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1.31 조회수 | 3,571

홍성수 교수 "혐오표현 누구도 장담 못해...예방주사가 필요한 이유"

 

최근 혐오표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아이 엄마를 보면 ‘맘충’으로 칭하며 눈살을 찌푸리거나 성소수자를 향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일상적인 농담으로 흘려 듣거나 웃어 넘기면 될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래야 뭔가 쿨하고 대화가 좀 통하는 사람쯤으로 여겨질 테니 말이다. 이에 대항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혐오표현에 관한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새로 출간된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책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2018년)는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으로 한국 사회의 혐오표현과 증오범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분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홍성수 교수는 법과 인권, 표현의 자유에 관한 쟁점을 연구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해온 법학자로서 책을 통해 혐오표현의 개념과 이론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공존의 사회를 향한 다채로운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

 

“혐오표현, 단순히 기분 상하게 하는 것 아닌 실질적 해악”

 

Q ‘혐오표현’ 문제라 하면 굉장히 방대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복잡하게 생각되는데요. 여기에 관련된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 동안 제가 혐오표현을 주제로 언론과 인터뷰도 많이 했고, 칼럼도 많이 썼지만 이 문제에 관해 전체적으로 조망한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혐오표현의 개념과 구체적인 원인, 다양한 대안을 한 호흡으로 말하고자 했어요. 오늘날 혐오표현의 문제는 연구자들도 주목하는 주제이지만 대중도 관심 있어 하는 화두이기 때문에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학부생들에게 의뢰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거쳤어요.

 

Q 혹시 혐오표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지난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를 집필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접했어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라는 시민단체 연합이 주최하는 보고서였는데요. 다른 분들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을 담당 했는데 저 혼자 이 자유를 규제하는 입장을 담당하게 되었죠. 사실 처음에는 이론적인 관심, 학문적인 호기심이 컸어요. 그런데 연구를 하다 보니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대체로 소수자이고, 이들의 피해가 생각보다 큰데 반해 그 문제가 부각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Q 그러한 피해 상황을 곁에서 지켜봤던 경험이 있었던 건가요?

 

제가 연구과정에서 주로 만났던 분들은 시민사회단체의 인권활동가였는데요. 보통 인권활동가라고 하면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강단있게 맞선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이분들이 혐오표현에 노출되었을 때는 상당히 무력해지더라고요. 물리적인 충격을 받듯 주저앉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면서 혐오표현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분을 상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악을 준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됐어요.

 

Q 혐오표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고, 직접적으로 그 피해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찰했던 순간도 있었나요?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전에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것에 있어 회의적인 입장이었어요. 표현의 자유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봤으니까요. 이를테면 ‘동성애를 반대한다’ 정도의 표현은 그것이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할지언정 개인적 견해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표현의 자유로 옹호될 수 있는 부분이고, 또 그 말을 듣는 이들도 반박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혐오표현이 어떤 식으로 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러한 표현들이 단순히 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해악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특히 공공성이 강한 방송이나 언론, 회사나 학교에서는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런 혐오표현에 어떤 규제를 가하고 이것을 어떻게 규범화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Q 방금 회사나 학교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셨는데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혐오표현에 대해 사람들이침묵과 방관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혐오표현은 수위가 높은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일상적인 대화에서 농담으로 표현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표현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하면 괜한 일에 시비를 걸고 따지는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서인지 반박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조직 생활을 하면서 상사가 그러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면 아무리 사소한 표현이라도 그게 사실로 굳어지고, 또 말한 사람은 그러한 혐오 표현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확대 또는 재생산할 수 있어요. 때문에 침묵하고 방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가장 좋은 것은 주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혐오 표현에 맞대응 하는 것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사내에 믿을만한 고충처리기구를 찾아 상담을 하는 것도 방법이죠. 회사가 아닌 외부에 호소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면 더욱 좋고요.

 

 

“개인이 취약한 상태로 몰리는 사회 상황은 혐오 시대의 주요 원인”:

 

Q 개인이 혐오표현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책에도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하셨는데요. 연대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윤리적으로 봤을 때 한 개인이나 특정 소수자 집단을 멸시하고 차별하고 모욕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해서 우리 모두 저마다의 위치에서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 연대를 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요. 연대를 통해 혐오표현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공유하면서 공통의 인식기반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저마다의 위치에서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도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세요?

 

소수자는 유동적인 존재예요. 저는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소수자의 경험을했는데요. 그때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영국과 한국에 존재하는 소수자의 지위가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일상에서 장애인을 마주하기가 어려운데, 이건 사실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이거든요. 그런데 영국에 가보니 너무나 많은 장애인들이 주변에 보였고 자연스레 그들과 접촉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성소수자만해도 공개적으로 성정체성을 드러낸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요. 덕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수자의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죠.

 

Q 영국에서의 경험은 소수자의 위치에 서게 하면서 또 다른 소수자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네요.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이 결핍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이 찾아와요. 대표적으로 자신의 처지와 조건이 열악할 때 그렇죠. 이를테면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의 교묘한 선동이라든지 군중심리와 만나면 이성적인 판단 자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사실 혐오표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인데 이는 개인들이 취약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어요 그래서 혐오표현에 대응할 때는 사회 구조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해요.
 
Q 한국 사회가 혐오표현에 맞서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오늘날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독일인들을 보면 50여년 전, 유태인을 600만명이나 학살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을 정도죠. 그런 사례를 보면 혐오표현의 문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확산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중요한 이유인데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표현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 공공 영역에서 이런 말은 하지 말자’라는 식으로 공통의 인식 기반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그럼 법으로 강제 조치를 취할 범위가 줄어들 것이고요.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 사회적으로 더욱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출간한 제 책이 그러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발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고요.

 

 

“혐오표현은 대상 집단이 오랫동안 차별 받아온 경험 있어야 성립”

 

Q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요. 흡연자에 대한 비하발언도 혐오표현에 속하는 걸까요?

 

혐오표현이 성립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소수자 집단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차별 받아온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 동안 흡연자들이 오랫동안 차별을 받고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서 그들에 대한 비하 발언을 혐오표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네요. 물론 앞으로 흡연 자체가 소수의 하위문화처럼 바뀌어서 차별 받는 역사적 맥락이 생겨난다면 달라질 수 있고요. 그들 나름대로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사회적으로 그들을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들을 향한 비하발언이 혐오표현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로 보기에는 어렵겠네요.

 

Q 중년 남성들을 향해 ‘꼰대’라는 식의 비하발언도 자주 하는데요. 이것도 혐오표현으로 볼 수 있을까요?

 

중년 남성들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그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갖고 있다면 혐오표현이 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듣기에 기분 나쁜 말 정도가 되겠어요. 여성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 봐라’라는 말을 했을 때 이것이 혐오 표현이 되는 이유는 여성들이 사회적 참여를 하지 못하고 집에서 육아를 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만약 남성에게 똑같이 ‘집에 가서 애나 봐라’라고 얘기를 한다면 듣기에 기분이 나쁠 수는 있겠지만 그 말에 소수자 집단으로 차별 받아 온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죠. 다만 이 부분은 사회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역전이 된다면 얼마든지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최소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혐오표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네요.

 

Q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가 소수자의 문제를 모두 다 알 수는 없어요. 그런 면에서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늘 소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와 스스로 성찰하는 태도를 갖고 싶고요.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어온 편견이 있는 한 그 혐오의 감정은 언제든 드러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장 좋은 건 편견이 형성된 이후 그것을 깨는 것 보다 편견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소수자 문제에 익숙해야 하는데 학교 교육이 중요하고요. 올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혐오표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대응부서를 만들었고, 작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혐오표현에 관한 지침서를 각 학교에 전달했어요. 이렇게 출발은 이미 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관련한 교재를 만들거나 교육 방법을 개발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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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홍성수

교수. 법철학·법사회학·인권법을 공부했다. 인권이론, 국가인권기구, 기업인권, 도시인권, 학생인권, 표현의 자유, 혐오표현 등 분야별 인권문제, 법과 사회변동 등의 주제를 연구해왔다. 저서로 [말이 칼이 될 때]이 있고,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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