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11.26 조회수 | 1,360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 용기’ 다음에 필요한 것은 ‘늙어갈 용기’”

국내에서 1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호응을 이끌어낸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 2014년)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신작 <마흔에게>(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년)를 통해 ‘늙어갈 용기’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제목은 <마흔에게> 이지만, 이 책은 연령과 상관 없이 ‘노화’라는 낯선 자연현상을 마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오십 세의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저자는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인생의 ‘내리막길’을 잘 내려오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재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할 무렵 의사에게 “마라톤을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던 저자는 실제로 그 이후 왕성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이어왔고, 예순 살에는 한국어 공부에 도전해 지금은 김연수의 수필집을 원문으로 읽을 정도다. <마흔에게>는 노화와 질병, 죽음이라는 삶의 한 부분을 덤덤히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기를 주저치 않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철학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기시미 이치로와 서면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한다. 

“내 자신의 가치는 ‘살아 있는 것’에 있다”

Q 전작 <미움받을 용기>가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신작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은데요, 신작의 테마를 ‘노화’로 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늙어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만, 사실 늙어간다는 것에는 실제로 경험을 해 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죠. 독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전에 출간하신 <늙어갈 용기>(기시미 이치로/ 에씨/ 2015년)에서도 노화에 대해서 다루셨는데, 이번 책은 <늙어갈 용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 쓴 것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심화’ 되었습니다. 전에 출간한 책은 병에서 회복한 직후에 쓴 글이기 때문에, 죽음에서 돌아왔다고 하는 적나라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만, 이번 책은 수술 전보다도 건강이 회복되고, 병에 걸리기 전보다도 더 일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Q 책에 작가님의 개인적인 투병 경험도 생생히 담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께 마흔 전후의 삶은 어떻게 다르게 다가왔나요?

내 자신의 가치는 ‘살아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 속에 조금은 가지고 있던,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저는 마흔이 되었을 때 처음 정규직으로 취직했습니다. 그때까지의 인생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였죠. 인생에서 큰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지만, 3년 후에 그 일을 그만 두었고, 이후에는 카운슬링(상담)과 집필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스스로의 결심으로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아무런 고충도 없다면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Q 중년 이후의 삶을 꿈, 목표, 야심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내리막길'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한편 퇴직 연령이 낮아지면서 중년에 더 큰 경제적 부담과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내리막길'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람은 결혼을 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을 했을 것입니다. 현실은 험난하지만, 함께 고생하는 것이 살아가는 기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아무런 고충도 없다면 과연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어떤 시대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필요한 공기저항과도 같은 것입니다. 새는 진공 속에서는 날 수 없습니다. 때때로 너무 강한 바람이 문제이기도 하지만요.

Q 책에 쓰신 것처럼 스스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타자에 공헌할 수 있다’고 믿어도, 실직이나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되면 생활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주변의 존중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은 그저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농락되는 약한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인간의 존엄이 있습니다. 존엄은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져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모두가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의 불공정함은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중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취미활동이나 공부를 한지 오래되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을 추천하시겠어요? 

저는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공부하기 위해서 읽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독서가 고통스러워 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생기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SLR 카메라를 살 필요는 없고, 스마트폰으로 아무거나 찍다 보면 무엇을 찍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거예요.

Q 아직 마흔이 멀게 느껴지는 2030세대가 마흔을 잘 준비하기 위해 해야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젊은 사람 중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머지않아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를 맞이하게 될 거에요. 그 전에 본인의 가치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가끔씩이라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장자(부모 포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공부 중…김연수 수필을 다 읽을 정도의 실력”

Q <마흔에게>를 포함해 작가님께서 출간하신 책들을 모두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용기’일 것 같습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출간된 이후 한국에서도 ‘용기’를 테마로 한 여러 서적이 출간되었는데, 요즘 독자들이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 과제에 대처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용기입니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가 고민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대인관계야말로 살아가는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용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Q 예순 살에 처음 한국어를 배우면서 느끼신 것들을 책에 쓰셨는데, 한국어는 어떤 계기로 공부하게 되셨나요? 개인적으로 관심 있으신 한국의 문화나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국인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김연수의 수필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지만, 한국 문학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Q 그동안 책을 통해 많은 한국 독자들을 만나셨는데, 한국 독자들의 반응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독자, 특히 젊은이들의 현실은 혹독하지만, 그래도 이상론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적혀있는 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Q 다음 책에서는 어떤 테마를 다루고 싶으신지, 요즘 관심있게 보는 사회 현상이나 화두가 있다면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번역 출판했습니다. 미키 기요시의 철학에도 흥미가 있어서 책도 편찬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당했고, 미키는 옥사했습니다. 사람이 사상이나 신조를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박인아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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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이자 철학자.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서양고대철학사 전공)을 만기퇴학했다. 플라톤 철학과 병행하여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아들러 심리학과 고대철학에 관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펼쳤고, 정신의학병원 등에서 수많은 청년을 상대로 카운슬링을 했다. 일본아들러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고문이다. 그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는 국내에서만 150만 부 판매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심리학 열풍을 몰고 왔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그는 심장에 대체 혈관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잠시 심장을 멈춰야 했던 경험은 그에게 ‘나이 듦’에 관한 한 권의 책, [마흔에게]를 집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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