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7.06 조회수 | 1,813

<세계사톡> 무적핑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요즘, 돌아볼 건 역사뿐"

(좌) 무적핑크 (우) 무적민트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작가 무적핑크가 이번엔 세계사를 담은 ‘세계사톡’으로 돌아왔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세계사의 면면이 그려진다. 벌써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웹툰 플랫폼 ‘저스툰’에 연재되었고, 이중 고대 편을 모은 단행본 <세계사톡 1 : 고대 세계의 탄생>(위즈덤하우스/ 2018년)이 출간됐다.


다뤄야 할 나라, 인물, 사건이 더 많아진만큼 ‘세계사톡’ 작업에는 참여자도 확 늘어났다. ‘재미없는 세상에 재미(JAM) 발라 버리겠다’는 각오로 뭉친 작업팀 ‘핑크잼 레이블’이 그들이다. 무적핑크를 필두로 총 8명의 멤버들이 함께 ‘조선왕조실톡’, ‘세계사톡’을 담당한다. 거기에 최근 연재를 시작한 ‘삼국지톡’까지 일명 ‘역사톡 시리즈’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일주일에 3개의 웹툰 마감을 하는 동시에 4개월에 한 번씩 출간되는 <세계사톡> 단행본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지만 작업이 재미있어서 이젠 “바쁨으로 느껴지기보다는 꾸준함으로 느껴”진단다. ‘세계사톡’은 웹툰 ‘패션왕’의 웹소설 ‘패션왕ZERO’를 집필했던 박은아 작가(무적민트)와 무적핑크가 주축이 되어 작업하고 있다. 무적민트가 시나리오를 총괄하고, 무적핑크가 마무리 작업을 도와 완성도를 더하는 식이다.

‘핑크잼 레이블’이 만드는 세계사는 기존에 서양사와 중국사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세계사와 결이 다르다.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형식의 차별은 물론이고 한 시대에 동서양과 한국에서는 각각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함께 살핀다.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세계사가 아니라,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동일 시기에 일어난 주요 동서양사와 한국사를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톡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최신 신조어를 섭렵하기 위해 게임 팬카페나 입시 준비생들의 카페를 ‘눈팅’하는 것도 일상이 됐단다.

지난 6월 25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웹툰 전문 제작사 ‘와이랩스튜디오’에서 <세계사톡>의 시작과 마무리를 책임지는 두 사람, 무적민트와 무적핑크를 만났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시대를 상상하는 등 두 사람의 발칙한 대화는 <세계사톡>의 일부를 엿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풀어낸 세계사

Q <세계사톡>은 조선왕조실톡보다 다루는 내용이 훨씬 방대하더라고요. 기획 준비에만 1년이 걸리셨다고요?


무적민트 : 공부하는데 시간이 되게 많이 걸렸죠. 원고 작업하면서도 공부는 계속 하지만요. 책도다양하게 보고.

무적핑크 : 논문도 읽고. <조선왕조실톡>은 제가 거의 먹이며 입히고 키웠는데 <세계사톡>은 은아 작가님(무적민트)께서 공부하고 소재 고르고 자료정리를 하셨어요.

무적민트 : 제가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역사를 처음부터 새롭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조선왕조실톡> 때와는 달리 작업자가 늘어났네요. 무적핑크의 이름을 딴 작업팀 ‘핑크잼’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무적핑크 : 아직 법인은 안 냈는데 언젠가는... (웃음) 핑크잼은 <세계사톡>과 나이가 거의 비슷해요. 2년이 좀 안 됐어요. 8명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조선왕조실톡> <세계사톡> <삼국지톡> 작업하면서 점차 충원이 됐죠.

Q 8명의 팀원들이 일주일동안 <조선왕조실톡> <세계사톡> <삼국지톡>을 각각 2회씩 마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가능한 스케줄인가요?

무적핑크 : 멤버들이 각자 담당하는 게 다 달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은아 작가님이 <세계사톡> 콘텐츠 시나리오 총괄을 하고 계시는데 어쩌다 보니 <조선왕조실톡>도 살려주시고. <조선왕조실톡> 마감 없을 때는 <삼국지톡> 마감을 도와주시고요. 그런 식으로 일주일이 지나가요. ‘일주일에 하루는 잠이라도 푹 자보자’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죠. (웃음) 그런데 3개 작품 다 재밌어요. 각각 느낌이 달라서. 저는 사실상 다 만들어주신 작업물을 마무리 단계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Q <세계사톡>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무적핑크 : 콘텐츠 소재 선정 과정에서 은아작가님과 해설글 써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제가 참여해요. 해설을 담당해주시는 선생님께서 분기별로 저희에게 강의를 해주세요. ‘고대에는 몇 년부터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한 줄로 묶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요. 6시간 동안 아주 컴팩트하게 세계사 강의를 해주시는데, 그걸 듣고 저희는 그때 등장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엮고 이야기를 어떻게 묶을지 고민하는 거예요. 은아 작가님이 동의하시면 그걸로 한 회차 이야기를 만들죠. 그걸 50개쯤 마련해서 한땀 한땀 내용을 덧붙이고 재미요소를 더해 빚어나가는 거예요.

Q 역사를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전해주는 일’은 크게 다르잖아요. 큰 책임감도 뒤따르고요. 세계사를 웹툰으로 옮겨담기까지 가장 고민했던 게 뭔가요?

무적민트: 가장 고민한 건 ‘재미’예요. 혼자 공부할 때는 재밌어서 메인 소재로 활용하고 작업하려했는데, 작업할 때 막상 재미없으면 안 되니까요. 역사 그 자체로도, 웹툰으로서도 재미가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무적핑크 : 저희가 말하는 재미는 ‘공감’이거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건 똑같아서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소재를 선정하는데, 그게 재밌는 이야기로서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또 여러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소재도 중요하지만 웹툰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만드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조금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은아 작가님께서 소재에 재미요소를 더해서 정제된 상태로 주시면, 제가 그나마 밥값을 하기 위해 최종 조율하는 역할을 하죠. ‘이번 화에서는 이 한 줄이 마음에 꽂힌다. 이거 위주로 살리자’하면 연출을 한 번 더 살린다거나. 그런 식의 양념을 치면서요. (웃음) 어느 순간 <조선왕조실톡> 때 힘들었던 작업이 반복될 것 같으면 ‘그건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쉬운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조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것도 <세계사톡>을 100회 정도 연재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확실히 생겨서 저는 이제 정말 독자처럼 즐기고 있어요.

Q 역사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신조어 공부도 하게 돼요.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조어를 반영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던데요?

무적핑크 : 공부하죠. (웃음) 은아 작가님도 공부하시고 저도 공부를 해요. 신조어는 말하자면 ‘시대정신’이니까요. 이제는 ‘에바참치’도 안 쓴다고 하고… 뭘 써야 하나 고민 돼요. 최근 유행하는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팬카페에 들어간다거나, 대학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 모인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소위 ‘눈팅’을 하기도 하고요. 최신의 언어규칙을 찾아 헤매죠. 요즘에는 하나의 문장을 분절해요. 예를 들어 ‘저녁에 김치찌개랑 꽁치 먹었어’라고 말하는 걸 요즘 친구들은 ‘저녁 먹음. 김치찌개. 꽁치. ㅋ’ 이런 식으로 문장을 분절하는 거죠. 이런 언어규칙들을 찾아서 은아작가님께 말씀드리고 있어요. 덕분에 어린 친구들도 <세계사톡>을 좋아해주고 그 친구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니 보호자 분들까지 좋아해주시죠. (웃음)

 

“과거 여행 가능하다면? 중국 송나라 · 고대 이집트 시대로”

Q 인물과 이야기가 얽히고 설킨 방대한 역사의 어려움을 ‘톡’이라는 장치가 순화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역사톡 시리즈의 정체성으로도 자리잡은 ‘톡’의 형식이 어떤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무적핑크 :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강점이 있죠. 그게 가장 큰 강점이에요. 채팅방을 열어보는 기분이니까요. 만약 ‘스페인 왕이 메디치 가에 토지를 하사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스페인 왕이 메디치 가에 기프티콘을 주는 식으로 연출하거든요. 물론 역사적인 큰 사건들, 예를 들어 제도를 만들거나 전쟁을 하거나 수취 제도가 나오는 등 큰 사건을 개인적인 대화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들기도 해요.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생각보다 독자분들은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Q 반면, 형식의 반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무적핑크 : 그런 고민도 했죠. 오히려 본격적으로 작업 들어가기 전에는 매번 고민하는데, 막상 작품 시작하면 그 고민이 사라져요. 독자분들도 ‘새로운 톡 시리즈를 한다’라고 하면 ‘또?’ 하고 걱정은 하시는데, 막상 웹툰보시면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세계사톡>은 <삼국지톡>과 다르고 그 둘은 또 <조선왕조실톡>과 다르니까요. 작품마다 분명한 테마가 있거든요. 독자들의 걱정이 ‘그만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가깝다고 생각돼서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작업하면서 애정을 갖게 된 역사 속 인물이 있나요?

무적핑크 : <세계사톡> 100회쯤 되니까 아픈 손가락이 너무 많아서… (웃음) 저는 한 사람을 꼽기보다는 ‘고대인’ 자체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고대인들을 너무 야만인처럼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텐데, 그 와중에도 법을 개선하거나 더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걸 알게 될수록 ‘옛날 사람들도 똑같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무적민트 : 저는 인물보다는 타임머신타고 과거여행이 가능하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대가 있어요. 중국 송나라 때로 가고 싶어요. 전 세계 어느 나라, 아니 유럽 전체를 다 합해도 송나라의 경제력을 따라갈 수 없었거든요. 지금 야시장이 있듯이 그때도 항상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겼대요. 장사만 했다 하면 유럽이며 어디며 다 수출이 되니까 잘 살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송나라의 상인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웃음)

무적핑크 : 그럼 저는 고대 이집트 시대로 가서 여자 왕을 할래요. 그때 이집트는 보통의 왕조처럼 왕이 있고 중전이 있는 개념이 아니라, 남녀 두 명의 왕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왕정이 완성되는 형태였대요. 음과 양이 조화되는 것처럼요. 남자 왕이 먼저 죽게 되면 여자 왕은 다음 왕과 재혼하거나, 왕의 형제와 재혼을 하고요. 왕이 둘이니까 정치며 경제며 분야별로 각 왕이 전담하는 것도 따로 있었고요. 그 와중에 또 이집트는 풍요로웠으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과일도 맛있고요. (웃음)

무적민트 : 근데 시대를 되게 잘 타고 나야 해요. 주기적으로 혼란기가 한 번씩 찾아오기 때문에 잘못 떨어지면 큰일납니다. (웃음)

“재미없는 세상에 '재미(JAM)' 발라버리겠다는 각오... 독자 변화 맞춰 부지런해질 것”

Q 지금 ‘역사톡 시리즈’로 바쁘시겠지만 차기작으로 이야기 나누는 주제가 있나요?


무적민트 : 철학사를 다뤄도 재밌을 것 같아요. ‘철학’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잖아요. 그런데 학자들 개인사를 풀면 너무 재밌죠.


무적핑크 : 핑크잼 멤버들과는 못할 게 없어요. 근데 작품을 3개를 하고 있다 보니… (웃음) 자연사를 갖고 하든, 예술사를 갖고 하든. 재밌는 작업 해보고 싶어요. 모차르트랑 베토벤이 벨소리 만들어주면서 노는 것도 재밌겠네요.

Q 강의나 웹툰 등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잖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역사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거 실감하세요?

무적민트 : 그럼요. 학교에서는 주입식으로 역사를 배우잖아요. 시험을 위한 공부가 되다 보니 재미없고 배우기도 싫죠. 내가 관심가는 부분을 직접 찾아서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무적핑크 :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요즘이잖아요. 돌아볼 게 뒷길(역사) 밖에 없죠. 우리가 걸어온 길. 역사는 반복되니까 현재 겪는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역사를 통해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옛날 사람들도 지금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테니까요. 그래서 관련 콘텐츠가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사람들을 친근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임금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요. 전에는 유적지라든지 제도 등을 분석했지만 요즘은 인물에 집중하잖아요. 그것도 사람들의 변화를 드러내는 방증이 되겠죠. 역사 콘텐츠를 보며 공감하고 그게 위로로 다가올 때도 있으니까요.

Q 갈수록 다양해지는 컨셉과 스토리 경쟁에서 핑크잼의 생존전략은 뭔가요?

무적핑크 : 핑크잼 멤버들 모두가 고집하는 지향점은 ‘재미’예요. 소재를 고를 때도 ‘재미’를 위주로 생각하거든요. 재미라는 건 결국 공감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 핑크잼은 계속 독자들에 맞춰 변할 것 같아요. 독자들의 공감 포인트를 캐치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싶어요. 아마 몇 년 뒤라면 더 이상 웹툰의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것이 유튜브 콘텐츠나, 게임이 될 수도 있고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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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무적핑크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재학 중. 2009~2014년에 걸쳐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 [경운기를 탄 왕자님]을 연재했다.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조선왕조실톡]이 큰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게임, 가상현실, 역사 외에도 관심분야가 넓고, 하나에 꽂히면 깊게 파고드는 ‘덕후’로, [조선왕조실톡]을 그리기 위해 실록뿐만 아니라 관련한 역사서와 논문, 자료들을 섭렵한다. YLAB과 공동 기획한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시대 인물들의 살아 있는 듯한 촌철살인의 대화가 주는 재미뿐만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서 탁월한 역사 콘텐츠로 인정받아 책, 드라마,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로 확장 개발 중이다. 현재 저스툰(justoon.co.kr)에서 연재 중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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