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3.02 조회수 | 5,74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예전에는 교육이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절망”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 성장 배경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가 있었다. 누구든지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은 강력한 성취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교육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없는 재능도 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못 사는 집 아이들은 있는 재능도 개발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지극히 복잡하고 어려우며, 정답 또한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며,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은 시대를 막론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설 때부터 교육 격차 및 교육 불평등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더봄/ 2018년)는 조희연 교육감이 SNS와 블로그,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더불어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교육 신념과 정책적 노력은 물론 인간적인 고민과 사색, 소통의 노력들까지 엿볼 수 있는 교육 에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차등 정책’ 일관되게 추진

Q 대학교수로서, 시민운동가로서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내셨습니다. 이번 책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대학에 25년 있으면서 주로 학술적인 책을 냈습니다. 당연히 많이 안 팔렸지요.(웃음) 이번에는 모두에게 관심이 많은 교육 의제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3쇄 이상 나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번 책은 지금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솔직하고 가벼운 글들을 모아서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4년 가까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이 교육 불평등을 넘어서는 교육 정책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교육이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절망입니다. 교육이 희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책은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환기하고, 학부모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남다른 애정이 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임기 동안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교육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하셨는데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학교 현장에서 상당한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1등주의 교육’, 말하자면 더 많은 SKY학생을 배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다양한 인재가 배출되는 학교, 그리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로 바뀌는 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거치면서 교육개혁 운동이나 교육혁신 운동이 전개돼온 것을, 지방교육청 수준에서 확산하고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일종의 ‘프로모터’ 역할을 수행하여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학교를 위해 저희가 세 가지 슬로건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문 있는 교실을 만들어내고, 우정 있는 학교를 만들어내고, 삶을 가꾸는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입니다. 그것들이 혁신학교, 행복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고 저희 서울시교육청의 프로모션에 의해 상당히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변화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우선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1~2학년 안성맞춤 교육이 있습니다. 사교육의 영향이 극심한 상태에서 1학년에 들어갈 때부터 선행학습에 길들여진 교육으로 시작합니다. 구구단이나 한글을 다 떼고 오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지진아로 출발합니다. 이렇게 선행학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공교육은 뒷전에 밀린 상황에서 출발하게 되죠. 이걸 넘어서기 위해 공교육에서 한글과 수학도 책임지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학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과정에는 협력 종합예술이 있습니다. 중학교 3년 중 한 학기 동안은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종합예술 활동을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작품을 완성해보는 겁니다. 문화예술적 감수성은 물론이고 협력, 배려, 자신감 같은 협력적 인성을 기르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개방형, 연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절반은 수업 중에 잠을 잡니다. 서울대를 한 명도 못 가는 학교도 서울대를 간다고 전제하고 교육 과정을 짜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학교는 서울대를 못 가는 학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하는 개방형, 연합형 교육과정입니다. 교실에서 다양한 수업을 하도록 하고 선생님들은 이것을 과정평가, 수행평가 제도를 통해 성적에 반영하는 거죠. 이런 것들이 획일성 때문에 죽어가는 학교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노력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꼽아주신다면요?

저는 교육 격차나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의 큰 성격을 ‘정의로운 차등’이라고 부릅니다. 소외 학생이라든가 격차를 갖는 학생에게 차등적인 추가 지원을 하는, 일종의 역차별을 통해 교육이 희망이 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에는 구조적인 정책, 제도적인 정책, 미시적인 정책까지 여러 수준이 있습니다.

우선 구조적인 정책으로는 자사고 폐지가 있습니다. 고등학교가 유형별로 서열화된, 그래서 상위에 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돈이 없으면 가기도 어려운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고 폐지 정책을 취한 거고요.

제도적 정책 중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공립외고인 서울국제고등학교에 저소득층 학생 특별 입학을 50%로 확대한 것입니다. 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가 현실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수를 늘려서라도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 수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미시적인 정책으로는 ‘평등 예산’ 같은 게 있습니다. 학급 수나 학생 수에 비례해 학교 운영비를 배정하는데, 저소득층 학생 한 명을 세 명으로 카운트해서 차등적으로 더 주는 정책이죠. 또한 소규모 학교에도 차등 지원을 하고 있고, 교육복지가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올해부터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비용도 다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시적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펴고 있지만 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이러한 역차별 정책으로 완전히 상쇄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타깝습니다.

“임기 4년을 자평한다면? 70점… 역사 보조 교과서, 학교 업무 정상화에서는 아쉬움도”

Q 자사고 폐지 정책은 찬반양론이 뜨겁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실 계획인가요?

자사고 개혁은 두 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하나는 자사고라는 학교 유형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고입 전형 개선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학교 유형 폐지 관련 문제는 국가교육 회의를 통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고입 전형 개선안의 경우는 선발 특권을 완화하자는 것으로, 자사고나 외고, 일반고를 동시 전형하자는 겁니다. 지금은 자사고나 외고에서 먼저 학생을 뽑아가고 일반고는 그 후에 전형이 이뤄지다 보니 일반고는 열등한 학생이 가는 것처럼 되는 구조거든요. 저는 자사고나 외고도 이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사고나 외고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항의할 수 있지만, 고교 서열화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의식을 외면하고 아무런 노력도 못 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도 이유가 있을 텐데요.

벌써 5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왜 지금 폐지하냐는 거지요. 내가 돈이 좀 들더라도 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는 학부모의 열망이 반영된 겁니다. 하지만 서열화가 진행될수록 일반고는 더 황폐화되고, 자사고나 외고의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악순환이 되는 거죠.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고를 좋은 학교로 만들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분리 교육이 아니라 통합교육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일선에서는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양면적 태도가 있습니다. 현재의 교육 제도에 불만이 많은 만큼 더 급속한 변화를 바라면서도 변화 과정에서 혼란이 있거나, 특히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면 안 된다는 양면적 태도가 그것입니다. 교육개혁이나 변화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교육 문제도 충분한 합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 시도하는 국가교육회의 같은 곳이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을 추인하는 장이기보다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부 들어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 모델이 출연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인데요. 신고리 원전 5·6호기 폐쇄를 결정하는 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의 집단 토론을 통해 결정했죠. 저는 교육도 다양한 의견을 갖는 학부모와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조급하게 갈 필요 없습니다. 사실 보수와 진보 간에도 80~90%는 방향이 비슷합니다. 10~20% 차이거든요. 혼란을 우려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당장 난리가 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교육에 만족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변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다만 변화의 과정이나 방향에서 차이가 나는만큼 정답을 찾는 과정이기보다는 합의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

Q 4년 전 내세웠던 공약 중 지키지 못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요?

자사고 폐지는 어떻게 보면 지키지 못한 공약입니다. 왜냐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권한을 넘어서는 공약을 제시한 겁니다. 그러나 저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가능하게 했고, 자사고 폐지라는 시대적 흐름을 만들었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또 한 가지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세계 시민 역사 보조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학계 역량이 부족해서 발간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밖에도 학교 업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드리는 작업들을 했는데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 처리해야 할 공문이 하루에 20여 건, 연 8천 건인데 저희가 6천 건 정도는 줄였습니다만,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교육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Q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제 마음은 그동안 추진해온 혁신교육 정책들을 완성해야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고요. 좀 더 나가서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이 우리 시대에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이라는 양 축으로 서울 교육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지금까지 서울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임기 4년을 스스로 평가해주신다면요?

제가 주고 싶은 점수와 학부모나 시민, 선생님들이 주는 점수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70점은 받고 싶습니다. 공약했던 정책들을 거의 다 수행했습니다. 그것도 너무 급속하게 하지 않고 가능하면 중속도로 추진해왔습니다. 과속하거나 고속하면 학교가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혁신교육 정책이 학교 현장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와 서울시교육청에 대해서 아주 적대적인 그룹이나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제가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적당한 속도로 일을 진행해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파크 북DB 독자들께 한 말씀해주세요.

저의 요즘 화두는 ‘교육 선진국을 향한 담대한 전진’입니다. 담대한 전진이란, 후진국형 교육을 선진국형으로 바꿔가는 데 여러 가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 교육, 다양한 재능의 차이가 있는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육을 실현해가는 큰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시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거시적인 큰 방향의 개혁을 놓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교육개혁의 시대가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따뜻하고 정의로운 서울교육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방향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지금처럼 울면서 교육하는 게 아니라, 1등만 행복한 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교육, 모든 학생들에게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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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조희연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되어 ‘교육행정가’로서 서울교육의 혁신과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시사저널] 700호 기념 시민운동가 대상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교무처장, 기획처장,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 NGO대학원장, 민주주의연구소장, 민주자료관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현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시민운동가 재교육기관인 성공회대 NGO대학원을 설립하고 2007년 아시아 사회운동가 재교육과정으로서의 MAINS(아시아비정부기구학과정)를 설립하는 등 성공회대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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