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4.06 조회수 | 3,213

<어느 날 난민> 표명희 “다른 존재 인정하는 헤플 정도의 열린 시각 필요해”

- 캄보디아, 인도, 아프리카 출신 난민 이야기 담은 소설 <어느 날 난민> 발표한 표명희 작가
- “다른 존재 인정 않으려는 경향 강한 한국사회…생각 다른 사람끼리 헤매다 서로 웃으며 만날 수 있는 미로같은 사회 됐으면”

- ​"누구도 영원히 머무른다는 보장은 없어...누구나 난민 유전자 갖고 있다"

 


우리에게 ‘난민’이란 단어는 본래의 의미보다 전세 혹은 집값이라는 말에 붙은 수식어로 더 익숙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난민이라는 단어의 느낌조차 제 3세계로 불리는 변방 국가에서 탈출한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다. 하지만 오늘날 난민이란 존재는 그럴듯한 수식어나 먼 나라의 얘기 정도로 치부하며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난민이란 전쟁이나 테러, 천재지변 등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종과 종교, 정치적 견해, 빈부격차 등으로 언제든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65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 명이 조금 넘으니 이와 비교하면 난민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2001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으며 이를 통해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를 지원하고 취업을 허가하도록 명시했다. 그렇게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난민 신청만 3만2천여 건. 하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8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수치로만 살펴봐도 한국은 난민에게 지나치게 폐쇄적인 곳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바탕에는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출간된 표명희 작가의 <어느 날 난민>(창비/ 2018년)은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난민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공항 근처에 있는 섬 도시, 사람들이 입주하지 않은 새 아파트가 늘어선 공간에서 집을 나와 난민처럼 떠도는 인물 ‘해나’와 ‘민’.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캄보디아에서 자란 뚜앙,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오빠들에게 명예살인을 당할 뻔한 인도 출신의 찬드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쫓겨 온 샤샤네 가족, 백인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살인의 위협 속에서 도망친 아프리카 출신 웅가까지. 난민 캠프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난민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동안 줄곧 도시를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펼쳐왔던 표명희 작가가 섬 도시와 난민 캠프라는 새로운 공간을 설정한 배경에는 영종도가 준 영향이 컸다. 서울 종로에서만 30년을 살았던 그녀는 인천 영종도로 둥지를 옮겨 현재 5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에서 펼쳐지는 섬 도시의 풍경은 영종도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고. 

 

 

 

“아마 제가 계속해서 서울에서 살았다면 난민 문제를 소설로까지 쓰지는 않았을 거예요. 마침 영종도에는 난민센터가 있는데 동네 자체가 작은 섬이라 그런지 사소한 부분까지도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뭐랄까, 제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서울에서 오래 살다가 아주 낯선 곳으로 가서 살다 보니 심리적으로 난민들에게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물론 그분들과 제가 같은 처지에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문제가 제 문제로까지 확장되면서 훅 들어왔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쓰면서 힘을 많이 받았고 영종도라는 낯선 공간을 잘 견디며 지낼 수 있었죠.”

 

사실 어느 화두이든 그렇지만 특히 난민을 주제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주제 자체가 무겁다 보니 쓰면서 느껴지는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았을 듯. 표명희 작가는 장편이라는 긴 호흡 안에서 난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절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어 소홀히 다룰 수 없었다는 것. 특히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수의 등장인물을 엮어가는 형태의 이야기라 더욱 그랬다고. 그녀는 각자의 성격과 처지가 모두 다른 이들을 우열로 나누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그려내고 싶어 주인공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소설에서 등장하는 난민들의 사연처럼 실제의 난민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 국민이 외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같은 이유가 그렇다. 또한 이승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국으로 망명한 난민 출신이다. 한국은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일제강점기와 전쟁 등으로 인해 난민들이 속출하던 국가였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연 난민을 받아들일 만한 관용이 얼마나 있을까. 난민과 관련한 화두는 어느새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제 소설이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난민 정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누구에게나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세계가 있고, 혹여 그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더라도 영원히 머무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난민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난민 문제가 반드시 유럽의 변방 국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열린 시각이 아주 헤플 정도로 필요해요. 지금은 너무 인색하니까요. 한국 사회는 타인과 경쟁하고 싸우는 것에 익숙해서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요. 아예 선을 그어버리는 식으로요. 저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미로처럼 되었으면 좋겠어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서로 웃으며 만날 수 있는 그런 미로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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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표명희

2001년 단편소설 [야경]으로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3번 출구][하우스메이트][내 이웃의 안녕], 장편소설 [황금광시대][오프로드 다이어리]가 있다. 서울문화재단 신진작가발굴지원 수혜, 제22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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