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4.25 조회수 | 13,700

‘말 못하는 아기들의 변호사’ 김수연 “때리는 훈육은 교육 빙자한 부모의 갑질”

- 아기발달 전문가 김수연 박사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육법> 출간…독박육아 부모를 위한 훈육 패러다임 제시

- "감정 조절 키우는 훈육...아이 태어나서부터 시작해야"
- “건강한 아이 양육 위한 사회시스템 절실…밥도 제대로 못 먹는 엄마들 위한 도시락이나 이유식 배달 서비스 필요”

- “반드시 엄마가 아이 키워야 한다는 이론 없어…일관된 양육 태도가 더 중요”

 

 

 

김수연 박사는 국내 최고의 아기발달 전문가다. 육아의 모범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영·유아 발달심리학과 발달신경학을 수학했다. 이스라엘 아동발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실제 이스라엘 육아를 깊이 접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지낸 경험이 “아이는 국가 시스템과 함께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육아관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 양육은 엄마 책임으로만 맡겨지는 게 아니라 사회 모성지수가 함께 커져야 한다는 것. 전 국민이 아기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아이 다루는 법을 배울 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4월 17일,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에서 만난 김 박사와 이야기를 나눌수룩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을 ‘말 못하는 아기들의 변호사’라고 소개했지만 독박육아로 속만 끓이고 있는 엄마들의 변호사이기도 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지 않나. 공무원이 친정엄마가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 박사가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되는 날을 상상하느라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육법>(물주는아이/ 2018년) 인터뷰를 잊을 뻔했다.

 


Q·유아 양육에서 핵심인 아기발달, 말걸기 육아에 이어 이번엔 훈육을 다룬 책을 쓰셨네요.

 

<김수연의 아기발달 백과>는 발달문제를 빨리 발견하도록 운동발달 중심으로 다뤘고, <0~5세 말걸기 육아의 힘>으로는 아이들이 말하는 데 중요하는 건 언어표현력이 아니라 언어이해력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아기가 이해도 못하는데 부모가 길게 이야기하면 아이에겐 (책상을 똑똑똑똑 두드리면서) 이렇게 들려요. 아이 언어이해력에 맞게 말을 걸어야죠.

 

<0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조절 훈육법>은 행동발달 이야기예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 ‘반응성애착장애’가 부각되면서 아이들을 과잉보호했어요. “아이한테 ‘안 돼!’라고 하지 마라” “스킨십 많이 해줘라” “만3세까지는 엄마가 키워라”고 해서 엄마들이 직장도 그만두고 그렇게 키웠는데 아이들이 떼도 더 심해지고 사회성도 안 좋은 거예요. 그렇게 2,3년 키우다가 훈육을 하려니 그게 되냐고요. 이 책은 독박육아를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훈육 패러다임을 주기 위해 썼어요.

 

Q 책에서 훈육은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훈육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사느냐’예요. 같이 잘 살기 위한 나름의 조치죠. 옛날 대가족에서는 5세 이전에 훈육이 딱히 필요 없었어요. 형이 이렇게 하면 야단맞더라. ‘건강한 눈치’가 생기고 모방학습이 돼 자연스럽게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익혔죠. 그런데 독박육아일 때는 “여기서 말 잘 들으면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줄게” 같은 조건부 말을 잘 못 알아듣는 5세 이전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더불어 잘 사는 법,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려줘야 해요. 제 스승의 스승인 하버드 대학 브래즐턴 박사는 태어나서부터 감정조절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어요. 훈육은 아이가 스스로 감정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으로,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야 하죠.

 

Q 아기가 울 때 반사적으로 품에 안아 달래는 건 부모가 불안해서 그렇다는 부분도 찔렸어요.

 

그게 전통적으로 말하는 ‘손 탄다’는 거예요. 울자마자 가서 끌어안는 큰 자극을 주면 더 떼가 심해져요. 울 때는 작은 자극을 줘야 해요. 소리를 들려주거나 얼굴이나 장난감을 보여주는 식이요. 이도 저도 안 되면 마지막에 안아주거나 공갈 젖꼭지를 주는 거죠. 애가 울면 마치 엄마가 죄인이 된 것처럼 “엄마가 너에게 상처를 줬구나”라고 할 필요가 없어요.

 

Q 훈육에 실패하는 원인도 다양하게 제시하셨어요.

 

아기의 타고난 까다롭거나 순한 기질이 부모와 상호작용하면서 훈육에 영향을 미쳐요. 그래도 부모들은 아이가 3세 이전에는 가능한 욱하지 않으려고 하죠. 어지간하면 머리가 가슴을 통제해서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요. 그런데 피곤하면 머리가 작동하지 않고 폭발하는 거예요. 3세 이후엔 아이 행동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쉽게 말해 부모는 남 때리는 걸 절대 용납 못하는데 아이가 그랬다거나 부모는 거짓말은 안 된다는 가치관이 있는데 아이는 발달기상 할 수 있는 거짓말을 하는 식이죠. 책에는 ‘부모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아이’라고 썼는데 그 아이들은 불효자가 아니라 부모가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부모를 성장시키는 아이예요.

 

Q 독박육아로 엄마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땐 어린이집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 같아요.

 

안타까운 건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키워줄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도 엄마들이 굳이 자기 방식대로 키우겠다고 그걸 안 받아요. 애를 키울 때 필요한 건 육아정보가 아니라 풍부한 인력이에요. 육아를 함께할 인력을 확보해야죠. 육아책 100권 읽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또, 어린이집은 양육자가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발달 증진을 위해 보내라는 거예요. 이스라엘에선 대부분 생후 4~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들이 직장으로 돌아가요. 전업주부들에게도 “아이한테 적당한 놀이 환경을 제공해줄 수 없는데 왜 데리고 있으려고 하나.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교육했고요. 물론 직장으로 복귀할 때 100% 전일근무가 아니라 하던 일의 25%, 50%, 75%로 돌아가는 걸 선택할 수는 있었어요.

 

어떤 육아이론에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이론은 없어요. 누가 키우든 일관된 양육태도를 보여야 아기 정서발달에 좋다고 나오지. 어린이집들에서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건 안타까운데 그건 엄마들이 민원운동으로 해결해야 해요. 어린이집 시설 규정과 프로그램들을 아동 발달에 맞게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거죠. 그것이 인터넷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소위 고학력 어머니들의 역할인 거예요.

 

 

Q 책을 읽으면서 엄마들을 위하는 박사님 마음이 느껴졌어요.

 

이스라엘에 가자마자 간호사들이 데모를 해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 빠졌어요. 유럽 방송국들이 와서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묻는데 간호협회 회장 같은 사람이 “우리를 위한 파업이 아니다. 우리가 피곤하면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기 때문에 환자를 위한 파업이다”라고 답하더라고요. 그 뒤로 25년 전인 1985년에 간호사들 근무시간이 36시간으로 줄었어요.

 

엄마들도 그렇게 나와야죠. “우리가 피곤하면 육아우울증에 들어가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아이들 정서발달에 좋지 않다. 우리가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요. 나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엄마들에게 도시락이나 이유식 배달 서비스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 보기에 많은 육아우울증이 소아정신과에 갈 일이 아니라 좀 쉬고, 제대로 먹고, 운동하는 게 더 나아요. 독박육아로 힘들어 하면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아실현할 수 있는 직업으로 돌아가는 데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거죠.

 

Q 훈육 방법 관련해서 아이들이 잘못하면 회초리라도 들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아직 있는데요.

 

옛날 서당에서 훈장님이 회초리를 든 건 말이 돼요. 훈장님이 늙었잖아요. 학생들이 약하다고 무시할 수도 있는데 회초리로 권위를 세운 거죠. 그리고 원칙을 정해놓고 학생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잖아요. 훈장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회초리를 들 때 감정이 안 올라오죠. 마치 요리 잘하는 사람이 30~40명 와도 요리하는 데 스트레스 안 받듯이.

 

그런데 지금은 기껏해야 한둘이고 많아야 셋인데 객관성을 갖기 힘들죠. 현실적으로 감정이 안 들어가게 때리는 게 불가능하니까 때리지 말라는 거예요. 그리고 누구나 화가 나면 자기중심적이 돼요. 아이 입장이 안 보이죠. 그렇기 때문에 때리고 소리 지르기보다는 너의 그런 행동은 애정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게 더 큰 체벌이에요. 아기들 중에는 때리는 것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Q 그게 책에 나온 안전문 등을 활용한 거리두기인가요?

 

생후 8~9개월만 돼도 애가 뒤로 뻗치면 엄마도 같이 넘어가잖아요. 아빠 훈육을 더 듣는 건 아빠가 힘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안전문은 내가 부족한 힘을 대신 채워주는 장치예요. 이 문을 열고 닫을 힘은 나한테 있다는 걸, 엄마가 힘이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엄마들이 너무 힘드니까 문을 탁 닫고 들어가서 쉬는데 아이는 엄마가 안 보이면 엄청난 공포감을 느껴요. 자기가 버려졌다고 생각하죠.

 

안전문은 밖에 엄마가 보이잖아요. 보이는 데서 밥 같은 걸 하며 바쁜 척을 하세요. 그러면 아이는 상처를 덜 받아요. 물론 안전문보다 좋은 건 내가 체력이 엄청 좋으면 돼요. 거리두기는 아이한테 “세상에 너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엄마도 존재해. 엄마도 힘들어. 계속 그러면 엄마는 너한테 애정을 줄 수 없어”라고 말하는 특별한 가이드라인이예요.

 

Q 훈육책인데 ‘연령별 집안일 함께하기’ 매뉴얼이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면서 애가 할 수 있는 일도 부모가 대신해주고 자기만족에 빠지기도 해요. 그런데 훈육이 더불어 잘 살기를 위한 거라고 했잖아요. 더불어 살다 보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맞닥뜨릴 때가 있잖아요. 아기 때부터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연습을 해야죠. 집안일은 그런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고요. 책에도 소개했는데 만 3~4세 때 집안일 참여도가 20대 중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15~16세까지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다가 참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Q 이스라엘에 오래 계셨는데 이스라엘과 한국이 육아를 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이스라엘은 전 국민이 베이비시터화 돼 있어요.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게 휴가로 인정돼요. 어린이집 못간 아이를 직장에 데려 오면 직장 동료들이 얘를 데리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다 알아요. 좀 한가한 부서 직원이 아이한테 도장 찍는 일 같은 걸 시키죠. 히브리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데 엄마들이 애를 데리고 와요. 교수가 아이한테 하이 파이브하면서 반갑다고 해요. 아이는 스케치북, 크레용 같은 걸 꺼내고요. 엄마가 수업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거죠.

 

Q 이스라엘에서는 어린이집 문제 같은 게 없나요?

 

거기도 가정어린이집이 있는데 교사 한 명이 아이 다섯을 돌봐요. 내가 그걸 감독하는 공무원이었는데 가정방문을 가다가 전날에만 연락하면 언제든 쑥 들어갈 수 있어요. 가서 애들 연령에 따라 장난감이 제대로 구비돼 있나, 시설은 깨끗한가, 음식은 괜찮나 다 보게 돼 있어요. 공무원들 관리감독 시스템이 철저하고 매뉴얼이 굉장히 구체적이죠.

 

또 어린이집이 피라미드 구조로 돼 있어요. 어린이집 열 곳 당 한 명씩 슈퍼바이저(관리자)가 있죠. 그 슈퍼바이저 열 명당 또 한 명의 슈퍼바이저가 있고요. 그 슈퍼바이저들의 꼭대기가 누구냐. 보건복지부 국장이죠. 슈퍼바이저들은 계속 멘토링을 받고, 어린이집에서는 다루기 힘든 아이가 있으면 부모가 아니라 담당 슈퍼바이저에게 얘기해요. 그는 자기가 할 수 있으면 해결해주고 못하면 아동발달연구소로 문의하죠.

 

우리나라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보면 안타까운 게 그들을 이끌어주는 슈퍼바이저가 없잖아요. 선생님들 한꺼번에 모아놓고 하는 강의로는 해결이 안 돼요. 1대 1로 훈련을 해야죠.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돼서 이스라엘에서 경험한 시스템을 한국에도 만드는 거였어요. 그게 안 돼서 이렇게 책을 쓰고 있죠.

 

Q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책을 쓴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갑질이 없어지고 약자가 보호돼야죠. 아기는 정말 약자잖아요. 자기를 변호할 수 없죠. 때리거나 소리 지르는 훈육은 부모가 하는, 교육을 빙자한 갑질이라는 걸 인식하라는 거예요. 과잉보호와 학대/방임은 똑같은 결과를 가져와요. 남을 이해하는 힘, 감정조절을 하는 능력을 떨어뜨리죠. 민주주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거잖아요. 나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원치 않은 일이 발생할 때 감정조절 못하면 순간 극도로 이기적이 돼요. 그러면 옆에 사람이 싫어해요. 생존이 불가능하죠. 어려서부터 스스로 감정조절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오냐오냐 키우면 아이가 생존하기 힘들어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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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북DB 객원기자)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 jjung9110@naver.com

작가소개

김수연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박사과정에서 영유아 발달심리학, 발달신경학을 공부하고 이스라엘 아동발달연구소에서 영유아 발달 평가 및 조기 발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귀국한 후에는 EBS [육아 일기], [60분 부모] 등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기 성장 발달 평가와 초보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유아 성장 발달에 관한 전문가 교육의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을, 방송을 통해 부모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로 한국교육방송공사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현재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김수연의 아기발달백과], [엄마가 행복한 육아]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유아기 언어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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