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20.04.28 조회수 | 1,845

노중일 “50대, 꼰대 아닌 첫 번째 기성세대가 됩시다”

※ 노중일 작가가 첫 번째 에세이 <50 SO WHAT>(젤리판다/ 2020년)를 출간했습니다. 젤리판다 출판사 편집부와 작가가 진행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그 시절, X세대 소년 소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풍요와 개성을 맛 본 첫 번째 세대. 하지만 늘 최고의 경쟁률에 시달리고, 초유의 국가부도, 금융위기를 살아낸 그들. 1971년생. 2020년, 그들이 오십 세가 되었다. <50 SO WHAT?>을 쓴 노중일 작가 또한 올해 쉰 살을 맞았다. 그는 뜨겁고, 날이 선 인생을 살았다. 시련과 좌절, 극복의 삶을 반복해왔다. 담금질의 결과, 인생 절반쯤 와서야 비로소 둥글어진 사람이다. 저자는 <50 SO WHAT?>’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희로애락을 솔직히 담았다. 그리고 ‘꼰대 아닌 첫 번째 기성세대가 되자’며 동년배의 새 역할을 제안하고,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가야할 미래를 균형 있게 바라본다.

Q <50 SO WHAT?>의 노중일 작가님, 독자님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조심스럽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이 사회의 중추인 저를 포함한 50대 동년배 친구들의 안녕이 염려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난 세월 쌓아온 지혜와 굳건한 마음으로 각자 이 난관을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Q 작가님께서는 올해 3월 26일, 딱 쉰이 되셨는데요. 감회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다.’ 마흔 아홉이 되면서 이 말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심리적으로 낯선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라는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마흔 아홉 한 해 동안 매일 매일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니, 자책은 어느새 자신에 대한 격려로 바뀌었습니다. “애쓰며 살았구나, 그만하면 되었구나”라는 위안의 말이 제 안에서 나왔습니다. 1년에 걸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거치니 50을 훨씬 편하게 맞이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50의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Q 작가님께선 특별한 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기자, 노조위원장, 정치인 참모...그리고 현재 학생, 그리고 교육기업 경영인이시지요. 하나의 삶을 떠나고, 다른 삶으로 향하실 때마다 작가님을 움직이게 한 동기, 유인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누구나 각자의 인생은 특별하죠. 저도 그냥 제 인생을 제 나름대로 산 것입니다.  

저도 한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후 정론직필하는 대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구조에서 권력과 돈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 능력이 부족했고, 그 길을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고,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의 참모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직장과 직종을 옮겨가도 이 세상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동년배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그리고 사회를 위해. 다들 노력하고 살고 있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들도 있지만 우리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전 우리 모두가 다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책은 추천사부터 남달랐어요. 보통의 책에는 추천사에 그 사람의 직함부터 먼저, 크고 두꺼운 글씨로 넣잖아요. 작가님 책에는 추천해주신 분의 이름과 생년월일밖에 없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앞 질문에 대한 답과 일맥상통합니다. 직함이 온전히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 자기 인생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들을 직함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저의 친구라는 것이 중요하지 그들의 직함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 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동년배인 1970년대 생들을 위한 책입니다.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쓴 책에 대한 추천사는 저명인사가 아니라 친구와 선후배에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책 속에서 ‘꼰대가 되지 않는 첫 번째 기성세대’가 되자는 당부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꼰대 아닌 기성세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거기 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1970년대 생은 처음으로 획일성에서 벗어나려 했던 세대입니다. X세대라는 이름이 붙었죠. 저도 저만의 개성이 무언지 고민도 했습니다. 저마다 다양성을 추구했고, 타인의 선택도 너그러이 받아들였던 첫 번째 세대입니다. 그래서 문화계 쪽에 유독 70년대 생 리더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기성세대가 됐습니다. 우리가 누렸던 다양성을 후대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세계를 누비는 한국인 스타들이 하나 같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은 “즐긴다”입니다. 뛰는 놈, 나는 놈보다 더 센 놈은 ‘즐기는 놈’입니다. 우리 세대도 다시 한 번 삶을 즐기는 자세로 살아보고, 우리 후세대들의 다양한 ‘즐김’에 대해서도 박수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가치관으로 신명나게 사는 시대를 여는 ‘멋진 기성세대’. 이게 제가 생각하는 꼰대 아닌 첫 번째 기성세대의 모습입니다.

Q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서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이른바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언제일까요?

ITV가 문을 닫고, 조합원들과 함께 2년 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방송사 사업권을 땄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인생에서 다시 맛보기 어려운 환희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조직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과 MB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 때문에 곧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 노조위원장이었고, 친 정부인사인 낙하산사장 저지 싸움에서 졌고, 사직하고 회사를 떠날 때 죽음까지 생각했습니다. 인생 최고의 환희 다음에 다가온 시련이라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Q 코로나 사태에 대한 우려와 기도의 글이 보였습니다. 50세가 맞는 세 번째 위기라고 강조하셨는데, 경영인으로서, MOT(기술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 경제전문가로서 현 코로나 사태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자는 인류의 역사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전 세계가 촘촘히 밀집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류가 전염병에 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가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것이 바뀔 것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고, 세계화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접촉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크게 바뀔 것입니다.

미래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설계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After Corona 시대는 누가 먼저 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힘을 집중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국가, 조직, 개인들이 각각의 층위에서 AC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얼마 전 정치권과 언론계 있는 후배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After Corona 시대를 그려보는 대기획을 해보자. 기성세대가 내려 주는 답이 아니라, After Corona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기획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리는 바람직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걸 만들어 보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성세대도 답이 없다. 젊은 세대가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전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만이 그러한 과감한 대기획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그러한 판이 깔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우리 세대의 역할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Q 끝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친구는 자칫 형벌 같을 수 있는 세월을 견딜 수 있게 신께서 보내신 수호자입니다. 제가 겪은 많은 시련들을 극복하는데 친구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또 한 번의 시련 앞에 섰습니다.

이번 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릅니다. 첫째, 복합적 위기입니다. 생명의 위기, 자본주의 위기, 기존 질서와 관계망의 위기입니다. 누구도 명쾌하게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고, 위기의 지속시간도 엄청나게 길 것입니다. 둘째, 이번 위기를 해쳐나갈 중추적 세대가 바로 우리입니다. IMF와 금융위기 때에는 선배세대를 따라가면 됐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후세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여줘야 합니다.

참 어려운 시대, 어려운 소명을 맡았습니다. 적지 않은 동년배 친구들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설혹 넘어지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견뎌온 세월이 우리에게 새겨놓은 지혜와 경험을 믿고 다시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이제 큰 숨 한 번 내쉬고, 굳건히 견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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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노중일

마흔아홉 초입, 반백을 앞두고 문득 ‘난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게 됐다. 답을 찾으려 1년간 매일 글을 썼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직 남은 50년을 계획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앞으로 남은 50년,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하며 살기를. 어느 것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내 뜻대로 해도 세상의 이치에 어그러짐 없기를. 이를 위해 매일 정진하기를. 그 노력들이 모여 마침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주리라 믿으며 오늘을 살고 있다. ITV, OBS 기자, 노조위원장, 충청남도 메시지팀장을 지냈고, 現 비상교육 Geo Company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서강대 정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언론대학원,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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