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2.29 조회수 | 17,231

‘영어 두통 해결사’ 김영철‧타일러 “언어는 게임 포인트 쌓기 아닌 활용하는 것”

 

“한국인의 영어 두통, 영어 두통엔 000.” 000에 들어가는 사람 이름을 안다면 그는 팟캐스트나 라디오를 즐겨듣는 사람일 게다. ‘영어 잘하는 개그맨’ 김영철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방송 ‘김영철의 파워FM’ 속 인기코너인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진미영)의 시작 멘트가 바로 “한국인의 영어 두통, 영어 두통엔 타일러”이기 때문이다.

 

1년 만에 전체 라디오 순위 15위에서 3위로 오른 ‘김영철의 파워FM’과 팟캐스트 교육부문 1위인 ‘진미영’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영어’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두통을 호소하는 한국인들에게 ‘진짜 미국식 영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 처방이 들어맞았는지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2017/위즈덤하우스)가 12월 초에 발행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뒤 ‘인터파크도서’ 12월 외국어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두 사람이 함께 방송하는 SBS 라디오 부스에서 김영철과 타일러를 만났다. 2018년을 앞두고 새해 계획 목록에 또 다시 ‘영어 공부’를 올릴 많은 독자들을 대신해 영어 공부법을 전수받았다. 김영철은 답변 틈틈이 특유의 큰 제스처와 성대모사를 곁들여 분위기를 돋웠고, 타일러는 한국인보다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답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미국식 영어? ‘직역’이나 ‘의역’ 아닌 말을 그냥 옮기는 것

 

Q ‘진미영’ 팟캐스트도 그렇고 책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렇게까지는 예상 못하셨을 것 같은데요.

 

김영철 : 아니에요. 빅픽처가 있었어요.(웃음) 이건 제작진의 승리죠. 영어 코너를 하자고 했을 때 나와 제작진 모두 만장일치로 ‘타일러’를 떠올렸어요. 타일러가 ‘문제적 남자’나 ‘비정상회담’에서 똑똑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말하면 믿게 되죠. 내가 영어가 언제 늘었나 돌아봐도 신뢰하는 선생님을 만났을 때에요. 선생님 말이 의심 가면 공부도 겉돌잖아요. 타일러의 높은 신뢰도가 한몫했죠.

 

그리고 제작진이 한 편을 5~6분 정도로 호흡을 짧게 한 것도 요즘 분위기와 잘 맞았죠. 복잡한 회화 구조까지 있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게다가 타일러가 한국말로 설명을 너무 잘해주잖아요.

 

Q 코너 이름이 처음엔 ‘진짜 미국식 영어’가 아니었다죠.

김영철 : 처음엔 ‘비정상영어’였어요. ‘영어를 정상으로 하지 않는다’로 다가갔는데 하다 보니 아닌 거예요. 제가 자꾸 콩글리쉬, 한국식으로 접근하니까 타일러가 “미국식은 이런 게 있어요” 하면서 알려주더라고요. 한국식과 미국식이 나뉘니까 제작진 회의에서 ‘진짜 미국식 영어’로 바꾸자고 했죠. 그게 줄여서 진미영이 됐고요.

 

Q 그렇다면 ‘진짜 미국식 영어’란 어떤 영어인가요?

 

타일러 : 라디오 청취자 사연을 받고 그 상황에 맞는 영어 표현을 찾아주는데요. 그 상황 자체가 가끔 문화적으로 부자연스러울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상상해 보죠. 이게 미국이라면, 미국사람이면 어떻게 표현할까. 그렇게 문화적 맥락의 요소를 생각하면서 단어를 선택했어요.

이 책은 직역한 게 아니고 맥락에 따라서 의역했다고도 하기에도 어려운, 말을 그냥 옮긴 거예요. 그래서 단어를 보고 그냥 외우는 건 절대 안 돼요. 절대, 절대로 안 돼요. 맥락을 이해하고 미국식으로 옮기는 걸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틀리고 또 틀려도 괜찮아…영어 공부에 ‘다음 시간’이란 없다

 

Q 많은 사연 중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달라서 바꾸기 힘든 표현이 있었다면요.

 

타일러 : ‘한국사람 다 됐다’는 표현이 있었어요. 사회적인 게 나타날 때 미국 맥락으로 바로 옮겨서 큰 일 나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사람 다 됐다’도 원래 ‘네 거’가 아니라 ‘우리 거’가 됐다, ‘네 것’이 사라졌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표현을 그냥 옮기면 안 되고 맥락과 의도를 살리는 표현이 뭘까 생각하죠. 그래서 ‘You so Korean’(너는 아주 한국스러운 면이 있다, 너는 참 한국적이다.)로 바꿨어요.

 

이 표현은 220회 방송에 나와서 150회까지만 담고 있는 진미영 책에는 실리지 않았다. 해당 방송에서 타일러는 자신이 한국사람이 다 됐다고 느끼는 때로 두 경우를 떠올렸다. 한국사람과 얘기하다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갑자기 말을 놓는 걸 보고 ‘나는 아직 존댓말 쓰는데 얘는 왜 이러지?’ 생각이 들 때. 그리고 미국에서 횡단보도 건널 때 차가 멈추면 고맙다는 표시로 미국사람들처럼 손을 흔드는 대신 고개를 숙이는 자신을 볼 때. 진미영에서 타일러는 ‘대한미국인’으로 불리고 있다.

 

Q 영어를 잘한다는 김영철 씨가 초반에 너무 정답을 못 맞춰서 대본이 있어서 그런가 싶었어요.

 

김영철 : 지금은 리얼이 대세잖아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기 쉽지 않죠. 대본을 주면 나는 정답이 없는 앞 페이지만 줘요. 처음 6개월은 접근방식이 너무 다른 거예요. 식당에 가서 “여기 뭐가 맛있어요?”라고 물을 때 나는 ‘recommend’(추천하다)를 썼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타일러가 “그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요? 미국 영어는 복잡하지 않아요. 미국 사람들은 의외로 간단해요” 하면서 “What's good here?”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하다 보니 1년쯤 된 요즘은 맞추는 확률이 높아졌어요. 요새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꾸 맞추면 코너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근데 너무 안 느는 모습도 이상할 것 같아서 맞추면 맞추는 대로 진짜 있는 그대로 하고 있어요.

 

Q 그만큼 맞추는 것도 대단한데 김영철 씨가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궁금하네요.

 

김영철 : 타일러가 “영철이 형은 틀려도 하잖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말이 많아서 그렇지 어떻게든 하긴 한대요. 그게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예전에 영어를 못했을 땐 남한테 보여주기식 영어를 했어요. 선생님이 어제 뭐 했냐고 묻는데 옆에 애들이 보고 있으니까 ‘나 영어 해. 듣고 있지?’ 의식하니까 ‘틀리면 안 되는데…’ 싶은 거죠. 어느 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다른 친구들도 실수하는 걸 봤거든요. 쟤도 실수하고 나도 실수하는데 굳이 여기서 쓸데없는 경쟁할 필요가 뭐 있나. 그때부터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학원에서 무수히 많은 시간을 통과의례로 보내잖아요. 쭈뼛쭈뼛하면서 다음 시간에 이야기해야지, 하는데 다음 시간이란 없어요. 오늘 틀리고 다음에 또 틀려도 괜찮아요. 실수를 줄여 가면 되죠. 그리고 나는 ‘네이티브 스피커’가 못 된다는 마음을 가지니까 더 편해지더라고요. 어차피 나는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거니까. 9월에 미국에 갔다 왔는데 나보고 영어 잘 한대요. 그러면 된 거죠.

 

 

 

쓸데 없는 소리 말라고? 영어 공부는 쓸데없는 소리를 해야 하는 시간!

 

Q 영어공부에서 ‘실수를 두려워 말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한국사람들은 특히 그게 힘든 것 같아요.

 

타일러 : 영철이 형은 굉장히 잘하는 편이죠. ‘잘한다’를 제가 말할 때와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말할 때랑 기준이 다를 거예요. 한국에선 영어교육의 기준이 숙달도예요. 얼마나 외웠나, 얼마나 숙지했느냐죠. 어휘, 문법 쫙 나열할 수 있고, 시험에서 채점할 수 있도록 나오는 걸 원해요. 게임에서 포인트 쌓기처럼. 언어는 그게 아니라 활용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조금 알더라도 그걸 얼마나 다양하게 잘 활용할 수 있느냐죠. 그걸 영철이형이 다른 분들보다 잘하는 편이에요. 실수를 해도 상관없어 하니까요.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는데 한국사람들이 그게 안 되는 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니까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틀에 갇혀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하죠. 또, 정답부터 알고 진행하고 싶어 하는데 그게 언어에 맞지 않아요.

 

김영철 :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나요? 저는 결국 개그맨이 되긴 했지만 엄마가 가끔 그런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나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쓸데없는 소리하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영어 공부는 쓸데없는 소리를 해야 하는 시간 같아요.

 

Q 김영철 씨는 지금도 매일 아침에 전화영어를 하고 영자신문도 보신다고요. 왜 그렇게 계속 영어를 공부하세요?

 

김영철 : 첫 번째는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에요.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 갔다가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어로 일을 하겠다는 거니까 영어를 더 잘하면 좋죠. 두 번째로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전달할 정도는 하고 싶어요. 병원에 가면 내 증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듯이 외국 가서 어떤 걸 말하고 싶을 때 세밀하게 말하고 그 뉘앙스까지 전하고 싶어서 계속 생활화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어를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친한 친구로 만들려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건 영어가 친구는 친구인데 안 친한 친구여서 그래요. 본인이 절대 마음의 문을 안 열어놓고 영어가 안 열었대요.

 

김영철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7월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 숙소로 가는 길에 달을 보고 한 독백을 전했다. “나 영어로 웃겨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니?” 그렇게 세계적인 코미디언을 꿈꾸며 그해 9월 1일 영어학원을 등록한 김영철은 올해로 15년째 여전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Q 김영철 씨는 영어공부를 위해 미드(미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를 많이 봤다는데 타일러는 한국 드라마를 잘 모른다고 했어요.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타일러 : 드라마를 보긴 했는데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책 읽기를 아주 일찍부터 했어요. 보통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때 중급 정도 돼야 책을 들여다보잖아요. 저는 안 그랬어요. 한국어능력시험이 1급부터 6급까지 있는데 저는 초급인 2급일 때부터 왼쪽에 만화, 오른쪽에 스토리가 있는 책들을 일단 봤어요. 힘들게 시작하지만 그렇게 하면 배워지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요. 언어는 습득되는 거잖아요. 습득되는 과정에 답을 알려주면 안돼요. 언어를 배울 때는 깨달음의 순간들이 있어야 하니까요. 잘 모르는 걸 들여다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반복되면 ‘이런 상황에서 반복되니까 이건가’ 하다가 (두 손가락을 튕기며) 딱, ‘이거구나’ 깨달아지는 식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읽고, 라디오랑 팟캐스트도 많이 들었어요.

 

Q 마지막으로 이 책 사용법을 말씀해주세요.

 

타일러 : 이 책이 독자의 생각을 깨뜨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김영철: 나두 나두) 영어공부를 자꾸 책만 보려고 하는데 우리는 책에서 시작한 게 아니니까 팟캐스트를 꼭 들어주시면 좋겠고요. 이건 참고용이고,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지, 사고를 배운다’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표현을 외워야겠다가 아니라 이렇게도 옮길 수 있구나. 이렇게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라고 깊이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셨으면 해요.


김영철 : 이건 정답이 있는 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언어는 수학하고 다른 거니까요. 독자들도 꼭 제 생각으로 1차 접근 안 해도 좋고, 무조건 타일러 말만 듣고 시도 안 해도 돼요. 이 책이 영어에 대한 사고방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타일러에게 ‘한국어의 매력’, 김영철에게 ‘영어의 매력’을 물으니 둘은 다른 듯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타일러는 “한국어를 배우다보면 어순 때문에 사고 순서가 뒤집혀야 되고,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 세계에 대한 시야 또한 바꿔줬다. 세계관이 확 달라졌다기보다 새로운 게 추가된 느낌”이라고 했고, 김영철은 “시각이 굉장히 넓어졌다. 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도 알게 되고, 한국이 여전히 작은 나라이고, 나 역시 작은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세상을 달리 보고 싶은 독자라면 2008년, 진미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도 될 듯싶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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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북DB 객원기자)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 jjung9110@naver.com

작가소개

김영철

1974년 울산 출생. 동국대 호텔경영학과 경주 캠퍼스를 졸업하고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초등학교 시절, 고향 근처의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출장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Hello, Mr, OK' 단 세 단어로 당차게 영어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줄곧 영어와 가까이 있었지만 자신감과 실력은 초중급 언저리를 왔다갔다 반복. 오히려 초등학교 시절, 단 세 단어로 말하던 자신감마저 상실하고 외국인만 만나면 수줍고 침묵하는 성격으로 돌변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어 굴욕 사건과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발견한 꿈을 계기로 영어 공부에 사활을 걸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부터 강남 영어 학원가를 발품 팔아가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입을 뚫고 잃어버린 영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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