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7.25 조회수 | 4,256

호텔 여행 전문가 김다영 “여행법 바꿔보면 내가 선 현실 달라져”

 

태양이 뜨거운 7월. 기다리던 휴가철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싶은 마음, 누구나 굴뚝같다. 단 일주일이라도 좋으니 일하는 고단함을 잊고 온전하게 쉬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 한국인 가이드를 따라 유명 관광지와 쇼핑몰을 쫓아다니는 패키지 여행이거나, 혹은 최저가 항공을 여러 번 갈아타며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고 또 걷는 자유여행.

 

사람마다 제일 먼저 생각하는 여행법이 조금씩 달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여행하는 사람의 취향과 욕구를 담은 여행법도 늘어나고 있다. 여행은, 그 사람의 취향을 닮아가고 그 사람의 삶을 담기 때문이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반니/ 2018년) 저자 김다영은 호텔에서 새로운 도시 여행법을 발견했다. 여행 문화 중심에 호텔이 있다는 생각에 전세계 100개가 넘는 호텔을 여행하고 경험했다. 5년 동안 그녀는 호텔 여행 전문가가 되었고 여행 설계자로 성장했다. 호텔 탐험가 김다영이 들려주는 호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가 들려주는 호텔 여행법을 듣고 있으니, 나만의 여행법을 설계하고 싶어져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 도시를 경험하고 싶다면 호텔로 여행가라”

 

Q 책소개를 먼저 부탁드려요. 호텔여행은 다른 여행과 뭐가 다른지, 또 호텔여행 전문가가 쓴 책은 다른 여행책과 어떤 게 다른지 듣고 싶어요.

 

호텔에서 멋진 디자인이나 좋은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지만, 그 도시를 제일 잘 아는 게 누군지 생각하면 그 지역 호텔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베를린에 있는 미헬베르거 호텔을 얘기하고 싶은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토박이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커뮤니티 같은 느낌으로 호텔을 만들었어요. 그러니 지역과 호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죠. 그 호텔은 디자인에서부터 지역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지역 사람들과 얼마나 상생하려고 하는지 고민하는 게 보여요. 호텔은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추구하는 것을 담으려 하고, 우리는 호텔을 통해 도시를 풍부하게 경험하죠.

 

호텔이 추구하는 가치, 호텔이 정의하는 휴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고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행서라기보다 여행 경험을 제안하는 책이에요.

 

Q 네덜란드 시티즌엠 호텔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고 본격 호텔 여행을 했다고 하셨는데, 호텔여행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저에게 여행은 휴식이기도 하지만, 삶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경험을 하게 해줘요. 그리고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여행이 있다고 보거든요. 20대에는 모험과 도전이 어울리는 시기라면, 30대는 커리어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40, 50대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테니까요. 제가 시티즌엠 호텔을 만난 게 딱 서른이 되던 해였어요. 시야를 넓히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여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땐 호텔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네덜란드 호텔을 보면서, 호텔이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서비스부터 미식, 패션,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더라고요.

 

시티즌엠은 브랜드를 정의하는 방식부터 호텔리어가 일하는 방식까지 호텔의 고정관념을 다 깼어요. 무인자판기에서 체크인을 하는 것도, 카드키를 기념품으로 만든 것도 신선했어요. 호텔이 여행 경험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호텔이 여행 문화를 선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호텔 여행을 시작했어요.

 

Q 호텔 여행을 하면서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만이 여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셨는데, 우리가 여행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랄까 편견이 있다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에선 여행이 취미잖아요. 일상이 힘드니까 여행을 여기서 벗어나는 일탈을 많이 꿈꾸죠.  그런데 그렇게 쫓기듯 가는 여행은 돌아왔을 때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어요. 여름바캉스 효과가 일주일이면 끝난다고 하잖아요. 수백만 원을 그 일주일을 위해 쓰는 거고요. 여행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여행 이후의 현실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소비적인 여행에서 생산적인 여행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자기 취미를 계속 기록하면 그게 콘텐츠가 되요. 거기에 전문성이 쌓이면 다음 직업이 될 수도 있고요. 여행도 내가 좋아하는 걸 배운다거나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러려면 소비만 하는 여행아 아니어야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요. 이런 여행이 축적되면 내가 서 있는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봐요.

 

 

“여행 많이 하는 한국인, 여행소비자로서 홀대받는다 느껴”

 

Q 호텔 탐험가에서 지금은 여행 설계자로서 여러 곳에서 여행관련 교육과 강연을 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들을 교육하고 강연하는지 궁금해요.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덴슬리벨/ 2013년)을 쓴 뒤에 강연 요청이 있었어요.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곳에서 수업을 했는데,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항공권 예약하는 법부터 알려주는 스마트한 여행방법부터 시작했는데, 여행 많이 다닌 분들은 여행 책을 쓰고 싶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행 글쓰기 교육을 하게 됐고, 또 여행에 걸림돌이 되는 게 언어잖아요. 실제 여행할 때 쓰는 여행 영어 수업도 개설하게 됐죠. 지금은 여행 설계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하고 있고요.

 

Q 일본의 호텔 전문가 데라나 나오코 얘기를 책에 쓰셨는데, 일본은 정말 많은 테마여행과 여행 전문가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취향이나 전문성을 반영한 여행책을 아직까지  보기 어려워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책, 또는 한국의 여행 문화에도 아쉬움이 많을 것 같아요.

 

여행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과 교육을 한 지 5년 됐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뭘지 고민한 기간이기도 했어요. 우리는 여행할 때 본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남들이 보는 거 나도 다 봐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요. 그런데 여행을 계획할 때 내가 원하는 곳이 포함돼 있는지 물어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하고요.

 

농담처럼 하는 돌아다니는 말 중에 ‘론리플래닛’이랑 ‘트립어드바이저’ 참고해서 여행을 가면 한국인을 만날 확률이 제로라는 말이 있어요. 어찌 보면 이게 여행바이블인데 한국인들만 참고 안 하는 거죠. 왜냐면 우리한테는 블로그가 있고 시리즈가이드북이 있거든요. 가이드북에서 벗어나서 자기 취향과 전문성을 반영한 책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사실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많고, 여행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데 여행업계 리더들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리고 여행 관련 일을 하면서 많이 드는 생각은 한국 사람들이 여행 가서 돈 많이 쓰는데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유럽에서 한국인이 돈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그런데 박물관 가면, 한국어 가이드북 없어요. 돈은 많이 쓰지만 여행소비자로서 대접은 못 받는 거거든요.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국제 전문가들이 한국여행의 트렌드를 반영해야하는데, 민간 여행 산업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한국에서 강연하면서 쌓은 콘텐츠를 갖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호텔 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여행이 있는지 듣고 싶어지네요.

 

여행을 할 때 특정한 어느 나라를 떠올리고 하지 않거든요. 어떤 걸 보고 싶다,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맞게 계획을 하고 그 목적에 맞는 여행지를 찾아요. 호텔여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제대로 가보고 싶은 곳은 일본이에요.

 

일본은 호텔 산업이 부흥하고 있어요. 대형 리조트들이 지역과 상생하려고 태도를 전환했고, 그런 호텔들이 이미 많아요. 실험적인 호텔, 혁신적인 곳들을 보고 싶고요.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여행을 하는 편이거든요. 지역을 떠나서 여행 산업의 트렌드를 공부할 수 있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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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작가소개

김다영

네덜란드의 시티즌엠(citizenM) 호텔에서 객실 키를 즉석에서 받을 수 있는 셀프 체크인 자판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전 세계의 호텔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관광지보다 호텔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호텔 여행자이자, 여행 기념품보다 호텔에서 주는 취재용 USB를 더 소중하게 챙기는 호텔 칼럼니스트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의 독특한 호텔을 찾아 여행을 하면서 120여 곳의 호텔을 취재하고 기사를 연재해왔다. 여행 매거진 〈AB-ROAD〉 취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8년부터 운영해온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의 기록을 바탕으로 첫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을 출간했다. 10여 년간 블로그와 책으로 꾸준히 전달해온 “여행은 삶에 대한 자세를 반영한다”는 여행 철학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행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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