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6.19 조회수 | 12,430

인구학자 조영태 “2030년엔 의사, 변호사가 최고 직업 아닐 수도”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북스톤/ 2018년)는 인구 변동을 통해 대한민국 소비 시장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2년 전 출간한 <정해진 미래>(북스톤/ 2016년)에서 인구학이 그려내는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를 성찰했다. 이번 책에서는 이러한 인구학적 관점을 토대로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을 17개 산업을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출산·고령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게 2000년도입니다.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회가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늘어났기 때문에 미래 사회는 암울하다는 위기 의식을 계속 심어주었죠. 고령자가 늘고 40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20대 인구 감소는 40대보다 더 심각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200만 명이 줄어들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미래가 얼마나 암울할지 예측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인구 변동 속에 기회는 없는지, 인구 변동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는 것이거든요. 미래 인구가 정해져 있다는 자체는 암울함과는 관계가 없어요. 정해진 미래를 모를 때 암울한 거죠. 알면 거기에 맞게 바꿔나가면 되거든요. 인구 감소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어요.”

 

 

50대 가구주 5명 중 1명 ‘홀로족’…편의점 간편식 시장 커질 가능성 ↑

 

조영태 교수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기에 몇 명이 태어났고, 얼마나 오래 사는지 등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일견 우울해 보이는 전망에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숫자 뒤에 가려져 있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의외의 기회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구학적 관점’이다.

 

가령, 중장년층이 많은 동네에서는 편의점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앞으로의 사회에는 늦은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4개들이 캔맥주에 편의점 간편식을 안주거리로 집어 드는 40대 라이프스타일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늘날 50대 가구주(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구의 실질적 대표자-편집자 주) 5명 중 1명은 혼자 살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한 끼를 때울 확률이 높은 이들도 고객이 될 수 있다. 미래에는 이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구 집단이 생겨나고, 이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다. 인구 변화의 어느 지점에서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지 알면 의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급격한 인구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인구학적 관점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학적 관점은 미래를 예측하는 다른 측정 도구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정확하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보통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만한 중요한 이슈로 4차 산업혁명이나 통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외교 관계 등을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언제, 어떻게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앞으로 5년 뒤에 4차 산업혁명과 통일 문제가 우리 사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죠. 다만, 지금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이 5년 후에도 계속 살아 있을 인구는 확실하거든요. 변하는 것은 5년이라는 시간과 나이예요. 이렇게 변하지 않는 한 가지와 변하는 두 가지를 조합하면 섹터별로 미래 시장의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자동차 시장과 과자 시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금 국산 중형차를 타는 50대는 10년이 지나 60대가 되면 중형차를 살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왜냐하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싼 차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과자는 어떨까요? 음식이란 것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졌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아무리 소득이 줄어들어도 과자 하나 사먹는 정도는 자신에게 투자하거든요. 이렇게 볼 때 중형차 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과자를 만드는 기업은 괜히 무리해서 신제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구학적 관점으로 시장을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조영태 교수는 시장 변화를 알려면 정해진 미래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정해진 미래를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인구다. 그렇다면 인구가 알려주는 우리들의 정해진 미래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가 온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는 일하는 인구가 계속 늘어왔지만 앞으로는 일하는 인구가 줄고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이는 더 이상 과거의 관행대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의 관행은 의사나 변호사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이들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젊은 엄마들도 과거 관행대로 자식을 의사나 변호사로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메인 플레이어가 되는 2030년 후에도 이 관행이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 때 적용이 안 된다면 그걸 시키면 안 되는 거예요. 다가올 시대를 미리 알면 의사나 변호사를 시킬지 안 시킬지 알게 되잖아요. 그것을 알려주는 게 인구라는 거죠. 인구 변동 그래프를 보면 2030년 이후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기준을 미래에서 찾아야지 현재나 과거로 삼으면 안 돼요. 지금까지는 과거나 현재의 관행으로 선택의 기준을 삼아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급격한 인구 변동이 일어나는 미래 사회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거예요. 인구가 이미 그러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미래를 기준으로 앞날을 준비한다면 ‘인구 절벽’ 사회에서도 분명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8년생 조남주 작가는 왜 김지영을 82년생으로 설정했을까?

 

출간된 지 2년 가까이 된 <82년생 김지영>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인구학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 책의 인기 요인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학적 관점으로 볼 때 이 책의 출간과 인기는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1978년생인 작가가 왜 주인공 김지영의 나이를 1982년생으로 했을까 궁금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1982년생들이 굉장히 특별해요. 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가 2001년이었는데, 이때부터 남녀 대학 진학 비율이 같아졌어요. 2001년은 IMF 졸업 직전이라 이들 부모 세대는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지만, 딸에게도 아들과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할만큼 시대가 변한 거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1982년에 출생한 87만 명 중 80%가 대학에 갔다는 거예요. 제가 1972년생인데, 저희는 100만 명이 태어나 37%가 대학에 갔거든요. 인구는 10년 만에 13만 명이 줄었는데, 대학 졸업자는 37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다 1982년생이 사회에 나올 무렵인 2007년은 국제 금융위기가 닥쳐 경제가 더 어려워졌거든요. 직장 구하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죠.

 

젊은이들의 힘든 삶을 대변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돼요. 인구 규모 면에서는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든 1988년생들은 취업이 쉬웠어야 했는데, 구직전선에서 떠밀려온 1982년생과 경쟁하느라 이들도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심지어 그 뒤에는 설상가상으로 인구까지 일시적으로 많아져서 1994년생들은 자기네 세대 인구도 많은데 위로부터 밀려 내려온 인구 압박까지 가중돼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어요.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1982년생들이 모두 직장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남자를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었어요. 가까스로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직장 내 성차별을 감내해야 했고, 결혼 후에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렵게 얻은 직장마저 포기해야 했죠. IMF라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부모로부터 남자와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받고 똑같이 공부했는데, 왜 여자만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 싹트는 건 당연한 거죠.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82년생 김지영>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1958년생 개띠, 베이비붐 2세대 1970년생, ‘김지영’ 1982년생, 사회진출 1994년생... 극심한 세대 갈등 일으킬 것

 

조영태 교수는 또한 이 책에서 앞으로 노동 시장에서 ‘개띠들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베이비붐 1세대인 1958년 개띠’와 베이비붐 2세대인 1970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1982년생, 그리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1994년생들이 노동 시장에서 극심한 세대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 자체가 늘지 않는 한 신규 인력이 채용될 가능성은 적은데, 설상가상으로 은퇴를 앞둔 이들까지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청년층-중년층-은퇴자의 3자 갈등 구도는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특히 1958년생 개띠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58년생에게 유일하게 ‘띠’가 붙어 다니는 이유는 인구가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에요. 만으로 60세가 된 이들의 숫자는 78만 명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큰 이들이 올해부터 은퇴 연령에 들어가요. 이들은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교육 수준도 높아요. 이때부터 우리나라 대졸자가 30%가 넘었거든요. 과연 이들이 은퇴 후 노동 시장에서 사라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거나 재취업을 해서 노동 시장에 다시 들어올 거예요. 그러면 우리의 취업 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비 변화를 보여주는 첨병이 될 거예요. 1958년생들이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는지를 보면서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가 있을 겁니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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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해 다니고, 사망하는 인구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공부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인구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등 학술단체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2015년에는 4년간의 임기로 아시아인구학회 이사로 선출되었다. 2015년 연구년 기간 동안 베트남 정부 인구 및 가족계획국에 인구정책 전문가로 파견돼 1년간 하노이에 거주하며 베트남이 인구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작업을 도왔고, 귀국 후에도 인구정책자문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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