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2.07 조회수 | 12,014

국회의원 표창원 “피해자 주변엔 늘 방관자 있었다”

 

표창원, 이미 프로파일러로서 이름을 알린 그였다. 연쇄살인 등 괴이한 사건들을 벌인 범인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얼굴도 익혔다. 경찰대 교수라는 안정된 직장도 있었다. 화사한 꽃길만 펼쳐질 것 같은 인생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경찰대에 사표를 냈다.

 

완전히 뒤바뀐 그의 인생길은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 댓글사건이다. 그 사건의 무엇이 그를 뒤흔들어 놓았을까. 새해 시작과 함께 서점에 나온 <표창원의 정면돌파>(신사와전사/2018년)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책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월 26일, 국회 표창원 의원실로 찾아갔다. 그날 새벽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뒤 소셜미디어에 관련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표 의원은 인터뷰 전 학교 폭력 피해자 부모를 만나고 있었다. 표창원, 이제 그는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인이었다.

 

<표창원의 정면돌파> 출간 이유... 초심 변치 않겠다는 '셀프 족쇄'

 

Q 표지 사진이 정치인으로서 결의가 느껴지는데 어떤 마음으로 책을 내셨나요?

 

우선 제 내면에 가두어 둘 수 없는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2012년부터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SNS에 올렸던 글들을 소재로 썼는데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웠어요. 또 저 혼자만의 경험과 기록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난 5년은 격동의 시간이었잖아요. 제가 겪은 것들을 내어놓아 이 시기 함께 했던 시민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세 번째는 제가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됐고, 그동안 좌충우돌한 정치 경험들을 알리는 중간보고 의미도 있어요. ‘초심 변치 않겠다. 여기서 어긋나는 언행을 하면 비판을 받겠다.’고 스스로를 규제하는 셀프 족쇄죠.

 

Q SNS에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 글을 올린 뒤 인생행로가 바뀌셨어요. 그 글이 정치적으로 비화될 거라 생각했나요?

 

전혀 못했어요. 그땐 아무런 고려 요인 없이 하나의 사건으로 봤어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찰대에서 학생들에게 케이스 스터디 하듯이 교과서적으로 접근했죠. ‘상황이 엄중하고 급박하다’고. 초기 어떻게 보면 순진했던 교과서적인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개인만이 아니라 경찰 전체 문제가 되어버렸죠.

 

Q 그래서 경찰 내부에서 자제 요청도 받았는데 자제가 아니라 사직을 택했다고요. 마음 속 갈등은 없었나요?

 

너무 심했죠. 한쪽에선 ‘혹시 잘못 판단한 거면 어떡하지. 경찰, 경찰대가 나 때문에 힘들어 하네. 그냥 사과글 올리고 잠수 탈까.’ 다른 쪽에선 ‘이러니까 문제인거야. 치열하게 조사,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내야지. 모든 걸 정치로 덮으려고 하면 계속 경찰이 정권에 종속되게 만드는 거야.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나다운가.’ 이런 고민 속에 12월 11일에 글 올린 뒤로 거의 꼬박 4일 밤을 샜어요. 누워서 양을 4천 마리까지 세도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러다가 16일 새벽에 ‘안 되겠다’ 하고 사직서를 인터넷에 먼저 공개했죠.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여온 것들이 터져 나온 것 같아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1960년대 태어나 1970~1980년대를 살면서 경찰대 학생, 경찰관으로서 엄청난 사회 갈등 상황 속에 나를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터진 거죠. ‘더 이상 못하겠다. 내가 자유롭고 마음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서 경찰대 교수라는 버거운 보호막을 벗어내야겠다’고 결심했죠.

 

Q 사직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인터넷에 사직서를 올리고 제일 먼저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아내가 안아주더라고요. “그럴 줄 알았다. 이 꼴통아.”라면서. 고등학생이던 딸은 ‘아빠답네. 잘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고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이 제일 충격을 받았어요. 아빠가 경찰대 교수라는 게 친구들한테 엄청난 자랑거리였나 봐요. 경찰관도 센데 그런 경찰들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하면 친구들이 “와~” 했는데 그만뒀다니까 울면서 “왜 나한테 상의도 않고 아빠 맘대로 그런 결정을 해?”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랑 비슷하잖아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설득, 동의를 구했어야 했는데 통보하는 방식이 된 거잖아요.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미안했죠. “걱정 마. 아빠가 더 유명해질 거야.”라고 달랬죠. 그렇게 넘어갔는데 아이들 학교 가는 길에 집 앞에서 팻말 들고 비난 시위가 벌어지면서 아이들이 심각해 했어요. 그때 가족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아빠가 옳은 일 하는 거다. 저분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해줄 거다.” 그래서 잘 넘어왔죠.

 

 

‘내로남불’식 정의에 대한 잣대 안 돼…정보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 왜곡 없어야

 

Q 책 속에 정의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표 의원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요?

 

정의는 옳은 거죠. 그런데 정의 상대주의에 빠지기 쉬워요. 정의에서 밀리는 쪽은 불의가 돼서 윤리적으로 타격을 입으니까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은 거죠. ‘왜 우리만 그래야 해? 쟤네들도 그랬는데’ 하면서 정의라는 잣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기술들이 대단히 발달돼 있어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사실 정의란 단순해요. 옳은 것을 우리가 결정하기 위해선 진실이 필요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죠. 그러한 정보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래야 정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어요.

 

Q ‘어려서부터 방관의 습관화가 이루어지면서 불의를 눈감는 데 면역이 생기게 된다’는 말에 많이 공감했어요. 언제 이 문제를 가장 절실히 느끼셨나요?

 

살아가면서 매번 느꼈고, 특히 경찰대학에 있을 때 절정에 달했죠. 법과 정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고 경찰대 학훈도 ‘조국, 정의, 명예’거든요. 근데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불법적인 가혹행위를 하고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에 항의하면 선배들은 아무 이유 없이 엎드려뻗쳐를 쓰러질 때까지 시키고 나선

“너에게 불합리한 걸 가르쳐주는 거다”라고 했죠.

 

가장 큰 계기는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접하면서예요. 자살한 아이도 생기고 너무 안타까운 일인데 사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 주변에는 늘 방관자들이 있었단 말이죠. 다 아는 가운데 따돌림, 폭행, 착취 등이 이루어지는데도 주변 친구들은 나 몰라라 해요. 부모님한테 얘기하면 “괜히 끼어들지 마라. 너도 타깃이 된다. 공부만 하라”고 가르친단 말이죠. 그런 방관의 습관화를 바꿔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당시 당대표 요청에 정치 욕구 발견...정치권력 교체 및 올바른 정치에 대한 열망

 

Q 계속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하다가 2015년 12월 정치로 돌아섰어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도 있었겠지만 정치를 할 표 의원만의 이유를 찾았을 것 같은데요.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요청에 흔들리면서 저도 몰랐던 제 내면에 있던 정치적 욕구를 발견한 거죠. 제가 그전에 강하게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까닭은 우선 계속 되는 정치에 대한 권유가 마땅치 않아서 다시는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의미가 있어요. 또 하나는 사직서를 내고 박근혜,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을 비판하면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의심하고 비아냥거리는 게 너무 싫어서 반발감에 더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사실 비판 활동으로 제가 추구했던 건 부패한 정치권력을 교체하고 정치가 올바로 서게끔 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걸 좀 더 솔직하게 대면한 거죠.

 

Q 책에는 논란이 됐던, 노인 폄하로 비화된 공직자 정년 문제나 ‘시국풍자 전시회’ 개최를 도와주면서 여성비하 문제에 휘말린 과정도 솔직하게 담았어요. 그 사건들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요?

 

조금 더 신중하고, 어떤 언행이나 결정을 하기 전에 사실관계나 맥락 등을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본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견해나 취향의 문제일 수 있고,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대상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에서는 제기하려면 완벽하게, 부작용도 내가 감수하겠다는 준비와 자세가 됐을 때 제기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Q 2년여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정치하길 잘했다고 느낀 때도 있을 텐데요.

 

입당한 바로 다음날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어요. 정치인으로서 첫 공식 일정이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거였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씀 들을 때 부담되기도 했지만 정치인이 됐다고 알려지니까 그분들이 대표성을 인정해주신 거잖아요. 정치인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격, 명분이 생긴 거죠.

 

백남기 농민 사건도 야인으로 얘기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국회의원이 돼서 가족분들도 만나고 국회에서 경찰청장에게 질의도 하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니까 힘이 되더라고요. 특히 백남기 농민 사망과 국정파탄에 분노한 농민들이 트랙터 타고 서울로 올라오다가 고속도로에서 경찰 진압에 막힌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찾으셔서 같이 밤새면서 양측 충돌을 막고, 경찰에 연행된 분들을 좀 유연하게 대해 달라고도 했죠. 내가 정치를 안 했다면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불가능한 거예요.

 

이후 촛불집회나 탄핵 때도 마찬가지죠. 특히 탄핵 찬성·반대 국회의원 명단 공개했다가 국회에서 욕먹고 형사고소도 당하긴 했지만 제가 밖에서 그랬다면 누가 신경이나 썼을까요? 같은 국회의원이 하니까 파장이 컸던 거죠. 그럴 때마다 ‘아, 정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순간순간은 너무 힘들어요.

 

Q 에필로그에서 ‘공직자의 삶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어요. 정치를 할수록 절감하는 부분인가요?

 

그건 공직자 생활하면서부터 느꼈어요. 경찰관 때 동료, 상사가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모습도 봤고요. 또 그동안 전직 대통령, 장관, 검사 등 많은 사람들이 그랬잖아요. 그들도 바보가 아닐 텐데 왜 그랬을까? 공직이 갖는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공직이 어느 순간 압력이나 유혹에 살짝이라도 넘어가면 업무 수행에 편파성도 일고 위법행위가 되잖아요.

국회의원 직무도 대단히 위험해요. 법안 심사 소위 때 내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법안이 통과 안 되면 특정 기업과 지역, 사람들이 대단히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그들이 감사의 뜻으로 뭔가를 줄 수도 있죠. 아무도 모를 것 같죠? 언젠가는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더라도 양심의 감옥에 갇히게 돼요.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하기 쉬워요. ‘이건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거야. 사회 막힌 곳을 뚫어주고 융통성을 만들어주는 거지, 나쁜 짓이 아니야.’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교도소 쪽으로 떨어지는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거죠.

 

 

말할 때 보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지만 책에서는 눈물 많은 표 의원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울었을 때를 물으니 “제천 화재 피해자 분향소에 가서 진열돼 있는 영정들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함’뿐 아니라 따뜻함까지 갖춘 정치인이었다.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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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북DB 객원기자)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 jjung9110@naver.com

작가소개

표창원

경찰대학 졸업 후 경찰관으로 재직하다 영국으로 유학, 엑시터Exeter 대학교에서 경찰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찰대학 교수,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던 중 제18대 대선 전 국가정보원 대통령선거 불법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비판하며 교수직을 사임하였다. 자유인의 신분으로 방송인, 작가, 연구소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연쇄살인],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 [나는 왜 범죄를 공부하는가], [숨겨진 심리학], [한국의 CSI], [어린이 프로파일러 설록의 사건일지] 등이 있다. +Blog http://pyotal.site/ Twitter @DrPyo Facebook Changwon Pyo 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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