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9.16 조회수 | 2,618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11월 미국 대선, 우리 삶에 큰 영향 줄 것”

※ 2020년 6월 열린 ‘제2회 메디치포럼’ 포럼 발표와 인터뷰 내용이 <힘의 역전 2>(정혜승, 문정인, 다니엘 튜더, 김세연, 유명희, 김동환, 민금재, 이원재)로 출간됐습니다. 메디치미디어 편집부가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편집자 말

코로나19 유행으로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달라진 세계'가 당도했다. 메디치미디어와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달라진 세계'에 대한 전망과 담론의 범람 속에서 각 분야의 '힘의 역전'을 위해 어떤 태도와 전략이 필요한지 탐색하기로 했다.

지난 6월, ‘힘의 역전 2, 달라진 세계’란 주제 아래 열린 제2회 메디치포럼이 그 일환.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고민을 뛰어넘어, 팬데믹을 어떤 분기점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일곱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다른 목소리로 변화를 향한 의지의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포럼 주요 내용이 <힘의 역전2>라는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프로그래머이자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정혜승은 해법을 찾으려면 무엇을 묻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힘의 역전 2>는 미래와 과제를 묻는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정혜승 작가와 함께한 이야기를 북 DB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Q <힘의 역전 2>는 어떤 책인가? 포럼의 기획 의도 내지는 집필 의도가 궁금하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도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짐작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힘의 역전’을 주제로 ‘메디치포럼’을 시작했다. 출판뿐 아니라 아젠다 저널리즘을 표방한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을 운영하던 메디치미디어의 김현종 대표가 내게 포럼 프로그래머를 제안한 것은 작년 9월이다. 대화와 토론을 복원해 공론장을 만들고, 주요 의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함께 머리를 맞댔다. 한국 정치와 경제, 사회의 판을 흔드는 변수를 점검하자고 했다. 각 분야 초고수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나누기 위해 사전 인터뷰를 통해 포럼 발표 내용을 조율하고, 내용을 종합해서 책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힘의 역전 2>는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세계’를 넓게,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Q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지난 12월과 6월에 열린 ‘메디치포럼’ 주제가 모두 ‘힘의 역전’이었다. 1회와 2회는 어떤 차이가 있나.

‘과학기술로부터 발생한 변화가 전세계 정치, 경제, 사회의 판을 바꾸고 있다. 곳곳에서 반격이 시작됐다. 힘의 역전, 관계의 역전이다.’ 1회 포럼의 프롤로그다. 그때는 기술 변화가 만들어낸 역전을 추적했다. 1회 포럼 때, 우리도, 청중들도 지적 만족도가 높았다. 2회를 하자고 의기투합했지만 사실 ‘힘의 역전’이라는 키워드를 반년 만에 다시 꺼내 들게 될 지 몰랐다. 코로나19와 함께 과학기술이 만든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격변이 시작된 탓에 다시 ‘힘의 역전’ 키워드로 살폈다. 팬데믹을 어떤 분기점으로 만들 것인지, 각 분야에서 ‘힘의 역전’을 위해 어떤 태도와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Q 포럼 안에 정말 여러 주제를 담았다. 어떻게 다양한 주제를 하나의 키워드로 묶었나. 또 기획 의도와 방향에 따라 섭외 기준도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7인의 연사를 섭외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사태는 세계와 우리를 다시 보게 했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주요 선진국의 상황에 당황했다. 특히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국제 질서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인데 마침 ‘피렌체의 식탁’에 인터뷰가 실렸다. 거기서 더 나아가고 싶었다. 봄에 화제가 된 다니엘 튜더 칼럼을 보면서, 타자의 시선에서 한국도 함께 살펴보고 싶었다. 올 상반기는 총선의 파장도 컸고, 오히려 향후 보수는 어떻게 역전할 것인지 궁금했다. 김세연 전 의원은 이런 고민에서 질문을 나눌 적임자였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일찌감치 섭외 0순위였다. 코로나로 각국이 국경을 닫는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1회 때도 그랬지만 발표자의 성비도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중요하다. 훌륭한 여성을 찾는데 공을 들였기 때문에 유 본부장의 섭외에 더욱 절실하게 매달렸다.

그런데 통상 이슈만 살펴보면 아쉬울 것 같았다. 너무 큰 이야기만 하면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거리감이 생긴다. 고객서비스 마인드랄까, 귀에 꽂히는 경제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여기저기 ‘고수’를 수소문했는데 내게는 다 낯선 이들의 이름이 이어졌다. 뭔가 했더니, ‘삼프로TV’에 나온 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아예 ‘삼프로TV’ 출연자 중 프로 한 분(김동환)을 모셔보자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로 바뀐 일상에서 중요한 건 환경이나 지속가능한 지구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메디치미디어 준비팀 토론 과정에서 대체육 비즈니스에 나선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얘기가 나왔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고농산물 처리에 애쓰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국가, 혹은 정부의 역할에 따라 국민의 운명이 엇갈린다는 것도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지켜본 지점이다. 이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실제 많지 않다. 이원재 랩2050 대표가 3년 전에 낸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황세원, 이헌재, 이원재/ 메디치미디어/ 2017년)라는 책 덕분에 인연이 닿았다.

'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 포럼 현장​

Q <힘의 역전 2>의 주제는 대부분 ‘질문’으로 구성되어있다. 분석을 통한 전망과 해답을 보여주는 이외의 작업물들과 분명 차이가 있다. 왜 ‘해결책’이 아닌 ‘질문’으로 접근한 것인지 궁금하다.

코로나 사태를 조망하는 전문가 포럼과 컨퍼런스가 넘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조금 다른 목소리, 혹은 이 시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소리를 찾고 싶었다. 변화의 방향에 다시 주목했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 우리의 과제를 묻는 ‘질문’을 찾기로 했다. 정답 없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보다 어떤 질문이 지금 유효한 것인지 찾으려 했다.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정혜승/ 창비/ 2020년)를 쓰면서 더욱 확신하게 됐지만, ‘답’이 아니라 ‘질문’이 중요한 시대다. 검색하면 답을 찾아주는 인터넷 시대. 동시에 단 하나의 정답, 모범답안만 있지 않다. 해법을 찾으려면 무엇을 물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모든 게 진행 중인 상황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팬데믹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고,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각 분야의 인물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입장으로서 어떤 것이 우리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은가.

현재로서는 11월 미국 대선일 것 같다. 초강대국 미국이 이대로 반세계화를 더 강하게 주도할 것인지, 다자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화의 수혜자로 강해진 나라다. 다른 나라의 정치, 국제 질서 같은 거대한 담론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까 싶었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았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법이 언제 나올 것인지 여부는 국제 질서 시나리오를 바꾸는 동시에 미국 대선에서도 중요한 변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터뷰를 통해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반도 평화라는 막연하고 아득한 얘기가 알고 보면 우리 삶을 통째로 바꾸는 변수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 정세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라면 촉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Q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관심이 가던 주제와 동일한가? 뻔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아, 진짜 각각의 인터뷰가 다 좋았다. 인터뷰어로서 만족도가 진짜 높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모르던 걸 알게 될 때 더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 질서에 대해서도 다시 배웠고, 그걸 타자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었다. 어렵고 점잖은 말로만 다가오던 통상이 왜 중요한지,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됐다. 보수 정치에 대해서도, 자산 배분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뜬 기분이었다. 대체육 개발 얘기는 설레는 스토리였고, ‘국가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나.

Q 많은 정보와 담론이 쏟아지는 지금, 독자들이 <힘의 역전 2>으로만 얻을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지, 또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힘의 역전’ 1회 때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말했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모자랄 게 하나도 없는 나라고, 국민들이 머리도 좋고 교육 수준도 높은 데다 열심히 일한다고. 그런데 왜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할까? 토론이 없고, 공론장이 없는 탓이라 했다. 원래 다들 남의 말은 안 듣고 싶어 하고, 남이 내 말을 듣기를 원하니까 소통은 잘 안 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 꺼내놓고 들어볼 수 있는 공론장이 중요한 이유다. <힘의 역전 2>는 이런 종류의 책 중에 무척 잘 읽히는 책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냥 어떤 책이 되든 세상에 관심을 늦추지만 않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과정에 힘을 보탠 작업일 뿐이다.

Q 마지막으로 1년에 3권의 책을 냈다. 쓰기에도 바쁜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책도 많이 읽는 걸로 안다. 정혜승의 삶에서 책은 어떤 의미인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야심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배우고 또 익혀야 하지 않을까? 이건 너무 진지한 측면이고, 실제로는 살면서 마음을 달래고 울고 웃는 것도 중요하다. 거기에 가장 좋은 게 책, 그리고 사람이다. 괜찮은 책과 멋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만큼 왔다고 생각한다.

- 사진 : 메디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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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혜승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는 법을 배우고, 다음에서 포털의 인터넷 정책과 GR(대외협력)을 담당하며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두루 경험했다. 카카오에서는 소셜임팩트, 홍보로 경험을 넓히며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청와대에 합류, 디지털소통센터를 이끌며 국민청원 등 새로운 소통을 모색했다. 2019년 여름 청와대를 떠난 뒤 메디치포럼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인터뷰집 『힘의 역전』을 냈다. ‘마냐’라는 이름으로 2000년부터 서평 블로그를 운영했고, 트레바리 독서 모임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재학 시절의 공부는 이후 써먹지 못했으나 인문학 소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연세대 정보통신·미디어산업/정책 과정 석사, 기술정책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가방끈을 늘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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