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04.22 조회수 | 6,816

‘역사 에듀테이너’ 설민석 “통일되면 옥류관 냉면 먹어보고 싶어요”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문 대통령 폭소 터트린 ‘설민석’의 ‘선을 넘는 강의’’란 제목의 영상을 봤다. 펼쳐지는 장면은 대략 이렇다. 정부 부처 회의 자리에서 역사 강사 설민석이 마이크를 잡자 딱딱했던 회의장 분위기가 달라진다. ‘통일’에 관한 그의 발언이 시작되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얼굴엔 웃음 바이러스가 번진다. 아무리 딱딱하고 지루한 것도 재미있는 걸로 바꾸어내는 힘, 이것이 ‘설민석 매직’이로구나 싶었다.

‘설민석 매직’은 이번에도 통할까? 기대감을 갖고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단꿈교육 사무실로 향했다. 설민석 선생은 올 4월 초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프랑스 혁명 속으로!>(설민석/ 단꿈아이/ 2019년)를 출간했다. 전작인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가 그의 전문인 한국사 분야의 본격 어린이 대상 학습 만화였다면, 신작은 그 범위를 세계사로 넓혔다. 어른인 기자가 읽어봐도 내용이 재밌고 탄탄하다. 역사에 대한 학습 효과는 물론이고, 고구려 태학박사 설쌤과 데이지 공주, 씩씩한 소년 알라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험기는 흥미진진하다. 요새 유행인 ‘시간 여행’의 요소가 가미되었고 전작과 신작은 ‘디씨’나 ‘마블’ 못지않은 방대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인터뷰 장소로 들어선 그가 세 종류의 넥타이를 내민다. 완전 검은색의 것, 푸른색과 검은색이 섞인 것, 마지막으로 오렌지빛 환한 색상의 넥타이였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넥타이를 골라달란 부탁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이미 그는 치밀하게 구상하고 간파하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감상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설민석 선생이 들려준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에서 착안한 ‘프랑스 혁명’이란 주제

Q 그간 ‘한국사 하면 설민석, 설민석 하면 한국사’였는데요. 이번에 세계사 분야의 책을 출간하신 계기를 말씀해주신다면요?

한 마디로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감성 리더로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지금은 나만 잘해서, 우리나라만 잘 해서는 나와 우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면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미국이 개입하죠? 우리만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산업화 시대처럼 발전하고 잘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아이들, 어머니, 아버지들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는데 우리만 잘하면 됩니까? 우리 아이들이 창업을 하건, 공무원이 되건, 직장인이 되건, 예술가가 되건 상대해야 할 고객은 세계인이에요. 세계인을 상대할 때 언어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가치, 역사, 문화를 알고 그들과 소통해야 그들을 설득해서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게 전해보자는 생각에서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를 ‘짜잔’ 출간하게 됐습니다.

Q 세계사 시리즈 첫 권 주제가 ‘프랑스 혁명’인데요. 늘 ‘역사를 귀감 삼아 현실을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오셨기에 첫 번째 주제인 ‘프랑스 혁명’을 통해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 여행의 문턱이 많이 낮아져서 외국 여행을 많이들 떠나는데요. 가령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가서 콩코르드 광장에 가도 그 본 의미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민주주의 공화정이 시작된 곳인데 그 사실은 잊고 셀카를 찍거나 음식을 사 먹는 곳으로만 여기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올해가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잖아요. 임시정부의 이념도 민주주의에 있었어요. 임시정부의 아버지인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100년 전 임시정부 신년축하회에서 “지금, 우리나라에 황제가 있는가? 있다. 그 황제는 우리 국민 모두다”라고 말씀하기도 하셨죠.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잡고, 프랑스 파리 혁명의 그 날, 그 순간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에서 1권 주제를 결정했죠.

“인생 여행지는 요르단… 로마의 흔적이 로마 이상으로 남아있어”

Q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은 전작으로부터 7년 전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인 셈인데요. 설쌤이 알라딘, 데이지 공주, 지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선생님께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었나요?

요르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방송 때문에 찾게 됐는데 일단 유적지가 기가 막혀요. 로마의 흔적을 아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요르단이 과거 로마군의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로마의 흔적이 로마 이상으로 신비롭게 남아있어요. 그곳에 가서 아랍, 서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한 번에 날아갔어요. 생각보다 안전한 것은 물론 사람들도 친절해요. 신비롭게 살아 숨쉬는 유물·유적들이 제 심장을 저격했고, 맛있는 음식 덕에 제 위도 저격 당했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이번 <세계사 대모험>의 신탁을 받은 곳이 바로 요르단이었어요. 거기에 가면 ‘페트라’라는 유적지가 있는데요. 그곳의 노점에서 파는 램프를 보는 순간 이번 책의 배경, 세계관, 캐릭터가 모두 떠올랐지요.

Q 이 책의 특징 또 한 가지가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리프물’이란 겁니다. 선생님께서도 과거에 재밌게 본 타임리프물 소설이나 영화가 있나요?

백투더퓨처! 제목에서 오는 임팩트가 엄청나죠? 우리말로 해석하면 ‘미래로 되돌아간다’는 뜻인데요. 이 영활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애초에 1, 2, 3편을 포괄하는 세계관을 한꺼번에 짰대요. 이것처럼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도 이미 처음과 끝이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지막 권까지 제 머릿속에 스토리가 다 담겨 있죠. ‘스핀오프’도 준비 중이고요. 마블이나 디씨의 세계관과도 필적할 수 있는 멋진 ‘어벤저스’를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Q 만약 주인공들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역사 속에서 어느 시점으로 가고 싶으세요?

소원은 세 가지니까 세 가지를 말해볼께요.(웃음) 첫 번째로 공룡이 살던 시대로 가고 싶어요. 공룡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두 번째로 예수님 한 번 보고 싶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잘생긴 백인 남자 모습은 절대 아닐 거라고요. 지금으로 따지면 중동 분이거든요. 그때는 선크림도 없으니 굉장히 검은 피부였을테고, 수염도 막 기르고, 키도 좀 작고 그랬을 것 같아요. 외모보다는 그분의 말씀이나 가르침 행보를 옆에서 실제로 지켜보면 좋겠다 싶어요. 세 번째는 나중에 <세계사 대모험>에서도 다룰 로마 전성기의 콜로세움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지금 다 무너져서 복원 중인데 실제론 어땠을지 짐작이 안 가거든요.

“역사는 다양한 가치관으로 해석돼야…다양한 사고 능력 길러주고파”

Q 보통 학습 만화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다양한 역사관을 전달하고 있어요. 가령 그동안에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스런 생활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는 상식이 널리 알려졌다면, 이 책은 이미 전쟁으로 프랑스의 국력이 약해져 있었고 그 외의 원인도 많았음을 알려주고 있죠.

우리는 지금까지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이 인물은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 이 사건 배경이 이거라는 식으로 정의하는데 익숙해요. 그런데 그건 시험이잖아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은 시대별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재해석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사고와 가치를 생각하고 인물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었어요.

만화에서 데이지는 본인이 공주 출신이기 때문에 마리 앙투아네트에 공감하는 반면, 알라딘은 시장의 빈민 출신이라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의 갈등 구조도 보여줬어요.

Q 이 책의 재미 요소 중 하나가 보통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역사 상식을 만나는 거예요. 가령 궁전에 화장실이 없어서 각자 개인 변기를 사용한 이야기나, 목이 부러질 정도로 거대한 가발을 쓰고 다닌 왕족과 귀족의 이야기 같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책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역사적인 지식을 주로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는데 지식뿐만 아니라 가슴에 의식을 담아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도 같이 알아야 의식이 담겨요. 우리가 신고 있는 하이힐이 왜 생겼는지, 프랑스에서 왜 향수가 발전했는지, 왜 그토록 호화로운 코스 요리가 발전했는지. 살면서 모르고 지나친 것들이 많이 있잖아요. 이것들의 역사와 유래를 전해주면 우리의 여행이나 세계를 보는 시각이 풍요로워질 거란 생각에 이런 사실을 넣게 됐어요. 한 마디로 메인 요리가 ‘프랑스 대혁명’이라면 향수, 하이힐, 머리 모양, 미식 문화는 주변 밑반찬이죠. 정성스럽게 한 상 차려드렸으니 골고루 드셨으면 합니다.(웃음)

Q 주로 성인 대상의 역사책을 출간하다가 최근엔 어린이 역사서에도 정성을 쏟고 계십니다. 성인용 역사서와 어린이 역사서를 발간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본질은 같고 표현만 아주 조금 다르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어린이에 대해 잘 몰라요. 어른들은 어린이를 바라볼 때 “쟤가 뭘 알아?”, “쟤가 뭘 이해하겠어?”라고 해요. 표현력이 어른처럼 유려하지 못하고, 힘도 약하고, 경험치가 어른보다 많이 쌓여있지 않기 때문에 어른 눈엔 어리숙하고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고요. 우리가 제시하는 지식과 의식을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취하고 소화해요. 다만 어린이를 위한 역사에서 자극적이거나 위험하고 거친 것들만 좀 뺄뿐, 실제 전하는 것에서 다른 점은 없어요. ‘그들(어린이)도 우리(어른)도 모두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다’ 이게 제 지론입니다.

“남북 분단 족쇄 풀리는 그날 우리는 달릴 수 있어”

Q 이번엔 사회적 현실 쪽으로 눈을 돌려 질문드려보겠습니다. 지난번 북미정상회담은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지만 지난 몇 년 새 남북 관계가 진전되며 통일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있어요. 역사를 가르치는 분으로서 이런 역사적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오히려 지금 우여곡절을 겪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예요. 지금 어려움을 겪을수록 북으로 길이 열리는 날 우리가 평화의 손을 잡는 날 그 영광은 더 클 것이고, 전 세계인들이 그때 큰 감동으로 우릴 바라볼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 남북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해주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시각만 좀 달리해서 그날이 왔을 때 전 세계인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텐데 그때 우리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해요.

Q 설민석 선생님께선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정말 개인적으로는 옥류관 냉면 먹고 싶어요. (웃음) 역사 선생이다 보니 가보고 싶은 유적지가 많습니다. 정몽주와 이방원이 만난 선죽교, <한국사 대모험>의 주인공 온달이와 평강이의 고향인 평양도 가보고 싶고요. 그리운 금강산도 가보고 싶네요.

Q ‘역사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역사 에듀테이너의 길을 가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빅 픽처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우리나라 미래가 통일과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화두인 통일에 대해 말씀 드리면 이제까지 남북분단은 다른 나라엔 없었던 우리나라만의 족쇄였잖아요. 그 족쇄를 끌면서도 멋지게 여기까지 왔잖아요. 이제 남북 분단의 족쇄가 풀어진다면 이건 우리에게만 있는 굉장히 좋은 상황인 거잖아요. 그때 우리는 달릴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교육이에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왔고 앞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교육인적자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통은 외국으로 유학 가지 미래를 배우러 우리나라에 오진 않지 않는 상황이죠.

이런 두 개의 화두를 붙잡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미래의 감성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짓고 교육 컨텐츠를 만들 거예요. 그래서 ‘미래 교육 대한민국’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제 소원입니다. 향후 VR, 공연, 애니메이션, 체험 교육 등 형식은 다양할 수 있지만 미래 교육을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확고합니다.

- 사진 : 임준형(카탈로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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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작가소개

설민석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단연코 인문학이라고. 인문학의 기본인 역사를 되도록 쉽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구현해 온 ‘지식 큐레이터’ 설민석. 최근 역사라는 분야를 넘어 방송, 강연, 영화 등을 통해 고전과 인문 교양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원석을 발굴하여 보석으로 세공해내듯,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복잡한 컨텐츠는 보다 말랑말랑하게, 하지만 그 속의 알맹이는 보다 더 단단하게 빚어내고 있다. -약력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학 석사 2017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특별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서비스 브랜드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6년 대한민국 교육산업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2014년 대한민국창조신지식인대상 역사교육부문 수상 現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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