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6.11 조회수 | 2,788

원빈 스님 “내가 날 먼저 존경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날 존경하지 않아요”

 

원빈 스님의 <나를 더 나답게>(휴/ 2018년)는 그간 저자가 불교계의 교리 위주로 썼던 책들과 달리, 지난 몇 년 동안 청년들과 함께 공부하고 대화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좀 더 많은 속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렇지만 불교 교리는 중요한 뼈대이며, 그중에서도 불교에서 말하는 ‘나’라는 존재란 무엇이고, 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사유하고 다스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까 요즘 이야기되는 ‘자존감’에 관한 문제를 불교의 교리를 통해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라는 주체에 대한 문제는 동서양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철학과 종교의 주요한 주제였다. 원빈 스님의 이번 책의 주제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라는 존재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조건이 만들어지면 일어나는 연기(緣起)이자, 몸과 마음의 화합물로써 사실상 ‘무아(無我)’인 것이다. 무아로서의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집과 집착, 생각으로 꽉 차 있는 잘못된 개념으로서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나’라는 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이에 책에는 ‘터닝 마인드’라고 하는, 불교의 용어로는 ‘한마음 바꾸기’를 위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축약된 수행 방법도 에세이들 사이에 자리를 차지한다.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되는 것은 사실 마음을 먹는 것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공부와 실천, 그리고 습관과 마음을 깨면서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렵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나를 온전히 바라보고, 또한 나의 개념을 바꾸려고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원빈 스님은 “자신이 지닌 것들을 찾아낸 사람은 결코 남의 것을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삶의 창조주입니다.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평생을 스스로 조율하고 경영하며 디자인하는 창조주의 삶을 부디 버리지 마세요. 당신이 창조한 삶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누리세요.”(p.219) 라고 조언한다.

 

원빈 스님과의 인터뷰는 책 내용뿐만 아니라,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불교의 교리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다움’이 어떻게 가능하고 삶의 중요한 주제인지를 원빈 스님의 이야기를 따라 들어 보았다.

 

 

“생각은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겐 친구, 그렇지 못하면 적”

 

Q <나를 더 나답게>가 이전에 낸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책은 집필 과정에서 덜어낸 것이 많았어요. 5년 전에 처음 책을 냈었는데, 그때부터도 불교계 내부의 카테고리 말고, 바깥으로 나가야 청년들이 제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했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잘 덜어내어지지 않았죠. 여기서 덜어낸다는 것은 불교라는 종교의 색깔, 언어, 종교의 난이도나 문화 같은 것이죠.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았지만 더 많이 덜어내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붓다가 깨달은 진리는 연기(緣起)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말이다.”(p.69)라고 쓰셨습니다. 붓다가 사는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시대에도 ‘연기’라는 원리가 작동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붓다가 깨달은 진리를 연기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연기’는 직역하면 조건이 만나면 일어나고, 조건이 없어지면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붓다가 연기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진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어요. 이데아와 같은 서양적인 의미의 진리 추구와 달리 붓다에게는 옳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가르침은 없어요. 처음 붓다의 목적은 단순했어요. 그는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출가했고, 그 이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깨달았다는 것은 사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은 것이지 세상의 어떤 절대적 진리를 찾은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불교의 진리는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Q 불교에서 말하는 ‘나’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연기가 가닿는 가장 직접적인 부분이 ‘나는 무엇인가’에요. 그리고 붓다는 ‘나는 다섯 가지 조건의 화합이다’이라고 했어요. 불교 용어로는 오온(五蘊)인데,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인 색온(色蘊)과 정신 요소인 4온을 합쳐 부르는 말로, 다섯 가지 무더기라는 뜻이에요. ‘나란 몸과 마음의 화합물’이고 따라서 ‘오온은 무아’입니다. 이것은 불교의 대표격으로 나오는 말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불교를 공부하면서 가장 헷갈리는 것이 이것이에요. ‘나는 없다’고 하니까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내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인연이 만나면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이에요. 거기에는 꼭 내가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착각하는 것이죠. 그게 고통의 원인이 되고요. 붓다가 말한 연기의 주제 중에 나라는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Q 스님께서는 생각에 빠지지 말고, 생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셨는데요, 과연 ‘생각’이란 무엇인가요?

 

생각은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는 친구이고, 다룰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적이에요. 앞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섯 가지의 화합물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내가 주도권이 있다면, 세상이나 자기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겠지만, 주도권이 없다면 내가 왜 고통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계속 그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이죠.

 

 

“많은 사람에게 우호적 반응 이끌어내는 법? 상대 존경하는 태도”

 

Q 번뇌와 집착 등 수많은 잡념을 떨치라는 조언이 책 곳곳에 나와 있고, 읽는 동안 와 닿고 반성하게 되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또다시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이루어져 있어요. 신해행증(信解行證)의 과정으로 쓴 에세이들은 독자 견해를 바꾸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읽는 동안 무언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견해가 바뀌었다는 뜻이죠. 에세이들은 견해를 바꾼다는 첫 번째 맥락이 있습니다. 그러나 견해가 바뀌는 것과 습관이나 감정이 바뀌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에요.

 

그 다음 줄기가 터닝마인드 기초 네 가지, 터닝 마인드 응용 다섯 가지, 터닝 마인드 숙지 두 가지인데요. 터닝 마인드가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 수행이에요. 명상 수행을 통해서 스스로의 주의력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면, 감정이나 본능은 사실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견해는 말이나 사유, 생각으로 바꿀 수 있어요. 그것들이 묶여 있는 생각이나 본능, 감정, 이런 깊은 부분은 자기 주의력의 주인이 되지 않는 한 사실 바꿀 수가 없어요.

 

제가 책에서 난이도를 많이 낮췄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견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행도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최소화하여 간단하게 소개하는 정도로 그친 것입니다. 명상에 대해서 전문서적을 집필하려면 훨씬 자세하고 방대하게 설명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완전히 축약한 것이죠. 입문에서는 견해를 바꾸기가 훨씬 쉬우니까요. 근본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견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시적으로 바꿀 수 있고, 혹은 누군가 더 크게 공감했다면 자기가 공감하고 느낀 바, 올바르지 않은 견해 때문에 생기는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어요. 물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은 맞아요.


Q 책은 내가 마음먹고 노력하기에 따라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행복한 관계를 지향하지만 늘 삐걱거리기도 하고요, 어떻게 관계를 바꾸면 좋을까요.

 

내가 바뀌면 다른 사람도 바뀌어요. 내가 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내 특징이나 내 습관이나 내 일상이나 내 삶을 내가 디자인한다는 것이죠. 올바른 로드맵에 따라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질 특성을 집어넣으면 돼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방법은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을 존경하는 태도입니다.

 

Q 학문을 한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이란 무엇이고, 교리 공부는 왜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나 공부는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에요. 공부가 됐다는 결과는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죠.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이에요. 요즘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이야기하면 주관적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옳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대부분은 행복과는 관련이 없어요. 왜냐하면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불교적으로 이야기하면, 강렬한 고집이고 집착이니까요. 옳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일인 것이죠.

 

불교에서는 옳은 것이란 없어요. 말과 개념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습니다. 자꾸 나라고 하는 잘못된 개념에 휩싸이면, 탐욕이 생기고, 탐욕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가 일어요. 나에 대한 잘못된 개념이 어리석음으로 가는 길이고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 과거에 살고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죠.

 

 

“왕자인 것을 기억했으면, 왕자에 어울리는 고귀한 말과 생각을 배워야 합니다”

 

Q 사실 사회 정치적인 현실이나 세상의 여러 문제에 눈감고 마음만 다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스님께서는 만약 부조리한 사회나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조언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무언가가 불타오른다는 것은 거기에 붙잡고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은 스트레스의 근본이니까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는 안 해요. 그런데 본인이 그것을 하고 싶고, 공익을 위해서 굳이 하고 싶다면 하라고 해요. 왜냐하면 불교의 정신 중에는 개인의 행복 추구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 범위를 넓혀가는 보살행이 있으니까요.

 

개인의 행복 추구가 지혜에 대한 부분이라면 공익에 대한 것은 자비에 대한 것이에요. 누군가 총대를 메고 바꾸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요. 그로써 느끼는 부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까 총대 메고 그 고통을 해결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목적이나 의도가 바뀌게 되고 그 행위가 낳은 결과물이 달라지므로 완전히 다른 일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공부하는 것도 목적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처럼요.

 

Q 청년들을 대상으로 책을 쓰셨는데요, 이 책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나요?

 

사람이 자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기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서 자기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자기의 격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자기는 원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죠. 이 두 가지는 하나로 맞물리는 것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거꾸로 합니다. 자기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는데, 이런 것의 전제는 자기의 자화상이 왕자가 아니라 거지인 거예요. 자기의 격이 원래 왕자인 사람은 이 부분을 먼저 배우고, 필요한 것을 익히는 것이죠.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출발입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터닝 마인드인데요, 불교 용어로 ‘한 생각 바꾸기’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많은 말을 한 것이고 명상을 소개한 것이에요. 그 ‘한 생각 바꾸기’는 자기의 자화상이 거지가 아니라 왕자라는 것, 그러니까 자기 자화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죠. 내가 나를 존경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존경하지 않아요. 이렇게 넘어가기 위한 단계에서 첫 번째가 자기가 왕자인 것을 기억하는 것이에요. 왕자인 것을 기억했으면 왕자에 어울리는 고귀한 말과 생각을 배워야 합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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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희(북DB 객원기자)

특별한 책들은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으며, 그런 책을 기꺼이 만나기 위해서 온 마음을 열고자 노력중입니다. sinddo82@naver.com

작가소개

원빈

해인사에서 출가한 원빈 스님은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 육군 군종 장교로 임관하여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군인들에게 행복의 길을 알려주려고 노력하였다. 전역 후 템플스테이, 강연, 법회, 스터디 등을 통해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발표된 저서로는 SNS 인기글을 모은 에세이집 [같은 하루 다른 행복]과 매일 15분 명상으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명상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 자기계발서 [명상선물], 지금 이 순간을 극락으로 바꾸기 위한 행복 메시지 [불교인문학 극락추천서]가 있다. 논문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법교화 모형 연구]로 제2회 전법학술상에서 대상인 바라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빈 스님은 현재 행복문화연구소(http://cafe.daum.net/everyday1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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