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09 조회수 | 13,342

이재명 아내 김혜경 “집밥은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돌아와 주고받는 위로”

 

한 가정의 음식에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 그 집안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같은 재료로 만든 똑같은 음식이지만, 맛은 물론이고 그 음식을 둘러싼 사연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한 집안의 음식은 그 집의 문화와 역사가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아내 김혜경 작가가 쓴 <밥을 지어요>(김영사/ 2018년)는 ‘핫’한 정치인 가족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요리 에세이다. 두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후 열심히 배운 요리 가운데 가족의 사연이 깃든 66가지 레시피를 선별해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었다.

 

지난 3월 4일 가진 김혜경 작가와의 인터뷰에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동행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열린 아내의 북 콘서트에도 참석해 그동안 내조만 해왔던 아내를 외조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 자리에서 정치인의 아내로 남편의 그림자처럼 살았던 가정주부가 어떻게 요리책을 쓰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당시의 에피소드,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비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치인으로서는 튀는 남편…하루하루 먹고 사는 이야기 보여주려 했다”

 

Q 이번 책은 ‘이재명의 아내’가 아닌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하신 첫 공식 활동이라고요. 왜 요리책이었는지 궁금해요.

 

김혜경 : 작년에 ‘동상이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 사는 모습이 공개됐잖아요. 우연히 삼시세끼를 다 먹는 장면이 방송에 나가면서 남편이 ‘삼식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고요. 제 남편이 정치인으로서는 좀 튀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은 집에서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책을 내자는 제의가 왔을 때는 거절했지요. 제가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요리사도 아닌데 책을 쓴다는 게 엄두가 안 났어요. 그런데 전문적인 요리 책이 아니라 저희가 늘 해먹는 음식,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길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Q 늘 내조만 하던 아내가 이번에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냈는데요. 이재명 시장님께 남편으로서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재명 :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면서 여성들이 자기 이름으로 불릴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여성들의 자의식이 높아지면서 자기 일이나 이름,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데요. 그 점에서 이 사람도 다르지 않을 텐데, 자기 이름으로 하는 자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요. 그런데 마침 이런 제안이 들어오고, 아내가 많이 망설이길래, 용기를 주었죠. 이렇게 아내가 쓴 책의 저자 인터뷰에 동행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웃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Q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혜경 : 책을 쓰면서 중간에 몇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가장 힘든 부분이 레시피였어요. 우리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계량 스푼을 사용하지 않잖아요. 손으로 한 움큼 집어서 손맛으로 하던 음식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해볼 수 있도록 기계적으로 계량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남편이 용기를 줬어요. 독자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것은 전문 요리사의 훌륭한 레시피가 아니라, 우리 집만의 특별한 점,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은 거 아니겠느냐고요. 특별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동상이몽’ 찍을 때처럼 집에서 먹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제가 늘 하던 음식에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미해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레시피를 66가지 소개하셨어요.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김혜경 :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한식, 중식, 일식 가운데 그 많은 레시피를 어떻게 선정해야 하나. 그러다가 제가 집에서 진짜 자주 해먹는 음식, 손님 초대 시 자주 했던 요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 시어머니한테 배운 음식, 친정 엄마가 해준 음식 등으로 단락을 나눠보니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어요. 그런 식으로 우리 가족의 삶을 기준으로 음식을 선택하니까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드러나더라고요.

 

Q 책에 소개된 레시피 가운데 이재명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김혜경 : 콩나물밥이에요. 너무 평범하죠?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아서 자주 하는 음식이에요. 책에는 소고기와 김치를 넣는 레시피를 소개했지만, 콩나물만 듬뿍 넣고 밥을 해서 양념간장에 비벼 먹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냉이콩가루국도 좋아해요. 사실 이게 경상도 지방 음식이라 전 결혼 전에는 이런 음식을 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시집을 가보니 콩가루가 엉겨 있는 이상한 음식을 먹는 거예요. 어머니를 따라서 해봤는데 맛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끓이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불 조절이 어려워서 한번 후르륵 넘쳐버리면 가스렌지를 다 청소해야 하고 아주 번거로워서 사실 신혼 때는 잘 안 해줬던 음식이에요.

 

Q 시중에 많은 요리책이 나와 있는데, 이 책만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혜경 : 그냥 요리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가령 화전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어릴 적 끼니가 없어 꽃을 따먹었던 남편의 추억이나 힘든 세월이 녹아 있어요. 경상도 음식인 냉이콩가루국이나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오래된 그릇에는 시어머니의 삶이 스며들어 있고요. 저는 이번에 책을 내면서, 우리 가족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어요. 그래서 독자들도 제 책에서 밥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밥을 둘러싼 인생 이야기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름은 중요치 않아…'이재명 아내'로 더 좋은 일 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

 

Q 이번 책 출간은 ‘동상이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이 깊은데요. 출연을 여러 번 고사하셨다고요.

 

김혜경 : 처음엔 저희의 내밀한 사생활이 다 공개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두 달 가까이 망설이다 마음을 굳혔죠. 저는 마지막까지 흔쾌히 동의를 못하다가 결국 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남편의 실체를 좀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제가 남편의 선거 지원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재명의 안사람’이라고 말을 하면 다들 놀라시는 거예요. 남편은 너무 센 이미지인데, 저는 동글동글하고 웃는 상이다 보니 안 어울린다고요. 사실 우리 남편은 그렇게 센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이미지가 알려졌을까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 한번은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Q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이재명 시장님의 소탈한 모습이 많이 부각됐습니다.

 

김혜경 : 그런 면에서 많이 도움이 됐죠. 저희 남편은 원래 권위적인 사람도 아니고 거친 성격도 아닌데. 정치적으로는 진보 영역의 역할을 맡다 보니까 그런 요소들만 많이 부각된 거죠. 그런데 방송을 통해 이재명도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친근한 이미지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Q ‘동상이몽’에서 친근하고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시장님께서는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재명 :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부 사이에 이기려고 하는 것 때문에 위기가 많이 와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걸 가르칩니다.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양가나 주변인들이 하는 조언이 ‘기죽으면 안 된다’ ‘초반에 기선을 잡아야 한다’ 이런 것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두 집안의 가치랄까 문화가 충돌해요. 그런데 부부 관계에서는 이기는 게 특별한 의미가 없어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정 파탄이 많은 이유는 문화적 과도기이기 때문이에요. 과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은 역시 인정하고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Q 김혜경 작가님은 첫 책을 내셨는데요. 앞으로 이재명 시장의 부인이 아니라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김혜경 : 연년생 아이들 키우고 정치하는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허덕이면서 살았어요. 사실 뭘 좀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면 일이 터지고 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생각을 못해봤어요. 살면서 문득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크게 없어요. 김혜경이든 이재명의 아내이든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재명의 아내로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두 분께 ‘집밥’의 의미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혜경 : 책을 쓰면서 많이 생각해보고, 역으로 저 자신에게 질문도 많이 한 주제입니다. 유기농으로 지은 친환경 밥? 엄마가 해주는 밥? 식구끼리 먹는 밥?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식구들끼리 식탁에서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대문 밖은 전쟁터잖아요. 가시 돋친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돌아와 문 닫고 편한 사람들끼리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면서 휴식을 취하고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집밥의 의미가 아닐까 해요.

 

이재명 : 저도 아내의 말에 공감합니다. 남편들이 집밥을 먹고 싶어하는 것은 마누라를 고생시켜서 밥을 얻어먹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위로를 받고 싶다는 뜻이거든요. 사실 집밥이라고 하면 가족의 노동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걸로 오해를 하는데, 이것은 의미가 다릅니다. 함께 먹는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누가 만들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노동이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사다가 집에서 먹으면 돼요. 사실 우리도 많이 그렇게 합니다. 중요한 건 특별한 음식이 아니어도 식구들끼리 모여 맛있게 먹으면 그게 바로 집밥이라는 것. 앞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행복한 집밥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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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김혜경

일명 '삼식이'로 불리는 이재명의 아내로, 남편을 집밥 애호가로 이끈 주인공이다. 삼시 세끼 집밥만 먹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아내 김혜경이 차리는 밥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향했다.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평범한 음대생 김혜경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남자는 깊은 산골에서 열매를 따고 풀을 뜯고 물고기를 낚으며 자란 사람이었다. 소박하고 수수한 재료로 맛을 내기가 더 어려운 법. 한식만 먹어본 남편, 고기반찬에 익숙하지 않은 남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나름의 요리 비결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것은 연년생인 두 아들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다. 더욱 다양한 맛을 일깨워서 뭐든지 골고루 잘 먹는 식성 좋은 아이들로 키우고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면서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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