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6.08 조회수 | 10,216

손경이 강사, 아들 손상민 “’피해자다움’ 강요하는 사회…탓하지 말고 변해야 한다”

성폭력 예방 강사 손경이. 그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월 방송된 O tvN ‘어쩌다 어른’의 ‘#위드유 특집’ 편 덕분이다. 3월 28일과 4월 4일, 2주에 걸쳐 ‘누가 성범죄를 멈춰야 하는가!’, ‘누가 성을 배워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손경이 강사의 강연은 화제가 됐다. 이 방송을 통해 그녀는 자신도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였음을 고백하며 성폭력 예방 강사로 활동을 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아들을 낳고 ‘내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마음이 그녀의 삶을 바꾸었다. 그 배경에는 아들 손상민 씨의 역할이 크다.


“아이가 질문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그걸 너무 좋아했어요. 질문을 자꾸 하니까 제가 공부해야 되잖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거 있죠? 내가 아이를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맞춘다는 느낌.”

엄마로부터 성교육(관계를 바탕으로 성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젠더교육(성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이고 왜곡된 생각을 바로 잡는 것)을 받은 아들은 성장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최로 진행된 프로젝트 ‘예술로_반성매매’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을 고민했던 엄마 손경이 강사는 어느새 17년차 성교육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경험, 아들의 경험, 부모와 아이의 관계, 대화법, 사춘기 아이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등을 담아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다산에듀/ 2018년)을 출간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KBS 건강365’라는 잡지에 기고했던 글이 이번 책의 토대가 됐다.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4가지 아들 교육법’이라는 부제는 괜한 것이 아니다. 성교육 10가지 원칙, 사춘기 이전의 성교육, 사춘기 시기의 성교육, 사춘기 남자 아이들의 질문 등의 내용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통합 폭력예방 강사로 활동 중인 자신의 강점을 살려, 아들 가진 부모들이 알아야 할 성폭력 정보들을 약 50여 페이지 할애해 정리해두었다.

손경이, 손상민 모자는 유튜브 동영상에도 함께 출연했다. 두 사람의 일상 대화를 영상으로 담아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작업은 10편의 영상으로 남았다. ‘아들에게 자위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요?’, ‘엄마랑 아들의 본격 섹스토크쇼’ 등 주제도 다양하다. 자체적으로 수위를 낮췄다는 영상은 그 내용을 글로 풀어 이번 책에 함께 실었다.

아들을 위한 올바른 성교육이 왜 중요한지, 아이와 나누는 성 이야기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궁금하다면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봐도 좋겠다. 아들 덕분에 성교육 전문가가 된 엄마 손경이 강사, 엄마의 남다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아들 손상민 씨를 지난 5월 24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에서 만났다.

”내 방식대로 널 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잘못됐을 수 있어”

Q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이라는 제목 때문인지 아들 가진 부모님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아들 상민 씨는 이 책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네요. 어땠나요?


손상민 : 오래 전부터 이런 분야의 스피커가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이 사회 문제를 끄집어내고 ‘가정 내에서의 성교육이 어느 정도는 잘못됐다고 인정하자’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머니가 항상 저에게 하신 말씀이 “나도 내 방식대로 널 가르치고 있지만 나도 잘못됐을 수 있어”라는 말이었거든요.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의 성교육보다는 엄마의 성교육이 조금은 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걸 이미 어머니도 알고 있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손경이 : 제가 변한 건 솔직히 아들 덕분이에요. 얘가 질문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그걸 너무 좋아했어요. 질문을 자꾸 하니까 제가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제가 더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거 있죠. 내가 얘를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맞춘다는 느낌. 덕분에 20대와 대화가 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튜브 보면 ‘이렇게 대화가 잘 되는 어른은 처음 봤다’고 하는데, 20대 생각을 그나마 맞춰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게 행복해요. 부모는 아이를 끌고 가려고 하지만 저는 그게 싫어요. 아이들이 끌려가지도 않겠지만요.

Q 기존 성교육을 돌이켜보면 순결사탕을 주고, 낙태 비디오 보여주면서 책임감을 강요하는 일들이 성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기도 했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치고는 너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었죠.

손경이 : 저도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는 임신 비디오, 중학교 때는 낙태비디오. 그게 성교육의 전부였어요. 그런 교육을 받은 엄마 아빠가 다시 아이를 가르치는 거죠. 심각한 거예요.

손상민 : 저희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 좋다고 생각했던 게 (성교육이) 너무 생식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신체 기관을 ‘생식 기관’이라고만 치환해버리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피임에 대해 알려주잖아요. 콘돔이 있고 이걸 사용하면 피임이 된다는 걸 알려주죠. 그런데 아이들이 피임에 대해 이해를 못 해요. 아이들 생각으로는 (성교육 받은 것에 의하면) ‘성관계는 임신하려고 하는 건데, 임신을 왜 막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성관계로 인한 쾌락은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어머니께서는 ‘성관계는 상호합의가 있는 동의된 쾌락이다’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자위도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이고요. 임신과 쾌락을 위한 성관계 중, 인생에 어떤 목적으로 갖는 성관계가 더 많겠어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해시켜주지 않으니 피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피임은 필요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문제가 많아진다고 생각했어요.

Q 최근 들어 바뀌어가는 추세지만, 기존 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손경이 : 아무래도 ‘피해자 예방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참 이상하죠. 그래서 고민하다 찾은 게 ‘가해자 방지 교육’이에요. 책에도 이 이야기를 했는데요. ‘피해자 예방 교육’을 ‘가해자 방지 교육’으로 바꾼 이후의 효과는 어마어마해요.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언어가 바뀌고 (비판의) 화살이 바뀌었어요. 범죄 예방은 더 잘될 수 있고요. 무엇보다 그로 인해 사람이 ‘덜 죽을 수 있게’된 것이 가장 크죠. 이제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미투(#Me too) 운동’, ‘위드유(#With you)’, ‘위 체인지(#We Change)’인 것 같아요.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이죠. 이것만 이해되고 설득된다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거예요.

“어느 날 아이가 부탁했어요. 엄마가 강의를 해달라고”

 

Q 손경이 강사님께서는 상민 씨가 어릴 때부터 직접 학교에 나가 성교육을 했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였나요?


손경이 :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요. 아이가 부탁했어요. 엄마가 강의를 해달라고.

손상민 : 일단 제가 놀림을 너무 많이 당했어요. 엄마에게 성교육을 받았는데 성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 당할 줄은 몰랐어요. 나는 성에 대해서 더 많이 알 뿐인데 왜 놀릴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의 레벨을 올리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와서 강의를 좀 해달라고 했어요. 나를 위해서.

손경이 : 아이가 놀림받은 것도 화가 나는데 선생님도 아이를 안 믿는다는 게 더 화가 나더라고요. 제 직업을 안 믿더라고요. 아이가 변태인데, 자신이 변태가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가 성교육 강사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시에 성교육 강사 엄마가 흔치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직접 학교에 가서 교육을 하려는데 아이들이 강사증을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처음에는.

손상민 : 고등학교 때까지 어머니가 학교로 오셔서 성교육을 하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기존 성교육과 어머니의 성교육을 번갈아가면서 두 번씩 들었던 것 같고요. 근본적으로 (기존의 성교육과 어머니의 성교육은) 너무 많은 것들이 달랐어요.

손경이 : (기존 성교육을) 듣는 게 힘들었대요.

Q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손경이 : 내가 들은 것만 해도 많아요.

손상민 : 초·중·고 다니면서 계속 성교육을 받았잖아요. 보건선생님이나 외부강사가 성교육을 할 때, 성관계에서 ‘쾌락’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게 싫었어요. 쾌락을 느끼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 같은 성교육이 싫었어요. 성에 있어서 묘한 거부감이 드는 이유가 있다면, 결국 쾌락에 대한 거부감이나 성에 대한 죄악감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손경이 : 아이가 성에 대해 많이 알잖아요? 그럼 변태 취급을 받아요.

손상민 : 성적인 이야기는 금기인 거죠, 거의.

손경이 :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아이가 성에 대해 많이 알아도 안 되고, 올바르게 알아도 안 되는 거죠. 스스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져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자기결정을 못 하는 거예요. 일상 속 재미, 일상의 쾌락을 못 찾는 거잖아요.

손상민 : 성을 많이 안다는 것 자체가 분위기 상 금기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히려 성을 하나의 탈출구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게 좀 문제라고 생각해요. 성은 일상의 탈출구가 아니라 그냥 플러스되는 쾌락 정도인데, 내 인생이 불안하고 불행하니까 성으로 뭔가를 분출하려고 하는 생각들을 하는 거죠.

손경이 : 사람들이 성에 대한 욕망을 건강하게 분출하고 자신에게 플러스 될 수 있도록 공부하면 좋겠어요.

Q 이런 고민을 친구들과도 나눈 적 있나요?

손상민 : 많이 하죠. 실질적인 고민도 많이 나누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고민들을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친구들이 너무 오래 전부터 사실과는 다른, 옳지 않은 성에 대해 교육 받았기 때문에 저의 사고방식에 거부감 갖는 경우도 많아요. 다행히 최근에는 그 비율이 전보다는 낮아졌어요.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애들이 더 많아졌어요.

손경이 : 아들 친구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요. ‘아주머니, 저 할 얘기 있어요’라고. 저에게 성과 관련된 질문들을 할 때 고맙죠. 엄마에게도 못 가고, 아무에게도 못 가니까 그런 것 같아요. 누구와든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저에게 상담을 많이 요청하는 것 같아요.

“피해자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Q 책 전반적으로 강조하신 게 있어요. ‘성적 자기결정권’.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를 의미하는데요. 자기결정권을 추구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손경이 : 저는 앞에 붙은 ‘성적’이라는 말을 빼고 ‘자기결정권’을 말하고 싶어요. ‘성적 자기결정권’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자기결정권’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처음부터 ‘성적 자기결정권’이 가능하진 않아요.

Q 올바른 성교육이라는 건 부모도 함께 공부할 때 가능한데 그러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아이에게 비뚤어진 성 인식을 심어주는 부모들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손경이 : 남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처신을 잘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거죠. 화장 진하게 해서. 밤 늦게 돌아다녀서. 소리 안 질러서. 이런 이유들을 대면서 피해자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해요. 위협받으면 소리지르라는 이야기를 아주 쉽게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소리 안 나오거든요.

피해를 입으면 해바라기 센터(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의 상담과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에 연락하라고 하는데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조차 쉽지 않아요. 그런데 바로 연락 안 했다고, 신고 안 했다고,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피해자들 ‘탓’하는 거예요. 이유로 못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이유 삼아서 피해자가 배운대로 대응 안 했다고 탓하면 안 되죠. 사실 가해자가 그런 일을 안 만들면 피해자도 해바라기 센터에 갈 일이 없는 거잖아요. 답이 없는 상황인데도 마치 답이 있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어요. 피해자 비난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부모라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사회가 피해자를 그렇게 대처해도 힘이 드는데 부모가 아이에게 그런다면 더 힘들고 상처예요. 가장 심각한 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교육’ 그 자체예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책에 사춘기를 기준으로 ‘사춘기 이전의 아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를 위한 성교육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는데요. 사춘기를 겪고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한 뒤에는 부모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꺼낼지 막막할 것 같거든요. 어떤 방법으로 아이에게 다가가주면 좋을까요?

손경이 : 차라리 백지상태면 제가 어떻게든 교육을 시키면 되는데, 이미 다른 생각들이 있는데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쉽지 않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상민 : 첫번째는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식이 부끄러워할 수도 있고, 부모님이 부끄러워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부끄러워하면서 말을 꺼내면 자식도 부끄럽거든요. 반대로 너무 대놓고 성에 대한 말을 꺼내도 아이가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요. 이 인터뷰를 보고 무턱대고 자식과의 소통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성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손경이 : 그거 아이들이 정말 싫어해요.

손상민 : 평소에 일상 이야기도 안 하다가 갑자기 성 이야기를 하는 건 아이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어요.

손경이 : 끔찍해요, 그건. 가장 기본은 일상의 대화예요.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해요.

손상민 : 가장 기본은 “오늘 뭐했니?”

손경이 : 아이가 힘든 게 뭔지 알아야 할 거고요. 그런 전제없이 바로 성 이야기를 하는 건 또 다른 성희롱,성폭력일 거예요. 갑자기 훅 들어가는 건 절대 안 돼요.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상의 대화’. 아이의 말을 존중해주고 자녀의 고민을 함께 해결한 뒤에 성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도 부끄럽지 않죠. 성 이야기는 부모와 자녀가 가장 친해질 수 있는 최종의 경계라고 생각하면 돼요.

Q 오늘(24일)이죠.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핵심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최근 ‘낙태죄 폐지’는 전 세계를 달군 이슈 중 하나였어요. 책에 사춘기 아이들의 질문들을 받아 답변한 부분에 낙태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아마 오늘을 기점으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의견은 더욱 분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계신가요?

손경이 : 산 너머 산인 것 같아요. 하나가 터지면 또 하나가 더 터지고. 낙태죄는 10년~20년 간 늘 논란이 있었어요. ‘미투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늘 이야기 해왔던 건데 이제야 사람들이 들어주기 시작한 거죠. 불법촬영도 마찬가지인데 이제야 ‘동일범죄 동일수사’하자고 이야기가 나온 거고요. 오래 전부터 말해온 것들인데 사람들은 이제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화도 나고 고맙기도 해요. 이게 젠더의식이니까요.

단순히 성교육만으로 사람이 바뀌기는 힘들어요. 젠더의식, 젠더교육을 함께 받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거죠. 학교에서 젠더교육만 잘 됐어도 우리 사회의 웬만한 문제들은 거의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거기(학교)서부터 젠더교육이 빨리 도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Q 선생님의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인상깊은 대목을 발견했는데요. “성폭력 피해자들이 말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나아가 사회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할까요?

손경이 : 편견없이 듣는 것. 피해자 이야기를 온전히 다 들어주는 것. 그거죠. 들어만줘도 변화가 돼요. 피해자의 고통을 더 귀를 기울기면 더 좋고요. 공감을 하든, 이해를 하든 못하든, 그건 나중의 문제고요. 우선 이야기를 했잖아요? 고마워해줬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누군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그 사람을 믿었기 때문이에요. “날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그것부터가 시작일 것 같아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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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손경이

17년 경력 30만 부모, 학생, 교사, 직장인이 인정한 국내 최고의 성교육 전문가. 어린 시절 아들이 ‘고추가 가려워’, ‘예쁜 여자를 보면 가슴이 뛰어’, ‘엄마는 왜 가슴이 큰 거야?’라고 질문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막막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그때부터 직접 성(性)을 배워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성교육 전문가로 연 350여 건의 강의 활동 중이다. 특히 아들과 터놓고 성에 대해 속시원히 이야기하는 ‘엄마와 아들의 성고민 상담소’ 영상 시리즈는 28만 뷰를 자랑하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광운대학교대학원에서 범죄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On Style 「뜨거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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