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6.10 조회수 | 4,341

토마 피케티 “코로나 사태, 국채만으로 해결 못해…부자들에게 요구해야”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글항아리/ 2014년)으로 전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토마 피케티/ 문학동네/ 2020년)를 출간했다. <21세기 자본>보다 훨씬 더 두껍고(1300페이지에 이른다) 무거워졌다. 경제학책이라기 보다는 역사, 사회 등 확장된 관점으로 서술된 종합 사회과학책이라는 느낌이다. 21세기 자본에서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자본으로 증식되는 소득의 비율이 더 크다는 그 유명한 r>g공식으로 일약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가 된 피케티는 이번 책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청년기본자산, 누진소유세 등 야심차고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아래는 토마 피케티와 6월 8일 밤 9시에 화상회의 앱 ZOOM을 통해 진행된 기자간담회 인터뷰다.

Q 현재 사회의 지배구조가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가 담합하거나 번갈아 집권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눈에 띈다. 많은 한국 언론들이 이에 관한 분석에 주목했다. 아마도 한국의 현재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선 부의 재분배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서민들을 대변하는 줄 알았던 세력들이 사실은 자본과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불평등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정당 구조가 변경될 가능성, 혹은 필요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에서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의 담합을 통해 지배 정당을 형성하고 있는데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선 이러한 정당들의 변화는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본다. 그런데 그 정당들의 변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얼마나 큰 폭의 역사적 변화가 유권자들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유권자구조의 진화에 대해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비교분석하고 있는데 1950~1970년에 교육수준이나 자산, 소득 측면에서 볼 때 서민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미국의 민주당, 유럽의 다양한 형태의 좌파 정당 사민당들이 점점 그들의 신뢰를 잃고 고학력 유권자들의 정당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반면 우파 정당이나 중도 우파 정당들은 자산의 소득 상위 사람들, 즉 상인 우파들이 모여 있는 정당. 교육 엘리트와 자산의 엘리트 간에 곳곳에서 이들 사이의 공생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 때 세계화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재조정해야 하는 필요에 직면하는데 대부분의 중도좌파 정당들은 세계화나 신자유주의에 지지를 보내는 입장을 취해왔다. 기존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국제주의의 야심을 모두 포기하는 것을 좌파 정당은 어려워한다. 따라서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계층에 이해를 충족시키는 국제주의의 형태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이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이 사회연방제이다. 미국에 트럼프가 있고 프랑스에 르 펜이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 일 없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독일에서도 메르켈이 몇 달 전 극우정당인 AFD(독일을위한대안)와 지방선거에서 공조하는 일이 생겨 큰 파문을 빚기도 했다. 사실상 지구촌 소위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좌파와 우파가 재구성되고 있는 급격한 변화의 시간을 거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가 세계화에 대한 재정의를 민족주의자들의 손에 맡겨버려야 하냐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배타적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는 나라 전체를 휩쓸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아니면 대안적인 국제주의의 방식을 찾아 떠나간 서민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면서 불평등을 재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느냐의 갈림길이 있다고 본다.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가 연합을 구성한 프랑스의 경우, 이 정치세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엘리트들은 다수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인 혐오 정당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세력이 자신들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불평등,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일방적인 한가지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머지 않아 국가가 해야할 일이라는 건 국경을 지키는 일과 국가적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땐 극우정당이 자극적인 주장으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노선에 대한 토론의 장이 다시 열려야만 한다. 현 프랑스 집권 세력은 그걸 매우 어려워한다. 부유세 부활을 요구하는 높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폐지시켜버린 부유세에 대해서 집착에 가까운 완고한 입장을 고수한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의료서비스나 사회 복지 부분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입장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역사적 경제적 윤리적으로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본다. 2017년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Q 한국에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영구적인 부의 사적인 대물림을 막고자 하는 개념인 사회적 일시 소유를 제창하면서 그 방안으로 보편적 자본지원을 제시한다. 당신은 기본소득에 대해서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혹시 그렇다면 어떤 점을 우려 하시는지 모두를 위한 상속 즉 보편적 자본지원 방안이 갖는 장점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달라.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기본소득’이라는 어휘보다는 ‘최저소득’이라는 어휘를 선호한다. 기본소득이라는 어휘는 마치 그것이 모든 복지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존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나라마다 그 비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500~600유로를 넘지 않는다. 이것만으론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야심찬 시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정도의 금액은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보다 최저소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고 이러한 제도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도 소득이 없거나 낮은 사람들을 위한 RSA(활동연대소득 :월 564유로)가 있다. 물론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다 지급한다는 개념의 차이가 있지만 적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소득을 지급한다는 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세금으로 다시 가져갈 필요는 없다. 최저소득 수혜자의 범위가 좀 더 넓게 확대되고 체계화 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교육 문제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교육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종종 엄청난 위선이 담겨 있다. 이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브라만 좌파들의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소위 엘리트 양성을 위한 최고 교육기관에 사회와 정부가 투자하는 비용과 일반 대학이나 기술교육을 위한 기관에 투자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대체로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후 대학 교육에서부터는 소위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갈라놓는 교육의 질의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미국, 프랑스, 한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임금체계조정을 통한 노동자의 권리 강화라는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한다. 임금이 인상되는 속도가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 나라의 현실이다. 노동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 결정구조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달라질 것이다. 임금 체계를 가만히 둔 채, 기본소득을 통해서만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해선 곤란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적소유(자본)를 나눠 가져야 한다. 사적소유에 있어서 가장 큰 불평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세기를 거치며 소득/급여의 불평등은 실제로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산의 집중은 여전히 엄청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하위 50%가 소유하는 자산(부동산, 유가증권 등)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상위 10% 계급은 거의 60%에 가까운 자산을 소유하며 최상위 1%가 소유하는 건 25%이다. 19세기에는 이보다 더 심했다. 겨우 1~2%정도만 하위 50%가 소유했으니 그나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내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자본가들이 말하는 대로 시장이 활성화되어서 상위계급의 부가 아래까지 흘러 내려오길 기다려야 할까? 이미 너무 오래 그걸 기다려왔다.

우리는 물론 성장의 시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시기에 부의 재분배는 그다지 이뤄진 바 없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경우, 하위 50%가 차지하는 자산의 규모는 축소되었다. 30년전에 3~4%였지만 지금은 1~2%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자산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부자들만 자녀들에게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종잣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의 아이들이 만 25세에 이르면 주거를 마련하거나,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종잣돈을 사회가 함께 마련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성인들 평균 자산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12만 유로(약 1억 6000만 원)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을 분배하는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자산 집중은 전혀 분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Q 코로나19 위기가 전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 위기 이후에 사회가 어떻게 개편될 것으로 예견하는지, 그리고 이 위기에서 잘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난 경제학자지 예언가는 아니다.(웃음) 역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같은 대규모 위기가 경제 문제에 대한 지배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이 함께 놓여 있다. 유권자들, 시위대들, 시민들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들은 코로나가 촉발한 위기감에서 비롯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경우다. 이런 모든 움직임이 위기 이후의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코로나19는 매우 모순적인 두 가지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와 이를 위한 시민연대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들려오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 위기는 공중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30년간 투자가 가장 덜 된 영역(공공부문 일반)에 대한 뒤늦은 투자가 이제라도 이뤄지고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방금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했는데 스페인에서는 지난주에 최저소득에 대한 매우 야심찬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연대의 실천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경계 강화와 국가중심주의, 민족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전염병이라고 하는 재앙은 중세 때부터 역사를 통해 보건대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키우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서는 일정한 사회적 퇴행도 있을 수 있다. 현재 저로서는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편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절망감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노포비아적 광기에 미래를 맡기고 싶어 하진 않는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트럼프는 권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인물을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시기에 계속 지도자로 삼는다는 것은 사람들을 더 큰 불안에 빠지게 하니까. 유럽의 경우를 보면,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유럽연합은 여태껏 한번도 시도한 적 없던 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회원국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더 큰 난관에 빠진 곳들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그 기금 조성에 대해 투명한 방식으로 결정하지 않는 한 종국에 가서는 이 또한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갈등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불화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체계와 조세재정체계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지의 문제가 지나치게 한 줌의 전문가들 손에 던져져 있고 다수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관심사에서 멀리 있다는 건 중대한 문제점이다. 다시 한번 주장하고 싶은데 모든 시민이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문제는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지의 문제이다. 코로나19 이후에 지나친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이 일을 가능하게 하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 부유세에 대한 논의, 코로나19로 드러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신이 제시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아시아로 한정해 말씀해주신다면?

한국을 포함하여 모든 나라는 누진소유세와 누진소득세를 제정해야 한다. 소득은 1년 동안 벌어들인 것을 말하고 부는 집, 금융 포트폴리오, 사업 등 부채를 뺀 자산을 의미하는데 소득과 부 모두 당신이 국가재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누진소득세만 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득은 매우 낮은데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특히 백만장자들은 세금이나 사업상의 이유로 소득이 매우 낮다. 미국의 버핏이 자기 비서보다 자신이 더 낮은 소득세를 낸다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진소유세와 누진소득세 모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출을 언제나 국채로 해결할 수 없다. 공공보건, 공공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많은 부를 축적한 이들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이를 요구할 수 있을까?

- 글 : 김선경(uncanny@interpark.com)

- 사진 :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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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이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 책임자이며, 런던 정경대학 방문교수로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 내재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대안으로 제시한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 경제학자로 떠올랐다. 런던 정경대학에서 부의 재분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MIT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13년 이리에얀손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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