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7.13 조회수 | 5,636

정재승 “판데믹보다 더 위험한 것은 차별과 혐오”

Q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어크로스/ 2020년)가 출간 20년을 맞이했어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쉬운 과학책의 넘사벽’이 된 것 같습니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줄 아셨는지? 작가로서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줄 몰랐고 처음 쓸 때만 해도 복잡계 과학이란 게 다른 분야에 비해 작은 분야여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랐어요. '쉬운 과학책의 넘사벽'이라고 하셨지만 이 책이 그렇게 녹록지 않거든요. 최신 과학이론들,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인용하고 있어서 실은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죠. '물리학이 사회현상을 다루니까 훨씬 친근하게 와 닿는구나' 이렇게 느껴주셔서 물리학자에 대한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도 많이 생겨서 기쁘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학이론도 흥미롭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들 비유나 예시를 각별히 신경 썼고요. 무엇보다 큰 바람은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세상이 좀 달리 보였으면 하는 거예요. 처음 책을 쓰면서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에요. 사람의 행동이나 사회현상을 물리학적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되어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고요. 저도 그러려고 애쓰고 또 독자분들도 이런 말씀을 해주셨을 때 기뻤어요.

Q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첫 번째 챕터가 ‘케빈 베이컨 게임’입니다. 6명을 건너면 아는 사람이 나온다는 작은 세상 이론을 설명하시면서 이론의 어두운 측면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셨는데요, 빌 게이츠가 5년 전 TED 강연에서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대유형을 구체적으로 예견하여 온라인 상에서 최근 이슈가 되었는데 정재승 교수님은 무려 20년 전에 그것을 예언(?) 하셨습니다.(웃음) 우리가 이러한 전 지구적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예견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과학자들이 전 인류의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핵전쟁, 급작스러운 기후변화, 대규모 전염병의 유행 3가지를 꼽아왔어요. 핵전쟁이나 기후변화는 사람들 간의 변화가 아닌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로 생긴 재앙인데 전염병은 사람들 간의 변화잖아요. 그러다 보니 훨씬 더 큰 일상의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죠.

판데믹을 경험하게 되면서 대면접촉을 안 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일을 수행하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77억 인구가 지구에 살고 있지만 관계로 보면 케빈 베이컨 게임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6 다리만 건너면 우리가 서로 아는 그런 작은 세상에 살고 있죠. 그러다보니 판데믹이 3개의 재앙 중 가장 위험할 수도 있어요. 퍼져서 걱정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단절하는 것이 삶에 심각한 고통을 초래해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판데믹 우울증에 걸렸잖아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 같고. 그 이전에는 비슷한 대규모 전염병이 있어도 '밖에 나오지 마'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일들을 해보자, 집에서 나오지 마'라고 요구하는 최초의 판데믹 대응이 생긴 거거든요. 앞으로 유사한 대규모 전염병이 생긴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 같고요. 첫 번째 경험이기 때문에 저는 쉽게 끝나거나 이번 경험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 세상은 더 작은 세상이 될 텐데 치명적인 판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됐죠.

지구는 굉장히 넓지만 사람들의 관계를 보면 굉장히 좁은 세상이라는 의미는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살기 힘들다는 의미기도 해요. 우리가 좀 더 다양성을 유지하고 어떤 방식의 재난과 충격이 와도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똘레랑스(관용)를 가진 사회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 전기가 끊겨서 온라인을 못 써도 세상이 돌아가고, 오프라인에서 대면 접촉을 못 하는 사회가 되어도 온라인으로 대부분 일들이 수행될 수 있게. 여러 가지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설령 우리가 좀 작은 세상이 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어 다른 사람의 표정을 못 보고 감정적 공감, 사회적 교류를 못 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이런 질환이 등장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부분, 사회적 약자에게 제일 먼저 생채기를 내잖아요. 차별이나 혐오가 점점 일상적으로 무덤덤하게 자행되는 게 어쩌면 판데믹보다 더 위험한 것이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하고, 작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할 것 같아요.

Q 똘레랑스를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성립되려면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해져야겠네요.

그렇습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더 작은 세상을 이루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교류가 멀어지고 그룹이 만들어지잖아요. 작은 세상의 두 번째 단계인데 그게 위험할 수 있는 거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왜 그런지 이해하고 우리가 서로 교류할 기회가 많아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어보면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사실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Q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부정하면서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과학계의 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를 부정합니다. 유사 과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가짜 뉴스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과학자, 과학계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학계 내에서는 이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고 기후변화는 자명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금 현재 우리가 파리 기후 조약 이후로 하기로 한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더라도 지구의 온난화를 충분히 막을 수 없다는 것조차 합의된 상황이에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기후변화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으면 백 년 후 지구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온도 2~3도 올라간 게 치명적일까 싶겠지만 그 2~3도 때문에 지구 생태계에 특정한 종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그 위에 있는 종이 다 위험해지거든요. 이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생태계 변화를 불러올 수 있죠. 각 나라별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태도, 현재 산업구조, 삶의 양식과 맞물려 있는 이슈라서 그것을(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알면서도 자국의 단기적 이득을 위해서 서로 다른 정책들을 주장하는 것 같고요.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그런다고 부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모든 나라들이 그에 맞는 기후변화에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는 사실 기후변화가 큰 이슈가 안 되고 있는데 향후 5년 안에 우리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가장 큰 이슈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양극화’ 그리고 ‘기후변화’ 두 가지라고 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에 대해 강제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렇게 밖에 안 나가고 느리게 살아도 지구가 돌아가고, 그랬더니 자연은 회복되는 걸 경험하면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자연을 희생시키면서 빨리, 효율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살아온 건지 살피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되면 좋죠.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었을 때 그 반성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봐 그런 부분이 걱정입니다.

Q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서 '복잡계 과학'을 언급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당시보다 현재 세상은 만 배 정도 더 복잡해진 것 같은데요. 이런 복잡한 세계를 현명하게 살아나가기 위한 현대인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사회는 복잡해졌고 복잡계 과학이라는 학문도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훨씬 더 중요해졌어요. 세상이 복잡해졌지만 복잡계 과학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세상이 운행되는 원리 자체가 복잡한 것은 아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명료한 원리이지만 그것이 얼마든지 복잡한 세상을 만들 수 있어서 그 명료한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예요. 그 명료한 메시지 안에는 '세상은 복잡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복잡하게 돌아가는지를 우리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것들이 누군가를 잠시 속이거나 한때 현혹시킬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다 드러나고 이 복잡함을 낱낱이 해부할 수 있는 정도의 사회다'라는 것을 보여주거든요. 그런 사회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은 신뢰인 것 같아요. 날마다 이슈가 바뀌는 것 같고 아무렇게나 해도 묻혀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다 기억에 남고, 그 중에 사람들은 들여다보고, 누가 옳은 말을 하는지 누가 신뢰할만한지 그걸 가려내서 그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으려고 애쓰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투명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이런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 글 : 김선경(uncanny@interpark.com)

-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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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재승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뇌공학자. KAIST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신경과학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신질환 대뇌 모델링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작은 도시 도서관에서 과학자의 강연 기부 행사 ‘10월의 하늘’을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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