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14 조회수 | 3,827

라르스 다니엘손X박현정 “좋은 나라 스웨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직장을 떠난 보스와 부하 직원이 몇 년 만에 다시 만나 프로젝트 한 건을 완수했다. 전 주한스웨덴대사 라르스 다니엘손(현 유럽연합 스웨덴대표부 대사)과 주한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 박현정 씨의 이야기다.


이들이 완수한 프로젝트는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 2018년)이다. 행복도 높기로 유명한 스웨덴이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국민의 목소리로 담았다. ‘전문가가 소개하는 스웨덴’이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기록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각 인터뷰 뒤에는 관련 주제에 대한 다니엘손 전 대사와 박현정 실장의 대담이 이어지는 식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간 스웨덴을 경험한 국민을 통해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반박하기도, 증명하기도 한다.

라르스 다니엘손 전 대사와 30년간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일한 박현정 실장은, 스웨덴이 처음부터 ‘행복한 나라’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문제 인식부터 신뢰와 합의가 전제된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난독증을 앓는 고등학생, 스웨덴 동성결혼 1호 커플, 육아휴직 중인 부부,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 등 연령, 성별, 직업을 초월한 열다섯 명의 인터뷰이는 오늘날의 스웨덴을 가감없이 전한다. 그들이 전하는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 역사, 세금, 창업, 조직 문화, 편견 등의 주제는 한국의 상황과 일부 닮아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개인적인 차원의 단점, 공통 과제로 남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 할 때면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스스로 완벽해서가 아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 안에서 살아간다는 이유로 행복과 위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현실이지만 두 사람의 말처럼 “사회적 신뢰와 합의”가 가능해진다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스웨덴 역시 긴 과정을 통해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전 주한스웨덴대사 라르스 다니엘손과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을 지난 3월 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밀레니엄호텔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국의 독자들이 책을 통해 ‘변화의 힌트’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웨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해야 했던 이유는…”

Q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님은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신 건데요. 다시 한국을 방문한 소회가 어떠신가요? 주한 스웨댄 대사로 재직했을 당시와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시나요?


다니엘손 : 한국에 돌아오는 일은 언제나 기쁩니다. 대사로 재직하던 때도 일주일만 한국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한국은 변해있더라고요. 지금은 1년 정도 지나서 다시 들어온 건데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뉘는데요. 첫 장의 주제는 ‘스웨덴의 사랑’입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하위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특히 육아휴직 제도, 출산율 논쟁, 동성커플에 대한 편견 등은 한국에서도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이죠. 내용의 순서를 정하는 것에도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박현정 : 책을 구성할 때 대사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스웨덴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스웨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 또 한국이 스웨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잘 구성해서 넣어보자고 정리가 됐죠. 말씀하신 앞부분의 내용들은 한국에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이고, 스웨덴에서는 진보적으로 잘 진행되고 제도화된 것들이기 때문에 먼저 소개를 하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복잡하고 사회구조적인 이야기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고요.


반면에 마지막에 넣은 ‘국제 사회 속의 스웨덴’을 조명한 챕터의 경우, 출판사에서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있었던 챕터예요. 하지만 꼭 넣고 싶었어요. 스웨덴 사람들은 국제 사회에서 스웨덴이 활약하는 부분들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Q 스웨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두 분께도 뜻깊은 작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진행 과정 중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나요?

다니엘손 : 젊은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나이가 많은 세대에 속하잖아요? 스웨덴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젊은 세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고, 나라를 보는 시각도 달랐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기억나는 인터뷰이는 제 동료이기도 한 ‘미카엘 슐츠’예요. 이 친구는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한 ‘스웨덴 동성결혼 1호 커플’이에요. 그의 생각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박현정 : 인터뷰한 열다섯 명의 사람들 중에는 제가 잘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로부터 스웨덴에 관한 생각을 듣는 점은 또 다른 재미였어요. 대사님이 말씀하신 ‘미카엘 슐츠’ 역시 인상 깊었고요. 맨 처음 나온 대학생 ‘모아 스트리드스베리’도 기억에 남아요. 난독증이 있는 고등학생 ‘세바스티안 엥룬드’도요. 특히 그는 “난독증이 있는 걸 알리기 전에는 내가 바보인가” 고민하며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하잖아요.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스웨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을 하죠. 또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걸 친구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요. 제가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사무실에서 열입곱 살을 만날 기회는 없으니, 스웨덴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게 새롭고 재밌었어요.

 

Q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에 인터뷰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박현정 : 기꺼이 응하겠다고 하셨고, 한 편으로는 궁금해했죠. ‘한국 사람들은 스웨덴에 대해 얼마나 아니?’라고요. 결과물을 궁금해하는 분도 있었고. 열다섯 명의 인터뷰이 중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있고 대사님이 아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들 굉장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다니엘손 : 한 명도 예외없이 행복해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요즘 스웨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많아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한국에 내 개인적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해하기도 했죠.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지를요. 다들 기뻐했습니다.

박현정 : 반면에 모든 인터뷰이의 사진을 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도 해요. 일부는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해서, 또 일부는 사진이 실리기를 원치 않아서 넣지 못했어요. 스웨덴의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처럼 스웨덴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싣고 싶었어요. 굳이 안 찾은 건 아니지만 만나기 쉽지 않았죠.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워요.

“스웨덴의 난민·이민자 문제, 실패는 아니지만 잘하지도 않았다”

Q 스웨덴 사회에서 느끼는 단점, 개선이 시급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이 흥미로웠어요. 두 분께서는 현재 스웨덴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로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다니엘손 :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에 대한 문제입니다. 난민과 이민자 문제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로 스웨덴에 온 시리아 난민만 30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이 모두 스웨덴 사회에 흡수됐는지 묻는다면 ‘진행 중’이라고 답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웨덴 내 반이민 정서가 커지고 있고, 이것은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는 기회가 되었어요. 실패는 아니지만, 잘하지는 못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Q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이나 제도, 사고 방식 등은 줄곧 선례로 언급되곤 합니다. 반대로 스웨덴이 한국 사회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무엇을 꼽을 수 있을지도요.

다니엘손 : 많이 있는데 몇 가지만 말씀을 드릴게요. 먼저 한국은 굉장히 빠릅니다. 무엇이든 신속하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고 역동적이에요. 또한, 교육 제도에 있어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부 다는 아니지만요. 또 하나, 한국에서 배운 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역사가 깊은 나라이다 보니까 어떤 것을 볼 때도 다양한 관점으로 보더라고요. 전통이라든가 역사적 지점, 발전 단계 통합을 해서 보는 면 등이요. 또 하나는 변화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겁니다. 어떤 면에 있어서 ‘우리는 이렇게 변해야 한다’라는 의지가 강한 것 같아요.

Q 스웨덴의 생활 방식, 아이템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안에 공존하고 있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 ‘스웨덴 에그팩’ 등 종류도 방식도 다양하죠. 하나의 아이템에는 그 나라의 생활 방식이 깃들어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 스웨덴 관련 아이템과 문화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박현정 : 생각해보건대 우리의 삶도 단순하고 기능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전에는 똑 같은 가구를 ‘없어보이고 심심해보인다’는 이유로 싫어했지만 이제는 ‘심플하고 기능적으로 보인다’고 좋아해요. 보는 눈, 받아들이는 문화가 달라진 거죠. 스웨덴은 늘 거기 있었어요. 한국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이 변화함에 따라 스웨덴이 오래 전부터 추구해오던 방식이 관심 받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다니엘손 : 스웨덴과 한국 사회가 조금씩 비슷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국 사람들도 디자인보다는 품질이나 중요한 가치를 보게된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을 볼 때 ‘환경적으로 생산되었는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었는가, 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과 스웨덴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여성이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커… 세대·성별 막론한 경제적 독립성 보장 돼야”

Q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행복하다”는 인터뷰이들의 답변이었어요. 누군가는 “내 아이를 스웨덴에서 키울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고요. 한국 사회에서 듣기 쉬운 대답은 아니거든요.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요.

박현정 : ‘스웨덴 사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결국 ‘합의와 신뢰’라고 때문인 것 같아요. 신뢰하기 때문에 합의가 되고, 합의가 되어 진행될 수 있겠죠. 사실 어떤 제도를 성사시키는 것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더라도, 가능하도록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해요. 그런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다니엘손 : 저는 경제적 독립성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성과 여성도 모두가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어야 하고, 또 세대 간의 경제적 독립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남성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거의 같아요. 그런데 한국은 거의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들로 인해 여성이 가정 생활을 하면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게다가 스웨덴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18살까지만 돌보면 되거든요. 아이가 열여덟 살이 되면 “이제 독립해야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자식들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가 훨씬 더 긴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를 양육한 뒤에는 다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돌봐야 하는 덫에 갇히게 되죠. 제가 볼 때는 그 과정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큽니다. 스웨덴 복지 시스템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 의존성을 약화시키는 것이에요.

Q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제도나 사고방식 등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기원에 주목한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시나요?

다니엘손 : 스웨덴과 한국은 굉장히 다른 나라이고, 지리적으로도 멉니다. 그러나 스웨덴과 한국이 현재에 당면하고 있는 문제나 과제들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한국 사회와 스웨덴을 연관지어 생각하고 또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책이 한국 사람들에게, 특히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회든, 다른 사회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고 그게 옳은 방법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스웨덴은 이렇게 했네. 우리도 비슷한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고요.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를 읽고 그런 영감을 얻는 분들이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박현정 : 우리도 행복할 수 있거든요. 꼭 최고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잖아요. 여름에 자연 속에 있을 때 행복하기도 하고요. 행복은 소박한 것 같아요. 스웨덴이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행복하다기보다는 행복의 가치가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영감을 얻고 힌트를 얻기를 바라요. 이제 우리도 행복해야죠.

(라르스 다니엘손)

“저는 우리의 책이 스웨덴을 잘 보여주고,

한국 독자들에게 스웨덴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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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라르스 다니엘손

한국을 사랑한 스웨덴인. 2011년 스웨덴 대사로 한국에 부임했다. 4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한국 작가들의 글을 빠짐없이 읽는다.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스웨덴이 아니라 스웨덴인이 직접 말하는 삶 이야기를 전하고자 책을 썼다. 1981년 중국 주재 스웨덴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첫 해외근무를 시작했다. UN 주재 스웨덴대표부 정치참사관, 스웨덴총리실 국무수석으로 재직했다. 2008년 홍콩·마카오 스웨덴 총영사를 거쳐 2011년 9월부터 4년간 한국에서 주한 스웨덴 대사직을 지냈다. 2015년 9월 독일 스웨덴 대사로 부임하면서 한국을 떠났고, 지금은 유럽연합 스웨덴대표부 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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