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7.05 조회수 | 1,697

‘글쓰는 상담사’ 선안남 “겪는 문제 대부분이 엄마와의 상처에서 시작돼요”

※ 심리상담사 선안남 작가가 신간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글담/ 2018년)을 펴냈습니다. 글담 출판사 편집부가 선안남 작가와 한 인터뷰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삶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면서 살아도 쉽지 않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자신의 마음을 적당히 외면한 채 살고 있지 않나요? 상처는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마주할 때 비로소 치유할 수 있지요. 자신조차 몰랐던 마음 속 상처 치유를 위한 12가지 심리 카운슬링!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를 주목해보세요.

 

Q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연애, 대인 관계, 직장 생활 등 삶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기만 하고, 막막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내가 좀 더 온전한 ‘나’로서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마음 치유서예요.

 

저는 오랫동안 많은 여성들을 상담해오면서 그들의 문제의 원인이 엄마와의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12가지의 구체적인 사례(외모 콤플렉스, 지나친 자책과 책임감, 애착 강박 등)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극단적이고 특수한 사례보다는 여성, 딸,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하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혹시라도 지금 내게 문제가 생겼다면, 덮어두기 보다는 불편한 진심과 마주해보세요.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 적절한 마음의 거리를 찾음으로써 진짜 내 모습과 삶을 찾아갈 수 있답니다.

 

Q 그 동안 자존감, 중독 심리, 남자들의 심리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집필하셨어요. 이번에는 엄마와 딸 관계에 주목했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 역시 여성이고, 여성들을 주로 상담하다 보니까 언젠가는 여성의 심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상담 사례가 쌓여 가면서 대다수의 여성들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지요. 엄마를 이야기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할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왜 또 엄마지요? 결국 또 다시 엄마로 돌아오네요.”란 말을 꼭 듣곤 했으니까요.

 

어떤 분은 엄마와의 심리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분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입은 상처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착한 딸, 착한 엄마…공기처럼 흐르는 사회문화적 관념들”

 

Q 엄마와 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압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부탁드립니다.

 

착한 딸, 착한 엄마는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흐르는 사회문화적인 관념들이에요. 우리도 모르게 그런 관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느끼고 들여다보기가 힘들지요. 더군다나 엄마와 딸은 서로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예요. 엄마가 끼친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저 강력하다는 것만으로도 딸들에게 많은 한계와 제약을 갖게 하지요. 이런 관계가 지닌 특성과 그 틀을 알지 못하면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져요. 그러다 보면, 엄마와 연관 짓기 쉽지 않은 삶의 많은 문제들로 혼란을 느끼게 되고, 그 문제들은 결국 엄마를 이야기 하고 나서야 실마리를 따라갈 수 있게 되지요.

 

딸로 살아온 수많은 시간이 온전한 나로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탓에 대부분의 딸은 엄마가 자신을 대하던 방식 그대로 자신을 바라봅니다. 이 방식은 모순과 한계를 불러와 지금 자신이 직면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힘들게 해요. 좀 더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번쯤 내 마음에 자리 잡은 엄마와 그 엄마의 딸로 살아온 시간을 마주해보세요. 그리고 심리적으로 독립해 오롯이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Q 어린 시절에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 문제를 안고 사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런 상처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의 특징이나 환경 같은 것이 있나요?

 

상처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본인이 상처받은 사람이란 걸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내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상처란 것을 꺼내 놓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분들은 그런 이유로 인해 상처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또, 엄마와 나의 사이도 결국 관계이다 보니 모든 관계에 집착하는 분들을 볼 때도 있어요. 반대로, 관계로부터 단절된 분들을 볼 때도 있지요. 건강한 관계라면, 어느 정도의 관계 속에서 거리감을 유지하며 친밀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중요한 대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큰 분들은 어떤 식으로든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상처에 취약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나는 민감하다’란 말 안 통해…저마다 결핍 있을 뿐”


Q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상담실을 찾아온 사람이라도 쉽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지요. 특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엄마에 대한 자기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처음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내시나요.

 

엄마라는 존재는 어릴 적부터 나에게 가장 커다란 존재였어요. 그 관계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엔 엄마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제가 특별히 '엄마는 어떤 분인가요?'라고 묻지 않아도 그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엄마'라는 지점에서 무엇이 파생되었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어떤 분은 직장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찾아오셨어요. 다른 동료들도 똑같이 이 상사를 힘들어 하는데, 본인만 크게 상처받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고민이었지요. 그런데 상사의 특성이 아니라 내가 왜 이렇게 크게 반응할까를 살펴보니, ‘자신의 엄마와 상사가 묘하게 닮아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살면서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 되는 말이나 행동들을 상사가 비슷하게 하고 있었던 거죠. 그 때문에 상사와 부딪히기만 하면 내 감정이 과하게 흘러 넘쳐서 힘들었던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가 민감하다’란 말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저마다의 결핍을 가지고 사는데, 결국 각자의 민감함이 다른 것 아닐까요? 내 안의 결핍, 상대방의 결핍을 이해하는 것이 힘든 문제를 조금 해소시킬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라고 봅니다. 

 

Q ‘엄마는 엄마 삶과 감정에 책임을 지고, 나는 내 삶과 감정에 책임을 진다’고 하셨는데, 사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렇게 감정과 삶을 분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정을 분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 같은 것은 있는지요?

 

예전에는 마음을 다스리고, 감정을 통제하는 것을 먼저 말씀 드렸는데, 지금은 물리적인 부분을 강조해요. 함께 있어서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면, 타임아웃이 필요해요. 물리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첫 번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채 심리적인 독립을 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인 것과 심리적인 힘을 함께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모범 답안처럼 구체적인 지침을 세워 기존과는 다른 대화를 시도해보는 거예요. 엄마와 부딪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고 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대화법을 만들어보세요.

 

Q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데, 결국 또 다른 울타리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할 때 여성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인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세요. 여성은 사회문화적으로도 관계 중심적이어서 누군가의 생각을 중요시 해요. 그래서 내 마음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예를 들어, "집이 지긋지긋해서 결혼을 해야겠어."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회피를 위한 선택이 되겠죠. 이런 선택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어요. 독립을 하고 싶으면 결혼이 아닌 독립을 해야 하지요. 딸의 경우, 엄마에게 많이 의존하며 살다 보니까 결혼을 해서도 의존의 대상만 바꾸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에서 신랑으로, 또 자식에게로 옮겨 가는 것이죠. 나의 선택이 아니라 당한 선택이라면, 아마도 또 다시 선택에 갇히게 되고, 더 많은 부담 속에 놓이게 될 거예요. 

 

 

“모든 힘든 일엔 성장으로 향하는 무언가가 있다”

 

Q 작가님이 집필하신 <혼자 있고 싶은 남자>를 보면, 안(安),+남(男)이라는 이름에 가부장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 책이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님께도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는 구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구조 속에서 가지게 되는 관념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여성성과 남성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자 못지않게 남성 역시 관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남자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남성성에 대해 상처받고 오시는 분들이 더러 있거든요. 그 분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것처럼, 관념에 상처받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제가 <혼자 있고 싶은 남자>를 출간하고 여러 남성 독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본인의 내면을 힘들게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기쁘다, 기존의 생각이 관념이었고 다른 답들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그래서 여성 독자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빠나 남편, 주변의 남자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Q ‘상처를 드러내야만 치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맞지만, 실제로 심리상담실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심리상담실 문을 두드리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너무 힘들어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건강한 분들이에요. ‘새로운 시도를 해볼까’라는 것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다는 것이거든요. 지금은 힘들어도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 있는 분들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 어렵다면, 내 안의 동기를 잘 들여다보세요. 동기가 강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Q 상담 심리사인 저자님께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삶에 있어 선택과 가치를 중요시 해요.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이 일이 나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를 생각해요. 힘들어도 가치가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니까요. 저는 모든 힘든 일은 성장으로 향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힘든 순간은 언제나 찾아오지만 이런 것들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면 마음의 소용돌이가 왔다가도 차분해지죠. 또, 글을 쓰는 상담가라는 것이 큰 힘이 되곤 해요. 글을 쓸 수 있는 자유, 이를 통해 정리하고 환기할 수 있다는 것이 힘이 됩니다.

 

Q 다양한 주제의 심리학 이야기를 집필하셨는데요. 앞으로도 독자들과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상담자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것 보다는 그 분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상담 받는 분은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 하며 내면으로 들어가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저는 그 분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힘을 싣는 역할을 하죠. 상담을 오래 해오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이런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상담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나 두려움, 신비함 같은 것들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제가 세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아이의 성장해가는 내면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아이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책을 집필하고 나면 저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주시고, 보충해주시는 독자 분들을 만나곤 해요. 과연 이번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자로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마음도 돌보지 않고 살고 있나’ 가끔 놀랄 때가 있어요. 삶은 내 마음을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살아도 쉽지 않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내 마음을 적당히 외면한 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엄마와 잘 지내야지’란 마음은 두 번째 문제고, 내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어 본인과 더욱 잘 지낼 수 있는 길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상처를 통해 일어서기를, 상처에 내포되어 있는 성장을 향한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의지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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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선안남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과 석사를 마쳤다. ‘선안남 심리상담 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받아쓰며 살아왔다. 최근에 출간한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를 비롯해 『명륜동 행복한 상담실』『혼자 있고 싶은 남자』 등 열다섯 권의 책을 썼고, 그 중 다수가 중국, 대만, 홍콩에 번역 출간되었다. 상담자로서 내담자들이 마음속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내면의 과정’을 함께했다. 우리는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취약성이 있는 존재인 동시에 모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회복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존감이 우리 마음의 취약성과 회복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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