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08.21 조회수 | 3,721

소설가 김애란 “영향력 강해진 ‘유튜브’를 자주 생각해요”

드라마나 TV쇼가 끝났을 때 갑자기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제작진을 비출 때가 있다. “지금까지 쇼였고 이 모든 건 이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픽션이 다큐가 돼 다시 현실로 튕겨져 나오는 이 순간이 좋다. 이 장면에서처럼 작품뿐 아니라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편이다. 기자가 대학교 1학년 때 데뷔한 김애란 작가의 소설들은 청춘기를 함께 해온 좋은 친구였다. 따라서 약간의 스토커 기질을 발휘해 작품뿐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애란 작가는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거나 자주 자신의 얘기를 하는 부류가 아니다. 그렇게 애꿎은 책 날개 사진만 바라보기 17년째. 드디어 김애란 작가의 산문집이 나왔다. <잊기 좋은 이름>(김애란/ 열림원/ 2019년). 20년간 ‘맛나당’이라는 손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손에서 자라난 어린 시절 김애란부터, 처음 대학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고향 마을에 걸린 현수막으로 웃지 못한 고초를 겪은 신인 작가 김애란, 성숙한 작가로 성장한 김애란에 이르기까지…어쩌면 그녀처럼 80년대 초반에 태어나 성장한 사람이라면 책 속에 등장한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한두 개쯤 공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을 경험하고 수용하는 작가의 감각만은 남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의 첫번째 산문집인만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허나, 일정 탓에 얼굴을 보는 대신 이메일로 진행하기로 하게 된 인터뷰. 출판사에 질문지를 보내놓고 기다렸으나 어쩐 일인지 보름이 다 되도록 깜깜무소식. 불안한 마음에 확인 연락을 취해보니 출판사는 작가에게 질문지도 전달하지 않은 상태란다. 하마터면 책 제목처럼 ‘잊기 좋은’ 인터뷰가 될 뻔했다. 천신만고 끝에 작가에게 가 닿은 물음들에 대해 작가가 정성스레 보내온 답변을 공개한다.

“나는 활자노동자...요약하고 정리하며 느끼는 쾌감을 조심하려고 해요”

Q <바깥은 여름>에서 조금은 예감했습니다만 이번 책을 읽으며 역시 여름은 작가님께 특별한 계절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올해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올 여름은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과 함께 했습니다. 책을 소개하고 독자 분들을 뵙는 자리를 자주 가졌고요. 책 이름이 <잊기 좋은 이름>이다 보니 책 안깃에 지인이나 독자 분들 성함 적을 때마다 소중하고 각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Q 작가님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연필로 꾹꾹 눌러썼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평소 작가님의 글쓰기 습관이나 패턴 같은 것이 궁금합니다.

글쓰기 전 주위를 정리하는 버릇이 있어요. 빨래를 개고, 설거지한 그릇들을 정리하고 주변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려 하는데요. 내가 눈앞에 어떤 일을 ‘미루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 받으며, 더 이상 도망칠 구실을 만들 수 없단 사실에 항복하며 책상에 앉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여름의 속셈’이란 글에 나이에 관한 내용이 나와요. 이 글을 쓸 당시 서른다섯 살이던 작가님께선 곧 마흔의 나이에 접어드십니다. 김연수 작가도 마흔이란 나이에 깊은 의미를 두신 적이 있지요. 작가님께서도 마흔 살이 되면서 특별한 위기감이나 다짐 같은 것을 품으시나요?

경험과 지식이 쌓여 유연해질 수 있는 시기이지만 동시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기기도 쉬운 나이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기가 몸으로 경험한 걸 더 믿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특히 저 같은 활자노동자들은 무언가를 직관적으로 빨리 요약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고 분명 그때 느끼는 쾌감들이 있거든요? 그 쾌감을 조심하려고 해요.

Q 위 질문과도 연결될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신예로 등장하셨죠. 이제는 어엿한 중견 작가가 되셨는데요. 혹시 글쓰기에 있어서 데뷔 직후와 지금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조금 더 직업의식이 생겼고요, 문학에 대한 환상 없이 문학을 더 좋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해요.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순간도 적지 않지만 과거의 나에게 너무 엄격하지도, 미래의 나에게 너무 관대하지도 않은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려 하고 있어요.

“감각도 훈련…잘 느끼고 기억하려면 평소에 그런 ‘몸’을 만들어놔야 해요”

Q 조금 거칠게 단순화 해보면 소설은 남의 이야기이고, 산문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 내 이야기를 쓰는 것 중 어떤 쪽이 더 즐거우신가요?

소설은 운이 좋을 경우 내가 모르는 곳에 도착하는 즐거움이 있고, 산문은 내가 아는 것을 재발견 혹은 재조명하며 느끼는 기쁨이 있어요. 장르의 구분을 떠나 두 개 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미처 의식 못했던 데 도착할 때 기쁘고요, 품은 비슷하게 드는데, 책상에 앉기 전 보다 두려움을 주는 쪽은 역시 소설인 것 같네요.

 

Q 헌책방에서 책을 찾는 이야기가 나와요. 오늘날의 작가님을 만든 중요한 책을 한 권만 꼽아주신다면요?

저를 만든 중요한 책이란 아무래도 저를 ‘다음’으로 데려가준 책일 텐데요, 제 세 번째 단편집인 <비행운>을 꼽고 싶습니다. 첫 책을 냈을 때 어리둥절함과 두 번째 책 출간 후 설렘과 달리 세 번째 단편집을 냈을 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가 작가인가?’ 자문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실감과 자문이 다음 걸음을 디딜 때 제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건 작고 사소한 순간의 소중함이에요. 이번 산문집 중 ‘그때 우리의 체중을 받치는 건 소파 다리가 아니라 바로 그 몇 개의 작은 반짝거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란 문장이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렇게 순간을 제대로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감각도 훈련이라 무언가를 잘 느끼고 기억하려면 평소 그런 ‘몸’을 만들어놔야 하는 듯해요. 우리가 좋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볼 때도 막연히 어떤 느낌이 내게 다가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노력하며’ 듣고, ‘생각하며’ 봐야 하잖아요? 제겐 독서나 메모가 저를 둘러싼 세계를 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느껴져요.

Q 이번 책에는 몇 편의 여행기도 실려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한 곳의 여행지를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떤 도시를 권하시겠어요?

그동안 운 좋게 여러 도시를 다녀볼 수 있었는데요, 훗날 제게 그 장소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 도시 그 자체보다는 그곳에 누구와 갔는지 혹은 거기서 누구를 만났는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여행지에서 건물 보는 것보다 사람 보는 게 더 좋기도 하고요. 그래도 한 곳 골라본다면 터키의 이스탄불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여러 문화가 뒤섞인 상업도시의 활기와 종교적인 분위기가 평온하게 어우러져 길을 걷는데 지루하지도 또 피곤하지도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세상에 완전한 애도, 완벽한 극복은 없어요”

Q 3장에선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세월호 사고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 사건들이 발생하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시간 흐름 속에 약간이나마 심정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그때의 사건을 지금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사고 당사자는 물론이고 당시 국가권력의 폭력을 목격한 모든 이에게 상처가 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문제를 규명하고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세상에 완전한 애도, 완벽한 극복 같은 건 없지요. ‘극복’이라는 말도 당사자 외 다른 사람이 할 수 없고 해선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가장 관심 갖는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우리가 어떤 서사를 경험하는 방식으로서 가장 영향력이 강해진 매체, 유튜브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기사가 나오면 유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 낸 산문집 다음으로 선보일 작품은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 될 것 같고요. 진도가 잘 나가면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라도 내년 즈음 독자 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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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작가소개

김애란

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서산에서 자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을 2003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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