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10.10 조회수 | 707

‘일이’ 작가 “추억 속 동그라미 찾으며 삶의 자세 다잡았어요”

※ 일이 작가가 신간 <안녕, 동그라미>(봄름/ 2019년)를 펴냈습니다. 봄름 출판사 편집부가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그림을 그리는 ‘키미’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팀이자 부부인 ‘키미앤일이’에서 글을 쓰는 ‘일이’가 단독 에세이 <안녕, 동그라미>를 출간했다. 그동안 키미앤일이의 이름으로 선보였던 책이 부부가 함께했던 작업과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에서는 저자 개인의 이야기와 감정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란 노랫말을 흥얼거려본 적 있는가? <안녕, 동그라미>는 바로 그 ‘동그라미’에 관한 단상집이다. 아내의 진갈색 눈동자에서 시작해 사과, 동전 파스, 풍선, 카스텔라, 드래곤볼, 공, 생활 계획표, 혓바늘 등을 거쳐 혈액형 O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양한 형태, 색상, 질감을 가진 60개의 동그라미들을 관찰하고, 그때 떠오른 애틋한 감정과 유쾌한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동그라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지금껏 살아온 모습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자세를 다잡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익숙함에 속아 잃어버린 소중한 감정, 잊고 지낸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다면 동그라미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햇살처럼 빛나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Q <안녕, 동그라미>를 보면 우리 주변에 동그라미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동그라미들이 나와요. 책의 주제로 ‘동그라미’를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첫 에세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보겠습니다>를 출간하고 나서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고 싶었습니다. 아직 작가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하고 서툰 저에게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녹록하지 않은 일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아내(키미)가 제안했습니다. 특정 주제를 잡는 게 힘들다면, 사물에서 이야기를 추출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동그라미였어요. 네모나고 세모난 것도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동그라미라 불리는 동글동글한 것들이 귀엽게 느껴졌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 느낌이 좋아서 ‘동그라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책에 ‘동그라미를 찾는 여정’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해요. 동그라미를 찾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리는 과정들이 어떤 의미에서 여행이 되었나요.

평상시 동그란 물건들을 바라볼 때는 이랬습니다. 가령, 그 물건이 컵인 경우는 ‘물 한잔할까?’ 또는 ‘목마르네’ 혹은 ‘오~ 이 컵 귀엽군’ 아니면 ‘……’ 이 정도가 대부분이었죠. <안녕, 동그라미>를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컵에 담긴 저의 추억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이 컵! 내가 왜 샀더라? 아! 예뻐서 샀지!’에서 생각이 그쳤죠. 그런데 계속해서 그 당시의 시간들을 떠올리다보니 그 컵을 발견하게 된 그때의 상황, 그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 그리고 당시의 기분들이 하나둘씩 기억나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들이 반복될수록 동그란 사물 속에 스며든 저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마치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기억 한편에 늘 존재하던 추억이었는데 잊고 지내던 것들이었죠. 그 과정은 마치 여행지에서 우연히 멋진 카페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과 같았어요. 현지인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그런 곳 말이에요. 그런 카페를 찾은 기쁨은 실제 여행에서도 굉장히 멋지고 설레는 일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동그라미를 찾는 여정’은 아주 멋진 추억 여행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안녕, 동그라미>가 일이 작가님의 첫 ‘단독 에세이’라고요. 그동안 키미앤일이라는 팀명으로 그림 위주의 책 작업을 해오다가 작년에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보겠습니다>라는 키미앤일이의 첫 에세이가 나왔는데, 이번 책의 ‘단독’이란 타이틀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그 책의 저자 역시 제가 맞습니다만, 책의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는 말 그대로 저희 둘이 함께했던 작업과 일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안녕, 동그라미>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초점을 맞추면서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아내에게 이야기한 후로 아내는 계속 제가 글을 쓰고 저의 이름으로 글 작업을 계속해나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 대해 많은 응원을 해주었고요. 반대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아내가 그림으로 전시를 하게 될 때 ‘단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키미’ 또는 ‘김희은 개인전’ 이런 이름이 되겠죠.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Q <안녕, 동그라미>를 보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제라도 해봐야겠다’ 하는 다짐들이 나와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도 매일 아침밥을 차려주시며 ‘컵라면’을 먹지 못하게 하셨던 어머니에게 이제라도 감사했다고 말해야겠다(「육개장 사발면」 중에서),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공’이 여전히 무서운지 주말에 아내와 함께 공놀이를 해봐야겠다(「공」 중에서), 같은 것들이요. 해보셨나요? 여러 다짐 이후의 근황이 궁금해요. 

책에 있는 모든 다짐들을 실천에 옮기진 못했지만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비록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조금 더 부모님께 살가워지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고백하자면, 무심한 아들이거든요. 아 그리고 매우 소소하지만 노력의 결과물은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저로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요. 바로 며칠 전에 용기를 냈지요. 어렸을 적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한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그에 대해서 묻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겨우 이 정도의 일이지만 저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에피소드랍니다. 공놀이는 아직입니다. 막상 하려니 무서워져서…….

Q 책에 실린 60개의 동그라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동그라미는 무엇인가요? 최근 작가님의 마음에 와 닿은 새로운 동그라미가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동그라미는 '구슬'입니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때에 그 시절의, 그 순간의 제가 요즘도 계속 떠오르곤 합니다. 그 시절의 내가 용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나봅니다.


최근 새로 마음에 와 닿은 동그라미도 있어요. ‘고대 점성술’을 취미 삼아 탐구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의 별점을 보더니 “넌 바람이야”라고 하더군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람이라는 표현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때마침 바로 얼마 전, 바람을 느끼며 유랑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쿠터를 한 대 장만했는데 동그란 스쿠터의 바퀴가 자연스레 떠오르더군요. 이 스쿠터와 바퀴, 동그라미 그리고 바람. 아 이런 걸 두고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Q 동전, 신호등, 우산, 밥그릇 등 책에 담긴 60개의 동그라미들은 모두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존재 자체가 당연해진 것들이에요. 이토록 익숙한 것들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견한 이후 그것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일상을 보내는 태도가 달라졌나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나서 한동안은 동그라미로부터 발견했던 의미나 추억들이 스치듯 떠올랐어요.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인가봅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기대는 있습니다. 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다시금 동그라미들과 마주하게 될 순간이 자연스레 찾아오리라는 기대와 그 순간을 향한 설렘이요. 그땐 아마도 또 다른 동그라미들이 기다리고 있겠죠.

Q 마지막으로 <안녕, 동그라미>와 동그라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할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동그라미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꼭 한 번쯤은 사물에 담긴 여러분들의 추억을 찾아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예상치 못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사진 : ‘일이’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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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일이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리저리 유랑하다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며 저 자신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와 따로 또 같이 여전히 삶을 유랑 중입니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바다를 동경합니다. brunch.co.kr/@kimi12 instagram.com/and_12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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