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07 조회수 | 1,295

작가 모자 “누군가는 에세이, 누군가는 소설, 누군가는 시처럼 살아간다”

※ 모자 작가가 신간 <숨>(첫눈)을 펴냈습니다. 첫눈 출판사 편집부가 모자 작가와 한 인터뷰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모자의 두 번째 책인 <숨>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굳이 구별하지 않은, ‘소설 같은 에세이’다. 책의 정체성은 시계를 가린 안개와도 같은데, 책의 등장인물엔 이름이 없어 읽을수록 더욱 흐릿하다. ‘그’ 혹은 ‘그녀’라는 익명이 이름을 대신했다. 그 혹은 그녀였기 때문에 책 속의 이야기는 오늘 내가 스쳐온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고 오늘 그들을 스쳐간 내 이야기 같다. 옥상에서 수없이 ‘고작 이런’ 삶에 번민하고 그럼에도 수없이 ‘삶’을 택해 내려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거기 담겨 있다. 서면으로 나눈 작가 모자의 인터뷰를 전한다.

 

Q <숨>은 에세이면서 소설이면서 시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투명하면서도 춥고 아픈 이야기를 모아놓은 우화 같기도 했고요. 하나의 장르로 수렴하지 않는 이야기로 <숨>을 구성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어느 그믐날 집에 가는 중에 폐지 줍는 할머니를 봤어요. 그날은 달이 없어서 정말 캄캄했거든요. 골목길에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가로등도 없다시피 했는데, 어떤 할머니가 유모차에 폐지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할머니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죠.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왔는데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스치는 모든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진 않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그런 경험을 하고나니 평범하게 지나친 사람들이 조금씩 특별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글을 썼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도대체 삶이 뭔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인생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잖아요. 누군가는 에세이 혹은 소설처럼 살아가고, 누군가는 시가 되어 살아가겠죠. 삶을 하나로 규정짓고 싶지 않아서 다양한 구성을 의도했어요. 제 나름대로는 ‘각자의 인생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하고 결론을 냈다고 할까요.

 

Q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름 없이 ‘그’ 혹은 ‘그녀’로 불립니다. 그 익명성을 통해서 제 주변에서 지나쳤을 여러 인물들을 떠올렸습니다. 자전적 이야기도 있고 실제 모델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어떤가요?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살아가며 마주친 사람들입니다. 물론 타인의 이름을 빌려 제 이야기도 했어요. 제게는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저 역시 한 명의 ‘그’로만 존재하잖아요. 또 그들을 제 삶에 데려오기보다는, 제가 그들과 동일 선상에 존재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Q <숨>의 이야기를 적기 위해선 무명, 익명이 반드시 필요했었으리란 짐작도 드는데요. 그래도 여쭙고 싶습니다. 왜 무명, 익명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셨는지요?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처럼 이름은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독자들이 제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자기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길 바랐어요. 그래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 존재도 의도적으로 이야기에서 제외했죠. 만약 독자들이 책을 읽고 주변의 누군가를 추억한다면 제게는 감사한 일이 될 것 같네요.

 

Q ‘자신을 너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투영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필명이 모자인 이유, 그리고 작가님께서 모자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사실 필명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하나에 빠져들면 집착하는 성격인데 첫 책이 나올 당시 취미로 모자를 수집하고 있었거든요. 매번 모자를 바꿔 쓰고 나오는 저를 보고 책 속의 ‘그녀’가 모자라는 필명을 추천해줬습니다. ‘모자라다’는 말이 저를 수식하기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쭉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 ‘모자’라는 필명을 볼 때면 ‘아직 나는 많이 모자라구나.’ 라는 자기반성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구가 들거든요. 여러모로 저와 잘 어울리는 필명인 것 같습니다.

 

제가 필명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이야기의 전달자로만 존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입니다. <숨>은 살아가면서 한 번은 스쳤을 법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저는 익명의 그들이 변화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들의 삶이 유지되려면 그들과 엮인 저 역시 익명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책의 제목이 ‘숨’인 이유는 춥고 외로운 우리 삶이 연결되어 있고 관계 맺고 있고, 그 연결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기 때문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비가 누군가 흘린 눈물이라고 하신 것처럼, 그 연결성의 의미를 숨에 담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제목 ‘숨’의 의미에 관해 여쭙고 싶습니다.

 

숨에 담긴 의미를 규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위에서 이야기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싶어요. 실은 책을 읽은 독자들께서 숨이라는 단어에 각자 의미를 부여하길 바라는 마음도 컸죠. 그러면 삶이 다양한 만큼 숨의 의미도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Q 에필로그인 ‘옥상에서’를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조금 더 살아보자고 마음먹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상에 많은 삶이 가난하고 외롭고, 또 적지 않은 사람이 옥상에서 고작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실 텐데요. 지금 옥상에 선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무슨 말을 하려고 애쓰기보단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싶네요. 이야기에 두서가 없어도, 끊임없이 반복되어도, 설령 하소연에 가까운 말이어도요. 조언이 필요했다면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기보단 조언해 줄 누군가를 찾았을 테니까요. 옥상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들으면서 같이 있어주고 싶어요.

 

Q “그는 혼자 울어야 할 일이 생기면 세수를 하는 것으로 끝을 내자고 마음먹었다. 눈물에도 동질감 비슷한 것이 있어서 누군가 함께 울어주면 덜 슬플지도 모르니까 수도꼭지라도 함께 울어주면 좋겠다는 이상한 결론이었다. (144쪽)”

 

사는 게 너무 아픈 일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 글을 보면서 많이 아프고 깊이 울어봐서 남도 아플 것을 아는, 그런 분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을 보면서 먹먹하면서도 위안이 되는 경험을 했어요. 앞으로 글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것 혹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세상엔 따뜻하고 밝은 것만 존재하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양성(良姓)적인 것보다는 조금 우울하고 어둡더라도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살다보면 누구나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이야기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글이든 계속 쓸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을 포함해 모자란 제 글을 좋아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쓴 글을 누군가 즐겁게 읽어주는 건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싶지만 운 좋게 두 권의 책을 내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습니다. 다음 책을 내려면 아마 공부를 많이 해야겠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노력의 가능성을 믿거든요.

 

사진 : 첫눈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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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모자

보통 사람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란 작가. 세상을 섬세한 마음으로 관찰한다.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대상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꾸밈없이 담백하게 쓰는 것이 그의 특기다. 필명 모자의 의미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모자를 좋아합니다. 모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지은 책으로는 [방구석 라디오]와 [숨]이 있다. 그가 두 번째 책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그와 그녀. 책에 그들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명사로만 그들을 부르다 보면 결국 그들은 기억에서 잊힐까요. 저는 다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기억하며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았던가요. 몇몇을 제외하면 책의 인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숨 쉬며 살아갑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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