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28 조회수 | 4,429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가장 중요한 교육, 인생은 즐거운 것이란 마음 심어주는 것”

 

“이 책을 쓰기 위해 4년을 참았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2018년)를 읽고 있노라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책을 덮고 일어나 당장이라도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이렇게 독자의 인내심을 빼앗은 원인이 저자의 인내심에 있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제가 평균 2년에 한 권씩 책을 냅니다. 이번 책도 그 전에 충분히 쓸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고 넘칠 때 써야겠다, 자료 하나도 안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한 권 다 쓸 수 있을 때 써야겠다고요. 지난 추석 연휴 때 시골 고향집 다녀오는 3일만 빼고 7일 동안 한 카페에 앉아서 썼어요. 악보 없이 피아노를 치듯이, 저는 자료 하나 없이 키보드를 쳤죠. 아마 선동가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그런 거침없는 템포가 한 몫을 했을 겁니다.”

 

오연호 대표는 2014년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 사회를 해부한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낸 후 4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800번의 강연을 통해 십만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할 수 없을까’ 고민하며 무엇인가 해보려고 꿈틀대는 사람들을 ‘꿈틀리 주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300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 10회에 걸쳐 덴마크 사회를 직접 체험하는 ‘꿈틀 비행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사단법인 꿈틀리를 만들어 1년 과정 기숙학교인 ‘꿈틀리 인생학교’를 2016년 설립해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 주민들과 함께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가는 4년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덴마크 사회를 취재하고 분석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그 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담은 ‘실천 편’인 셈. “오늘, 지금, 나부터, 꿈틀!”이라는 저자의 선동에 독자들의 심장은 여지없이 꿈틀거린다.

 

 

승자와 패자가 엄격히 구분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Q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2014년에 펴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속편과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1막이었다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2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작에서는 덴마크와 우리 이야기의 비중이 80 대 20이라면, 이번 책은 우리 이야기가 80%예요. 아까 이 책을 읽으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는데, 제가 4년간 받은 감동을 참고 참았다가 단숨에 쏟아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다른 제목으로 바꾸면 <우리도 실천할 수 있을까>이기 때문이에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실천한다는 것이거든요. 1막이 물음표였다면, 2막은 느낌표입니다. ‘사랑하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2막은 1막에 비해 진화했다고 볼 수 있죠.

 

Q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사랑'의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1차 사랑의 대상은 ‘부족한 나’입니다. 그냥 나가 아니라 ‘부족한’ 나. 우리는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밥맛도 없고, 누구를 만나기도 싫어요.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난 왜 이 모양 이 꼴일까’라고 계속 생각한다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부족한 나를 사랑해야겠다고 매일매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결국 사랑이란 추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거죠. 부족한 나를 사랑해야 나도 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어요. 이런 부족한 나를 나뿐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사랑해주면 선순환이 돼서 사회 전체가 행복해지거든요. 덴마크 사회는 그렇게 하고 있더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상위 10% 안에 든 사람들조차도 주눅이 들어 있고 행복하지 못해요. 그 원인은 뭘까? 덴마크 사회를 보면서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죠.

 

Q 우리 사회에서 상위 10%도 주눅이 들어 있고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10%가 승자가 되는 사회를 체험하다 보면 그 10% 안에서 또 10%를 생각하게 돼요. 서울대에 갔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서울 법대에 못 갔기 때문에 불행해요. 판검사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검사장이나 부장판사가 못 될 것 같아 불행하고요. 승자와 패자가 엄격히 구분된 사회에서는 그 트랩을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마치 옆을 보지 못하는 경주마가 1등을 하는데도 계속 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구분된 사회에서는 현재에 만족할 수 없고, 그것이 계속 반복이 돼요. 이 구도를 해체하지 않으면 90%에 달하는 패자는 물론이고 10% 안에 든 승자도 결코 행복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해요.

 

Q 그럼 덴마크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엔 ‘철학’의 유무인 것 같습니다. 덴마크 사회에 가서 제가 느꼈던 게 뭐냐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사회에서도 통한다는 것이었어요. 덴마크 사회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똑같이 지켜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게 사회에서도 통하는 사회가 행복 사회인 것 같습니다. 덴마크 사회는 남을 생각하는 게 희생이 아니라 결국 나한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계속 체험하면서 이것이 선순환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어요.

 

책에도 썼지만 우리나라 1세대 교육학자인 정범모 교수도 ‘우리는 철학이 없이 50년 동안 교육을 해왔다’고 말씀하셨죠. 철학은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힘, 현실의 문제 말고도 궁극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10%만 승자가 되고 나머지 90%를 패자로 만드는 사회 구조 속에서 나의 안위, 나의 성공, 나의 출세만을 생각하며 ‘우리’라는 개념을 잃어버렸어요. 이런 철학의 부실이 교육의 부실로 이어졌고, 그것이 사회 속에서 삶과 문화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행복지수 1위 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내가 행복하려면 바로 된다

 

Q 전작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덴마크 행복지수 1위의 비결로 꼽은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라는 6개의 키워드를 이번 책에서는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로 압축하셨어요. 이 세 가지가 행복의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2013년에 덴마크를 처음 갔을 때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한데, 그 이유가 뭘까? 궁금증이 일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분석을 했죠. 민족성인가, 환경이 좋은가, 종교의 힘인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결과 어떤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의 힘’이었어요. 사람이 꿈을 꾸고 바꾸어나가면 사회가 이렇게 바뀐다는 거였어요. 그것을 제 나름대로 구조화했더니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라는 6가지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을 생각하니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였어요. 이 세 가지를 ‘꿈틀리 인생학교’에 풀어 쓴 것이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예요.

 

Q 2016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덴마크의 교육 과정인 ‘에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해 ‘꿈틀리 인생학교’를 설립하셨는데요. 우리처럼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1년 동안 정규 과정을 쉬고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학교이다 보니 만만치 않죠. 무엇보다 아이들과 엄마가 이런 데 오겠다고 결심하는 게 쉽지 않고요. 학생 정원이 30명인데, 첫해에는 과연 다 채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30명이 다 채워졌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사히 입학식을 치르고 무리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쉬었다 가도 괜찮구나,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1년 동안 이 학교에 들어와 함께 생활하면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집과 학교, 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내 성적, 내 모습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여기서는 같이 밥 먹고, 수업하고, 토론하고, 농사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관계망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훈련이 안 돼 있어 어려움도 많이 겪지만 차츰 그것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많이 성장합니다.

 

Q 우리 안에도 덴마크가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데, 우리나라는 언제 행복지수 1위가 될 거라 예상하십니까?

 

우리나라가 1위가 되려면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려면 그건 바로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꿈틀거린다는 건데, 내가 꿈틀거림을 느끼는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게 이거예요. 우리나라가 행복 사회가 되려면 30년 걸리는데, 그때 되면 난 늙으니 무슨 소용이냐고요. 그런데 제가 이야기한 나의 행복, 내가 꿈틀거리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이 행복이 최후의 행복 사회와 연계가 돼요.

 

객관적으로 보면 그다지 가진 것도 없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는데 세상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미 행복이 와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꿈틀거린다는 거예요. 그 꿈틀거림은 내가 행복해지려면 우리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우리는 지금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행복 사회로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고요.

 

 

어른이 먼저 즐거워야 아이도 보고 배운다

 

Q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재미로 산다’는 책 프로필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5세의 어른보다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릴 법한 문장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거예요.

 

제가 강연을 다니면서 중년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할 건가 하는 마음으로 왔겠지만, 그 마음은 절반만 가지라고요. 나머지 절반은 지금 50대든 60대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그 일에 쓰시라고요. 엄마 아빠가 열심히 살고, 뭔가 새롭게 자기를 발견하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50대 60대까지 살아도 인생이 즐겁다는 것을 보고 배울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데 저는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걸 가르치는 어른이 즐거워야지, 본인은 즐겁지 않으면서 애들한테만 즐겁게 살라고 하면 교육이 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덴마크도 평생 교육이 아주 잘 돼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는 곳이 아니라 6개월 동안 기숙형으로 운영해 인문학도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우리는 늘 10%만 주목받는 사회에 살면서 너무 쉽게 주눅이 들어요. 이 책과 함께 어깨를 쫙 펴고, 사회 눈치 그만 보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기획할 때 온 가족이 함께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중학생 이상이라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학생부터 학부모, 선생님들까지 전 세대를 아우릅니다. 혼자 보지 말고 꼭 가족과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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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오연호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재미로 산다. 학생 때는 할 줄 아는 게 혼자 글 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른일곱에 [오마이뉴스]를 만들어 18년째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학생 때는 축구공이 무서웠는데 5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매주 2시간씩 교회 축구팀에서 축구를 즐긴다. 두 아이가 자라는 동안 교육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뒤늦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었고 이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을 맡고 있다.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는 재미로 산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2013년 처음 찾아간 이후 지금까지 14번이나 다녀왔다.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캐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펴내고 4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800회의 강연을 했다. 그 과정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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