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2.02 조회수 | 5,141

양정철 전 비서관 “정치 아닌 국민 의식 바꿀 ‘지성의 영역’에 기여하고 싶다”

2017년 한 해는 ‘정권 교체라는 네 글자로 축약된다. 새 대통령 선출에 대한 만큼이나 정부 내각 인사에 누가 지명될 것인지 관심도 지대했다. 참여 정부 시절 국내언론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활약했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하 전 비서관)은 관심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주십시오.”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문자 한 통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홀연히 뉴질랜드로 떠났다.

이후 해외 여러 나라를 방랑하던 그가 지난 1월 17일 일시 귀국했다.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메디치미디어/ 2018년)의 출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공항에 몰린 취재인파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백의종군 선언 후 홀연히 떠난 그가 “국내로부터 떨어져있기 위한 유랑” 중 귀국한 이유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책 출간에 대해서도 정치 활동을 위한 초석 다지기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양 전 비서관은 북DB와의 인터뷰 중에도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이루어주었으니 여한이 없다. 제 역할은 끝났다”라며 자신에 대한 시선을 의식한 듯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리를 다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언어 민주주의’를 다룬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동포는 ‘재미교포’, ‘재일동포’이고 중국에서 온 동포들은 흔히 ‘조선족’이라 부른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쓸 말이지 한국에서 쓸 말은 아니다. (중략) 한국에서 굳이 누군가에게 조선족이냐 묻고 차별한다면 우리 모두가 조선족이지, 한족이나 아리안족이겠는가.” <세상을 바꾸는 언어> 43쪽

그 용어조차 생소한 ‘언어 민주주의’란 사람과 한 사회의 의식을 반영하는 ‘언어’를 통해 완성되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책에는 ‘언어의 변화’를 ‘의식의 변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한편으로는 언어라는 지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깊게 만났던 시간을 복기해 두 대통령의 가치를 담으려는 목표도 있었다. 책 속의 수많은 사례들은 지난 4년간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다가도 차를 세워가며 틈틈이 기록했던 것들이다.

책은 1장 ‘평등의 언어’를 거쳐 ‘배려의 언어’, ‘공존의 언어’, ‘독립의 언어’를 지나 ‘존중의 언어’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 꼭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인사’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양 전 비서관의 시각과 시선으로 분석했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다음날인 1월 26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북파크에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만났다. 귀국 후 느낀 정권 교체 이후의 분위기부터 일본에서의 집필 이유, 한국 사회의 ‘직역 이기주의’, 2월 6일 진행될 북콘서트에 대한 기대감까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4년간 틈틈이 메모하며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 되짚어… 도발적 방식으로 이의 제기 하고 싶었다”

Q 워낙 바쁘셔서 2월이나 돼야 인터뷰가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웃음)


입국하고 공항에서 한 번, 이후에 반강제로 납치되다시피 했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인터뷰 이후로는 언론 인터뷰는 거의 안 하고 있어요.

Q 이 정도까지의 관심은 예상하지 못하셨나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어요. ‘백의종군’ 선언하면서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떠났던 건데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럽죠. 공항에서 입국을 하는데 기자들이 한 40여 명이 나왔어요. (기자 :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당황하신 것 같더라고요.) 예. 굉장히 놀랐죠. 정권이 바뀌어서 ‘내가 뭐라고 주목을 받나’ 그런 생각이 들죠. 걱정스럽고요. 특히 책을 출간한 것은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고 나름 오랜 시간 품어온 고민들, 동시대 분들과 나눠보고자 하는 뜻에서 출간한 거거든요. 책보다 제가 더 주목을 받으니까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Q 귀국 후, 정권 교체 이후의 달라진 분위기를 많이 느끼시나요?

그럼요.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지죠. 외국에 나가 있어도 한국 소식은 계속 보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새 대통령이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의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여론, 언론 등을 통한 우리 사회의 공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순환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요. 사회 전체의 큰 흐름으로 놓고 보면 국민들의 여론이 공론의 장에서 상당히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느껴지고요.

Q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때문에 귀국했다고 밝히셨는데요. 책을 보니 단시간에 취재할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표현, 언어 등의 사례도 다양하고요. 첫 기획부터 집필까지의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집필만 놓고 보면 두 달 정도죠. 이 책을 쓰기로 결정하고 ‘일본에서 써야 되겠다’ 싶어서 일본에 집필실을 마련했어요. 두 달 안에 작업을 끝내려고 계약도 딱 두 달했는데 중간중간 찾아오는 분들도 계셔서 시간을 좀 빼앗겼습니다. 실제로 집필에 걸린 기간은 한 달 반 정도예요.


책에 들어갈 내용들은 지난 4년간 틈틈이 메모를 해왔던 것들이에요. 제 머릿 속에 있기도 했고요. 제가 지방 대학에서 3년 정도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때의 강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요.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평소 생각해온 문제의식과 연결되는 내용은 길 가다가도 눈에 띄면 메모하고, 운전하다가도 생각나면 잠깐 차 세우고 메모하고 그랬어요. 스마트폰 메모장에도 많이 기록해두었고요. 기본 목차가 될만한 글거리, 사례, 신문이나 방송, 스마트폰으로 포털 검색하다가 보이는 기사가 있으면 캡처해서 보관하기도 했죠. 엄밀히 말하면 4년 정도 고민했던 내용들이고 메모를 해왔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할 수 있던 것 같아요.
 
Q 일본에서 집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 있죠. 이 책에 ‘독립의 언어’ 편에도 나오지만 우리 민족이 36년의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이 많이 훼손됐어요. 일본어로 인한 오염이 많죠. 그 흔적이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준이거든요. 오염의 원줄기인 일본 현지에서 정확한 비교를 하며 쓰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보고 겪고 자료조사를 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일본에서 집필하기로 했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대통령의 언어’로써 자신의 언어 돌아보며 회한 느끼기도”

Q 원론적인 질문입니다. ‘언어 민주화’라는 주제가 생소할 분들을 위해, 왜 ‘언어’여야 했는지 설명해주신다면요?


현대 사회에는 공동체의 여러 단위가 있죠. 국가, 회사, 가족 등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소통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이잖아요.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은 말과 글, 결국 언어거든요. 대개는 말과 글 속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이 담겨 있어요. 단순한 언어의 의미를 넘어, 한 사람 또는 한 사회, 한 국가의 의식이 깊게 담겨 있는 거죠.

흔히 제도나 가치를 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모든 의식의 반영은 ‘언어’예요. 언어라는 매개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 공존, 배려, 존중, 책임 이런 것들을 얼마나 잘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제가 기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언어를 매개로 한 글쓰기, 말하기, 홍보, 마케팅, 정치 마케팅, 정치 광고, 정치 홍보 등의 일들을 하며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다뤄왔던 수단이 언어이기도 했고요. 언어의 역할이 중요한 여러 분야가 있지만, 특히 우리 사회를 중요하게 작동시키는 정치, 행정, 사법, 언론 분야에서의 언어가 특히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분야에서 언어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걸 한 번 짚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두 분을 모셨는데 다른 일로도 두 분을 보좌했지만, 저는 주로 말과 글에 관련된 일을 주로 맡았어요. 언어라는 지점에서 두 대통령과 깊게 만났고 또 깊이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두 대통령 이야기를 하는 수단으로도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 테마를 언어로 압축했죠.

Q 참여 정부 홍보기획비서관 재직 당시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활동 당시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일화가 있으신가요?

참여 정부를 예로 들면, 특정한 일화보다는 큰 틀을 놓고 봤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말 때문에 공격 받고 비판 받고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 대통령이 없죠. 소통수단으로서의 언어를 놓고 보면, 당시 여러 정치적 환경, 언론 환경, 여론 환경이 안 좋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갖고 계신 생각이나 진정성,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을 국민들과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이후 대통령의 언어로써 자신의 언어를 많이 돌아보셨고, 진심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 것에 대해 회한을 갖고 돌아가셨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중에는 말과 글에 관련된 논란, 에피소드가 워낙 많았는데 통사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들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워낙 신중하고 절제력이 강한 분이라 말과 글로 구설에 오른 적은 거의 없는 분이에요. 두 분 모두 국민들과의 소통수단으로서 언어의 중요성에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갖고 책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죠.

Q 소통의 방식으로 책을 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방송, 신문, 잡지, 대화 등 정보를 취득하는 여러 수단이 있죠. 하지만 가장 함축적이고 흡인력있게 정보와 주제를 전달하는 수단은 결국 책이에요. 저는 문명 사회에서 한 국가의 힘, 사회의 힘은 결국 지성의 힘이라고 봐요. 지성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책의 힘이고, 좋은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의 힘이거든요. 책을 통해 지성이나 상식, 가치 같은 것을 취득해나가는 사람들의 힘이고요. 그것을 통해 한 사람의 문화 수준이 달라진다고 봐요. 그런 가치로서 책의 유용성, 효용성으로 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들을 다른 분들과 나누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선택했죠.

 

“’직역 이기주의’ 만연한 각종 행정·법률 용어 개선 시급… 국민의 입장에서 돌아봐야 한다”

Q 책이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요. 각각 평등, 배려, 공존, 독립, 존중의 언어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등의 언어'가 1장의 주제인데, 주제와 순서를 정하는 것에는 어떤 기준을 두었는지요?

지난 4년간 모은 글거리들을 주제별로 분류해보니 ‘평등의 언어’로 말하고 싶은 사례들 대부분이 실생활 속에서 보편적으로 다루는 것들이었어요. 독자들이 생활 속에서 무심코 쓰는 말과 글의 사례를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더 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평등’을 첫 장의 주제로 뺐죠.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말할 때 여러 가치 중에서도 결국은 평등의 가치, 평등의 개념이 그 핵심이기도 하고요. ‘존중의 언어’를 맨 마지막으로 뺀 것도 이유가 있어요. 마지막 꼭지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인사’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제 나름의 시각과 시선으로 분석한 글이거든요. 그 글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어요.

Q 누구보다 ‘언어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실 줄로 압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준비하며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집필하는 동안 ‘공감’이라는 단어를 노트북에 붙여놓고 작업했어요. ‘언어 민주화’라는 생소한 주제에 생소하게 접근하는 책이라 읽는 분들의 공감이 가장 중요했죠. 다른 분들이 봤을 때는 동의하기 어려운 저의 주관이 강한 내용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사례들은 가급적 빼려고 노력했고, 누가 읽어도 ‘맞아, 나도 그 생각한 적 있는데’라고 느낄만한 사례들 위주로 풀어가려고 애를 썼어요. 특히 언론, 정부, 공공기관 등에서 별 생각없이 쓰는 말이나 글의 사례들. 무엇보다 공감을 위해 중요한 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친숙한 말, 글, 용어 등으로 풀어썼어야 했어요. ‘가급적이면 쉽게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했죠. 어렵게 쓸 능력도 안 되지만. (웃음) 공감, 사례, 쉬운 표현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신경 썼습니다.

Q 오랜 시간 고착화된 언어는 물론이고, 평소에는 인식하기 어려운 사례들을 취합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들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사례의 취합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백의종군 선언 후 출국하고 나서 꽤 여러 나라를 방랑했거든요. 프랑스, 영국, 미국 동부, 미국 서부, 중국, 북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국내로부터 떨어져있기 위한 유랑이기도 했지만 외국을 돌아다니는 내내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나라의 언어를 관찰을 할 수 있었어요. 책에 소개된 해외 사례들은 제가 직접 보고 겪은 것들도 있고, 그 나라에서 20년 이상 터를 잡고 산 친척이나 친지들을 통해 제가 겪지 못한 구체적이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분들께 신세를 많이 졌죠. 외국 사례까지 많이 들어갈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의 도움이 큽니다.

Q 직간접적으로 보고 겪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한국의 ‘언어 민주화’는 어느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을 다른 나라하고 비교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나라마다 고유의 언어가 있고 언어의 체계, 특징, 문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언어’ 한 가지만 놓고 민주주의의 척도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것에 완성은 없다는 거죠. 민주주의는 고도의 단계로 나아가고 우리가 다듬고 지켜나가고 진화시켜야 할 절대적 가치죠. 정치와 언론을 제외한 국민들의 문화수준, 의식수준과 같은 대다수 분야가 엄청나게 발전을 했어요. 그것에 비교하면 우리 언어가 담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한참 멀었죠. 식민지 시기를 극복하고 전쟁의 상흔을 털고 불과 몇십년 만에 민주주의를 이뤄내고 경제 발전을 이루다 보니 속도, 경쟁, 효율 이런 쪽으로만 우리의 의식을 반영한 언어가 편중돼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언어에 민주주의 가치를 얼마나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목표와 숙제가 남는 거죠. 이제는 속도, 효율, 때로는 비인간적이고 비문명적이고 비이성적인 요소를 언어로부터 극복해나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가 극복할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Q 한편으로는 언론,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 변화에 대한 절실함도 느껴졌는데요. 책에서 언급한 문제점이 한순간의 지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 변화를 이루기 위해 최우선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일 중요한 건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거든요. 우리 사회는 꽤 오랜 시간 공무원이 우위에 있고, 국민을 계도(啓導)하고, 특권을 누리는 위치에 있었죠. 지금은 그게 상당히 많이 바뀌었거든요. 봉사 행정, 섬기는 행정으로 가고 있는데 그것이 구석구석 디테일한 부분으로까지 녹아 들어가지 않는 거죠. 사용 중인 행정 용어나 언어, 인식에 있어서도 고쳐야할 게 더 많고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행정 용어 중 국민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공무원들 혹은 학자들이나 아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섬기는 행정, 봉사 행정의 자세가 반영이 안 된 거거든요. 법원의 판결문도 마찬가지예요. 결국은 법률 행정이란 것도 재판 받는 사람이 이게 뭔 말인지는 알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말을 써야 하는데 어렵게 쓰거든요. 그야말로 ‘직역 이기주의’라고 봐요. 언어의 직종 영역에 자기들끼리 벽을 쌓고 ‘너희 이런 거 몰라도 돼, 전문가들만 아는 용어야’라는 것은 국민 섬기는 발상이 아니라는 거죠.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쓰는 행정 용어, 법률 용어, 하다 못해 표지판까지. 국민을 맨 위에 두고 국민을 섬기고 국민 입장에서 쓰고 있는 것인가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라의 민주주의가 진보한 만큼 그런 것들을 한 번씩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년이면 정부 수립과 독립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맞는 시기인데(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기자 주)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어투, 영어투, 일본식 이름이나 행정 명칭, 이런 것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최근에도 메모 계속 하시죠? 요즘에는 어떤 것들을 주로 메모 하시나요.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 들어간 사례도 책을 낼 목적을 가지고 메모한 건 아니거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런 식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굉장히 도발적이고 다른 방식으로 이의 제기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메모한 거예요. 그걸 책 출간하게 되면서 잘 활용한 거고요. 이번에는 언어였지만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합리함, 비이성, 비상식적 내용들에 대해 저만의 시각으로 조금씩 메모하고 있습니다.

 

“정치로 세상 바꾸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몫… 국민 의식과 문화 바꿀 ‘지성의 영역’에 기여하고파”

Q 2012년 당시 블로그 ‘양정철닷컴’에 올라온 마지막 글을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로 대신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눈에 띕니다. 당시에 고민한 ‘다른 역할’은 무엇이었고, 또 목표한 것을 얼마나 이루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당시에 말씀드렸던 다른 역할은 내 개인의 정치가 아닌 문재인이라는 분을 대통령으로 모셔서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었어요. 그게 이루어졌으니까 저로서는 제 역할이 끝났다고 보고, 그래서 백의종군 선언하고 외국으로 뜬 거였습니다. 정권이 교체 되도록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어요. 물론 우리가 정권 교체 한 게 아니죠. 국민들이 만들어주신 건데요. 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정권 교체로 여한이 없다’는 표현을 썼거든요. 어쨌든 저로서는 얼마나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던 정권 교체가 실현됐기 때문에 여한이 없어요. 이제 그 역할이 끝난 것 같아요.

Q 귀국 직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출마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스스로는 “깜냥이 안 된다”라는 이유를 전하셨지만, 여전히 양 전 비서관님의 정치 활동을 기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 질문에 이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고,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도 큰 계획의 일부로 봐도 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보거든요. 정치도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영역이고 수단이죠. 행정도 마찬가지고요. 정치를 통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은 대통령님이나 청와대에 저 대신 남아 있는 동지들, 후배들, 또 집권당의 책임을 안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몫이라고 생각을 해요.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힘은 국민의 의식과 문화를 바꿀 지성의 영역에 있죠. 책이 중요한 수단이고요. 그래서 책을 쓴 건데요. 이 책이 그것에 얼만큼 기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보잘 것 없죠. 그러나 어쨌든 이 책에서 던진 주제를 가지고 국민들과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역할로 도리를 다 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이자 이 책을 낸 저자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나 책이 조금 잘 나가면 (웃음) 거기에 힘을 얻고 격려를 받아서 우리의 의식과 문화를 바꿔보자는 진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2탄, 3탄을 쓸 지도 모르죠. 책이 잘 팔리면요. (웃음)

Q 오는 2월 6일에 열릴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콘서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계획이신가요?

책에 담지 못한 얘기들이 많아요. ‘다른 분들은 공감하실까?’ 또는 ‘너무 사사롭지 않을까’하는 것들. 또 어떤 것은 다른 분들과 연관되는 내용이라 조심스러웠고요. 북토크는 말그대로 저자와 독자가 편하게 만나 책을 매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니까 책에 담지 못한 저의 생각,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진솔하고 편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Q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북콘서트에 함께하는데 어떤 시간을 기대하시는지요.

김어준 총수는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로, 주진우 기자는 언론인으로,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로서 서로 처한 상황, 가는 길과 처지가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 정권 교체에 대한 바람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소구의 애정이 있었고 그것으로 힘든 세월을 이겨내고자 하는 연대감이 강했죠. 그렇지만 저나 김어준, 주진우 기자가 컨텐츠가 뛰어난 건 아니잖아요? (웃음) 너무 큰 기대하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을 매개로 한 독자들과의 편한 만남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도 많이 안 할 거고요. 특히, 기자분들 오실 텐데… 취재도 너무 많이들 안 오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기자 : 직접 오셔서 그런 자리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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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양정철

양정철로 살았다.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으로 살았다. 문재인을 만났다. 문재인으로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양정철로 산다.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곁’을 지켰지만, 대통령 문재인과는 ‘거리’를 지키는 사람. 그는 지금 나라 밖에 있다. 조용히 글을 쓴다. _정철 카피라이터가 본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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