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6.22 조회수 | 12,438

‘마녀체력’ 이영미 “인생의 아킬레스건 극복한 여성 영웅담 들어보실래요?”

 

출판 편집자이며, 한 아이를 키운 엄마, 운동이라고는 평생 체력장이 전부였던 여자는 나이 마흔에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자신에게 ‘운동’을 처방한다. 몸만 건강해지면 무슨 일이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매일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탔다.

 

몇 미터 못 가 중간에 멈춰서 숨을 헐떡이던 ‘저질 체력’은 이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9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정도로 향상되었으며, 철인3종경기 선수까지 되었다. 어차피 저질인 체력, 매일 조금씩 꾸준히 운동하는 게 목표였다. 목표대로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수영하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다 보니 ‘강철 체력’을 획득한 것은 물론, 직장 스트레스와 육아, 살림 스트레스로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게 됐다. 운동 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문제를 대하는 태도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제 마흔은 지나갔고, 그녀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삶을 즐기며 살고 있다. 인생의 정점이 될 예순, 일흔을 기쁘게 기다리며 말이다.

 

<마녀체력>(남해의봄날/ 2018년)은 운동이라는 반전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25년 차 편집자 이영미가 써내려간 이야기다. 그녀가 강의하는 ‘인생학교 서울’에서 만남을 약속했다. 햇살이 뜨거운 유월 한낮에 만난 저자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호탕하게 웃는 얼굴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혹시 자전거를 타고 왔느냐는 질문에 이후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로 왔다는 저자. 왕복 30km가 넘는 거리를 평소엔 자전거로 다닌다고 했다. 운동의 매력에서 시작해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워킹맘을 향한 메시지까지. ‘마흔 여성에게 쏟아지는 시선’에서 벗어나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는 저자의 입담에 잠시 더위도 잊고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이영미로 달린다’

 

Q <마녀체력>은 운동 젬병인 마흔 여성이 철인3종경기 선수가 되기까지 과정과 함께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도 같이 담겨 있어요. 어떻게 탄생한 책인지 궁금하네요.

 

책을 보면 영웅 얘기에서 시작해서 영웅 얘기로 끝나요.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인생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한 여성의 영웅담이에요. 어느 순간 삶의 균열이 일어났고 그걸 극복한 과정을 담고 싶었어요.


운동하라고 백날 얘기해도 소용없잖아요. 자기한테 계기가 생겨야지. 몸이 건강해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사실 철인3종 대회 나가면 저 꼴찌에요.(웃음) 운동 얘기만 한다면 헬스트레이너가 쓴 책이 더 효과적이겠죠. 전 사람들이 제 얘기를 듣고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지기를 바라면서 썼어요. 운동 얘기뿐 아니라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운동 얘기지만 자기계발서인 셈이죠.

 

실제로 책을 읽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간증(?)이 쏟아지고 있어요.(웃음) 저는 책만큼 사람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책의 힘을 느끼고 있어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최고의 매체예요.

 

Q 여러 가지 고민과 문제가 마흔에 겹쳐서 나타났는데, 그 고민을 극복하는 방법을 체력에서 찾은 이유가 궁금해요.

 

지리산에 여행갔던 게 컸어요. 전 정상에 올라가고 싶었는데 방해만 된다고 거부당했거든요. 그동안 일하고 돈 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주 쓸모없는 몸뚱아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웃음) 의욕은 있는데 몸이 안 되니까 괴롭더라고요.

 

Q 수영과 자전거 타기만 해도 충분히 강해질 것 같은데 마라톤까지 하셨어요. 도대체 트라이애슬릿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 달려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없어요.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달리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자랐는데 그걸 다 뛰어넘게 됐어요. 달릴 때만큼은 이영미로서 달리거든요. 달릴 때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오로지 달리는 것만 생각해요. 그렇게 매일 한 바퀴씩 달리다보니까 3km를 달릴 수 있게 된 거고, 대회에도 참여하게 된 거죠. 트라이애슬릿은 세 종목이 서로 보완이 돼서, 하면 할수록 강해져요. 밖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그 시간만큼은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게 매력이죠.

 

 

“육아, 살림, 직장. 그 중에 제일은 나의 행복이라.”

 

Q 몸이 바뀌면 인생 나침반까지 돌려놓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운동이 어떻게 인생까지 바꾸는지 듣고 싶어요. 운동을 시작한 뒤에 가장 달라진 것이 뭔지도 궁금하고요.

 

가장 달라진 건 자신감이에요. ‘키 작으면 어때? 강한데! 못 생겼으면 어때? 강한데!’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지인들이 기사를 보고 성형 수술했냐고 많이 물어봐요. 외모는 변한 게 없는 데 느낌이 달라졌거든요.

 

그리고 운동하기 전에는, 친구들이랑 비교하면 집 한 채 없는 게 슬프더라고요.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삶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고 남을 부러워하는 것도 사라졌어요. 보통 엄마들 삶은 돈이나 아이 성적에 얽매여있는데 전 거기서 벗어나서 행복한 거죠. 제가 행복하니까 애들도 행복하고요. 몸이 바뀌니까 세상이 즐길 거리 많은 놀이터로 바뀌어요.

 

Q 자전거로 미시령 고개 넘은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운동이 단순히 체력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미시령 고개를 넘을 때, 고수들은 절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아요. 일단 내리면 누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거든요. 혼자 힘으로는 못 타요. 그런 배움이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그래,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이런 자신감이 삶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로 바뀌어요. 그리고 정상에 먼저 올라간 고수들은 거기서 기다리지 않아요. 고개를 내려와서 힘들어하는 사람 등에 손을 살짝 대줘요. 그럼 신기하게 올라갈 힘이 생기거든요. 누군가 힘들어할 때 사소한 격려가 힘이 된다는 걸 배웠고, 그런 태도를 인생 전반에 다 적용하려고 하죠.

 

운동은 이제 그냥 습관이에요. 이제는 그냥 습관이죠. 습관이 되면 당연한 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잖아요. 매일 꾸준히 천천히 조금씩 하는 게 최고더라고요. 제가 자전거 잘 타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는 생활철인들은 절대 못 따라잡아요.

 

Q 운동을 시작한 계기도 그렇고 책을 보면 경쟁심이나 오기가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경쟁심은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과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부상의 경험은 없으셨어요?

 

많죠. 자전거 타다 많이 넘어졌죠. 잘하는 사람 따라 빨리 내려가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재밌는 건, 그 순간 죽는구나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으니까. 내 죽음의 모습까지도 운동이 바꿔놨어요.

 

그리고 늦게 운동을 시작한 나이든 여자라는 게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제가 20대보다 체력도 약하고 운동도 못하지만 ‘넌 일 년 탈 거야? 난 십 년 탈 거야!’ 이 생각으로 했어요.

 

Q 여성에게 마흔은 일과 육아 살림까지 병행하는 때인데,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서 시작해서 결국 신세한탄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일하는 엄마들은 정말 운동할 시간 없어요. 저는 살림도 못하고 요리도 잘 못해요. 애들한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어떻게 다 잘 해요. 포기가 아니라 몇 개는 좀 놔야 돼요. 전 살림이나 육아를 좀 놓은 거죠.

 

운동할 시간이 있더라도 운동 안 해요. 내 인생 끝났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자기에 대한 애정도 없고 뭘 하려는 의지도 없죠. 사회는 마흔 여성에게 잔혹해요. 그런데 마흔이라는 것도 사회의 틀이에요.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해요. 50에 시작해도 60을 멋지게 맞을 수 있어요. 마흔은 얼마나 젊어요. 나는 70세까지 정점이 올 것 같아요. 나이 들었으면 어때요, 나는 강한데! 못 생겼으면 어때? 강한데! 가늘고 하얗고 그런 것만 아름다운 건가요? 강한 게 아름다운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아직 운동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마흔에 운동을 시작하는 건 마흔을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예순, 일흔까지 건강하게 잘 나이 드는 법, 잘 죽는 법까지 고민하는 거예요. 강해져서 당당하게 살자고 제가 편지를 계속 보내도 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요. 결국은 자신이 그걸 열어봐야 해요.

 

저는 여성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남자들은 운동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거든요. 여성들이 육체적으로 강해져서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무엇이든 당당하게 맞서면 좋겠어요. 아예 표어도 정했어요. ‘온 여성이 운동하는 그 날까지! 강해지는 그 날까지!’ (웃음)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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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작가소개

이영미

만화방에서 한글을 뗐다. "책 읽을래, 나가서 놀래?" 물으면 주저 없이 책을 택하는 아이였다. 문학사상사, 디자인하우스 등에서 출판 에디터로 일하며 10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은 13년 차 에디터로 살다 보니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았다. 생전 처음 지리산에 갔다가 나약한 정신노동자로 사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집 앞 수영장을 들락거리고, 달밤에 공터를 달리고, 바구니 자전거로 슈퍼를 다니기 시작했다. 마흔 살부터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몸을 움직인 끝에 올빼미족 게으름뱅이에서 아침형 근육 노동자로 변신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 미시령을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강철 체력이 되었다. 웅진지식하우스, 펭귄클래식에서 11년간 70여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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