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9.28 조회수 | 4,655

황농문 교수 “몰입은 생각의 마라톤…계속하면 위너 이펙트 경험”

'몰입 의자'에 착석한 황농문 교수

중‧고등학교 6년에, 대학과 취업준비 때까지 영어에 매달렸지만 외국인을 만나면 선뜻 입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인 상당수가 새해 계획 목록에 ‘영어 공부’를 올리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부지기수다.

부모들은 또 걱정한다. 우리 아이도 나처럼 영어에 주눅이 들면 어쩌나, 하고. 노파심에 아이가 태어나 ‘엄마’ ‘아빠’를 말하기 전부터 영어CD를 들려주기도 하고, 영어유치원부터 초등학교 내내 영어학원을 보내보지만 중‧고등학교만 가면 영포자가 되는 아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왜 그런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나? 품은 의문에 뇌과학으로 답한 책이 출간됐다. ‘몰입의 대가’로 알려진 황농문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쓴 <저절로 몸에 새겨지는 몰입 영어>(위즈덤하우스/ 2018년)다. 몰입과 영어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생기기에 저절로 몸에 새겨지는지 궁금해 황 교수를 만났다. 그의 연구실로 들어서니 그가 몰입할 때 애용하는 몰입 의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영어 공부법에 더해 삶에 몰입하는 법까지 배우니 생각에 인생을 걸고 싶어졌다.

 

 


영어 학습서 출간한 공대 교수 황농문 “말하기 되려면 ‘암묵기억’ 발달돼야”

Q 공대 교수님이신데 영어 학습서를 내신 게 흥미로워요.

2007년에 첫 번째 책 <몰입-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을 냈는데 그 즈음 정부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때 제 책을 영어 몰입교육 관련 책으로 오해해서 샀다는 독자들이 꽤 됐어요. 영어 공부법을 알고 싶다는 메일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전작인 <공부하는 힘> 부록에 영어 공부법을 소개하고, tvN ‘어쩌다 어른’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엔 전공자가 아니어서 고사했는데 출판사에서 비전공자들이 쓴 영어 학습서가 더 인기 있다고 하고, 저 또한 영어공부법은 세상에 꼭 알리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해당돼 용기를 냈습니다.

Q 정부에서 추진했던 영어 몰입교육과 교수님의 책에서 소개한 몰입 영어는 어떻게 다릅니까?

정부에서는 캐나다에서 한 몰입영어를 벤치마킹해 수학, 과학, 사회 같은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계획이었어요. 캐나다는 이중언어 구사자들이 많아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데 비용이나 어려움이 별로 없지만 우리는 힘들죠. 저는 영어 교육을 캐나다가 아닌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북유럽을 가보면 버스 기사나 식당 종업원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우리나라 영문과 졸업생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 우리는 시험을 위한 영어를 하다 보니 읽기, 쓰기 위주인데 북유럽은 말하기 위주로 교육하기 때문이죠. <저절로 새겨지는 몰입 영어>에서 소개한 내용 역시 말하기를 위한 영어 공부법입니다.

Q 영어 말하기가 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언어 구사능력은 ‘암묵기억’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암묵기억은 컴퓨터 자판이나 피아노를 치는 것과 같아요. 컴퓨터 자판에서 ‘b’를 찾거나 피아노 칠 때 ‘미’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고 치면 더 느리죠. 의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몸이 알아서 가야 해요. 그러려면 단순반복이 필요하죠.

저는 거기에 몰입을 더했어요. 영어를 하면 영어와 관련된 뇌세포와 시냅스가 많이 활성화돼 변형이 일어납니다. 집중적으로 하면 몰입도가 올라가 학습효과도 좋죠. 또한 재미가 있어요. 다량의 시냅스가 활성화돼 있다는 걸 흥분돼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 상태를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반복 중요시하는 뇌… 기본 패턴 입에 배면 무한대로 문장 구사 가능”

Q 구체적인 방법으로 짧은 문장을 계속 따라하는 무한반복법을 제시하셨는데 어떤 효과가 있나요?

이만큼 학습강도가 높은 걸 못 봤어요. 뇌는 반복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또, 반복을 하면 잡념이 안 들어오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의욕이 생기죠. 사람들은 뭔가에 집중해 있지 않으면 불안해져서 자꾸 인터넷이나 카톡, 게임 같은 소모적인 걸 해요. 무한반복은 화장실에 가거나 차를 기다리는 3~5분에도 할 수 있어서 버리는 시간이 없어져 스트레스를 덜 받죠. 가족끼리 차타고 갈 때 틀어놓고 부모와 아이가 같이 해도 좋고요.

Q 몰입 영어 실천편에 실린 QR코드로 찍어서 따라하는 핵심패턴 문장은 어떻게 활용하면 더 효과적일까요?

원어민 발음에는 많은 게 들어가 있습니다. 악센트, 리듬, 띄어 읽기 등. 그 모든 걸 똑같이 따라하면 돼요. 계속 하다보면 ‘내가 이 말을 이렇게 연습 안 하고 어떻게 유창하게 말하려고 했을까. 내가 불가능한 걸 추구했구나’를 느낄 겁니다. 특히 악센트를 좀 과하게 연습하는 게 좋아요. 우리말에는 없어서 잘 모르는데 외국인은 악센트로 말을 알아듣거든요. 또, 한 문장 당 1000번 정도 따라 읽게 돼 있는데 이 문장은 언제든 자연스럽게 나온다 싶으면 다 채우지 않고 넘어가도 됩니다. 

기타나 피아노를 잘 치면 웬만한 곡은 다 칠 수 있듯이 영어 역시 긍정문, 부정문, 의문문 등의 기본 패턴이 입에 배면 상황에 따라 단어를 바꾸면서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요. 1000시간만 연습해도 외국인 만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걸 확 느낄 겁니다.

Q 방법도 그렇지만 ‘영어 공부 몰입도를 올리려면 의도적으로 영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글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뇌는 생생하게 생각한 것과 실제 경험한 걸 잘 구별 못합니다. 의식의 무대에 무엇을 올려놓느냐가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셈이죠. 그래서 내가 영어를 안 좋아하더라도 영어를 해야 한다면 의식의 무대에 영어는 중요하다고 올려놓으면 그렇게 의식이 바뀝니다.

반면 영어가 싫다는 생각으로 영어를 공부하면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충돌해서 아주 비효율적이 돼요. 영어 공부는 오래 하는데 성적은 안 올라가는 아이들 특징이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죠. 무한반복을 30분쯤 했는데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사람도 영어를 싫어할 확률이 높고요. 이들은 내가 왜 영어를 잘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던 때가 내 전성기…자나깨나 생각할 때 능력 최대치 발휘”

<저절로 몸에 새겨지는 몰입 영어>에서 황 교수는 “몰입이란 목숨이 걸린 중대한 순간에 잡다한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는, 일종의 뇌의 비상사태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은 뇌가 어떤 목표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라며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Q 영어 공부법도 좋지만 교수님이 ‘몰입’을 삶의 화두로 삼은 계기도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미국의 니스트(NIST, 미국 국립표준연구원)로 포스트닥(박사 후 과정)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정말 밥만 먹고 연구만 하는 연구원, 몇 년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기 힘든 연구를 붙들고 있는 과학자를 만나면서 후회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후회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란 걸요. 내가 가진 능력을 다 쓰면, 내 삶을 불태우면 후회할 일이 없다는 거죠

Q 그때 찾은 답이 ‘몰입’이었나 봅니다.

내 전성기를 생각하니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면서 해결하던 때였어요. 미지의 문제에 대해 자나 깨나 생각할 때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걸 안 거죠. 그때 1초도 쉬지 않고 생각하기를 떠올렸고 걸어가면서, 운전을 하면서도 하나의 문제를 파고들었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의식이 그걸로 채워지는 상태가 되고 갑자기 슈퍼맨이 된 것처럼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경험하면서 재료공학계에서 반백년 넘게 해결 안 된 문제들을 해결했어요. 그 중엔 대학교 교과서가 틀린 경우도 있었어요. 교과서가 틀렸을 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1년 반을 매달렸다가 답을 찾아서 선진국을 수십 년 앞선 책을 출판하기도 했지요.

Q 몰입 체험에 앞서 사고력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사고력 훈련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하는 몰입은 화두선(話頭禪), 생각의 마라톤과 비슷해서 힘들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마라톤은 못하지만 500미터는 뛸 수 있잖아요. 500미터를 자꾸 뛰면 1킬로미터, 10킬로미터도 뛰고 나중에는 마라톤도 뛸 수 있게 되듯 몰입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화두선은 ‘나는 누구인가’ 같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는데 초보자는 풀리는 화두를 연습하는 게 좋아요. 수학에서 5분에서 20분 정도 생각하면 풀리는 문제가 특히 좋죠. 편안한 의자에 앉아 명상하듯이 그 문제를 생각하는(슬로우 씽킹, slow thinking) 겁니다. 이런 문제를 몇 번 반복해서 풀면 도파민이 분비돼 희열을 느낍니다. 500미터 산을 힘들게 올라가 정복한 느낌과 비슷하죠. 계속 풀면 가끔 2~3시간 생각해야 문제를 만나기도 해요. 처음엔 이 문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풀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2시간 만에 또 풀어요. 그러다가 5시간 만에, 1주일 만에 푸는 문제가 쌓이죠.

그때 생기는 자신감은 엄청납니다. 교육에서 이보다 좋은 경험은 없죠. 매번 모르던 문제를 풀다보면 미지의 문제를 푸는 시냅스가 생겨요. 또, 도전정신을 발달시켜 창의성도 좋아지죠. 계속 성공하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이긴다’는 믿음이 생기고 용감한, 능력 있는 사람으로 바뀌는 위너 이펙트(winner effect. 승자 효과)도 나타날 겁니다.

Q 창의성, 사고력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한국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을 못 벗어나고 있는데요.

 

왜 교육이 안 바뀌는지 너무 이해가 안 가요.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습니다. 핸드폰 하나에서 도서관 수백 개의 정보를 찾을 수 있죠. 핸드폰에서 찾을 수 있는 걸 머릿속에 넣어서 외우고 시험으로 테스트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고력을 길러야 창의적인 제품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생각에 인생을 건다고 하면 불안할 겁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생각에 인생을 걸면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내가 장담해요.

3시간을 넘긴 인터뷰를 돌아 황농문 교수에게 <몰입 영어>로 몰입을 실천하려는 독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부탁했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해요. 실천을 못하는 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내가 좋아서, 미쳐서 하는 걸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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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북DB 객원기자)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 jjung9110@naver.com

작가소개

황농문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학 학사, KAIST에서 재료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인들에게는 최고의 인생, 기업에게는 창조적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절정의 두뇌 활용법인 '몰입'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몰입], [몰입 두 번째 이야기], [공부하는 힘],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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