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23 조회수 | 8,534

대학내일 편집장 정문정 “미투 운동, 지금껏 남성이 여성 눈치 안 봤다는 증거”

 

 

대학내일 디지털미디어 편집장 정문정이 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가나출판사/ 2018년)은 80년대에 태어난 여성의 실패담 혹은 실패로부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 세상살이에 관해 저자와 아주 길고 깊은 수다를 떨고 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상대를 더 배려해 ‘괜찮아’를 연발하는 관계에 자괴감을 느끼고 거절하는 법을 배워간다. 일로 만난 상대의 갑질에 상처 받은 뒤 대응 방법을 고심한다. 때로는 명품 가방을 통해 ‘서울 직장 여성’의 세계에 진입하는 값비싼 티켓을 획득하고자 하며, 끊임없이 자기 존재 증명을 요구하는 사회 앞에 “쓸모 없으면 어때?”하면서 능청을 떨기도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과 생존술을 전한 이 책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인터파크도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줄곧 10위 권 내에 있더니 2월 3주째부터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출간 이후 15만 부를 찍었고(2018. 3.13 기준),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를 업고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도 책이 수출될 예정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전히 추운 봄날 정문정 편집장을 서울 성북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녀는 책을 쓰게 된 계기로 2017년 5월에 이슈가 됐던 김무성 의원의 ‘노룩 패스’를 언급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김 의원이 그의 보좌진을 대하는 자세가 황당하게 보였지만, 정작 김 의원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도리어 기자들에게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라고 묻는 모습을 본 저자는 “아, 어쩌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든 게 우리 사회구나. 저래도 되도록 우리가 용인했구나, 저 사람이 괴물이 된 게 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겠다.”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당시 그녀가 한국의 갑질 문화를 지적하며 쓴 칼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각종 포털의 메인에 올랐다. 이 글과 함께 정문정 편집장 특유의 재치와 신랄함이 섞인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쓴다”

 

Q 책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책을 준비하면서 이런 인기를 예감했나?

 

‘노룩 패스’ 사건이 터질 즈음부터 한국 사회에 갑질이 너무 지나쳐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계속 체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회 전체가 나서는 건 너무 힘든 길이니 일단은 각개 전투로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길 해보고 싶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칼럼이 인기를 끈 것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사람들이 “어, 이거 되네(바뀔 수 있네)”라고 체감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보던 시점이었다. 에세이 분야 10위 안에는 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크게 터질 줄은 몰랐다.

 

Q 독자 반응 중엔 정 편집장을 ‘꼴페미’라고 비난하거나 “너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말라”고 한 의견도 있었다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나는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문화, 갑질 문화, 군대 문화가 우리를 질식시킨다고 생각하고 그런 걸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이다. 내 실패담으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다 보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30대 여성, 딸, 직장인으로서의 경험을 풀지 않고는 거대한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걸로 남자를 혐오한다거나 일반화하지 말라고 한 의견들을 보면 아직 세상이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Q 글 속에 개인적인 지점과 사회적인 지점이 조화롭게 얽혀있다. 개인적 경험 속에 이 사회의 현실이 생생히 드러난다.

 

나는 어떤 경험이 개인적으로만 끝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겪었다면 나만 겪은 것은 아닐 거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80년대 생에 대구 출신으로 직장 생활을 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힘든 일을 겪었다면 다른 사람, 다음 세대도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한다. 종교인이 마음을 바꾸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속세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 사회를 진단하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작은 담론으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글을 거칠게 분류하면 ‘편지’와 ‘일기’로 나눌 수 있는데 ‘일기’는 나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는 글이다. 타인이 공감하든 말든 아무 상관없고 나만 위로하면 된다. 하지만 글로써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편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약간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글 말이다.

 

Q 인터넷에서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키보드 배틀을 벌일 때가 생각난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향해 글을 쓴다는 건 사실 불편하고 피곤한 일이다.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만 통하는 글을 쓴다는 건 편한 길이다. 나 역시도 편한 길에 대한욕구를 많이 느낀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한국 사회는 자꾸 세대와 성별을 나누어 싸운다. 싸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 얘길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한다. 나는 이런 문화가 한국 사회의 단절, 불신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Q SNS는 대부분 '팔로잉'이라는 구독의 형식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글이나 사진만 접하게 된다. SNS가 소통의 도구라고 하나 도리어 이런 구조가 불통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은 서로 소통한다고 착각하지만, 이미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의 게시물만 구독해서 보기 때문에 확증편향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충격을 받는 거다. “너, 어떻게 이런 식으로 생각해?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렇게 생각 안 해. 네가 이상해.” 이런 식이다. 이렇게 모든 콘텐츠를 ‘좋아요’적인 관점에서 소비하고, 사실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의 단절은 끝이 없을 것이다.

 

 

“불편한 관계 많은 사람이 건강하다”

 

Q 책 제목처럼 최근에도 무례한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나?

 

물론 많다.(웃음) 나는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관계가 많은 사람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편한 관계가 많은 사람은 남들이 다 참아준다는 거다. 예를 들어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나쁜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건 두 가지 중 하나다. 그 사람이 나쁜 말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거나, 나쁜말을 하면 저지를 하는 경우다. 내 주변에도 옛날에는 무례한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나이가 들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무례한 사람을 덜 만나게 됐다. 내가 점점 더 무례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Q 이 책의 태도가 마냥 냉소적이지 않아 좋았다. 상대의 무례한 행동을 무작정 까발리고 비웃기보다는 나도 무례한 사람일 수 있음도 인정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가끔 업무 중에 대학생에게 메일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제목을 달지 않고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 친구들에겐 ‘직장인들은 대학생일 때와는 달리 메일을 많이 주고 받는다. 나중에 일이 있을 때 제목으로 검색을 할 수도 있으니 제목에 용건을 꼭 적어달라’고 설명을 해주는 편이다.

 

나쁜 사람만 무례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인지를 모르는 채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인간의 선의를 믿고 싶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례한 짓을 했을 경우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뒤에 SNS에 “오늘 되게 이상한 애 있었다”고 쓰는 사람도 있다. 상대에게 잘못된 사실을 알려주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앞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뒤에서 SNS에 글을 쓰는 행동은 자기 우월감을 고취하기 위한 방식이고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무례하고 악질적인 괴물같은 놈들을 퇴치하자’는 식으로 흐르는 것 같다.

 

Q 책에서 권위적이거나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혹시 지금이 몇 년도인가요?”라고 대응하거나, 퇴근 후 전화 온 직장 상사에게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겁니다”라고 대응한다고 했다. 상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화를 내는 경우는 없었나?(웃음)

 

정말 재밌는 건 우리 대표님이 밖에 나가선 나에 대해 “싸가지 있는 애”라고 말한다고 한 걸 들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악의를 갖고 말하지 않는다. 만약 내게 어떤 식으로든 악의가 있고 나만이 옳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뼈있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내가 그런 식의 농담을 하는 건 상대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니 이것만은 조심해 달라는 뜻이다. 만약 내가 상대를 ‘노답’이라고 생각했다면 내가 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그에겐 뼈있는 말로 들릴 거다.

 

Q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책에서도 함께 일하던 대기업 직원에게 “머리가 좀 나쁘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경험을 얘기했다.

 

종교계에서는 네가 그 사람을 용서하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속세에서는 당장 분노로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데 그게 쉽지 않다. 예민한 사람은 상대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면 자꾸 그 말을 곱씹게 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해서 상대가 기분이 나빴나?’라고 소급해서 생각해 대하 드라마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방식은 결국 조직 생활에서 자신을 튕겨 나오게한다. 이럴 땐 덜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꾸 곱씹고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이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만 보고 그 의도나 동기를 생각하는 걸 자제해야 한다.

 

“기 센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여성의 자유로운 표현 방해”

 

Q 책 읽다가 두 번 밑줄 친 구절이 있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그건 익은 후의 말이다. 우리는 익기도 전에 고개부터 숙여오지 않았던가’라는 말이다. 여성들은 유독 더 자신감보다는 겸손을 먼저 배우는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같은 말을 해도 남자들이 말하면 ‘남자답다’고 하는데 내가 말하면 ‘싸가지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사근사근한 여자가 되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은 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여자들은 부모로부터 “이제는 여자도 대통령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으며 큰 세대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까 “여자가 왜 이래?”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 사는 여성들은 분열 증상이 온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을 때 기 센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여자들이 표현 못하는 걸 너무 많이 봤다.

 

Q 최근에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미투’는 성별을 중심으로 한 갑을 문제가 얽힌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아예 여성을 조직에서 배제하자는 ‘펜스룰’을 언급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눈치’라는 걸 탑재한다. 태어나면서 눈치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이 표정이 안 좋아지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는 걸 보면서 소통을 학습하는 거다. 그런데 남성들이 자신이 한 말이 문제인지 조차도 몰랐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여자 눈치를 안 봤다는 증거이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았다는 뜻이다. 분명 상대는 싫다는 제스처를 했을텐데, 그걸 읽어내지도 못할만큼 눈치 보는 능력이 퇴화된 것이다.

 

미투 운동은 이제 여자들, 밑에 있는 사람들만 참지 말고 서로서로 눈치 보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불편해서 함께 일 못한다고 한다면 그동안 얼마나 눈치를 안 보고 살았다는 뜻인가? ‘펜스룰’은 모든 남자들이 임원급으로 올라갔을 때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으니 남자들은 임원시키지 말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Q 몸담은 ‘대학내일’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매체다. 최근 목격한 20대 문화 중에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 있나?

 

대학이 민주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학만큼 군대 문화가 많은 곳도 흔하지 않다. 최근 한 대학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기합 주는 것 때문에 후배의 한 기수가 다 탈퇴한 일이 있었다. 옛날 같으면 한두 명만 빠지고 끝났을 거다. 나는 이런 변화가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인터뷰 초입에서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조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불편한 관계를 지켜보고 싶다. 내가 세상에서 부대껴보고 한 발 앞서 망한 경험을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지금은 공동체가 사라진 세상이다. 예전이라면 선배나 친구가 해주었을법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를 찾아나선다. 분신 같은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태도는 세상이 나아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계속해서 편지 같은 글을 통해 현실 속에서 아주 작은 것들이 시도되고 있고, 그로 인해 균열이 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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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작가소개

정문정

대구 출생.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잡지 기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기업 브랜드 홍보 담당자를 거쳐 현재는 [대학내일]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생과 20대 트렌드, 여성, 인간관계, 심리학이 주요 관심사다. [대학내일]과 [brunch], [PAPER]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DAUM 스토리볼], [빅이슈], [해피투데이] 등에 글을 연재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와 함께 책 [20대를 읽어야 트렌드가 보인다], [20대가 당신의 브랜드를 외면하는 이유]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OnStyle TV [열정 같은 소리]에 고정패널로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는 [별로여도 좋아해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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