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5.03 조회수 | 6,981

중환자실 21년 근무, 김현아 “간호사는 천사 아닌 사람”

 

3교대 근무에 연장근로, 야간근무, 휴일근무수당 없음. 식사시간은 5분에서 30분. 임신은 순번을 정해야 하고, 근무 중 욕설이나 반말을 듣는 일은 부지기수. 회사에서 장기자랑이 열리면 춤을 추러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행인들에게 광고물을 배포하는 일이나 상사의 개인 업무에 동원되기도 함. 그러다 작은 실수 하나로 인해 타인의 목숨을 해치는 일까지 생길 수 있음.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한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감당하기에는 참으로 어렵고 힘들고, 무엇보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대학병원 외과 중환자실에서 21년을 간호사로 재직했던 김현아. 그녀는 원고를 쓰면서도 과연 자신의 글이 책으로 나올 만한 것인지 의심을 반복했다.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대학 병원에서는 신생아가 집단으로 사망하는가 하면, 한 대형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으니.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그녀였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간호사만 해도 그랬다. 환자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의사에 비해 간호사는 한가하기 그지없으며 수다스럽게 남의 뒷이야기만 하는 존재로 그려지기 일쑤였으니까. 대부분 사람은 간호사라는 직업이 주사만 잘 놓으면 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녀는 화가 났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쌤앤파커스/ 2018년)이다.

 

‘늘 죽음과 함께 했던 시간’…”환자와 함께 고통 느끼는 게 간호사의 본분”

 

“병원을 나와 3개월 동안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직접 투고를 했어요. 총 8곳에 보냈는데 쌤앤파커스에서 하루 만에 연락이 왔죠. (웃음)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렇다 할 대우를 제대로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를 돌보며 배운 것이 많았어요. 20년 넘게 마주해온 환자들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평소에 일기나 글을 자주 쓰는 편인데 글의 힘을 느낀 것은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던 때였어요. 제가 휴대폰에 작성했던 일기가 우연히 신문 1면에 실리면서 의료진에게 적대적이었던 분위기가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죠. 글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때였어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병원에 들어섰던 건 스물둘의 나이. 그녀는 별다른 고민 없이 중환자실에 자원했다. 막연히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정말 사람이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밤새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뛰어다녀도 못 하는 일이 쌓여만 갔기 때문이다. 일은 많은데 감당을 잘 하지 못하니 자괴감은 갈수록 커졌다. 특히나 환자가 사망했을 때 더욱 그러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하는 생각에 환자의 죽음이 마치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늘 죽음과 함께했던 그녀다.

 

그녀는 병원 밖을 나오면 평범한 20대였다. 하지만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누군가의 목숨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어야 했다. 돌보는 환자 중 누구 하나 위중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멀쩡하게 지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중환자실을 거쳐 영안실로 내려가는 이들을 숱하게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20대,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마주하다 보니 삶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해나갔다. 더는 환자들과 감정적으로 섞이지 않으니 편하게 느껴졌다.

 

“간호사는 환자 옆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들과 동화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제가 진심으로 보살핀 환자의 가족들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환자의 죽음이 저의 탓인 것처럼 온갖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는데 그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 뒤로 마음을 닫고 일했던 게 한 달 정도였죠. 상처를 받기 싫으니까 저 스스로 보호를 했던 것 같아요.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해야 할 일이 밀려나니까 짜증이 밀려온 적도 있었어요. 심폐소생술을 했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죠.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고요. 그러다 보호자의 품에 안긴 환자의 아기를 봤는데 그 눈빛을 보고는 정말 창피해지더라고요.”

 

이후 그녀는 환자와 함께 고통을 느끼는 것이 간호사의 본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매사에 마음을 다했다. 어느 할머니가 이런 그녀를 두고 저승사자와 싸우는 아이라 불러주었는데 그녀는 이 말을 마음 깊이 오래도록 간직했다. 그래서 신입 간호사들에게도 늘 환자의 얼굴에 가족의 얼굴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마음을 다하게 된다면서. 아무리 돌아가신 분일지라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도 애썼다. 그들의 수염과 머리를 정리해주고 대변을 처리해주는 일이 그러했다. 가족들이 슬픔 속에서도 환자의 편안한 모습을 보면 안심을 하고, 돌아가신 분도 자신의 모습이 정갈하면 마음이 놓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태움’ 문화, 간호사 개인 자질의 문제 아닌 의료업계 구조의 문제로 봐야


이런 그녀가 병원을 그만두고 나왔던 것은 2017년 7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병원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만 해도 승진을 제안하는 병원 측에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했지만 그대로 무시당했다. 그녀가 그대로 병원에 남으면 관리자가 될 것이고, 환자와는 멀어진 채로 병원과 가까워질 것이다. 병원의 처지를 대변해 수익과 효율성을 고려하며 결국 병원의 지시대로 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무리 높은 직급이 되더라도 후배 간호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미련 없이 병원을 나왔다.

 

“병원을 나오니까 안 보이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더라고요. 사실 병원에 있을 때는 어떤 게 부당한지 몰랐거든요. 모든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선배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하니까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죠. 누구도 이의제기하지 않았고요.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늘 우리들끼리의 이야기로 끝나버렸고요. 병원을 나와서 보니 그 당시 힘들었던 것들이 대부분 병원의 구조적 문제였는데 간호사들은 자기의 잘못, 혹은 서로의 잘못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아마도 병원에 계속 있었으면 이런 책은 결코 못 썼을 거예요.”   

 

최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태움’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면허증을 취득한 간호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했다. 제대로 된 실습 기간 없이 선배 간호사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선배 간호사 역시 돌봐야 할 환자가 많은 형편이기에 가르치는 처지나 배우는 처지나 서로 부담이 된다는 것. 그녀는 태움이 나쁜 간호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철저히 의료업계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 병원에서 수익을 따지기에 앞서 간호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함은 물론, 신규 간호사를 위한 교육 체계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신식 기계 도입하고, 건물 세워도 인력 투자 않는 게 병원 현실…”병원은 스스로 간호사 처우 개선 않을 것”


“저처럼 경력 많은 간호사가 그만둔다고 하면 병원은 환영합니다. 나가야 하는 인건비가 줄어드니까요. 신규 간호사 한 명 뽑아놓고 우리는 인원 다 채웠다고 말하죠. 이렇게 간호사들의 머릿수만 채우다 보면 결국 환자의 안전은 보장하지 못해요. 간호사의 일은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일이 아니니까요. 신규 간호사의 사소한 실수만으로도 환자가 위태로워질 수 있거든요. 이 참에 정부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올바른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정부가 야간 근무를 한 명의 간호사에게 몰아주자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인원을 늘려주고 중간에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먼저 아닌가 싶어요. 또한 현재 국내에는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이가 38만 명인데 이 중에서 쉬고 있는 20만 명의 간호사를 병원으로 끌어들인다는 정책도 내놓았더라고요. 아마 병원이 바뀌지 않는 한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현재 국내 의료법에는 간호사 1명당 80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요. 올해 벌어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처럼 병원에 불이 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의료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거든요. 의료 현장의 실상을 잘 반영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죠.”

 

그녀의 말에 따르면 병원은 절대 스스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고 건물을 세우고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에는 몇십 억의 돈을 쓰지만 인력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녀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나하나 제대로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간호사는 강해야 해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만큼 엄격할 수밖에 없죠. 저승사자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환자의 목숨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하니까요. 간호사가 살아야 환자가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간호사는 진실해야 해요. 아무리 중환자여도 건성으로 대하면 다 아시거든요. 꼼수가 절대로 통하지 않는 직업이죠. 무엇보다 간호사는 천사가 아니랍니다. 슬픔과 좌절, 고통과 기쁨 등 모든 걸 느끼는 사람이고 인간이에요. 백의 천사라는 이름으로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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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김현아

외과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며 21년 2개월 동안 환자를 돌봤다. 제주 한라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환자를 더 잘 보살피고 싶은 마음에 한림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간호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환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간호사의 삶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 틈틈이 글을 쓰며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간호사의 편지’로 전국을 감동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편지는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라는 제목으로 2015년 6월 12일 <중앙일보> 1면에 실렸다. 2011년부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병원 생활 전반에 대한 정보를 많은 독자들과 나누려 노력했다. 오랫동안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권 수호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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