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8.01 조회수 | 1,873

美 저널리스트 에이미 그로스 “기업가들의 조언 맹신하지 말라”

※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 에이미 그로스가 신간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한빛비즈/ 2018년)을 펴냈습니다. 한빛비즈 출판사 편집부가 에이미 그로스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한다(delivering happiness)’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 유명한 자포스(Zappos)는 ‘포천(Fortune)’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꼽히는 온라인 신발 회사다. 천재 CEO 토니 셰이는 자신이 꿈꾼 유토피아적 계획에 맞춰 낙후된 라스베이거스 구도심 ‘다운타운’에 새롭고 혁신적인 기업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선포한다.

 

저널리스트 에이미 그로스 또한 토니 셰이의 이상향에 이끌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그러나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황금기’는 고작 1년에 불과했다.

 

저자 에이미 그로스는 5년간 자포스 생태계 깊숙이 들어가 자신이 보고 듣고 겪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이 책은 찬사 받는 실리콘밸리 천재가 벌이는 혁신 프로젝트 뒤에 대중에게 미처 공개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그늘을 최초로 공개하며 우리가 놓치고 보지 못했던 중요한 곳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밀린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 집세를 내야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월급쟁이 등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화려한 혁신의 이름 뒤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아무리 좋은 생각과 실천도 독단적이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Q 책을 쓰게 된 계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특히 당신은 책을 위해 다니던 언론사까지 그만두었는데, 무엇이 그토록 당신을 도전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자포스 CEO 토니 셰이를 만나고 그를 따라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그 순간은 바로 삶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거나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껴지는 존재론적 고뇌의 시간이었다. 이들은 토니에게서 그 답을 찾았다. 토니는 자신의 계획을 통해 모든 것이 실현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아메리칸 드림 같은 이상향과 각자가 품고 있던 평생의 야망이, 그것도 단 5년이라는 기간 안에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이 제안은 매우 매력적이었고, 우리 대부분은 토니를 믿었다. 게다가 토니가 지닌 컬트적 개성 또한 우리가 그를 따르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당시(6년 전인 2012년) 나는 나만의 분명한 자아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이었는데, 토니의 제안으로부터 그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외부에서 답을 찾고 있었다. 결국 나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내적인 부분은 뒤로 하고 바깥을 향했던 것이다.

 

Q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명암을 평가해본다면?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도시를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한 점이었다. 황폐해진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중심에 기업가들만의 생태계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토니 셰이는 대중에게 너무나 잘 홍보했다. 토니는 이를 위해 다른 무엇보다 빠른 도시 건설을 추구하겠다며 실리콘밸리의 전통적인 지혜를 적용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도시계획을 단 5년 안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는 현 상태를 벗어나기를 원하는 수많은 이상주의자들을 끌어들였으나, 그들 대부분은 실제 경험이 부족하거나 그 일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전통적인 지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지 않으면서 도시 건설에 ‘탈관습적’ 전략을 적용하는 일에만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부분과 파티 문화가 뒤섞이면서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마치 모래 위에 도시를 짓는 것과 같았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와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은 형성되지 않았다. 결국, 토니를 따르던 상당수의 추종자들이 환멸을 느낀 채 이곳을 떠났고 다른 곳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다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Q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저자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가급적 배제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책에 넣고 싶었지만 미처 넣지 않은 당신의 생각이 있는지? 또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미국인들은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기업가들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전부를 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토니 셰이의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바로 이 같은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무모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수준의 위험 감수 성향을 갖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저술하며 실리콘밸리 문화에 빠져 지내는 동안,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처리하는 능력이 개인들마다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업가들이 ‘나는 이렇게 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성공 방식에 대해 서술한 책이 수없이 많지만, 그 조언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 조언이 적절할 수 있지만, 그 조언이 전혀 들어맞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인 베이스캠프(Basecamp)의 공동 창업자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또다시 똑같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솔직함과 겸손함은 첨단기술 분야의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찾아보기 드문 덕목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영혼의 울림과 통하는 야망을 추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고자 한다면, 결과에 개의치 말고 여러분 자신의 의견을 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Q 과거에는 제조업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IT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자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비즈니스 전문 기자로서 당신은 어떤 것이 오늘날의 올바른 리더십이라 생각하는가? 또 그에 부합하는 기업 CEO가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를 통해 생긴 이 회사의 변화는 정말로 주목해볼 만하다. 그런가 하면 ‘리부트(Reboot)’라는 매우 유명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제리 콜로나(Jerry Colonna)는 CEO들의 개인 코치인데, 그는 이 팟캐스트에서 영혼이나 명상과 자아의 균형 맞추기에 관해 기업가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공감하는 리더십, 그리고 좀 더 ‘인간적인’ 조직에 대해 대변하고 있다.

 

Q 자포스(특히 CEO인 토니 셰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이 책을 쓰기 전과 쓰고 난 후로 각각 다를 것 같은데 어떠한가? 책을 쓰기 전에 지금의 결론으로 흘러가리라 예상했는가?

 

자포스는 아마존 소유의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비즈니스 리더들이 고객 서비스와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토니 셰이는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저서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철학을 전파했다. 그는 훌륭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낸 자신의 명성을 활용하여 행복을 최우선의 목표로 둔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내가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을 때, 토니는 영웅과도 같은 비범한 인물로 보였고, 그는 스타트업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는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책을 쓰기 위한 조사를 다 마치고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수많은 비극을 직접 목격하면서, 나는 토니 역시 우리들처럼 약점과 단점을 지닌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Q 토니 셰이라는 인물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토니 셰이는 흥미로운 유형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정확히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바를 꼭 집어 이야기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매우 설득력 있는 화술을 지녔다. 아마도 이런 능력을 카리스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를 포함해) 그와 가깝다고 여겼던 많은 이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Q 책 속에는 부푼 꿈을 안고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왔다가 좌절하고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잖이 나오는데, 이 중에서 당신을 가장 마음 아프게 했던 사연 또는 사람이 있는가?

 

많은 이들이 토니 셰이의 비전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엄청난 양의 재정적·정서적 자본을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도시 전체를 바꾸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특히 주스 가게 그래스 루츠(Grass Roots)가 문을 닫았던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이 가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그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형태와 활력을 가져다주겠다고 한 약속에 대한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 ‘여자 마법사’로 불린 초기 멤버 세라 니스페로스(Sarah Nisperos)가 운영하던 의류 상점 코테리(Coterie)와 라스베이거스의 식당 운영자이자 토니의 지인인 마이클 콘스와이트(Michael Cornthwaite)가 운영하던 카페 비트(the Beat)는 창업자들이 주로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던 단골 장소였다. 이 두 곳이 문을 닫게 되면서, 다운타운 프로젝트도 사라질 것이며, 결국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던 공동의 꿈 또한 물거품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Q 애초 5개년 계획이었던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연장되어버린 탓에 아쉽게도 책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결말이 빠져 있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2012년 초에 시작된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2017년 초 5개년 운영현황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투자 대상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1,2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그 가운데 절반은 라이프 이즈 뷰티풀(Life is beautiful) 페스티벌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함이었다. 라이프 이즈 뷰티풀은 3일 동안 펼쳐지는 연례행사로,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그 외 대다수 일자리들은 부동산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 5천만 달러 규모의 벤처 기업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테크 스타트업들은 실패하거나 라스베이거스 외곽으로 이전했다. 예술, 문화, 교육에 대한 투자 또한 줄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은 외식, 음료,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의 소규모 사업들로, 이 도시의 근간이 되는 사업들이다. 많은 직원들이 해고당하거나 사임했으며, 현재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소규모 사업과 부동산업을 지원해줄 최소한의 인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중심 도시를 건설하겠다던 토니 셰이의 원대한 비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Q 당신이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지도 2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당신의 근황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미국에서 이 책을 출간한 뒤,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다. 올 여름 ‘콰르츠(Quartz)’에 홀라크라시 창시자와 이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미친 영향에 대한 특집 기사를 기고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실리콘밸리로 가서 벤처 캐피털 분야에 관해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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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에이미 그로스

경제 전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선임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주로 애틀랜틱 미디어의 〈콰르츠〉에 기사를 쓰고 있다. 그녀의 기사는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여러 언론 매체에도 자주 실린다. 특히 자포스가 홀라크라시Holacracy(전통적인 직위 체계를 버리고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렸던 그녀의 특종은 CNN과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언론사들에서 보도되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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