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4.28 조회수 | 1,385

만화가 정훈이 “설민석이 인기 선생님이라면 난 학교의 매점 아저씨”

※ 만화가 정훈이가 신간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생각의길/ 2020년)를 출간했습니다. 생각의길 출판사 편집부가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편집자 말

만화가 정훈이가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로 돌아왔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터줏대감으로 지금까지 자리매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여전히 호응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만화를 통해 꾸준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유쾌, 통쾌, 상쾌하면서도 유머 넘치게 그려 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우리 역사 속 잘난 척 한국사 스토리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최근 재미난 역사 콘텐츠들이 많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역사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왕조 중심의 일대기를 생각하고, 개개인들은 그저 역사적 사건을 구성하는 부품으로 여기기 쉽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굵직한 역사적 사건 뒤편에 숨겨진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내 독자들 앞에 꺼내놓는다. 기껏 농사지은 벼를 도둑맞을까 전전긍긍하며 밤새 논을 지켰던 농부들의 이야기나 여름에 더위를 이기기 위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다른 유명 역사 강사들이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면, 자신은 맛난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매점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정훈이 작가는 유쾌한 만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독자들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쾌한 조선 한가운데로 안내한다.

Q 작가님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살아 있는 역사 카툰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로 돌아오셨습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한문을 학교에서 정규 교과 과정으로 배운 세대라서 그런지 고전이 익숙해요. 고전을 읽고 번역하는 게 저의 ‘낙(樂)’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나 한국고전번역원 웹사이트에 가면 쉽게 고전을 읽을 수 있는데, 그런 곳에 죽치고 앉아서 탐독을 하며 자료 수집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지죠. 개인적으로 역사 탐구는 우울증 치료재(材)이기도 합니다.

Q 책의 내용을 보면 정말 오랜 시간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면서 탐구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진귀한 사실들이 많이 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다 찾아내셨는지요?

20여 년 전, 한 자동차 회사의 사외보에 한국사 속 뜻밖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만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평소에 습관적으로 발굴한 자료를 잘 모아 왔습니다. 오랜 시간 실록과 같은 관찬 사서나 공문서, 야사 등을 탐독하면서 이야깃거리를 모아 왔고, ‘조선에 유명한 연쇄살인마가 있었을까?’, ‘조선 시대에 공룡 화석이 발견된 적은 있을까?’ 뭐 이런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주제를 정해서 마치 수사관인양 검색도 하며 추적하고 자료를 찾아봅니다. 그런 사건 파일을 많이 모으다 보니 이런 책을 만들게 된 것이죠.  

Q 이 책은 한편으로 카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글 책이기도 한데요. 글과 그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작업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저는 글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명랑만화 작가입니다. 그림은 참 못 그려요. 하하. 원래는 만화가 아닌 글로 된 책에 그림이 양념처럼 들어가는 책을 준비하고 초고를 썼는데, 쓰다 보니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절충안이 나온 것 같습니다.

Q 오랫동안 ‘한겨레’와 ‘씨네21’에 만화를 연재해 오셨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만화를 그리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매주 새로운 영화가 쏟아지면서 소재를 던져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로서 가장 힘든 순간이 ‘백지 앞 공포’라고들 하죠. 백지를 앞에 두고 무엇을 그려야(써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가장 힘들어요. 원고를 의뢰받을 때도 ‘자유 주제’일 때가 가장 어렵죠. 주제를 던져주면 어떻게 해서든 이야기를 만들 수는 있거든요.

Q 이번 만화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유머 코드가 빛을 발합니다. 20대 맞춤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재 개그도 아닌, 전 세대를 막론하고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이 돋보이는데요. 유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시는 게 있나요?(웃음)

유머 감각이란 게 순발력이기도 한데 그게 딱히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생활처럼 몸에 배어 있다면 좋은 거죠. 캐릭터를 정해놓으면 쉽게 튀어나오기는 합니다. 저는 SNS에서 지인들과 대화할 때도 제 만화의 주인공처럼 행동합니다.

Q 최근 들어 최태성, 설민석 등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유명 작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존의 딱딱한 암기식 역사 수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분들과 비교하여 작가님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두 분의 강의를 아주 좋아합니다. 학교에 비유하면 두 분은 인기 많은 선생님들이고 저는 학교의 매점 아저씨입니다. 매점 아저씨의 강력한 무기는 맛있는 주전부리죠. 글만 있는 것보다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그림을 그린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만화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재미도 있지만, 독자의 삶에 가끔은 필요한 지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맹꽁이 서당’을 그리신 윤승운 선생님처럼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는 만화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 사진 : 정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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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훈이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남 창원에서 자랐다. 만화잡지 <영챔프>의 신인 만화공모전에 입상하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잡지 <씨네21>과 <청년의사> 신문에 20년 넘게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위클리 공감>에 ‘이슈를 품은 역사 이야기’를 연재했다. 수학은 빵점을 맞아도 국사는 만점을 받았던 학창 시절을 보냈고 고전 읽기와 번역, 역사 자료 수집이 취미인 역사덕후이기도 하다. 한때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기도 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훈이 만화》, 《트러블 삼국지》 등이 있으며, 《야매공화국 10년사》, 유시민 작가와 공저한 《표현의 기술》 등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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