이라고 할 만해요. 예전에 무전기 들고 다니던 시절부터 대리운전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사실 대리운전도 배달이에요. 사람과 차를 동시에 배달하는.

Q 일하시는 동안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대리운전은 큰 타격을 입었어요. 반면에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은 많이 늘어났죠.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데, 어느 날은 가 보니 구역이 하나 더 생겼더라고요. 안 그래도 축구장만 한 곳에 풋살장 하나가 매일 붙어가는 느낌? 물량도 늘고 동선도 더 길어졌죠. 음식 배달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주문량이 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음식 배달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사람들이 밖에 나가기 좋은 날씨면 배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요. 그런데 무덥거나 비가 오거나 춥거나 눈이 오면 배달이 늘어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거죠. 그래서인지 배달하는 음식점들도 점점 늘고 있어요.

김하영 작가

"배달 라이더들의 교통 법규 위반? 현 수수료 체계에선 해결 불가"

Q 배달 라이더들이 교통 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원인이 수수료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하셨더군요.

배달 한 건에 3천 원을 받아요. 한 달에 250만 원이라도 벌려면 일요일 빼고 주 6일 일한다고 쳤을 때 하루 10만 원은 벌어야 하죠. 그러면 하루에 최소 33건 이상 해야 해요. 그런데 보험료에 오토바이 유지비 등등 고려하면 33건 해서 남는 게 별로 없죠. 그러니 50건 이상은 해야 해요. 하루에 10시간 일한다고 했을 때 시간당 5건을 해야 하잖아요. 1시간에 5건 하는 것도 힘들지만, 주문이 그렇게 들어오지 않죠. 음식 배달 시키는 피크타임이 있잖아요. 점심시간, 저녁 시간, 야식 시간. 주문이 몰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피크 타임에 최대한 많이 배달해야 해요. 그러면 피크 타임에는 시간당 최소 7~10건을 해야 해요. 그러니까 한 번에 여러 집을 들러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싣고 배달하는 거예요. 그러면 마음이 급해지고 신호 대기 시간 1~2분이 아까운 거죠. 지금 같은 수수료 체계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아요.

Q 오토바이는 아무래도 위험할 텐데요.

위험하죠. 저는 그래서 자전거로 배달을 했어요. 최근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계속 제기됐잖아요. 그러면서 산재보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산재보험을 고용주가 전액 내는데, 배달원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보험을 노동자도 절반을 내야 해요. 배민이나 쿠팡이츠는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배달 대행 전문업체 배달원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상당수가 산재보험 가입을 안 하고 일을 해요. 그러다 보니 사고가 나도 통계가 없어요. 교통 당국에서 이륜차 사고 통계는 내지만, 배달원의 사고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죠.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되니 심각성도 잘 느끼지 않고 대책도 못 세우는 거죠.

Q 책에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와요. 실제 현장에서 많이 느끼시나요?

제가 일하는 동안 배민이 ‘AI(인공지능) 추천배차’를 도입했어요. 그전에는 주문 목록을 보고 현재 위치와 음식점의 거리, 배달지 동선 등등을 제가 판단을 해야 했는데, 이제 인공지능이 알아서 판단해 저한테 주문을 줘요. 물류센터도 쿠팡은 아직 자동화 수준이 높지 않지만, 미국이나 중국 업체들 자동화 수준은 상당히 높아요. 저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업계의 분기점이 될 거라고 봐요. 자율주행이 되면 배달은 물론 대리운전기사, 택시기사 등은 일자리를 잃겠죠. 당장은 아니라지만 어차피 올 미래라면 우리 사회가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죠.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 필요...회사 책무가 국가 책무로 옮겨가야”

Q 이 책의 장점은 단순 체험기에 그치지 않고 시대 변화의 맥락을 짚어주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거든요.(웃음) 배민, 카카오, 네이버,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플랫폼 노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억지로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않고요. 그런데 이런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노동시장 규율을 완전히 허물거든요.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통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어요. 그 시절에는 회사가 중심이었죠. 회사에 취직만 하면 4대 보험 가입되고 정년 보장받고 정년퇴직하면 퇴직금도 두둑이 받아 노후 생활하고 그랬죠.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모도 부양하고 자식도 키우고 그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플랫폼 노동 시장은 기본적으로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어요. 주휴수당도 없고, 휴가도 따로 없고 퇴직금도 없죠. 그래서 회사 다닐 때 최저임금이 시급 8,590원이면 플랫폼 노동과 같은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시간당 최소 1만 2천 원은 벌어야 회사원의 최저임금과 같은 거예요. 무엇보다 4대 보험이라는 사회 안전망에서도 소외돼 있고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봤고, 저는 회사의 책무가 국가의 책무로 옮겨가야 한다고 봐요.

Q 끝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가 있다면요?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도 봤으면 좋겠어요. 현장의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고 있겠지만, 직접 겪은 당사자의 이야기이니까요. 또 정치인들도 꼭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개가 아니겠지만, 이건 당장 사람들이 살아가는 민생의 문제잖아요. 그리고 전업으로든 부업으로든 이런 일을 해보려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면 가이드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음식 배달을 시키거나 온라인 쇼핑에서 택배를 시키는 분들, 대리운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도 읽으시면 재밌을 거예요. ‘아.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 사진 : 메디치미디어 제공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가소개

김하영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지내며 정책 대안을 추구하는 사회비평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에는 다시 뜻하는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배우 정애리 “날마다 당연한 하루는 없다” 2020.12.17
'진심을 파는 막국숫집' 김윤정 “마음을 다하니 또 찾아주셨습니다” 2020.12.07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