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10.10 조회수 | 1,493

작가 안녕달 “어른도 민망해하지 않고 그림책 보셨으면 좋겠어요”

안녕달 작가​

한여름 잘 익은 수박이 반으로 ‘쩍’ 갈라진 뒤 수영장이 되고( <수박 수영장>(창비/ 2015년) ), 손자가 주고 간 소라 안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바닷가에 도착해 여름휴가를 즐긴다( <할머니의 여름휴가>(창비/ 2016년)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홀렸던 안녕달 작가가 <왜냐면…>(책읽는곰/ 2017년)으로 끝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와 재치 있게 답하는 엄마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메리>(사계절/ 2017년)로 명랑한 시골개 ‘메리’를 통해 삶의 위로와 따뜻함을 전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탄생과 죽음을 넘어 사후세계까지 다룬 그림책을 들고 나타났다.

제목은 <안녕>(창비/ 2018년). 만나고 헤어질 때 무심코 했던 인사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다룬 묵직한 작품이다. 겉모습마저 묵직하다. 마치 양장본 소설책인 양 264쪽이나 된다. 구성 역시 극도로 절제된 대사에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펼쳐내 독자로 하여금 더 자세히 보고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미래 그림책의 서사를 예고하는 작품”(김지은 그림책 평론가)이라고 할 만하다.

낯설지만 끌리는 그림책, <안녕>이 탄생한 과정 또한 남다를 것 같아 안녕달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넷도 잘 안 터지는 곳에서 여행 중이던 작가에게서 한 달여만에 도착한 답메일을 받으니 ‘안녕하다’는 말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오랫동안 혼자 살다가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를 가면서 처음 낯선 사람들과 같이 살아 봤는데요. 한 공간에서 같이 사니 점점 친해지고 함께 즐겁게 지내다가 한 명 한 명 원래 집으로 돌아가면서 헤어졌어요. 그때마다 슬펐는데 집에 새로 사람이 오면 다시 웃으며 잘 지냈어요.”

<안녕>의 모티브가 된 계기를 물으니 안녕달 작가는 워킹 홀리데이를 할 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인생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처럼 너무도 익숙한 말이 갑작스레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 작품이 탄생하나 보다.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연결돼 있어 좋아하는 두 단어로 예명을 지었다는 작가에게 ‘안녕’과 ‘달’을 왜 좋아하는지도 물었다. “‘안녕’이라는 말이 귀여우면서 쓸쓸하게 느껴지고, ‘달’도 어두우면서도 밝은 존재라서 좋아해요.” 사물의 겉과 안을 다 살펴보는 작가답게 <안녕> 속엔 인생의 기쁨과 아픔이 다 녹아있다.

 
<안녕> 148-149쪽

“이별 후 새로운 만남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주인공인 소시지 할아버지가 엄마의 사랑 속에 태어나서 커간다. 함께 나이 들던 어느 순간,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남은 그는 커다란 곰인형으로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버려진 개 한 마리를 마주친다. 관계 맺기에 서툰 그는 많은 머뭇거림 끝에 개를 집에 데려오고 나서도 계속 경계하다가 함께 지내면서 겨우 마음의 갑옷을 벗고 뛰어오는 강아지를 받아 안는다. 그 기쁨도 잠시, 시간이 흘러 그 역시 세상을 떠나고 사후세계에서 소시지 할아버지는 '내 개'의 안녕을 걱정한다.

안녕달 작가는 <안녕> 속에서 어떤 만남과 헤어짐을 그리고 싶었을까?

“맨 처음 만든 이야기가 (소시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개가 새 친구를 만나는) 3장과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후 세계에서 홀로 남겨진 개의 일상을 엿보는) 4장이었던 걸로 봐서 저는 이별 후 새로운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요. 소시지 할아버지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지만 혼자가 된 후 개를 만났고, 자기가 죽은 후 개가 다른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면서도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지는 한편 자신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니까요.”

끝은 시작의 또 다른 말이듯 만남과 헤어짐도 돌고 돈다. 이 만남에 있어서도 안녕달 작가의 시선은 넓고 깊다. 혼자 남은 개가 새로 사귄 친구는 ‘폭탄 아이’와 ‘불’이다.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들은 어떤 존재들을 표현한 걸까?

“폭탄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머리카락 한 올이 났다는 작은 차이로 사람들에게는 위험하다고 지레짐작되지만 다른 이에게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생각했어요. 불은 조울증을 앓으며 도움의 손길을 원하지만 다른 이가 다칠까 봐 구명조끼를 입고 얕은 물 안에 스스로를 격리하는, 두려움이 많은 존재로 그렸고요.”

이미 안녕달 작가는 ‘수박 수영장’으로 신나서 가는 사람들 중에 휠체어를 탄 아이를 빼놓지 않았고, ‘메리’가 낳은 세 마리 새끼 중 한 마리를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된 소녀가 받아간 것처럼 세상 곳곳에서 이야기를 퍼 올려 왔다. 작품 속 인물들에게서 전해지는 따뜻함에 작가의 깊은 시선이 느껴진다.
 


<안녕> 144-145쪽

“자판기가 회사이고 일회용 컵이 일용직 사람같이 느껴졌어요”

<안녕>에서도 개가 홀로 헤매는 거리에서 일회용 컵들이 어깨를 걸고 ‘우리는 더 이상 한 번 쓰고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꼭 약자들이 “우리를 함부로 하지 마라!”고 외치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
  
“자판기가 회사이고 일회용 컵들이 일용직 사람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그렸어요. 청소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너를 대체할 수 있는 일꾼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거다.’라는 말을 듣곤 했어요. 그때는 일자리를 잃으면 안 되니까 입이 튀어나온 채로 아무 말도 못하고 참았는데 그때 속상했던 마음이 이런 식으로 터졌나 봐요.”

<안녕>의 소시지 할아버지는 물론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메리> 등에서도 그림책에서 주로 주변인물인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주된 화자로 등장하는 것도 독특하다. 낡은 동네에 사는 걸 좋아했다는 안녕달 작가는 동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안녕> 66-67쪽
 

“<안녕>은 어른을 위한 이야기…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 어두운 세상 담았죠”

그림책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죽음이 안녕달 작가의 작품 속에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도 하다. <메리>에서는 가족들이 상복을 입은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안녕>에도 소시지 할아버지가 검은 넥타이를 맨 걸로 엄마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녕달 작가는 그림책에서 죽음을 다루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메리>는 제가 실제로 좋아했고, 저희 할머니 집에 살았던 개의 이야기에요. 제가 기억하는 메리의 모습 중 하나가 할아버지의 장례식 날 절 보고 꼬리 흔들며 좋아하던 모습이어서 그린 거였어요. <메리>를 그릴 때는 이야기 배경 상 옛날 시골에서 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요즘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너무 커서 죽음 표현에 대해 걱정할 틈이 없었어요.

<안녕> 역시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 어른이 보는 걸로 생각해서 표현에 대한 걱정을 별로 안 하고 그렸고요. 그런데 그림책으로 나오기로 했을 때는 너무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이미 그림을 다 그린 상태여서 뭘 어쩔 수 없었지요.”

안녕달 작가는 <안녕>을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그렸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조금 어두운 세상 이야기를 담았다고. 그러면서 어른 독자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이번 책을 아이들이 보면서 재미있어하면 좋겠지만 저는 어른들 보라고 그린 거니까 어른들이 민망해하지 않고 그림책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림책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하는 안녕달 작가는 고등학교 때 수학 과외 선생님 집에서 그 집 아이가 보는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 <비 오는 날의 소풍>을 보면서 잠시 삽화가의 꿈을 꿨다고 한다. 따뜻한 그림으로 유명한 가브리엘 뱅상이 안녕달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들에 영향을 미쳤나 싶지만 정작 안녕달 작가가 그림책과 가까워진 건 어려운 전공 서적들 덕분이었단다.

“별생각 없이 디자인과에 갔는데 대학생 때 서점에 가서 전공서적을 보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림책 코너에 가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림책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저에게는 덜 난해하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림책의 그런 점을 좋아했죠.”

백 명의 독자에겐 백 가지의 책을 읽는 까닭이 있듯 “민망해하지 않고” 그림책에 손을 뻗으면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만의 까닭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그림책 속에 “여름 내내 놀았더니 세상이 다시 아름다워 보인다”는 안녕달의 작품이 있다면 그림책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것이다.

- 사진 :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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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북DB 객원기자)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 jjung9110@naver.com

작가소개

안녕달

물 흐르고 경치 좋은 산속 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그림을 그린 책으로 [진짜랑 깨] [잘 자, 코코] 등이 있다. [수박 수영장]은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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