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09.20 조회수 | 2,806

[40대 싱글로 산다는 것②] 김용운 “한국사회, 혼자 사는 사람들 대비 못 했다”

기획 인터뷰 ‘40대 싱글로 산다는 것’의 또 다른 인터뷰이는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덴스토리/ 2019년)을 출간한 김용운 기자다. 43세로 일간지 ‘이데일리’에서 15년째 기자로 활동 중인 그는 스스로를 무혼(無婚)인이라 소개했다.

“미혼인가, 비혼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혼(無婚)인 것 같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데일리’라는 매체에서 15년째 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건설부동산부에서 국토교통부와 건설사 등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Q 시작부터 이런 질문 죄송하지만 미혼이세요, 비혼이세요?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미혼인가, 비혼인가. 생각해보니까 무혼(無婚)인 것 같아요. 혼인에 대한 생각이 없는. (기자 : 새로운 표현을 창시하셨네요) 기자들이 원래 그런 거에 민감합니다. 비혼이나 미혼이나 양자택일 하는 거잖아요. 무혼이라고 하면 좀 빗겨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Q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 질문은 저희 어머니가 주기적으로 하시는 질문이에요. “너 왜 안 하냐.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냐” 결혼은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결혼 제도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죠.)

Q 에세이를 출간하셨는데 에피소드가 전체적으로 웃픈(웃기고 슬픈) 경향이 있어요. 책에 실제 생활이 얼마나 반영됐나요?

책에 있는 에피소드는 100%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기반으로 했고요. 글을 위해서 약간의 과장을 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다만 오해를 하고 계신게 “너 정말 이렇게 궁상 맞게 사느냐”, “이렇게 웃픈 상황에서만 사느냐”고 하는데 책에 있는 모습이 다 저는 아니겠죠. 어쨌든 간에 제 생활의 단면이 다 들어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Q 결혼하지 않은 현재의 삶을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무시 받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술자리의 놀림감은 되고 있죠. 남자가 장가 안 가고 있다고 하면 다 한 마디 할 수 있거든요. 그럴때는 서글플 때도 있지만 ‘나 하나 희생해서 술자리가 즐겁다면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결혼 안 했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가요?


일단 처음에는 묵음이죠. 기자다 보니까 사람들을 만나서 가벼운 스몰토크를 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그때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 아기 교육 문제라든가 가족 이야기인데 저도 당연히 그런 범주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고 “기자님은 아기 어떠세요?” 같은 질문을 하시는데 제가 “미혼입니다”라고 하면 싸해지죠.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만나서 할 얘기가 가족 얘기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만나서 화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제한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다들 그냥 응당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가족 얘기를 하다 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잖아요.

Q 결혼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나요?


부럽다기보다 신기하죠. 친한 친구들이니까 저는 그 사람의 정제되지 않은 모습들을 봤을 거 아니에요. 내가 봤던 모습과 다르게 이성에게 매력적인 모습이 있어서 결혼을 하는 구나 싶죠. 난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을텐데… 그런 게 좀 신기하죠.

“한국 사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비를 못 했다”

Q 20~30대 혼삶(혼자 사는 삶)과 40대의 혼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통장이 가장 크죠. 보통 결혼 비용이나 집 사는 비용 때문에 통장에 찍히는 돈은 많이 없는데 40대에 혼자 살게 되면 지출의 영역에 있어서 둘이 살 때보다는 비용이 덜 드니까요. 또 달라지는 게 있다면 30대까지만 해도 서로 비슷한 세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각자의 인생들이 시작되고 그 레이스를 가고 있는 게 보이거든요. 그게 가장 다른데 그 지점에서는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죠.

Q 내가 생각했던 40대와 지금의 모습은 닮아 있나요?


저도 ‘예전에 이런 모습을 꿈꿨나’ 생각해보니까 40대 이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30대 지나면서부터는 그 이후의 모습을 그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이유를 고민해봤더니 세상을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뭔가를 정해놓고 어떻게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들고, 주어진 일과 주어진 책임을 다하느라고 자기를 생각할 시간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Q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에 40대 싱글이 겪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대한 언급이 있어요. 이를 테면 청약 가점 같은 제도요. 기자님께서도 느끼시는 바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담당하는 부서가 부동산 쪽이다 보니까 청약가점을 보면서 많은 폐해를 느꼈습니다. 청약가점에서 부양가족의 점수가 많거든요. 그런데 혼자 사는 사람들은 부양가족에서 가점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 다음에 걱정이 되는 건 병원 같은 데 갈 때죠. 30대까지만 해도 괜찮은데 40대쯤 돼서 흔들리는 것이 병원 갈 때 거든요. 부모님이 연로하시거나 돌아가시기도 하다 보니 병원에 가면 보호자를 데리고 와야지만 수술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 1인 가구들이 갖고 있는 불안한 지점들이 있어요. 정책적 배려가 들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즘에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아직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 대비를 못 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기사를 보면 그때 이미 2020년에는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질테니 사회적인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사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거죠.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보다 불행하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더 중요”

Q 혼자 잘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은 책에 많이 쓴 내용인데 기능적으로는 살림하는 능력. 정서적으로는 ‘인간은 어차피 혼자다’라는 확고한 철학. 텐트를 치고 산에 올라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비박을 한창 했었어요. 그때 올라가서 보면 아무도 없거든요. 밤에 혼자 있는데 ‘사람 다 이런 거 아닐까… (싶더라고요)’

Q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려OO을 꼽는다면?

고양이를 입양했는데 자다가 눈을 뜨면 옆에 뭐가 있어요. 털을 날리면서… 걔를 보고 있으면 생명과의 교감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이 이런 거구나 느끼죠. 페르시안 친칠라인데 유기묘였던 친구를 입양했어요.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고양이라서 유기가 됐을 거라고 추정해요. 자주 긁거든요.

얘가 아플 때 제가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그 존재로 인해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게 어쩌면 식구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폭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만약 이 친구(고양이)가 없었으면 이 폭을 몰랐을 거고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또 얼마나 교만하게 사람들들 평가하고 이야기를 했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는 40대 이후에 했던 선택 중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혼자 잘 살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뭘까요?


혼자 사는 삶에 대해서 너무 의식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혼자 산다고 의미부여할 수 있는 분들은 성직자 분들이시겠죠.

Q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한다면?


음, 인터파크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제 책이 좀 더 있는 것? (웃음) 요즘 어떻게 하면 잘 늙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하거든요. 거울을 봤을 때 ‘내가 왜 이렇게 멀리 왔을까’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사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10년 뒤에 내가 기자를 하고 있을까?’ 라는 제 또래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건강할까’. ‘부모님들은 어떻게 계실까’ 이런 생각들.
나이를 먹어서라는 전제를 붙이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불행하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40대의 혼삶러로서 내가 바라는 것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게 ‘왜 주변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가’였어요. 기본적으로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행복이라든가 보람, 의미, 소통, 교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게 제가 30대를 지나오면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의식이었거든요.

20대 때 봤던 사람들 다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는데, 기성세대가 돼서 보면 조금씩 다 흑화되고 있어요. 흑화되는 요인이 뭘까 생각을 해봤더니 일상에서의 작은 틈들을 보지 않고 큰 것만 좇고 허상들만 좇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의 단면들을 혼자 사는 입장에서 끄집어 내려고 했던 거고,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가져가면 ‘내 삶이 대단하진 않더라도 불행하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책에 적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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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김용운

원빈과는 전혀 다른 그냥 아저씨. 보고 듣고 읽고 묻고 쓰는 게 취미이자 생업. 유기묘 송이의 보호자. 월급 생활자이자 간헐적 여행자. 살림하는 이들을 존경하며 장래희망은 담담하고 소탈하게 사는 것. 앞으로도 결혼생활 무경험자로 살겠다는 목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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