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1.24 조회수 | 14,681

<일취월장> 고영성, 신영준 “‘열정’보다 잘 하는 일 선택하라”

 

취업, 이 시대 청춘에겐 궁극의 미션이다. 초‧중‧고 정규교육 12년, 대학 고등교육 4년의 레이스를 치열하게 완주하는 이유도 결승선 너머 주어질 좋은 직장이라는 신기루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점이라고 생각했던 직장에서 정작 ‘일못(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악몽이다. 그간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미래도 모두 깜깜해지는 것 아닌가. 어찌 보면 취업은 게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아닐까?

 

일찍이 이런 문제 의식을 간파해낸 두 남자 고영성, 신영준을 만났다. 궁서체로 쓴 ‘인생공부’ 로고가 익숙하다면 이미 이들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고영성, 신영준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우연히 만나 콘텐츠 플랫폼 ‘인생공부’, ‘체인지 그라운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교육학, 인지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을 동원해 새로운 공부 방법을 알린 책 <완벽한 공부법>(로크미디어/ 2017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년 이맘 때 ‘완공’ 출간 이후 그들의 행보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조금 더 야심찬 주제를 들고 왔다. 바로 ‘일’이다. <일취월장>(로크미디어/ 2018년)은 이들 특유의 통섭적이고 과학적인 틀을 동원해 일을 잘할 수 있는 8가지 원리를 알려주는 책이다. 일 년에 300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뀐 독학자 고영성과 잘나가는 대기업 연구원에서 영어 단어책을 쓰며 인생의 방향을 튼 공학박사 신영준은 기존 범주로 묶을 수 없는 ‘이종지식인’이다. ‘공부 프로’, ‘인생 프로’인 이들에게서 일 잘하는 법을 한 수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운의 힘 인정해야 일의 성공률 높아진다”

 

Q 첫 장이 ‘운’입니다. ‘운’을 과감히 첫 장에 배치한 것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고영성 : 실제 비즈니스에서 운이 지배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걸 인지하고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임하는 것은 너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1장에서 ‘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매 장의 모든 항목마다 운 얘기를 계속해야 했을 거예요.

 

신영준 :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에요. 역사에 우연이 있었고, 그것이 패러다임이 되었기 때문에 인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더 많았다는 거예요.

 

Q 그렇다면 운과 실력에는 각각 어떤 가중치를 매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성 : 운과 실력의 영향력에 100 대 0 이런 건 없죠. 심지어는 복권 당첨에도 0.000001%의 실력이 필요해요. 적어도 복권 살 돈은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대신 99.999999%는 운인 거죠. 운으로 거둔 성공인데도 자신의 실력으로 이룬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과거에 했던 행위들에 운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다음 행보에 큰 영향력을 미치죠. 이걸 알면 불확실한 것들을 제거해 나가게 되니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겠죠.

 

Q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관건이네요.

 

고영성 : 최악은 복구가 힘드니까요. 중요한 건 운과 불운을 맞이할 기회조차는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최악을 대비하지 못한 채 망해버리면 그런 기회조차 없는 거예요. 한 번 승부에 끝날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죠.

 

 

Q 운이 더 작용하는 분야도 있고, 영향을 덜 미치는 곳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영준 : 영국 소설가 조앤 K. 롤링이 익명으로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은 인세를 조 단위로 버는 실력자잖아요. 그렇다면 익명으로 작품을 발표해도 소설이 빛나야하는데 막상 책이 나왔을 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작가의 이름을 공개하니 그제서야 책이 관심을 받았죠. 반면, 소설에 비해 바둑은 운보다 기량이 압도적인 분야라서 한 사람이 잘 하면 계속 이기게 되어 있어요. 프로 9단이 프로 1단에게 패할 일이 거의 없는 세계죠. 하지만 조앤 K. 롤링을 이길 신인 작가는 널렸어요.

 

고영성 : 복잡계가 아닌 판은 패턴이 인지가 되고, 패턴이 인지가 된 곳은 고수가 이길 확률이 높죠. 야구나 비즈니스는 패턴 인지가 어려운 경우죠. 야구는 꼴찌 팀이 1등 팀을 이기거나, 9회말 2 아웃 상황에 만루 홈런으로 판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아요. 야구가 인생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그러니 테니스와 야구의 전략은 달라야 해요. 직업도 마찬가지죠. 소방관은 고수가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말을 들어야 해요. 그런데 마케팅은 수십 년 동안 신화를 쓴 사람도 신출내기가 한 순간에 이겨버릴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판에서 승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고영성 : 전략 중 첫 번째는 ‘일단 해보는 것(just do it)’이에요. 예측 불가능해도 일단 해보란 거죠. 야구도 운을 지배할 순 없지만 이 판에서 타율을 올릴 순 있잖아요. 다들 예측만 하고 실험을 안 하니까 모르는 거예요. 심지어 결과가 나와도 반성 안 하잖아요. <일취월장>에서 제시한 사고 중에 첫 번째가 반성적 사고거든요.

 

신영준 : 공학 전공자인 제가 처음에 영어 단어장을 낸다고 했을 때 이쪽 업계에서 유명하단 분이 출판사 대표에게 제가 사기꾼일지 모르니 “5년 지켜보라”고 했대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우리에게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 비법이 없어요. 최대한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하는 것 그게 비법이에요. 고통 없이 엄청난 돈을 버는 방법은 없어요.

 

Q 굉장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일’에 접근하시네요.

 

신영준 : 유발 하라리가 “인간도 일종의 알고리즘”이라고 하잖아요. 유럽에서는 인간의 생각을 무기체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건 거의 신의 영역이죠. 체계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망할 수밖에 없어요.

 

고영성 : 우리가 제대로 통찰이 안 되는 이유가 인지적 오류가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비즈니스예요. 복잡계인 거죠. 복잡계는 하나의 결과에 원인이 무척 많아서 그걸 우리가 알기 힘들뿐 아니라 관련된 매커니즘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거예요. 블랙 스완(Black Swan :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경제 용어)이 출현해서 한 번, 두 번은 어쩌다가 될 수 있어요. 운이 좋은 거죠.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완벽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걸 인지해야 만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거예요.

 

 

“열정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 더 많아”

 

Q <일취월장>의 내용이 방대합니다. 일을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의 최적 활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신영준 :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이 책의 여러 파트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내 업무에 적용시켜보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책에 제시된 다섯 가지 사고 중 내 일에는 이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거예요.

 

고영성 : 책을 읽을 때 특정 관점으로 읽는 것을 ‘관독’이라고 해요. 자신의 일을 떠올리면서 읽는 거예요. 관독으로 읽으면 책에서 말하는 것을 일부 놓칠 순 있어도 내가 필요로 하는 걸 얻을 확률은 높아져요. 또 하나는 관독으로 읽되 내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어보는 거예요. 책을 완벽히 소화하려면 입력에 대한 아웃풋을 해야 하거든요. 이 중 가장 꽂히는 게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Q 자기계발서인데도 각주가 무척 꼼꼼히 달려 있어요. 마치 논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웃음)

 

신영준 : 저희는 사회과학 서적들, 논문들, 보고서들을 보고 이 책을 쓴 거예요. 최대한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요. 물론 우리 쪽도 올바른 방향일 뿐 정답은 아니에요. 왜 이렇게 각주가 많으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찰스 두히그, 애덤 그랜트의 책 보시면 각주가 몇백 개씩 달렸어요. 하지만 이들 책에는 각주가 왜 이리 많으냐는 이야긴 없어요.

 

고영성 :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진 독자의 경우엔 원 논문이나 책을 보고 싶어하기도 해요. 각주도 굉장히 좋은 정보예요.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그 분야를 공부했고, 잘 알고, 권위를 가진 분이 그 책을 인용한 거잖아요. 인용이 많다는 걸 고유의 사고가 없는 거라고 비판하는 분도 있는데 실제로 많은 것이 재조합에서 나오는 거예요. 심지어 책에 새로운 관점이 없다고 해도 많은 책을 정리한 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거예요.

 

Q 3장 고작가의 심화편에는 ‘내 안에 있는 열정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신영준 : 열정은 비이성이에요. 우리는 인식론적 겸손을 가져야 한다니까요. 저는 열정을 따라서 전 세계 여행을 한 친구들을 스무 명 이상 알거든요. 그 중 반은 행복하고 반은 불행해요. 그들을 나누는 기준이 뭘까요? 세계여행을 하고 직업을 바로 구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계속 세계여행에만 집착하고 직업을 구하지 못해서 힘들게 살아요. 게스트하우스 열고 책 팔면 먹고 살 줄 알았대요. 비이성적인 거죠. 그 친구들이 열정이 없었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열정이 높지 않았을까요?

 

고영성 : 뇌가 저지르는 오류 중에 정서 예측 오류라는 것이 있어요. 지금 갖고 있는 감정이 미래에도 똑같이 갈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의 그렇지 않아요. 상황이 달라지면 그 열정이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죠. 또한 아마추어일 때와 프로일 때가 달라요. 프로가 되면 아마추어일 때와 판이 달라지거든요. 그때도 열정이 유지될 것인가란 질문에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죠. 혹은 없던 열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아예 없었어요. 심지어 주변에서 재능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책을 다섯 권 이상 쓰고 났을 때부터는 조금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Q 내가 그 일을 잘 한다는 자신감이 생긴 뒤 열정이 생기는 경우이군요.

 

고영성 : 책을 봐준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글 쓰는 일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 거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길을 가는 건 쉽지 않거든요. 보통 우리가 열정을 품는 분야가 비슷해요. 하지만 그쪽 분야엔 직업이 별로 없어요. 게다가 열정을 갖고 그 분야에 진입했지만 중간에 열정이 사라질 수도 있는 거고요.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해요. 우리 인생은 고귀하거든요. 확률이 낮은 길을 가기 보단 제대로 된 직업을 갖는 게 중요한 거죠.

 

신영준 : 열정은 굳이 직업에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취미 등 여러 방면에 가질 수 있어요. 합리적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요. 열정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 얘기만 듣기 때문에 열정을 따르는 게 정답인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TV에 나온 사람들 중에 열정을 따르다가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고영성 : 일의 만족도엔 일 자체보다 조직 문화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쳐요. 내가 일할 때 자유로운가? 어떤 사람과 하고 있는가? 내가 일을 할 때 얼마나 영향력을 끼치고 자율권이 있는가? 이런 게 직무만족도엔 더 중요한 거죠. 그에 비해 열정은 훨씬 더 불투명한 거라고 할 수 있죠.

 

 

“공부 안 하는 직장인...똑똑해지지 않으면 나라에 가망없다”

 

Q 최근 직장인들이 학습지를 풀거나 독서실에 다니는 현상을 보면서 공부 열풍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신영준 : 그건 제가 볼 때 과장이에요. 직장인들 공부 별로 안 해요. 열풍이라면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기업 강연을 갈 때 한 달에 책 한 권 읽는 사람 손 들라고 해서 보면 손 드는 사람은 10% 미만이에요. 직장인들이 공부를 더 해야죠. 저는 직장인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당신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해요. 그래야 이직을 하고 퇴사를 해서 창업을 해도 유리하죠. 책을 통해 교양을 익히고 지식 심화를 위해 전공실력을 키워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정작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거죠.

 

고영성 : 송풍, 미풍, 약풍 정도가 아닐까요.(웃음) 책에도 썼듯이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은 OECD 기준 2등급으로 토론이 안 되는 등급이에요. 텍스트를 이해 못하고 상대방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어떤 사안에 대해 토론이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토론이 되겠습니까? 그러다보니 회의 중에 감정 싸움을 하거나 까라면 까는 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죠. 리더 분들이 공부를 하게 되면 회의 때 지식의 심화를 하게 돼요. 합리적으로 상대방 주장을 이해하고 동조하고 반박을 할 때 적절한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 회의의 수준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돼요.

 

Q 두 분은 협업해서 ‘인생공부’ ‘체인지 그라운드’라는 콘텐츠 플랫폼도 운영하고, 책도 함께 쓰는데요. 두 분이 앞으로 나갈 방향은 어떤 쪽인가요?

 

신영준 : 5년 뒤에 저희는 기업인의 길을 가고 있지 작가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을 것 같아요. 저희가 꾸는 꿈은 세상을 바꾸는 거예요. 저는 원래 정치인이 꿈이었어요. 정치는 안 해도 돼요. 정치로 바꿀 수 있는 것보다 시스템과 플랫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아요. 저는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이 나라는 가망성이 없다고 봐요. 어떤 지식인은 힘이 들어도 앞장 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하거든요. 그걸 우리가 하겠다는 거예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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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작가소개

고영성

인문·사회과학 전문 작가.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음. [인생공부] 설립 및 콘텐츠총괄. 대표저서: 《완벽한 공부법》,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 《고영성의 뒤죽박죽 경영상식》,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지금 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 《경제를 읽는 기술 HIT》, 《부모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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