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4.11 조회수 | 3,194

< B급 며느리> 선호빈‧김진영 “여자도 대통령 하는 시대… 왜 고부관계만 조선시대일까?”

(왼쪽부터) < B급 며느리> 저자 김진영, 선호빈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 아내는 내 부모님과 많은 갈등을 만들었다. 나는 나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결심했다.”

- < B급 며느리>중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강렬한 드라마가 있다. 다큐멘터리는 바로 그 고통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건져 올리는 작업. ‘이상한 여자’ 김진영과 결혼한 다큐멘터리 감독 선호빈은 고부 갈등으로 인해 불행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자신의 집안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밀기로 한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다.

 

가부장제의 첨예한 단면인 고부 갈등을 통해 한국 가족 문화의 현실을 조명한 < B급 며느리>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고 자학적인 극영화 형식으로 구성해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마이너 장르라 여겨지던 ‘사적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일반 상영관에서도 개봉되며 대중성을 입증했다. 최근 발간된 책 < B급 며느리>(믹스커피/2018년)는 영화의 후일담인 셈. 마치 대사를 보는 듯한 영화감독 특유의 가독성 있는 문체와 위트가 살아 있어 한 편의 만화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이상 고온으로 때 이른 봄꽃들이 앞다퉈 피어난 4월 초, 마포의 한 카페에서 저자인 선호빈 감독과 그의 아내이자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김진영 씨를 만났다. 봄바람 휘날리며 샤랄라한 원피스를 입고 경쾌하게 자전거를 타던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날이어서일까. “B급으로 불리든 F급으로 불리든 상관없어요”라고 야무지게 말하는 김진영 씨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런 여자인 줄 정말 몰랐어요”라면서 고개를 흔드는 선호빈 감독은 방금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시어머니의 말 바꾸기 증거 확보 위해 카메라에 담기 시작

 

Q < B급 며느리>책은 동명의 영화의 후일담이나 제작보고서 같은 느낌입니다. 따로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선호빈 : 우선은 출판사 쪽에서 제의가 와서 시작할 수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직은 제가 능수능란한 감독이 아니어서인지 영화를 만들고 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그 안에서 싸우는 당사자다 보니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처럼 전체적인 구조도 보이지 않고,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시선도 명확히 담기가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그때는 가족과의 갈등이 너무 심해서 정신적으로도 너무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2년 정도 지나서 돌아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정리가 된 느낌이 들 거예요.

 

Q 어머니가 처음엔 영화를 안 찍겠다고 하셔서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요?

 

선호빈 : 체면이 굉장히 중요한 분이셔서요. 명절에 손주가 안 오면 사고가 났다든지 미국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이 기회에 엄마가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시라고 그렇게 설득해도 끄떡도 안 하시다가, 제가 제작지원금을 받고 ‘아들이 이걸로 좀 먹고 살자’고 조르니까 그때서야 마지못해 허락하셨어요. 저는 사실 깜짝 놀랐어요. 이걸로 허락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아들이 계속 힘들게 사는 거 지켜보시다가 그래도 뭔가 좀 하려나 보다 싶으니까 외면을 못하셨던 것 같아요.

 

Q 김진영 씨는 남편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을 하셨나요?

 

김진영 : 처음 영상을 찍자고 한 게 저예요. 시어머니가 말을 자꾸 바꾸셔서 제가 남편한테 증거로 찍어놓으라고 해서 시작된 거지요. 독립 다큐멘터리 만드는 사람들은 집에 소품처럼 카메라가 있고, 기록하는 게 버릇이라 카메라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건 익숙해요. 남편이 나중에 이걸로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도 어차피 본인 영상이니까 마음대로 쓰라고 했어요. 저 같은 사람은 자기 확신이 강해요. 제가 틀려서 대중에게 욕을 먹어도 나만 옳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우리 엄마는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걱정을 많이 했죠. 사람들이 욕할 거라고. 하지만 전 개의치 않았어요.

 

선호빈 : 진영이가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남의 생각까지 다 정해줘요. 자기가 무슨 판관 포청천도 아니고... 남편 입장에선 무척 피곤한 스타일이죠. 그런데 다큐멘터리 감독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피사체는 없어요. 카메라를 아예 신경을 안 쓰거든요. 거기다 말도 잘하고 표정도 살아 있잖아요. 영화를 찍는 동안 중간에 끼여 엄청난 고통을 받았지만, 어떤 때는 호랑이가 토끼를 포획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포착한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것 같은 희열을 느낄 때도 있었어요.(웃음)

 

Q 김진영 씨께서는 영화에서 임신했을 당시 인터뷰에서 시어머니를 ‘재미있는 분’이라고 호의적으로 말씀하셨던데, 고부갈등이 시작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진영 : 사실 결혼 초기에 시어머니 캐릭터 때문에 너무 놀랐어요. 친정엄마랑은 너무 달랐거든요. 친정엄마는 원하는 게 있어도 잘 표현을 하지 않는 분이에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본인의 욕망이 중요하신 분이에요. 원하는 게 있으면 떼를 써서라도 가져야 하는 스타일이죠.

 

친정엄마의 꿍 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에 본인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시어머니가 낯설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성향과 제 영역이 충돌을 하면서 갈등이 커진 거예요. 특히 제가 아들을 낳고 나서 시어머니와 갈등이 본격화됐어요. 시어머니가 먹여주고 돌봐줄 대상이 제 남편에서 아이로 바뀌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죠.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제 아이를 시어머니가 키우시겠다고 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요즘은 다 아이를 시부모에게 맡기는데 너는 왜 고집을 피우느냐면서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시는 거예요. 제가 시어머니와 싸운 일련의 과정은 나름대로 제 가정을 지키려는 안간힘이었어요. 저한테는 우리가 만든 가정에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삶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중요했어요. 그런데 제가 시어머니에게 받은 느낌은 제 영역의 문을 딱 열어놓고 절대 닫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게 아니라 열릴 때 열리고 닫힐 때 닫힐 수 있도록 분리되길 바랐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시어머니와의 싸움은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한 안간힘

 

Q 다큐멘터리 말미에는 시어머니와 다투고 발길을 끊었다가 2년 5개월 만에 시댁을 가는 장면이 나와요. 해피엔딩 같은 느낌도 드는데, 갈등이 다 해결된 건가요?

 

김진영 : 아니에요. 그 장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상반되더라고요.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했다고 보는 분도 있는가 하면, ‘저 여자 결국 가부장제에 굴복하고 그 질서로 회귀하는구나’ 이렇게 보시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둘 다 어느 정도는 맞아요. 사실 결혼 전부터 갈등의 씨앗은 존재했어요. 하나의 예로 제가 기르던 고양이를 결혼하면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셨어요. 하루에 평균 7통 정도의 전화를 하셨고요. 결국 전 고양이를 버리지 않았어요.

 

갈등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화하지 않은 것은 될 수 있으면 문제를 안 일으키고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누가 시부모한테 예쁨 받고 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결국 갈등을 공개하고 싸움을 시작하면서는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이 집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데미지가 너무 큰 거예요. 남편과의 갈등이 심해져 이혼 직전까지 갔고, 아이가 점점 크면서 엄마와 할머니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너무 미안했어요.

 

사실 남편과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제가 지킬 결혼 생활이나 가정 자체가 없는 거잖아요. 결국은 가족 관계에서는 끝장을 볼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영화 초반에는 내 가정은 결혼해서 만든 이 새로운 가정이지 시댁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여자가 남편 집에 편입된다는 생각은 없지만, 어찌됐든 간에 넓은 의미로 연결된 사람들이고 내가 싫다고 끊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건 알게 된 거죠. 결론은 마냥 해피엔딩도 아니고 갈등이 없어진 것도 아니지만, 문제를 겪으면서 서로 양보할 선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제가 시작되면 너무 힘드니까요. 그리고 시어머니도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고요. 그래서 제가 다시 시댁에 가기 시작한 거예요.

 

선호빈 : 전 두 사람의 관계가 남북 관계랑 비슷하다고 봐요. 갑자기 뭘 해결한다기보다는 뭐하나 주고 뭐하나 받는? 너무 가까우면 탈나는? (웃음)

 

Q 결혼 전 고양이 사건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갈등을 예감했을 것도 같은데요.

 

김진영 : 어떤 분들은 그러시더라고요. 고양이 사건이 있었을 때 결혼을 안 했어야 하는데 왜 해서 고생이냐고요. 제가 결혼해서 시부모님들한테 가장 많이 받았던 지적이 ‘예의가 없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예의가 뭔가요? 유교의 덕목인 붕우유신이나 부자유친, 이런 것도 다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밑바탕에 깔려 있잖아요. 그런데 시부모님들은 일방적으로 본인들의 룰을 강요하면서 계속 저한테 버릇이 없다고 하시니까 저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본인들은 저렇게 매너 없이 행동하면서 어떻게 나한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이렇게 되는 거죠.

 

선호빈 : 진영이는 모든 관계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는 보통 지켜지지 않잖아요. 그리고 보통의 여자들은 그게 부당하다고는 생각해도 일일이 따져 묻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진영이한테는 그런 이유를 다 설명해줘야 해요.

 

“왜 그분들 기분을 내가 맞춰줘야 해? 그분들은 왜 내 기분을 안 맞춰줘?” “제사에 며느리가 꼭 참석해야 해? 내 할아버지도 아니잖아.” “여기는 엄연히 내 집인데 그분들이 좀 조심해야 하는 거 아냐? 남의 집에서 왜 그렇게 행동해?” “왜 날 존중하지 않아?”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대는 진영이는 저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죠.

 

그러면서 ‘난 왜 그동안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시대에 왜 유독 고부관계만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고, 영화 제작까지 이어진 거죠.

 

 

Q 김진영 씨는 시어머니가 변화하는 걸 보면서 다시 시댁에 가게 됐다고 하셨는데 시어머니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선호빈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거절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셨어요. 부모님이 대전에 사시는데 손주를 보기 위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엄청 자주 오셨어요. 그런데 진영이는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시부모가 반가울 리가 없잖아요. 그러면 어머니는 내 손자를 보겠다는데 표정이 왜 그러냐면서 한바탕씩 난리가 났었어요.

 

그런데 서로 보지 않는 공백기를 거치면서 이젠 며느리라도 거절을 하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체득을 하신 것 같아요. 뒤에서는 뭐라 할지언정 진영이 앞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 안하시고요.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듯이, 어머니가 진영이에게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존중하는 태도가 생긴 듯해요.

 

Q 오랜 가부장제도 속에서 사실 며느리들은 불평등한 강요와 억압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게 됐잖아요. 그런데 김진영 씨는 그러지 않았단 말이죠.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김진영 : 원래 성향 자체가 제 스스로 공부해서 깨닫고 납득을 해야 받아들여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게 맞다고 해도 제가 수긍하지 못하면 전 못 받아들여요. 시댁 문제도 마찬가지죠. 저는 갈등이 있을 때 표현을 하고 설령 싸우더라도 내가 누군지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두려워서 많은 시부모와 며느리가 참고 살다가 어느 순간 남처럼 돼버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먼저 결혼하신 분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해준 조언이 뭐냐면, 아이가 8~9살 되면 서로 안 보니까 조금만 참으라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서로 이해시키고 이해받는 과정이 모든 관계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며느리에 대한 담론, 변화라기보다는 문제를 인식한 정도

 

Q 영화 ‘B급 며느리’를 비롯해 웹툰 ‘며느라기’도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고, 리얼 관찰 TV 프로그램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공중파에서 제작되는 등 며느리에 대한 사회의 시선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선호빈 : 결혼한 젊은 여성의 삶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이 이렇게 오랫동안 화제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문화의 흐름이 있기 때문이겠죠. 며느리의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됐고, 명절에 가족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급속히 늘고 있는 등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많이 변했나 싶다가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명절에 가족 여행을 가는 걸 생각조차 못하는 집들도 많거든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문다고 할까요. 가령 명절을 다른 방식으로 보내는 걸 어른들이 받아들여주면 가능하지만, 어른들 의사에 상관없이 자식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아직 못 봤어요.

 

김진영 : 저는 지금 이런 분위기는 변화라기보다는 단지 문제를 인식한 정도라고밖에 생각을 안 해요. 이전 부모님 세대는 억압적인 며느리의 의무와 역할이 당연한 삶의 무게라고 생각했던 반면, 지금 우리 세대는 내가 꿈꾸던 삶이 이게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바뀌기까지는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런 면에서 < B급 며느리>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김진영 :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는 여자들의 이야기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집단에서 개인으로 분화해가는 과정에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었다고 생각해요.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가 개인의 존재를 희석해버렸고, 그런 문화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존재가 며느리였어요.

 

저로선 결혼과 동시에 이전처럼 살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받아들이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아기를 낳는 순간 더욱 심해졌고요. 개인의 존재는 사라지고 역할만 남아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저평가되고 A급에서 B급으로 강등이 돼요. 지금 며느리에 대한 담론은 집단에서 개인으로 분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많은 목소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 B급 며느리>도 그런 관점으로 보시면 훨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거예요.

 

Q < B급 며느리>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의미가 있으면서도 재미있어요.

 

선호빈 : 전 B급이라는 말에 애정이 많아요. 뭔가 조금 부족하고 제도권에서 이탈한 사람이 재미있어요. 괴짜를 사랑해요. B급이라는 가벼운 단어가 며느리라는 고리타분한 단어와 부딪쳤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좋았어요. 한 번 들으면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더라고요.

 

김진영 : 저는 주류가 되기 직전이 B급이라고 생각해요. 새롭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B급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저에 대해서 B급이라고 하든 F급이라고 하든 그분이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연하지 않아요. B급이든 F급이든 저는 저니까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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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선호빈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학창시절에는 영화제작 동아리에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재학 중 학교에서 일어난 학내 분규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레즈]로 2011년에 데뷔해 주목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이 책의 주인공인 김진영과 결혼한 후, 가정 내의 심각한 고부갈등을 경험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다. 2017년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를 발표했고, 제4회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라는 심리 상담사의 말에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이 책이 비슷한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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