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06.21 조회수 | 2,807

정우성 "난민이 겪는 아픔, 대한민국 근대사의 아픔과 맥락 같아"

2014년부터 5년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배우 정우성이 그간 세계 각국의 난민들을 만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 에세이집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 원더박스/ 2019년)을 펴냈다. 처음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될 수 있다면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배우로서 바쁘게 활동하는 중에도 매년 빠짐 없이 난민촌을 방문했고, 지난해 제주 예맨 난민 이슈로 불거진 국내의 격한 논쟁 속에서도 굽힘 없이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변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이번 책을 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감정적이 되지 않고 최대한 덤덤하게 책을 써내려 가려 했다는 그는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도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책을 본 후) 여러분이 느끼는 이해와 감정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사회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가는 정우성의 모습에서는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의지와 따스한 인간애, 깊이 있는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전한다.

"난민이 겪는 아픔, 대한민국 근대사의 아픔과 맥락 같아"

Q 지난 5월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을 만나고 왔다고. 2017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어땠나.(이날 강연회에서는 정우성의 방글라데시 난민촌 방문 현장을 담은 짧은 영상이 상영됐다.) 


그곳의 온도가 40도인데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막사에) 들어가서 앉는 순간 계속해서 땀이 흐른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임시 캠프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는 한 어머니가 보여 말씀을 나눴었고, 그 이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이번에 다시 방문했을 때 수소문해서 그 분을 만났는데 처음보다는 조금 안정된 것 같더라. 내가 하도 비 오듯이 땀을 흘리니까 그 분이 나를 보며 웃으시더라. 나는 그곳에 잠깐만 간 것이지만, 계속 거기서 생활하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아이들이 어떤 환경과 기후를 견디면서 지내는지 영상을 보면서 짐작해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Q 그들은 왜 난민촌으로 내몰린 것인가.  

모든 난민은 분쟁, 전쟁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가족과 본인의 안전을 위해 자국을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혹은 자의에 의해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Q 로힝야 난민의 경우는 어떤가. 

로힝야 민족은 제국주의의 폭정에 의해 버려진 민족이다. 긴 시간 동안 미얀마에 살면서 그 나라를 조국으로 믿고 생활했는데, 역사적 악연에 의해서 미얀마의 국민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많은 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미얀마 정부의 정치적 입장도 정리돼야 해서 국제사회의 도움과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많은 경우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분쟁과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근대사회를 거치면서 겪은 아픔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그런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민 전체를 범죄 성향 가진 집단으로 규정해서는 안 돼"

Q 평소 난민을 먼 나라 얘기로 생각했는데, 작년 예맨 난민들이 제주도로 오면서 난민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된 것 같다. 당시 난민들이 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등의 무서운 얘기도 많았는데.


그분들이 현재는 대부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서 (제주에) 체류하고 있는데, 그건 임시적 체류일 뿐이다. 그분들에게 주어진 권리는 그렇게 크지 않다. 3개월에서1년 동안의 체류 허가이고 언어적 제약도 있어서 취업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실제로 얼마나 (취업이)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 분들의 기초생활을 지원하는 거라고 오해하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체류 허가가 주어진 것일 뿐, 그들이 자력으로 생존해야 한다. 그들 역시 동정을 받기보다 자력으로 자신의 생활을 재건해 나가길 바라지만, 생계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Q 그 이슈를 계기로 유엔난민기구 후원금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그렇다(웃음). 어떻게 보면 좀 자극적인 뉴스나 정보에 의해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분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민에 대한 후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차분히 늘어난 것 같다. 사실 우리 나라 국민이 얼만큼의 온정을 갖고 있냐 하면, 개인 후원금이 세계 2위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개개인의 의지는 굉장히 크고 따뜻한 국민들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Q 당시 난민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면서 온라인에 악플도 많이 달렸고, 비판도 받았다. 배우로서 그런 악플과 비난을 받는 것이 무섭거나 놀라지는 않았나.  

놀라긴 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반대의 목소리가 어떤 이유로, 어떤 관점으로 전달되는지 알기 위해서 온라인에서 여러 매체의 댓글을 차분히 봤다. 그 중에는 마음을 딱 닫고 배타적인 성향을 갖고 움직이는 집단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데 ‘정말 이게 사실인가’하는 순수한 우려를 갖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런 분들께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드리는 게 이 담론을 좀 더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겠다고 생각해서 차분히 접근하려 했다.

내가 배우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많이 걱정하기도 했지만, 친선대사로서는 그들이 어떤 역사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인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난민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같은 상황에서도 개개인의 성향마다 각자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나도 두렵다. 그러나 난민 전체를 범죄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 오히려 고국이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알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이 정신차리고 살다가 나중에 고국에 평화가 오면 자존감을 지키고 돌아가야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주에 있는 예맨 난민 중 어떤 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버스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 고스란히 경찰서에 가져다 준 사례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면 자신들 공동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 또 그들은 사회보장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고, 생계나 아이들의 교육 등도 보장이 안 돼 있어서 오히려 그들이 생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절박해도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Q 이번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


(난민 지원을)반대하는 이들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키고 강요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애초 친선대사 활동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내 활동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내면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난민 이슈가 뜨겁게 지나가고 나서 올해 책을 내게 됐다. (난민 지원을)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모두 어느 쪽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게 우리 사회의 담론이 성숙해지는 방향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얘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고 가볍게 쓱 보시면 좋을 것 같다.

Q 책을 쓰면서 어떤 것이 제일 어려웠나. 

내가 어떤 입장을 주장하면 안 되지 않나.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이 절박해도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고, 감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담담하게 담아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도 그동안 난민캠프에서 경험한 것들이 스스로도 정리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Q 책을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그건 독자 분들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고 덮을 때 각자 느끼실 것이다. 여러 다른 생각의 돌출을 바란다. ‘내가 말하고자 한 건 이것입니다’라고 규정짓고 쓰지는 않았다. 나는 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보니 여러분 모두가 가질 수 없는 기회를 갖고 (난민촌에) 가는 것이고, 거기서 내가 본 것을 그대로 전달했을 때 여러분이 느끼는 이해와 감정은 온전히 여러분들의 것이다.

Q 처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된 것이 2014년이었는데, 이렇게 오래할 줄 알고 있었나. 

그 때도 될 수 있으면 오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연한 결심이었지, 실제로 이렇게 오래 이어질지는 몰랐다. 5년 지나고 돌아보니 나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5년은 채웠네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Q 해마다 빠짐 없이 난민촌을 방문하고 열심히 활동해왔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나. 사명감 같은 것인가.


사명감이라고 하기 보다, 그들도 같은 인간이지 않나.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보고 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해마다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난민촌을 방문하면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있고, 어른들은 어두우면서도 굳은 얼굴로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볼수록 인간이라는 존재, 우리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더 생각해 보게 되더라.

Q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삶의 철학도 달라졌을 것 같다. 5년전의 정우성과 지금의 정우성은 어떻게 다른가.


늘 감사하다. 그 전에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를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난민촌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누리는 이 사소한 일상에서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다는 걸 더욱 깨닫게 된다. 시시각각의 값어치, 우리가 맺는 관계의 값어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늘 감사하게 된다.

Q 앞으로 몇 년 더 친선대사로 활동할 생각인가.


글쎄. 유엔난민기구에서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할 것 같다(웃음). 아직은 그만둬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고 건강도 괜찮고, 일년에 한 두 번 (난민촌에) 갈 수 있는 여력도 된다.

Q 기타 다른 계획은.


친선대사로서는 이번 도서전을 통해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다녀온 미션을 잘 정리해야 하고, 그 다음엔 서서히 다음 캠프 행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Q 끝으로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읽게 될 미래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일단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러분의 생각을 결정하라고 보여드리는 책이 아니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사실 난민 문제 안에는 현실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의 큰 고민도 들어 있다. 난민을 바라볼 때 당장 물질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일차원적인 이해보다는 지구상에 난민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 질문1)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책을 내신 만큼 평소 ‘책’이라는 매체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듣고 싶다.  

책이란 사고의 확장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같다. 다양한 사고를 만나면서 나의 편협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아닐까. 또 어떤 면에선 책을 통해 지식과 철학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편으로는 가벼운 인생의 낭만을 느낄 수도 있지 않나. 내 몸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지만 대신 책을 통해 여러 감정과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 같다.

(독자 질문2) 현장 활동가로 일해온 사람으로서 정우성 씨의 활동에 고마움을 느낀다.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정말 많은데, 한국 국민들이 그들을 위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있다면 무엇일까.

저야말로 감사하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랍시고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의 노력과 인내는 정말 숭고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박수 드리고 싶다. 오히려 내가 부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큰 일을 하고 계신다.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관심’ 같다. 난민에 대해 들려오는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게 사실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도 관심의 표현이지 않나.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깊이를 넓혀 나가면 여러분들이 하실 수 있는 실천 방법도 자연스럽게 찾아가실 수 있을 것 같다.

- 글 :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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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정우성

배우.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하여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똥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아수라>, <강철비>, <증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온전히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오던 중, 2014년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되어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5년 6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되었으며,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이고 헌신적으로 난민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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