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6.25 조회수 | 3,919

탈북청년 이성주 “김일성 향수 없는 북한 2030세대, 어떻게든 돈 벌 궁리할 것”

 

최근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과 미국의 만남일 것이다. 오랜 적대 관계였던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평화협정, 종전선언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안정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이들의 발걸음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 청년의 행보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탈북청년 이성주의 이야기다.

 

2002년, 한국에서는 한창 월드컵 열기로 뜨거울 때 그는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나이 불과 열여섯. 한국에 와서야 처음으로 알파벳을 외우고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던 그는 학교에서 본 영어시험에서 0점을 맞기도 했다. (개교 이래 0점은 처음이었다고) 교장 선생님이 ‘북한에서 온 꼴통’이라며 손가락질을 했고, 이에 독한 마음을 먹고 단어장을 손에 쥐었다. 사전을 씹어먹는(?) 과감한 시도와 숱한 도전 끝에 자신만의 영어 공부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영국 외무성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국제관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캐나다 하원 부의장인 배리 데볼린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원어민 아님에도 영어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문법 공부는 듣고 말하기 익숙해진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최근 <나의 123 영어 공부>(생각정원/ 2018년)라는 책을 펴내며 자신의 영어 공부법을 알리고 있는 이성주 저자. 책을 통해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던 영어 문외한에서 세계 정상들과 만남에서도 능숙히 영어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하루 2시간씩 3개월만 이 책의 방법대로 공부하면 누구나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 방법은 대략 이렇다. 영어로 된 영화를 20분씩 나누어서 다섯 번씩 볼 것. 영화의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하고 대본을 보면서 그 표현을 익힐 것. 그는 이 방법으로 공부한 지 1개월쯤 됐을 때 자막 없이도 영화를 볼 수 있었고, 3개월쯤 됐을 때는 원어민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6개월이 됐을 때는 사전 없이 영어 원서를 읽었고, 1년이 됐을 때는 자기 생각을 영어로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로 말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발음인데요. 저 역시 발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영화를 보면서 무조건 따라 하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들은 대로 말했더니 원어민 친구들이 잘 못 알아듣더라고요. 사실 영어의 발음이나 억양은 영어권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고,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로 혹은 인종별로 차이가 있는데요. 그래서 원어민이 아닌 이상 100%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는 어려워요. 그런데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정확히 발음하는 게 중요한데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어로 말하는 걸 보고 한국인들은 영어를 못 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정확한 발음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정확한 발음을 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면서도 대본을 따라 또박또박 읽어보는 게 중요하고요. 자연스럽게 발음하겠다는 욕심으로 연음을 어설프게 흉내 내면 오히려 전달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돼요.”

 

그는 책을 통해 정확한 영어 발음을 연습할 수 있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의 웹사이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곳을 통해 혀의 모양과 위치 등 구강구조를 자세히 파악하면 한국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B와 V, P와 F, R과 L 등의 발음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현재 자신이 쓰는 발음도 모두 그곳을 통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화할 때 발음 이외에도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법. 간단한 문장을 말할 때도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단어를 배치해보면서 틀리지 않게 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지. 발음에 있어서 정확함을 강조했던 그가 문법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틀릴 것을 강조했다.

 

“영어로 말할 때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뱉으세요. (웃음) 대신 천천히 이야기하면 됩니다. 한국 사람은 영어로 말할 때 외국인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문법에 정확히 맞춰서 얘기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다 보면 절대 회화 실력이 늘지 않아요.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의미전달이니만큼 표현이 좀 어색할지라도 의미 전달에 집중해 보세요.

 

아기가 말을 배울 때 처음부터 문법을 따져가면서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말은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게 돼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언어를 배울 때는 무조건 틀려야 해요. 틀리면서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사실 원어민들도 대화할 때는 틀리는 게 많아요. 발음도 정확하지 않고 사투리나 은어도 많이 쓰고요. 저도 과거에 외국에서 인터뷰했던 영상을 보면 문법적으로 실수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한편 그는 글을 쓸 때만큼은 문법적인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정확히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문을 위한 문법 공부의 적절한 시기는 듣고 말하는 것이 능숙해진 이후라고. 만약 그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문법부터 공부하다 보면 10년 동안 공부를 해도 외국인 앞에서는 우물쭈물하게 된다는 것. 조지메이슨대 교수인 롤랜드 윌슨은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원어민이 아님에도 영어를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으로 그를 꼽기도 했다.

 

그는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성격도 변했다고 전했는데 그의 원래 성격은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고. 이는 남자라면 응당 과묵해야 한다는 북한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탓도 있고,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군인 출신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더욱이 한국에 와서는 아는 사람이 없던 탓에 더욱 폐쇄적으로 변했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면서는 말수도 많아지고 개방적인 성격으로 바뀐 그였다.

 

 

미국 강압 외교는 왜 북한 핵을 막지 못했나?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탈북민인 그와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고 싶었다. 그는 북한 정권의 가장 큰 목표는 체제보장에 있다고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그들을 분석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90년대 초반, 경제난을 겪으면서 배급제가 붕괴했고 시장이 합법화됐다. 주민들이 시장에 나와 부를 쌓으면서 자본가 계급을 형성했는데 북한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북한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본가 계급을 흡수하면서 이들이 번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본가 계급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북한의 경제정책 상당 부분이 자본주의식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북한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내부는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바뀐 이유다.

 

사회주의 국가라면 가장 먼저 철폐를 당했어야 할 자본가 계급이 돈을 주고 당에 가입한 뒤 정치적 위상을 얻는가 하면, 중국에서 시멘트나 철근을 사와 건설장에 보낸 공로를 인정받아 평양 시민권을 얻기도 한다. 최근 평양에 있는 아파트의 경우 1억 원에 거래되기도 하고, 평양 시내에서는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는 이들을 목격할 수 있는가 하면 한국의 드라마나 음악이 담긴 USB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제 유지를 위한 전략을 새롭게 모색하는 과정에서 억압만 하는 것은 오히려 정권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리라 판단해 체제 유지에 큰 위협이 안 되는 범위 안에서는 어느 정도 자본주의 사회를 용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자기반성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그동안 북한 수령이 인민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터놓고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앞으로 2030년쯤 되면 북한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뀔 거로 생각하는데요. 제 또래가 사회를 움직이는 주류가 되는 때이거든요.

 

이들은 앞선 세대와 달리 김일성에 대한 향수가 없고, 가난과 시장을 목격하며 자란 세대죠. 그래서 정부 앞에서는 체제를 찬양하는 척하지만 뒤에 가서는 어떻게든 돈 벌 궁리를 할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가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리 철권통치를 한다고 해도 결국 변화할 수밖에 없고요. 김정은 정권은 계속 유지가 되는 한편, 시장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세력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리라고 생각해요.”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희망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던 정책은 오히려 핵무기 개발을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그는 '미국의 강압 외교가 왜 북한의 핵을 막지 못했는지'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여기서 미국의 강압 외교가 실패한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는데 첫 번째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주변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북한에 적절한 대화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을 대할 때는 대화라는 당근과 제재라는 채찍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을 예측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번에 북한과 미국의 각국 정상이 만나 뭔가 획기적인 일을 이룰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마 우리가 대략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일 거예요. 다만 핵 폐기를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로 폐기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로 봐야 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그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동안에도 미국이나 남한의 정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죠. 어떤 정부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대북 정책은 급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북한은 실제로 핵을 폐기하기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핵 일부를 어느 정도 내주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각국 정상들의 대화가 일부 정치인이 아닌 남북한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 되려면 반드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살펴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반도 통일 문제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는 만큼 북한 주민에 관한 의제는 필요하죠. 만약 이 의제를 빼놓는다면 남북한의 대화가 정권을 위한 대화라는 비판을 받기 쉽고, 동력을 쉽게 잃으면서 결국 절름발이 통일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일이 되려면 한국 사회가 현재 한국에 머무는 3만2천 명의 탈북자에게 마음의 지갑을 열어야 해요. 남한에 내려와 있는 이들과 먼저 친구가 된다면 통일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탈북민을 대할 때 중요한 것은 이들을 무조건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중요한 것은 돕겠다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편견이나 선입관을 버리고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일 거에요.

 

봉사자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존재이지만 친구는 서로 존중하고 배우는 관계이니까요. 저 역시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남한 친구인데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에서였어요. 이 친구가 졸업할 때 털어놓기를 입학 첫날 기숙사에서 저와 같이 방을 쓰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제가 흉기로 위협을 하고 나서 북한에 다시 올라갈까 봐 너무 무서웠다는 거죠. (웃음) 그때는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친구가 다시 말하길, 이제는 같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목욕도 하는 사이인데 우리 사이에는 이미 통일이 이뤄진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쏙 뺐죠. (웃음) 저는 이렇게 통일을 하는 것이 시간은 걸리지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통일에 드는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장기적 이익 상당할 것”

 

아무래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년은 취직도 어렵고 내 집 마련도 힘들다 보니 통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생각을 두고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통일은 재앙일 수 있겠지만 분단 비용만 보더라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미군 주둔에 지급하는 비용, 무기를 사고 철책선을 지키는 비용, 청년들이 군대에 가서 묶여있는 비용 등을 따져 보면 모두 소모 비용인 데 반해 통일을 위해 쓰는 비용은 장기적인 투자비용이라고. 그는 독일 역시 통일이 되고 10년간은 어렵게 살았지만 지금은 유럽을 견인하고 있을 만큼 통일이 주는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오는 9월,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분쟁 분석 및 해결학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박사과정을 통해 한반도의 갈등을 분석하면서 그 근원에 얽힌 문제를 되짚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목표. 그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는 일은 CNN의 방송을 듣고 그날의 관심 기사를 찾아보는 것이다. 뉴스를 듣다 생경한 단어가 들리면 사전을 찾아 공책에 정리하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직도 모르는 단어가 많다며 늘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본다는 그였다.

 

“외국을 자주 나가서 보면 한국 사람만큼 근면 성실한 경우가 드물어요. 이런 성실함에 영어 실력까지 갖춘다면 우리의 무대는 아마도 전 세계가 될 거에요. 그러니 이제는 점수에만 몰두하지 말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장기를 둘 때 머리를 숙이고 장기알만 들여다보면 백전백패거든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들어서 장기판 전체를 봐야 하죠.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장기판 전체를 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외국의 자본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미리 영어 실력을 익혀두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기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고요. 물론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영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의 목적은 언제나 꿈에 있어야 하고, 영어는 그 꿈을 성취하기 위한 좋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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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이성주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영국 외무성 쉐브닝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워릭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하원 부의장 배리 데볼린 사무실에서 일하며 하원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방송과 강연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국무성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2018년 9월에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분쟁 분석 및 해결학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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