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7.20 조회수 | 5,800

최은영 “‘내가 사랑받을만한 존재인가?’ 의심하는 이에게 바치는 소설”

 

사람의 체온보다 높게 치솟는 한낮의 기온. 구름 한 점 없이 뻥 뚫려버린 하늘. 막 끓인 죽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 폭염이 지속되는 한낮의 무더위에 목마름을 가라앉힐 것들은 수도 없이 넘쳐난다. 하지만 시원한 물 한잔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여기, 한 잔의 물처럼 맑고 순수한 소설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온 이가 있다. 바로 <쇼코의 미소>(문학동네/ 2016년)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소설가 최은영이다. 최근 그녀가 새롭게 펴낸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 2018년)은 한국 소설을 향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줌과 동시에 잔잔한 일렁거림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첫 소설집 10만 부 팔렸지만…여전히 한 많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최은영 작가가 발표한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한국 문단과 출판 시장에 예고 없는 태풍을 몰고 왔다. 대중적으로는 이름을 알린 바 없는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이 10만 부라는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우며 평단과 독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것. 이에 최은영 작가는 첫 소설집이 출간됐던 당시만 하더라도 망연자실했다는 후일담을 전해주었다. 당시 출판사의 도서 공급률 협상으로 인해 온라인 서점에는 제대로 입점조차 하지 못했고, 대형서점에는 몇 달 뒤에나 겨우 들어가는 등 책의 유통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책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건 출간 된 지 1년이 지나서부터였다.

 

“처음에 내놓았던 2천 부가 모두 팔리고 1만 부를 찍을 때까지는 정말 기뻤어요. 출판사에 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판매 부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불안해지더라고요.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위축되기 시작했죠. 처음에 책을 냈을 때는 세 계절을 보내는 동안 청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책이 알려진 덕분인지 그 뒤로는 청탁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소설을 썼죠. 이번에 책을 묶으면서 보니까 2년간 중편소설 3개, 단편소설 8개를 썼더라고요. 순간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써야 할 글이 많아서 늘 허덕였고 또 생각만큼 써지지 않아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한편으로는 참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최은영 작가는 예상치 못한 뜨거운 관심에 적잖이 마음을 데였던 모양이다. 첫 소설집을 낸 이후, 그간 썼다는 소설의 개수만 들어봐도 그러하다. 그녀가 말한 작품 수만 놓고 본다면 거의 밥 먹고 소설만 쓴 것처럼 보일 정도. 독자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얼마나 혹독하게 몰아세웠을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노력했을지 오롯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번 소설집에 첫 번째로 수록한 소설 ‘그 여름’의 집필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폭염이 이어지던 시기라 땀을 흘리며 집필에 매진했었다고. 그래서인지 책을 묶을 때 다시금 읽어보니 당시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했다.

 

 

“가부장제 똥밭 걸어와…나 역시 일조한 것 있단 사실에 부끄러웠다”

 

이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은 10대와 20대를 통과하는 이들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가 그 시절을 거치며 한 번쯤 경험해봤을 사랑과 우정의 번짐, 그 얼룩들이. 또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폭력, 연대, 애증 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601, 602’는 가부장제 속에서 만연하게 펼쳐지는 폭력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로 돌변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그러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어머니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는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인데 어머니는 담대하고 강한 성격이거든요. 더욱이 어머니가 일을 하셔서 저를 잘 돌봐주지 못하셨고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하면서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도 많았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 여성주의를 접하면서 어머니가 밥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또한 어머니다움을 강요하는 일은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과 이 세상에 어머니다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요.

 

지금까지 가부장제 속에서 똥밭을 걸어왔다는 사실과 함께 저 또한 그에 일조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이 부끄러웠죠. 한편 저희 어머니는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에요. 늘 배울 자세가 되어있으시거든요. ‘엄마, 그건 편견이고 잘못된 사고방식이야’라고 일러주면 바로 인정하고 수용하세요. 상당히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분이기도 하고요. 어머니처럼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통 진보적 가치관을 공부할 때 자기는 무조건 옳다는 모순에 빠지기 쉬운데요. 여성주의는 공부할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돼요. 그래서 혹시라도 제 소설 속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한 이가 제 글을 보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글을 써서 현실을 재현하는 일은 현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일종의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하죠. 사실 그래서 습작할 때는 초고를 완성하지 못한 적이 많았어요. 자꾸만 스스로 검열을 하다 보니 마무리를 짓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초고만큼은 정말 막 써요. 나중에 퇴고하면서 많이 고치면 되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다른 소설가에 비하면 초고를 쓰는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요. (웃음)”

 

 

“착한 소설 썼다? 내겐 결코 칭찬 아냐”

 

그녀는 이번 소설집을 묶을 때도 발표했던 당시의 작품을 그대로 싣지 않았다. ‘손길’ 같은 작품의 경우 아예 새로 썼고, ‘그 여름’은 개작을 하다시피 퇴고를 많이 했으며 ‘모래로 지은 집’은 결론을 바꿨다고. 이미 발표했던 작품에 다시 손을 대는 과정은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들지만 그럼에도 완성을 하고 나면 소설 속 인물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이 크다고 했다. 한편,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는 ‘맑다’ ‘순하다’ ‘착하다’라는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그녀는 ‘착한 소설’보다는 ‘쉬운 소설’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착한 소설이라는 말에는 진부한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했다는 함의가 들어있어 그런 평을 들을 때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다고.

 

사실 최은영표 착한 소설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우선 어깨에 힘을 주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한국 소설에 새로운 틈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최은영 작가는 한국 소설에 등을 돌렸던 독자들을 불러 모아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소설을 쓴다. 그녀로 인해 한국 소설을 접하는 낮은 턱의 문이 하나 생겨난 셈이다. 그녀의 책을 다룬 독자들의 서평 중에서도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건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소설 속에서 독자의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인물들의 심리를 지나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듯한 인상이 들었던 것이 사실. 독자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다 보면 다양한 오독의 가능성 또한 줄어든다. 그래서 최은영표 착한 소설은 범퍼카보다는 회전목마에 가깝다. 

 

“저는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아주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같은 소설처럼요. 이처럼 불가능한 것을 해낸 소설을 쓴 작가들은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반면에 전 아직도 여한을 많이 갖고 있고요. (웃음) 이번 제 소설집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내가 과연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라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타인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과정에서 마음이 지친 분들이요. 그런 분들이 제 소설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쉬는 느낌을 받으신다면 좋겠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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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최은영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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