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9.17 조회수 | 2,601

천문학자 이명현 “인공지능을 공동연구자로 넣자는 목소리 나와”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해사한 웃음을 짓는 남자. 턱에 난 수염을 쓸어내리며 별과 우주, 지구와 인간에 대해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사람. 슬리퍼에 티셔츠 차림으로 과학책 사이를 유유히 오가는 천문학자. 이명현을 소개하려고 하니 많은 장면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얼핏 보면 기인의 풍모가 느껴지기도 하고, 푸근한 모습의 옆집 아저씨 같기도 한 그. 특유의 인문학 감수성으로 시와 별을 노래하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그가 새로운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알려와 서울 삼청동을 찾았다.

지난 5월, 종로 삼청동에 새롭게 문을 열며 주목을 받은 독립서점 ‘갈다’. 이곳은 갈릴레이(Galilei)와 다윈(Darwin)의 앞글자를 가져와 이름을 지은 곳답게 과학 서적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책방이다. 과학 서적이라고 하면 두껍고 무거운 전공 서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그런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펼쳐 들기 쉬운 교양 과학 서적만을 선보이며 다양한 강연과 독서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갈다가 들어선 건물은 이명현 저자의 어릴 적 집을 개조한 곳이기도 한데 그의 신간 <이명현의 과학책방>(사월의책/ 2018년)의 표지에는 갈다의 건물과 함께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빅뱅 이론’의 과학자 같은 사람 한두 명은 꼭 있죠”

 

Q 어머, 옷 색깔도 그렇고 전체적인 느낌이 책 표지에 있는 그림과 너무 똑같으세요!

 

아 그런가요? (웃음)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예술 계통 종사자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수염도 기른 터라 택시 기사분들은 아예 외국인으로 보시더라고요. 포항이나 대전에 가면 인도에서 온 연구자나 교수들이 많다 보니까 그쪽 지역에 가서 택시를 타면 저보고 한국말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기도 해요. 처음에는 해명도 여러 번 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웃고 넘어가죠.

 

Q 사실 과학자라고 하면 미국에서 방영된 시트콤 ‘빅뱅 이론’의 등장인물들부터 떠오르거든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면서 뭔가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기인의 모습들이요.

 

저도 그 시트콤 봤는데요. 과학자의 특징을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더라고요. 10명 중 1~2명은 그런 사람들이 꼭 있거든요. (웃음) 특히 자연과학 계통에 그런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다른 집단에 비해서는 혼자서 사고하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학교 교수님 중에서 그런 분이 계셨어요. 지금은 은퇴하셨는데 당시에는 워낙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하셨죠.

 

Q 작가님께서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던 적이 있으신데요. 당시 강의를 하면서 가장 강조하셨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학생들이 교수에 의존하거나 학점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했어요.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20분 정도 강의를 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 질문지를 만들어서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게끔 하고, 시험을 볼 때도 각자 문제를 만들어서 답을 써오게끔 했죠.

 

아무래도 이런 수업 방식은 네덜란드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영향을 받은 게 많은데요. 한국에서는 무조건 정해진 과목을 이수하고 시험을 봐야 졸업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네덜란드는 수업을 듣지 않고도 4년 동안 자유롭게 연구를 해서 논문만 쓰면 되거든요. 만약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학생 몇 명이 모여 교수에게 요청하면 되고요. 강의를 들을 때도 성적이나 학점은 없죠. 전반적으로 학생이 필요한 걸 스스로 만들어 공부하는 방식이었어요.

 

Q 천문학자는 국내를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라고 들었어요. 천문학자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물리학자와 비교하면 1/10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천문학은 천체를 대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작은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유치원에 다니던 때부터 별을 좋아했어요. 당시 하늘에서 어떤 별을 보고 매혹되었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별의 이름을 여쭤봐도 답을 들을 수가 없더라고요.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책을 통해 그 별이 금성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별이 좋아 혼자 공부를 하다가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을 했고, 제 관심 분야였던 은하를 연구하시는 교수님을 따라 대학에 입학했죠.

 

석사와 박사 모두 은하를 연구했는데요. 저는 은하를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전파 천문학자예요. 같은 은하를 연구해도 눈으로 보이는 걸 연구하면 광학 천문학자,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자외선 천문학자, 이론을 연구하면 이론 천문학자로 분류해요.

 

Q 보통 천문학자라고 하면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밤을 새우는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지금처럼 이렇게 화창하고 말간 대낮에도 관측할 수 있는 별이 있나요?

 

그럼요.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이 있죠. 그래서 태양 천문학자들은 낮에만 연구해요. 우리와 가까운 별이다 보니 망원경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아요. 별은 낮에도 떠 있는데 태양 때문에 안 보이는 건데요. 자동차의 전조등 옆에 반딧불이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 1등성인 시리우스성이나 직녀성처럼 밝은 별들은 대부분 낮에도 관측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이론 천문학자들은 밤에 천문대 갈 일이 없어요. 연구실에 앉아 이론만 연구하면 되니까요. 심지어 그분들은 망원경 관측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려면 정교한 기술과 요령이 있어야 하거든요. 경험도 많아야 하고요. 그래서 보통은 이론 천문학자와 관측 천문학자가 협업하죠.

 

“과학책 읽다 보면 서로가 우주 일부라는 것 알 수 있어”

 

Q 이번에 출간하신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국내외 저자들의 책을 넘나들면서 별자리, 오로라, 블랙홀, 외계인 등 다양한 주제와 개념을 다루고 있는데요. 혹시 이번 책에 미처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추천해주실 만한 교양 과학 서적이 또 있을까요.

 

김상욱 교수가 쓴 <김상욱의 양자 공부>(사이언스북스/ 2017년)라는 책이 있는데요. 양자역학을 전공하신 분이 쓰신 대중 과학서적이에요. 보통 양자역학에 대한 책은 번역된 것이든 국내 저자의 책이든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심도 있는 책은 찾아보기 힘든데요. 역사적 배경은 잘 정리가 되어 있지만 양자역학의 원리에 대한 설명은 미진하고, 원리에 대해서는 잘 다루고 있지만 그 원리의 토대를 이루는 부분은 부족한 식으로요. 그런데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쟁점부터 가장 최근의 화두까지 소개하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양자역학을 전체적으로 한번 조망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죠.

 

호프 자런(Hope Jahren)의 <랩 걸>(알마/ 2017년)이라는 책도 추천해요. 추천사를 부탁받아서 쓰려고 했다가 인쇄하는 날 아침까지도 못 썼던 책인데요. 여성 과학자로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무척 아름다운 글들이 모여있죠. 제가 아무래도 남성이다 보니 추천사를 쓰는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Q 저 그럼 무식한 질문 하나만 드려볼게요. 전공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앞서 말씀 하신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굳이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이 질문은 이번 신간에서 다루신 책들에게도 포함되는 질문일 것 같아요.

 

과학책을 읽고 그 안에 담긴 개념을 이해한다는 건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같아요. 보통 과학에서 말하는 원리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피부로 체험하는 것과는 다를 때가 많아요. 그래서 과학이 더 어렵게 느껴지고요.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맥락을 살펴본다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그 괴리를 좁힐 수 있어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식이 넓어지고 세계의 진실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죠. 우리가 서로 연결된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요. 저희가 대화를 나누는 이 공간을 예로 설명하자면, 탁자 하나만 들여다보던 시선에서 여러 탁자의 배치를 살펴보는 시선으로 바뀔 수 있는 거예요.

 

Q 이번 책에서 소개하신 저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칼 세이건(Carl Sagan)인데요. 과거에 기고하셨던 여러 글을 살펴보니 이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셨더라고요.

 

아마 과학자라면 누구나 다 좋아할 거예요. 그분과 특별한 인연이 생긴 계기는 10년 전이었는데요. 칼 세이건의 부인과 아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침 기회가 닿아 그들과 같이 다니면서 한국을 소개한 적이 있죠. 그 뒤로 계속 칼 세이건에 대한 글도 쓰고 강연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는 칼 세이건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칼 세이건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에요. 한창 취재 중이라 아마도 내년 말에 나올 것 같아요.

 

이번 여름에도 미국에 가서 그가 살았던 집을 비롯해 자주 오갔던 학교와 도서관, 찻집이나 음식점을 다녀봤어요. 그의 제자, 동료와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요. 칼 세이건은 생전에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많은 부를 누렸던 과학자인데요. 결혼식도 숲속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서 하고, 집도 150년 된 저택을 사서 5년 동안 개조를 한 다음에 들어가 살았어요. 어린이나 소수자를 위해 기부도 많이 하고요. 돈을 정말 멋지게 쓰고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위해서 사람들이 잘 가지 못하는 오지로 여행을 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가보셨던 곳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을까요.

 

저는 전파 천문학자이다 보니 주로 전파 망원경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요. 미국에 있는 뉴멕시코가 기억에 남네요. 고원지대에 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는데요. 37개의 망원경이 Y자 모양의 레일 위에 놓여 있어요. 관측하는 대상에 따라 가운데로 쭉 모였다가 37km의 거리를 두고 펼쳐지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서 있는 곳은 해가 쨍쨍한데 저기 끝에 있는 쪽에서는 비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오는 11월에는 갈다에서 일반 독자분들과 강원도에 있는 조경철 천문대로 천문 여행을 떠날 예정이에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다움 다시 정의되어야”

 

Q 현재 갈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책은 어느 정도인가요. 책을 선별하는 기준도 궁금해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2~3천 권 정도 될 것 같아요. 과학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지만 전공 서적은 없고요. 교양 과학을 중심으로 SF, 메이커, 교양 수학 분야의 책들이 있어요. 1층에서는 주로 책을 판매하고요. 지하는 강연이나 행사를, 2층은 차를 마시거나 책 읽는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갈다를 만들고 처음 책을 들여놓을 때는 제가 직접 선별을 했는데요. 최근에는 제가 선별해놓은 것들을 중심으로 저희 직원분들이 새로운 책들을 추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직원분들은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까 좀 더 일반인의 눈에서 친근한 책을 선별해주시는 것 같아요.

 

Q 이제 곧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천문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천문학에서는 인공지능을 공동 연구자나 필자로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다 보면 관측 정보가 방대하게 쌓이거든요. 보통은 그 정보를 숙련된 천문학자들이 분석을 해왔는데요. 인공지능은 그 정보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분석하니까 천문학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찾을 수 있죠. 이미 오늘날 모든 우주 탐사선에는 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고요. 대기와 마찰을 분석해서 스스로 자세를 바꾸기도 하죠.

 

저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인간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 봐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인간의 뇌는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막연한 두려움은 내려놓고 최대한 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사라질 테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산업 구조에 따라 일자리는 늘 변동해왔고요. 오히려 우리가 이쯤에서 생각해볼 문제는 ‘인간다움’에 있는 것 같아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간다움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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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이명현

연세 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선임 연구원과 연세 대학교 연구 교수를 지내고 연세 대학교 천문대 책임 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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