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10.29 조회수 | 806

<제로 육아> 김진선 “육아 스트레스, 폭발할 것 같은 날엔 일단 쉬세요”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진선 작가가 <제로 육아>(21세기북스/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21세기북스 편집부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편집자 말

Q 정신과 의사가 쓴 육아서라면 기존의 육아서들과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제로 육아>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육아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텐데요. 먼저 오은영 선생님이나 서천석 선생님 같은 정신과 전문의가 쓴 교과서·바이블, 베테랑 엄마들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을 토대로 쓴 노하우·꿀팁 전수 도서, 이렇게요. 저는 현재 9살, 11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두 도서에서 드러나는 조건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육아하는 엄마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전문지식을 활용한 현실적인 팁을 전할 수 있었어요. 말하자면 교과서·참고서를 쉽게 설명해주는 족집게 강사 같은 역할을 했달까요. 시험에 나오는 핵심 문제만 콕콕 집어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팁을 알려주는 거죠. 또 수업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웃기게, 시원시원하게 말해주고요. 결론적으로 <제로 육아>만의 매력은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지 않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책을 보면 ‘~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 마라’, ‘~은 이제 그만’ 같은 표현이 많습니다. 작가님이 하시는 말씀대로 한다면 정말 별문제 없이, 수월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다 싶은데요. 진짜 이대로만 하면 육아가 조금 편해질까요? 

그럴리가요. 내가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고 놓아보려 해도, 아이들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에 육아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책에 쓰여진 대로 육아를 하면 더 편해지는 게 아니라 ‘책처럼 해서 견뎌낼 수 있으면 다행’인 겁니다. 이 정도를 현실적인 목표로 잡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미리 실망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몇 달, 몇 년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육아 내공이 훌쩍 자라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때는 “와, 진짜 편해졌다!” 이렇게 외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Q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의 노고, 시간, 돈의 부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아이를 꼭 가져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원하는 사람은 낳으면 좋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안 낳아도 좋다는 생각이거든요. 특히 아이 키우기가 버거운 상황이라 출산을 피하는 것이라면,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육아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절절히 깨닫습니다. 부부 모두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어 있고 아이를 너무나도 갖고 싶을 때, 그때 가지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앞서 아이를 꼭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낳는 것을 추천하긴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에게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거든요. 인생을 세 배, 네 배 알차게 살게 됩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살게 될 줄 몰랐어요. 덕분에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즐기는 느낌이죠. 만약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더 탐험하고 싶고 즐기고 싶어서 주저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분들은 아이 낳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경험보다도 더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켜줄 거예요.

Q 두 아이를 키우고 책을 쓰면서 작가님께서 체득한 노하우 중, 셋째 아이가 태어난다면 무조건 이거 하나는 하지 말아야지, 혹은 꼭 해야지 싶은 것이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무조건 셋째는 낳지 말아야지”였어요(웃음). 농담입니다. 답을 드리자면, ‘꼭 해야지’ 싶은 것은 딱히 없습니다. ‘무조건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은 꽤 많고요. 화내기, 소리치기, 인상 쓰고 바라보기, 밥 안 먹는 아이 앞에서 한숨 쉬기···. 다 쓰려면 지면이 모자랄 것 같네요. 이건 제 책 <제로 육아>에서 수백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이야기니까,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육아는 에너지 소비가 엄청난 활동이잖아요. 작가님께서는 두 아이 육아를 위해 체력 관리, 혹은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우선 잠을 많이 자고 잘 먹습니다. 운동은 하면 좋은데, 주기적으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만약 운동을 한다면 동네를 30분 정도 달리거나 홈트레이닝을 합니다. 사실 아이들 덕분에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기 전까지 규칙적인 패턴으로 지내다 보니 저절로 건강 관리가 되는 면도 있습니다. 밥도 아이들과 함께 먹는 것이니 저절로 신경 쓰게 되고요.

Q 치열한 육아를 겪고 있는 부모, 예비 부모들에게 작가님만의 육아 노하우 3가지만 얘기해 주세요.

육아가 힘든 건 체력적인 이유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꽤 큽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 불안, 스트레스, 짜증, 죄책감···. 실제로 이런 것들이 부모를 진짜 괴롭게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자라면 별 것 아닌 것이 되거든요. 그렇게 될 때까지 잘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매일매일 가슴에 폭탄을 품고 살게 돼요. 이 폭탄을 터뜨리지 않으려면 내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첫 번째, 힘이 부친다 싶으면 쉬고, 두 번째, 정해진 일과 해야 할 의무가 불편하다 싶으면 그걸편하게 바꿀 방법을 찾아보세요. 솔직히 말하면 무조건 꼭 해야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작 70년 후면 이 세상에 없거든요. 그걸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의무는 안 해도 괜찮은 것들이에요.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친한 선배’ 같은 부모가 되어주세요. ‘내가 만약 아이의 선배라면 어떻게 말을 할까, 어떻게 대할까, 어떤 기대를 가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 불안,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어요.

Q 작가님은 책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제로 육아를 실천하고 계신가요? 아무리 제로 육아를 실천한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폭발하는 날이 있으실 텐데, 그런 날은 어떻게 마음 정리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약 2년 전부터 엄마들의 걱정, 불안, 죄책감을 덜어주자는 마음으로 ‘제로 육아 with 리얼정신의’라는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전했는데, 사실 저 스스로도 글을 쓰면서 육아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쓴 대로 실천하게 되더라고요. 2년 전과 또 다르게, 지금은 제 스스로 놀랄 정도로 편안한 엄마가 되었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폭발할 것 같은 날에는 일단 쉽니다. 가족에게 “지금 좀 예민하다. 혼자 있고 싶다.” 선언하고 안방으로 피신해요. 한숨 자고 나면 대부분 좋아지고요. 만약 그게 어렵다면 밖에 나가 걷습니다. 저 혼자 걷기도 하고, 온 식구 다 함께 나가기도 해요. 두세 시간씩 걷다 보면 또 금방 좋아지더라고요. 한밤중에 남편과 수다를 떨거나, 블로그에 털어놓기도 합니다. 블로그 이웃분들, 지인들의 격려에 힘을 얻지요. 이 정도면 대충 해결되는 것 같아요. 쓰고 보니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이 꽤 많네요.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네요. 저는 화가 나서 괴로울 때 책을 읽습니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이나 <법륜스님의 행복> 등 마음이 편해지는 책을 반복해서 봐요. 여러분께도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어느 때든 실행 가능한 방법이니까요. 제 책 <제로 육아>가 이런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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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김진선

두 아이를 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쳤으며, 같은 병원에서 임상강사로 근무했다. 뇌와 인지기능에 관심이 있어 치매를 연구했다. 지금은 임상경험을 살려 의료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탄탄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 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아이 둘과 함께 웃고 울고 구르며 버티기 10여 년, 갖은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육아 전문가가 되었다. 경험을 살려 블로그 및 유튜브를 개설해 육아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육아 궁금증과 고민을 상담하고 있으며, “이것은 진짜 내 얘기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격려보다 위로가 된다”라는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엔 일과 양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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