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2.09 조회수 | 2,021

‘시골바라기’ 기낙경 “이미지에 속지 말라…귀촌하고 싶은 진짜 이유 찾길”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아토포스/ 2017년)는 전직 잡지 에디터 기낙경이 3년 동안의 귀농생활을 곰곰이 기록한 에세이이다. 저자의 시골생활에 대한 꿈과 기대는 결혼이라는 모습으로 성취된다. 하지만 시골에 대한 이미지는 시골살이라는 현실을 통해 깨지게 되고, 녹록지 않은 노동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충주 공이리에서의 3년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살이를 시작한 뒤에 쓴 이 책에는 그간의 시골살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면에는 고된 농사일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저자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에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고, 농사의 이치도 자세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고 관계 맺었던 공이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정겹게 담아낸다. 물론 그러한 관계에서 발생했던 고충도 풀어낸다.

 

이처럼 시골살이를 온전히 경험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 에세이는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예시가 되어준다. 시골살이를 마무리하고 서울살이를 하는 저자에게 3년간의 공이리 생활은 무엇이었을까. 통의동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나 책에 담긴 공이리에서의 생활을 좀 더 들어보았다.

 

1800평 밭농사에 녹초된 몸…육체적 힘듦에 난생처음 눈물 흘려

 

Q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 일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충주 공이리까지 가셨습니다. 서울살이를 접고 귀농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골에 살고 싶은 열망이 컸어요. 서울 살 때 귀촌한 사람들의 블로그를 자주 들여다봤거든요. 혼자 시골에서 살 용기는 없었고,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 시골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꿈처럼 있었어요. 책의 도입부에도 살짝 언급했는데, 신랑을 만나기 전 연애할 때에도 시골 생활을 해보고 싶어 돌아다니기도 해보았어요. 그렇지만 그 연애가 끝나고 시골에 살고 싶은 꿈을 쉽게 꺼내지 못했죠. 어쩌다 농사짓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게 참 좋았던 거예요.

 

Q 그렇지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골이 잠깐 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이젠 나의 생활이 되는 걸 실감하면서,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집도 짓고 있어서 내려갈 준비를 하면서 행복하게 연애했어요. 그러다가 그 집에 불이 났는데, 저는 오히려 그 사람이 결혼을 미루자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결혼이든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든 시간을 좀 더 가지고 고민해보라고 조언해주었지만, 그때는 그런 말들을 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집에 불이 났지만, 그것만 잘 마무리하면 나중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결혼과 시골생활을 강행했어요.

 

Q 준하를 낳기 전에는 남편분과 함께 밭농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셨는데요, 직접 밭농사를 해본 경험은 어땠나요?

 

서울에서 글 쓰는 일이나 했지, 몸이 그렇게까지 피곤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땅이 1,800평이라고 치면 거기에는 몇 십 개의 이랑이 있을 거예요. 브로콜리 상자를 들고 나르고를 3-4시간 계속하다가 잠깐 쉬고, 아침에 나가서 간식, 점심 먹는 시간을 빼고 온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정말 몸이 녹초가 되어요. 어느 날 밤, 오로지 육체적인 힘듦으로 인한 순도 백 퍼센트의 눈물을 흘렸는데, 내일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암담했어요.

 

그렇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다보니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렇게 되니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지더라고요. 밭농사를 직접 한 것은 1년이 좀 안 되었어요. 임신하고 준하 낳고는 참해서 나르고 육수 끓이고 국수 삶아서 차에 싣고 갔죠. 동네 할머니들이 품앗이하셨을 때는 오전 참, 점심, 오후 참을 하면 하루가 꼬박 갔어요. 하루 다섯 끼를 해 먹었으니까요.

 

 

가족과 24시간 생활, 매번 바뀌는 풍경….시골 생활이 도시보다 덜 지루해

 

Q 남편분이 홀로 고된 시간을 밭일이며 과수원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해서 살림하고 아기를 키우느라 방관했던 것 같다고 쓴 부분이 찡했습니다.

 

물론 저도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였잖아요. 그런데 신랑은 가장의 무게가 있었으니까 혼자 힘들었을 거예요. 사과 농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사과 농법도 배우고, 동네에서 사과 농사 시작하는 분들과 함께 이 농장 저 농장 견학도 다녔어요. 신랑은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꿈을 투사하면서 사과 농사를 해나가고 있었던 거예요. 그 당시 저는 브로콜리나 곶감은 어느 정도 해봤으니까 도와주는 차원에서만 하고요. 신랑이 사과 농사에 기대를 많이 걸고 했었는데 좀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백여 그루 죽고 나서는 의지가 많이 꺾였던 것 같아요.

 

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었지만, 이후의 행보를 유추해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취직해볼까”, “이력서 한 번 내볼까” 했을 때, 저는 사과가 아직 열매도 맺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나 그러면서 처음에는 제대로 듣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력서를 시험 삼아 냈고, 면접 보러 갔는데, 된 것이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고, 진짜 서울로 가야 하는 것인가 하고 난감했어요.

 

Q 3부에서 시골의 보수적인 부분을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몇 가지 지적하였습니다. 세대 차이, 가치의 차이, 취향의 차이도 말씀하셨고요, 특히 어떤 부분이 견디기 힘들었나요?

 

누구나 시골살이를 택할 때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이미지를 깨트리는 것은 현실이에요. 시골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겠죠. 시골에서 도시로 온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선택에 따르는 몫일 것 같아요. 어떤 이미지든 깨져야 하는데, 왜냐하면 현실과 이미지는 등치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다르니까 뒤돌아서도 된다는 것이 명분은 아니죠. 직장 초년생도 처음에는 힘들지만 적응하고 10년, 20년 해나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일을 겪고 나오게 되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 느낌이지만, 사실 더 머물렀다면 그것을 넘어서서 그곳에서의 일상을 채우고 있었을 거예요.

 

Q 3년 동안 공이리에 살면서 여러 농민의 삶을 지켜보셨는데요, 농민의 삶을 어떻게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요?

 

제가 경험한 것이 모든 농민의 모습은 아닐 거예요. 기본적으로는 육체적인 노동에 단련이 되어 있고, 몇십 년 농사지은 사람들이 가진 강인함이 있어요. 그런데 육체노동만 하다 보니 도시 사람들과 달리 피로감을 채우는 다양한 방편이 없는 것 같아요. 시골에서는 육체노동의 피로감을 위무해주는 것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정도라 소양이나 식견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죠. 그렇지만 제가 저대로 존재하듯이 그렇게 존재하는 상태를 인정해야 하죠.

농민이라서가 아니라 도시의 회사원도 존재하는 양태, 존재하는 모습이 굳어진 것처럼 사람마다 포즈가 있잖아요. 농민의 포즈일 텐데, 그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대로 어울리는 것이고, 거기서 큰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Q 책을 읽는 내내 가족의 따뜻함이랄까요. 두 분이 의지하는 모습에서 그곳이 시골이든 서울이든 관계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골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과) 항상 같이 다녔어요. 제가 신랑을 졸졸 쫓아다녔어요. 모종을 사러 간다거나 농기계를 고치러 가도 준하를 트럭에 태워서 따라가고는 했어요. 시골은 매번 공간이 바뀌니까 24시간을 함께 해도 지루하지 않아요. 같이 일하고,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세 끼를 매일 같이 먹어도 지루하지 않고 좋았던 것 같아요. 차림은 셋 다 추레하지만, 꽁꽁 묶어서 같이 다녔어요. 신혼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시골에서는 지루하지 않았어요. 도시에 올라오니까 같이 밥 먹는 시간도 대면하는 시간도 확 줄어들었어요. 붙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어쩌다 붙어 있으면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아마도 떨어져 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려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요.

 

 

공이리에서 3년은 소중한 시간….그 시절 동력으로 이후의 어려움 이겨낼 수 있어

 

Q 귀농과 귀촌의 차이에 대해서도 간간이 서술하셨는데요. 시골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귀농은 시골 가서 농사로 생계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귀촌은 다른 생계가 있는 경우죠. 농사 아니면 정말 밥 먹고 살 수 없는 귀농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밥벌이 수단이 있고 텃밭 가꾸는 정도에서 시골에서 살고 싶은 것인지, 자신이 어느 정도의 형편이고 상황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는 것을 택해야 해요. 귀농은 그 지역 농민들과도 얽히고설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품앗이도 해야 하고, 사안에 따라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귀촌은 적당히 고요하게 살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러면 거기에 맞는 지역도 나올 것 같아요.

 

시골에 살고 싶은 진짜 이유를 찾아내야죠. 막연히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거나 막연한 시골의 이미지 때문에 가는 것은 진짜 이유가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말은 해도 사람들은 겪어 봐야 알잖아요. 제가 귀농, 귀촌한 사람들의 책이나 블로그를 찾아보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삶이지 제 삶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가 3년을 살고 나오니까 지나간 과거지만 시골에서의 제 삶이 생긴 것이죠. 상처도 있었지만 좋았던 점이나 행복한 순간도 너무 많았어요. 진짜 원한다면 1년이라도 살아보고 선택해도 나쁘지 않아요.

 

Q 이제는 서울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공이리에서의 3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저 개인의 삶을 봤을 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것은 일생일대의 경험이에요. 우리 셋은 내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공동체인데, 그 시골에서 정겹고 재미나게 얼굴을 마주 보면서 보냈죠. 이제 그 문을 열고 나와서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 왔으니 과거의 문은 닫힌 셈이죠. 그렇지만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 좋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시절의 동력과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또 스스로 ‘이 정도밖에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때 나는 이런 것을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용기를 얻을 수도 있었어요.

 

도시 생활을 다시 했을 때는 찬바람이 엄청 불었어요. 눈보라가 우리를 향해서 달려오는 느낌이었죠. 도시 생활을 2년 하니까 이제는 좀 살만 한데, 우리를 버티게 한 동력이 시골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충실하게 살아낸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은 다음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 기억을 돌이키면서 작년 여름 책을 쓰는데, 어떤 날은 웃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눈물도 나고 그러더라고요. 그 시절이 우리에게 정말 소중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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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희(북DB 객원기자)

특별한 책들은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으며, 그런 책을 기꺼이 만나기 위해서 온 마음을 열고자 노력중입니다. sinddo82@naver.com

작가소개

기낙경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후 칠 년간 패션지 기자로 일했다. 남들보다 한 달을 앞서 산다는 기분으로 매달 촬영을 하고 원고를 썼으나 뼛속까지 ‘프라다를 입는 악마’는 되지 못했다. 대신 시골로 쏘다니거나 단골집에서 맥주 마시는 일을 편애하며 살다가 첫 책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을 펴냈다. 서른다섯, 작전(?)대로 농부를 만나는 데 성공, 충주 산촌으로 귀농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폐교에서 경운기를 타고 입장했던 결혼식 이후로 팍팍한 농사일에 쫓기며 꼬박 삼 년을 시골에서 살았다. 그사이 가족은 셋이 되었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뒤로는 ‘빡세게’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매체에 글을 쓰면서 중심을 잡고 있으나 가끔 시골도 도시도 아닌 ‘어딘가의 집’에 대해 골몰하며 쓸쓸해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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