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6.02 조회수 | 2,399

‘말맛 요리사’ 성석제 “불꽃이 튀는 듯한 짧고 강렬한 순간의 포착”

※ 성석제 작가가 신간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샘터사/ 2020년)를 출간했습니다. 샘터사 편집부가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편집자 말

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 샘터에서 출간되었다. 신작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흔히 엽편(葉篇)소설이라 불리는 초단편소설은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뜻으로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손바닥 크기 분량의 소설을 뜻하는 장편(掌篇) 혹은 미니픽션(minifiction)이라고도 불리며 꽁트(conte)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성석제 작가는 인터뷰에서 짧은 소설에 대해 “우리 곁을 잠시 스쳐가는 인연과 사람들의 이야기, 용접 현장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짧고 강렬한 순간을 소설로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이렇듯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짧은 소설, 이야기 본성을 맛볼 수 있게 해"

Q 이번 책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특별히 ‘짧은 소설’이란 부제가 눈에 띕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짧은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장편소설이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총체적 국면을 긴 호흡으로 유장하게 그려내는 것이라면 짧은 소설은 우리 곁을 잠시 스쳐가는 인연과 사람들의 이야기, 용접 현장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짧고 강렬한 순간을 소설로 포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연과 필연이 모두 극대화될 수 있고 우리 삶의 세부가 낱낱이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과 이야기 본연의 본성을 맛볼 수 있게 해주지요. 개인적으로는 시와 소설, 우화와 판타지, 실험에 이르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따금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이따금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는 말씀이 참 재밌네요. 이 작품만 해도 작가님 스스로도 꽤 즐기며 쓰셨을 거란 생각이 들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집니다. 등단한 뒤 정말 열심히, 꾸준히 써오신 편인데 그 많은 작품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마치 자성을 띠고 있는 막대자석에 ‘쇳가루(예전의 은어로는 돈이었는데)’나 못이 딸려오듯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절로 쓸 거리가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혼자가 되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야 할 때, 어떤 음식의 첫맛을 보거나 초면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이야기의 섬광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전에는 대개 기억을 했는데 요즘은 메모를 합니다. 사진도 찍고요. 그 중의 일부가 ‘기억의 예술’이라는 짧은 소설로 만들어집니다. <내 생애 가장 큰 축복>도 평범한 일상이나 여행, 음식, 대화 등에서 착상된 것이 많아요. 이번 책에 담지 못한 나머지는 언젠가 다른 곳에 쓰이겠지요.

Q 그렇듯 지치지 않고 뭔가를 꾸준히 써오신 데서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작가적 성실성이 엿보입니다. 글 쓰는 일을 퍽 즐기신다는 게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경우, 작품을 쓰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집중’과 ‘완성도’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내 생애 가장 큰 축복>도 그렇지만, 어떤 소설이 만들어질 때 성패는 처음부터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그때는 끝까지 밀고 나가는 생각과 노력에 따르는 완성도가 중요해지지요. 이 두 가지가 다 충분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지기 힘들 겁니다.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엇을 향한 그리움을 항상 유지할 것"

Q 식상한 표현일 수 있지만 어떤 작가들은 원고 작업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런 고통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작가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싶네요. 작가님처럼 소설가로 이름을 얻으려면 어떤 재능이 필요할까요?

제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 같네요. 조심스럽지만 수천 년 전부터 글을 써왔던 다른 분들의 예를 본다면 무엇보다 스스로의 창작을 통해 세계에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의지의 강렬함, 그에 비례하는 시운 같은 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이란 또 하나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는 기분이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끝으로 작가로서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엇을 향한 그리움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 것. 자신과 이웃,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사람다운 온기,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것. 상상할 수 있는 현실과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 모두를 긍정할 것 등등. 그런 게 작가로서의 지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꼭 작가라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어야 할 태세이겠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성석제 작가는 이렇듯 비극과 희극이 뒤섞인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기본 재료로 삼아 특유의 해학과 풍자라는 양념을 조물조물 버무려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맛과 영양을 보장해온 최고의 요리사로 사랑받아 왔다. 총 40편의 짧은 소설로 구성된 신간 <내 생애 최고의 축복>에도 작가 특유의 ‘말맛’이 진한 사골처럼 우러난다. 코로나19 여파로 뒤숭숭한 2020년 여름, 소설읽기의 재미와 지적 포만감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이만큼 푸짐한 상차림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 사진 : 샘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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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성석제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첫사랑』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등이 있다. #산문 #해학의_아이콘 #풍자 #감동 #문학_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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